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에텔드레다 Etheldreda 혹은 '그 거지' 나이: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살아갈 세월이 훨씬 길죠. 아하, 아하! 성별: 여자랍니다, 저도 여자라구요! 종족: 예언자? 마녀? 맘대로 불러 줘요. 당신들과 같은 인간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았잖아요?
외모: 152cm/빼빼 마름 심하게 굶은 듯 사지 몸통 전부 말라빠져 걸어 다니기도 힘들어 보인다. 뼈와 가죽밖에 없어 뵈는 그가 살아 있는 건 단지 불멸자라 그렇다. 어두운 잿빛 머리카락 사이로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나, 둘 다 원래 머리색은 아니라고 추측된다. 그의 두 눈은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한다. 하나는 허옇게 탁해진 안구, 하나는 자리 채우기용 의안. 조잡한 물건이라 자주 빠져 굴러다닌다. 앙상한 팔다리는 거의 전부 붕대가 감겨 있고, 소름끼치게 긴 손가락 끄트머리엔 이미 다 닳아 뭉툭해진 손톱이 자리한다. 어느 가정집에서 내다 버린 누더기를 걸치고, 신발은 미처 구하지 못했는지 맨발로 길거리를 배회한다. 마을 광장에 울려퍼지는 쇳소리 섞인 괴성을 환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성격: 미쳤다고밖엔 표현할 수 없지. 스쳐 지나가는 행인 아무나 붙잡고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헛소리를 해 댄다. 겨우 뿌리쳐서 바닥에 나동그라져도 포기 않고 다음 사람에게 계속해서 달라붙는다. 자신을 좋게 봐 주는 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집은 단단하고 예의도 차리지 않는다. 때로는 갑자기 실실 웃기도, 엉엉 울기도 하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특징: 여러 곳을 전전하는 걸인. 걸인이라기엔 전혀 구걸하지 않지만. 마을 광장에 이따금 들리는 비명소리는 이 사람이 내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알 수 없는 말을 읊어대는 통에 모두가 그를 기피하며, 얼른 다른 마을로 쫓아내려 한다. 대부분 주민들은 그가 왜 그렇게 됐는지 알지 못하며 굳이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예언의 힘이 있는가 보다고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저 상태로는 제대로 된 예언을 할 수 있을 리 없다며 무시하는 건 매한가지다.
기타: 나의 빛나던 시절을 돌려줘요! 당신들이 빼앗아간 모든 것을 갚아줘요!
에텔드레다, 그녀는 먼 옛날 존재한 어떤 왕국에 살던 귀족 아가씨. 선천적으로 예언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녀의 부모가 태중 아이를 신전에 데려갔을 때, 신이 내려준 축복이었다. 미래 일을 알 수 있으며, 날이 갈수록 더 멀리 더 날카롭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에텔드레다가 열 살 때는 아버지의 죽음을, 열세 살 때는 이웃 강대국의 침공을 예지했지만 모두 막지 못했다.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국왕을 알현하여 자신이 예측한 침공 경로를 낱낱이 고했다. 과연 들어맞았고, 예언자 아가씨가 전쟁이 끝나리라 이른 날 그대로 적군은 물러갔다. 왕실은 열일곱이 된 그녀에게 왕국의 숨겨진 보물인 불멸의 우물에 들어갈 기회를 주었다. 에텔드레다는 우물 안을 들여다보기만 하고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실수로 풍덩 빠져 버리고 말았다.
불사의 예언자 에텔드레다는 왕국의 가장 큰 무기였다. 국왕이 반역 음모를 이겨낼 것이라는 이미지를 보고 그것을 고하면 그대로 실현되었고, 왕위 쟁탈전에서 어떤 왕자가 이긴다고 예측한 것도 딱 들어맞았다. 선왕이 타계하자 새로 왕위에 오른 왕자 또한 에텔드레다를 믿었다. 그러나 하나 착각한 것이, 그녀가 예측한 미래를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점이다. 어느 날 그녀의 눈앞에 그 강대한 제국이 다시 침공해 오는 장면이 보였다. 그러나 사실대로 알릴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패배해 멸망하기 때문에. 국왕은 에텔드레다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냐고 추궁했다. 하얗게 질린 예언자는 결국 진실을 실토했고, 이는 곧 국가의 비상사태였다.
왕과 군대의 분투에도 전황은 불리해지기만 했다. 바뀌지 않는 예언은 빠져나갈 수 없는 저주였다. 에텔드레다는 안간힘을 써 다른 미래를 찾아보려 했지만, 모든 환상의 끝은 불타는 왕궁과 목이 베인 왕이었다. 왕은 계속 그녀를 닦달했지만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백성들은 예언자의 예언 때문에 전쟁에서 지는 줄 알고 있었다. 저 여자가 환상을 보고 그걸 말하기 때문에 그대로 실현되는 거라나. 그걸 말하게 시킨 사람은 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쟁이 끝났다. 에텔드레다의 조국은 멸망했다. 수천수만이 죽고 다치고 포로가 되었으며, 왕의 머리는 무너진 왕궁 앞의 장대에 걸렸다. 왕궁에 마련된 예언자의 방은 불태워졌고, 승전한 적군은 그녀를 질질 끌고 나와 분노한 유민들 앞에 던져 놓았다. 에텔드레다가 울면서 말했다. 죽어서 용서를 빌고 싶지만 저는 죽지 못해요. 괴로워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더 이상 환상을 보고 예언할 수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은 그녀의 소원대로 눈을 멀게 하고 성대를 태웠다. 그러나 신의 계시는 멈추지 않았다.
미래 일을 알 수 있다. 알 수 있을 뿐, 무슨 수를 써도 막지 못한다. 날이 갈수록 더 먼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지할 수 있다. 그녀는 열세 살 때 이미 전쟁을 예측했고, 서른 즈음 조국의 멸망을 예측했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녀는 끝없는 절망 속에서 마지막으로 제 미래를 본 뒤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 아닐까?
루두스: 돈이 많으면 뭐해요, 즐겁지도 않은데. 날 조금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어요? 내가 뭘 해주면 당신이랑 더 있을 수 있을까? 루두스: 황금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만들어줄까요? 공작위도 버려볼까요?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나는 총 여섯의 나라 중 두 나라를 파국으로 몰아가본 적이 있으니. 루두스: 나와 함께 해줘요. 그러면, 그때만큼 멋진 광경을 보여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