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아뇨, 혹 문파에 소속 되어있다면 후일 괜한 의심을 사지 아니하여야 할 테니 절차는 밟지 아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와요."
재하는 자리에 앉았다. 세상을 보던 시야가 자연스레 낮아졌지만 호수를 보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길게 드리운 머리카락을 그러모아 자연스럽게 펼치며 재하는 시선을 돌렸다. 지금 옆에 있는 귀인은 교국에 대해 무작정 나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았다. 지금껏 만난 중원의 사람들은 선입견을 가지고 교인을 경계하거나 배척했는데, 그런 기미 없이 떠돌다 직접 교국까지 오게 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증오가 그만큼 쌓인 광인이 아니고서야 없을 것이다. 귀인이 그런 광인처럼 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지탱하는 것이야 사람 사는 것 같으니, 어찌 다르겠사온지. 다만 그곳에도 신앙이 존재할 뿐이옵지요."
짓궂은 웃음을 마주하자 눈이 호선을 그었다. 입가의 희미한 미소는 뿌듯함을 한 숟갈 떠 얹은 것 같았다. 좋은 나라로 보인다니! 이만큼 좋은 칭찬이 어디 있을까? 교국이라 한들 문화가 서로 조금씩 다를 뿐, 하나의 인간이니 그 삶이 남들과 다를 바는 없었다. 살아온다면 죽어가는 것이 있고, 올라서기 위함이라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백성에게까지 미쳐서는 안 됐다. 그렇게 밝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재하는 그림자가 되어 고군분투했다. 아무리 외지인이라 한들, 그 입을 통해서 자신이 조금이나마 이 빛을 이룩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음을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어째 그 뿌듯함을 감추기 어려웠던 것인지, 아니면 더 좋은 대답으로 얼버무리기엔 아직 미숙했던 것인지. 귀인에겐 식상하지 않을까 싶은 답을 해버렸으니 자연스레 수줍어질 수밖에 없었다. 재하는 새하얀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고 귀인을 흘끔 살폈다. 손으로 덮어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모종의 이유가 있어 뺨을 가리었겠느니 생각하며 재하는 그러모은 무릎에서 살짝 힘을 풀었다. 따스한 봄날 햇살이 그러모은 무릎, 긴 옷자락 사이로 빼꼼 튀어나온 비단신의 끝을 간지럽혔다.
"신앙이 궁금하시다 하시었는지요."
귀인의 질문에 재하는 잠시 귀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재하의 표정은 신앙에 대해 물었다는 것이 무례한 행동이라며 노하기보다는, 담담하고 평온했다. 이번에는 나은 대답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호수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흰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한 타래 쏟아진다.
"글쎄요. 교국 바깥에도 여러 종교가 있다 들었사옵디다. 본인의 두려움과 화를 피하며 깨달음을 초월적인 믿음에서 찾기 위하여 신을 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신이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기도 한다지요."
왕 씨 어르신께 들었던 말이다. 교국 밖에는 여러 종교가 있어 거북하다고. 천마님의 교리는 중원 내부에서 이단으로 치부되어 박해받는다고. 재하는 호수를 한참이고 쳐다보며, 마치 날씨가 좋다는 양 자연스레 입술을 벌렸다.
"천마신교의 신앙도 다를 바는 없사옵니다. 본인의 악함을 인지하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추구하지요. 다만 그 깨달음을 얻도록 손 뻗어주시는 분이 천마님이요, 그분께서는 실존하여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옵니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도 선택의 연속이요 하나의 행위로 악을 행할 수 있으니."
재하는 고개를 돌리고 눈을 휘었다.
"다만 여쭙고자 하신 것이 기본적인 신앙의 개념이 아니라 어째서 믿게 되느냐, 에 대한것이라면.. 귀인께서는 혹여 가랑비에 옷 젖는 것에 의문을 품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벚꽃은 아름다이 피었고, 날씨는 화창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호수의 청명함은 더할 나위 없는 안온함이다. 그런 호수를 눈에 담으며 재하는 입을 열었다. 자연의 당연한 섭리에 언제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느냐고. 재하가 생각하는 교국의 신앙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벚꽃은 아름다이 피었고, 날씨는 화창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호수의 청명함은 더할 나위 없는 안온함이다. 그런 호수를 눈에 담은 뒤 귀인을 담고 순진무구하게 미소 지은 재하는 입을 열었다. 자연의 당연한 섭리에 언제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느냐고. 재하가 생각하는 교국의 신앙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거울과 같은 호수의 표면에 물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고, 고요한 수면에 조용히 파문이 인다. 먼 곳에서 만난 이국인에게서 신앙에 관한 지론을 듣는 야견의 내면에도 파문과 같은 의문이 천천히 퍼져나가 옛 기억을 떠올리도록 했다.
어린 시절, 술에 취해 가족들에게 손찌검을 하던 아비를 피해 빛이라곤 들지 않는 곳에서 두 손 모아 빌곤 했다. 부디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기를, 적어도 자신을 찾지 못하게 해달라고. 그러나 하늘이 응답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파계회에 몸을 담기 훨씬 전부터, 야견은 자신이 아닌 타자에게서 구원을 찾는 일을 관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때 누군가가 기도에 응답해주었다면? 누군가가 진실로 손을 뻗어 주었다면? 그러한 절대자의 은혜를 무엇보다도 높은 것으로 숭상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그곳에까지 생각이 이르자, 야견은 눈앞의 이국인이 말하는 바, 신앙이란 곧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광기서린 대답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아니, 물론 이해한다는 것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것이지만.
“끄응 머리 아프구만! 아, 혹시, 방금 말한 것도 전도의 일환이었소? 솔직히 조금 혹했는데. 교국의 무인들과 대화할 때는 방심하면 안되겠어.”
평소부터 가지던 고민에 더해 신앙이라는 생소하디 생소한 관습까지 접하자 야견은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머리를 벅벅 긁는다. 갈색의 머리가 제비 둥지 마냥 헝클어진다. 이후 야견은 앉은 채로 손에 턱을 괴며 장난 섞인 푸념을 내뱉는다. 최근 기루 사람들이 무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조직한 하오문과 접할 기회가 있었다. 행동이나 언변이 무인보다는 상인에 가까워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교국의 무인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들은 무인 이전에 사제였고 일상의 모든 것이 그들의 신을 위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아직 통성명도 못했군. 야견이라 부르쇼. 말하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정파 사람은 아니니 걱정은 마시고. 그쪽은 어떻게 부르면 되겠소? 축제날 보여준 열연이 아직도 기억에 남지만 계속 단(旦)씨라 부를 수는 없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