#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지들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이기에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도록 합시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분위기에 맞추려 억지로 마신 맥주 한 잔은 연호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술자리의 공기는 음료수만 홀짝인 사람이라도 취하게 만들 듯한 마력이 있었으므로, 연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커졌고 톤은 높아졌다. 어쩌면 그것은 애꿎은 공기 탓을 할 게 아니라 불안감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전 연인인 채린이 누구를 선택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그러나 자신을 선택해주었다는 사실에 연호는 다른 이와 채린이 함께한다는 걱정이 조금이나마 떨어져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마음을 놓아도 되는지 전연 알 수가 없었다--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얼마나 기대하고 또 혼자서 얼마나 희망을 가져도 되는가?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질문에 연호는 아직 대답할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술자리에서 슬쩍 빠져나가는 채린== 연호의 시선은 술자리의 분위기에 흩뜨려진 것 같으면서도 절대로 그 뒷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간 뒤에, 연호도 조용히 일어섰다. 바람이라도 쐬고 금방 올 것처럼, 술자리의 미덕에 상응하는 존재감 없음이었다.
그대로 그녀를 따라 걷는다. 둘의 간격을 좁히고 싶으면서도 좁힐 수가 없다. 발걸음의 속도 문제는 아니다. 발걸음에 비례하는 마음의 간격과의 문제가 아닐까. 카페에 들어가는 채린의 뒷모습을 따라 잠시 머뭇거리다 따라 들어간다. 연호로서는 그 외의 선택지를 찾을 수 없었던 탓이다. 어느 카페 종업원이라도 환영할만한 손님의 태도로 커피를 주문하는 채린이었다. 바뀐 게 없구나. 둘의 사이는 바뀌어버렸는데. 연호는 채린이 카운터에서 멀어져있는 동안 눈을 곱게 접으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새로 받은 진동벨을 들고 채린의 뒷모습을 본다.
언제까지나 술래잡기가 이어질 수는 없다==
연호는 채린의 시야에 드는 테이블 하나를 택한다. 한 손으로는 채린이 앉기를 바라는 의자를 앉기 편하게 빼놓으며 다른 쪽 손으로는 어느 부잣집 집사처럼 의자를 곱게 향해 가리키고는.
한창 좋았던 때와 판이한 어투를 듣고서 씁쓸함이 미소 뒤에 드리워진다. 연호는 제 음료와 함께 냅킨을 몇 장 가져와 습관처럼 테이블 중간에 올려놓는는다.
"........"
일단 앉기는 했는데 말이 쉽사리 꺼내어지지 않는다. 연애 초기와는 또 다른 말문 막힘에 연호는 사뭇 당황한다. 잔의 손잡이를 그저 매만지다가 양손을 깍지껴 턱 아래 받치고 슬그머니 묻는다.
"속은 괜찮아요? 아까 조금 무리하는 것 같던데...."
술자리때부터 쭉 보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빤히 그녀만 보고 있으면 곤란하니 슬쩍슬쩍 시선을 분산했다 할지라도 전 연인이 뻔히 알고 있는 주량을 넘긴다거나, 조금 취한 것 같다거나 하는 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도 어느새 어색한 사무조가 되어 있었으려나.
의자 끌리는 소리== 연호는 상체를 앞으로 해 채린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러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저런, 천천히 마셔요."
누구 때문인지도 모르고 이렇게 구는 것인지. 채린의 기침 소리가 잦아들자 연호는 몸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뒤 채린의 안색을 살핀다.
"괜찮다니 다행인데 그래도 갈 때 같이 편의점 들렀다 가요."
숙취 해소제라도 챙겨줄 작정이다. 연호는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나 연인이라는 이름표가 떼어졌다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다정한 행동이 바로 바뀌지는 않는 모양이다. 게다가 연호는 이 상황에 챙겨줄 수 있는 것을 모른척하고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잠시 침묵==
"...저기, 아까 날 선택했더라구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연호는 입도 대지 않은 커피잔만 만지작대며, 그러나 채린과 눈을 마주치지는 못한 채 입을 달싹거려 물었다.
끝까지 존댓말을 하는 채린에게 연호는 슬픈 눈길을 보낸다. 헤어지겠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보다는 그녀에게서 더욱 깔끔하게 묶여있던 모양이었다.
"그래....?"
상대는 궁금해서, 라고 답한다== 좋을대로 일이 풀리는 결말은 역시 무리였던 모양이다. 연호는 입술을 잘근 물었다. 그러고 나서 마음을 추스리고 고개를 들었던가.
"거기에 대한 답을 해주자면 나는....."
연호는 이쯤에서 말을 잠시 멈추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을까? 네가 차버린 전 연인은 아직도 미련이 지독하게 남아 당신과의 재회를 희망하고 있다고? 구질구질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닐까. 그럼 역효과가 나는 건 아닐까.
솔직하게 말하면 이별이 처음은 아니었다. 각기 다른 상대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은 같은 이유로 이별을 선언했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거쳐오면서도 연호는 바뀌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으나, 채린에게 남은 미련이란 이번에는 영원한 이별이 아닌 새로운 결말을 원했다.
"....다시 잘해보고 싶어서, 가능하다면. ... 그리고 정말 그게 안 된다면, 자기에게 새로운 사람이라도 찾아주고 싶었어."
그 말을 하는 동안 무언가가 가슴을 찔러왔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주다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배려인가? 당장 시간을 보낼 상대도 자신이 아니었다면 속을 찢는 듯 고통스러웠을 것을. 자신을 헤집어가면서 타인을 위하는 배려, 이런 남자가 정연호였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은 내가 답해줄 수 있는 게 아닌걸. 나도 듣고싶어. 자기는 무슨 생각으로 나오기로 결정했어?"
채린이 계속해서 남 대하듯 하더라도 자신의 어색한 존댓말 같은 것은 치우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그것은 미련이 남아있다는 연호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울렁이던것도 잠시. 뒤이어 자신에게 새로운 사람이라도 찾아주고싶었다는 말이 들려오자 자신이 방금 들은게 맞는건가 싶은 마음에 어이가 없어지는것이 느껴졌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배려인것인가. 기억속 스위치가 켜진것처럼 새삼스레 둘의 이별의 원인이었던 어이없는 배려들이 떠올라 채린의 눈빛이 싸늘하게 내려앉으며 그와 반대로 얼굴에 한층 더 상냥해진 미소가 떠올랐다.
"... 제 연애는 제가 알아서해요 정연호씨. 그러니까 정연호씨가 저에게 새로운 사람을 찾아줄 필요는 없어요"
말은 새로운 사람을 찾아줄것이라는둥 했더라도 속앓이를 하고있을게 뻔한 이 남자가 너무 미련하고 안쓰러워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배려심넘치는 사람이 좋긴하지만 배려랍시고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남을 위하는 이 남자가 정말이지 너무 미련하다. 예전보다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아보이는 연호의 모습이 조금 답답하게도 느껴진다.
"..글쎄요. 어쩌면 정연호씨가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었나봐요. 그런데 여전하시네요."
상냥해진 미소에 대조적으로 눈빛은 온도가 낮다. 연호는 경험적으로 채린의 그런 표정이 어떤 감정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았다. 자책하듯 한 마디를 뱉은 연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오랜시간 자기가 힘들어 할 거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어.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라고들 하니까.... 그건 사실이잖아."
여전하다는 채린의 말이 날카롭게 들려왔다. 사실이었다. 연호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재회를 원하는 주제에 변함이 없는 걸 일부러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바뀌어야 한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막막하기만 했다. 아이들의 하원을 도우러 오는 부모들의 무리한 요구를 딱 잘라 거절해야 하나? 가게의 종업원들에게 그렇게 웃지 말았어야 하나? 정연호라는 사람의 <친절>이란 정체성의 하나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대공사였다. 채린은 부분공사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연호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친절한 사람이 좋다고 했을 때는 이런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거라 생각...."
그제서야 잔을 붙잡은 연호의 손이 떨렸다. 말을 더이상 잇지 못하고 한 눈에도 떨리는 손으로 쓴 커피를 머금었다. 커피가 잔 안에서 넘치지 않은 것이 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큼큼, 목을 가다듬은 연호는
"하나만 물을게. 내가 남처럼 대해주길 바래?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이어지는 채린의 존댓말이 겁나고 낯설었나 보다. 연애하기 전과 비슷한 말씨이지만 그때로 이렇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연호의 목소리가 본래의 톤에서 조금씩 어긋났다.
>>933 귀여워~ 귀여워~!~!~!!ㅋㅋㅋㅋㅋ 연호 속으로 쬐끔 상처받고(아저씨라니!) "호야 여깄어요~ 집에 가자 옳지 옳지" 하고 아이 어르는 말투로 채린이 업어주거나 걸음 부축해서 차에 태웠을 것 같아~ 예정에 없던 술자리는 채린이 친구들한테 연락받았을 때도 많았겠다. 그 친구들한테도 채린이 챙겨줘서 고맙다고 뭔가 박스째로 사와서 나눠줬겠지? 이런 게 문제야, 문제(절레절레)
싸늘한 분노로 부글거리던 속이 자책하는 연호를 보며 약간 사그라들었다. 예전부터 이랬다. 참다못해 한마디를 하면 자책하고 지레 겁을 먹던 사람이었다. 잔을 붙잡은 손이 눈에띄게 떨리는것이 꼭 유약한 연호의 성격을 보여주는것같아 한숨이 새어나온다. 본래의 톤에서 조금씩 어긋하는 목소리가 조금만 더 하면 눈물이라도 터트릴 모양새였다. 본래 좋지못한 성격탓에 울려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지만..
"...됐어. 그냥 편한대로해요."
겁을 잔뜩먹은 이 남자에게 이 이상 화를 내는게 무슨 소용일까싶어서 맥이 탁, 풀린다. 우리의 관계는 항상 이랬다. 항상 그랬던것처럼 자신은 겁먹은 연호에게 져줄 수 밖에 없었다.
"남처럼 대해달란다고 그렇게 해줄것도 아니잖아."
맥이 풀렸다고해도 어쩔 수 없는듯 채린의 목소리에 약간의 싸늘함이 서려있다. 커피잔을 든 채린이 연호의 시선을 외면하며 커피를 한 모금 넘긴다.
연호는 그냥 편한대로 하면 그대로 이별이지 않느냐는 바보같은 질문을 꾹 물어 삼켰다. 그렇게 해줄 것도 아니지 않냐는 물음에 연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자기가 원한다면 난 그렇게 할 거야.... 아주 완전히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사귈 때에도 원하는 대로 모두 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안 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면 뿌리 속부터 자신의 변화였을까. 안 되는 거였는지, 어려운 거였는지, 안 하는 거였는지, 연호는 이제 와서는 조금 알 수 없어졌다. 변화는 두려웠다. 그에서 오는 타인들의 반응이 두려웠고, 변화하면서 이래저래 부딫치며 깨져갈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정말 그 두려움은 연인을 잃게 된다는 공포보다 컸는가?
연호는 소리없이 심호흡을 하며 울음을 흘릴 것 같은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 무진 애를 썼다. 시선을 외면하는 채린== 어긋난 둘의 관계를 형상화한 것만 같다.
"다른 사람들과는.... 얘길 좀 해 봤어? 어때 보여?"
가급적 울지 않을 것 같은 주제로 슬쩍 말머리를 돌려보는 연호였다. 그러나 정말 궁금한 것은, 채린에게 첫눈에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느냐는 것이었겠지==
스르르 고개를 떨구는 연호를 보며 심장이 묵직하게 느껴졌지만 그 느낌을 애써 외면한다. 이게 맞는거니까. 연호가 원하는것처럼 다시 만나게되던 아니면 영영 이별을 맞게되던 이미 지나간게 되어버린 관계는 끝맺음을 하는것이 나중에 어떤 선택을 하든지 좀 더 매끄러운 출발을 만들어낼 수 있을터였다.
"...응, 그게 좋겠네."
삭막한 침묵이 둘을 감싸고 조용히 커피를 넘기던 채린은 문득 침묵이 너무 길다는것을 느끼며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고개를 숙여 드러난 분홍빛으로 동그란 머리통을 가만히 바라보다 어떠한 예감이 떠올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호의 앞에서 걸음이 멈추고 사부작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인 연호의 앞에 무릎을 굽혀 쪼그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