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 빈센트: ...라고 하잖습니까 뇌가 있으면 생각을 똑바로 해서 날 좀 제대로 통제해보란 말입니다 빈센트주: 옛날에 프리핸드 액트 개방되면 빈센트 넌 둘째치고 베로니카가 더 문제랬어 실패해도 아주 나쁜건 아니니까 적당히 살어(배째라고 드러누움) 빈센트: 진짜 이 미친 인간 배를 내가 째버려야지
나는 그의 인생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동정하거나 혐오하는 기색을 띄우진 않았다. 아마 상대는 어느쪽이던 익숙할테고, 아마도 나에게 둘 중 어느쪽을 바래서 말한 것도 아니었을테다. 다만 속으로 생각하는 바는 있었다. 재미가 있었다라. 그의 속내를 내가 도사도 아닌 만큼 정확하게 꿰뚫어 본다던가는 불가능하겠다만, 내 생각에 그것은 순수한 '재미' 와는 달랐을 것이다. 자기 손으로 소중한 것을 태워버린 죄책감과 상실감에, 미쳐버릴 것만 같은 광기를 자신 본연의 것이라고 덮어씌워, 복잡한 감정이 올라오기전에 미친듯이 흥미와 자극을 추구하여 불타오른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정말로 불꽃에 미쳐있는 인간이라면, 방금과 같은 회의감에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고 나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자네의 복잡한 사정에 거의 초면에 가까운 내가 이래라 저래라 훈계할 생각은 없네. 도움이 필요하다면 두 팔 걷고 도울 생각은 있다만, 적어도 당장엔 자네가 그런걸 바랄 것 같지도 않고 말일세."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는 상대의 흐름에 선선히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대로 헤어져도 뭐 괜찮겠지만, 상대의 사정을 너무 듣기만 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또 뭐라고 해야할까. 결국 합리적으로 결론을 내려도 마지막엔 참견하고 마는 버릇 때문에 한두마디만 덧붙여 끝내기로 했다.
"다만 마지막으로 한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마디 오지랖을 부려보자면."
나는 물고 있던 담배를 빼내어 가볍게 비벼 끈다.
"자네는 지금 재밌어 보이지는 않는군. 그렇지만 세상이 뭐, 원래 그렇지 않겠나. 소중한 것이 생기면 염려도 늘고, 지키고자 하고 싶은 꿈을 꾸면 회의감도 드는 법이니까. 그러나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그런 것이야 말로 행복일 수도 있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피식 웃는다.
"재미보단 행복을 추구하는게 나 개인적으론 좀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네. 자네의 미래가 밝길 급우로서 응원하지. 미력한 도움이라도 필요할 때가 오면 부담 없이 부르게나. 오늘 깊은 이야기를 들은 값은 그걸로 치지."
눈 앞의 상대는 모든걸 자기 손으로 태우고 나서 광기에 젖어있다가, 소중한 대상을 찾고 다시금 돌아오려고 하고 있다. 그게 내 결론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로선 어쨌거나 응원하고 싶은 내용이다.
학교에서 보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어떤게 변수였을까. 내가 온전히 너의 곁에 있다는 사실? 아니면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사소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없는 밤을 더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을테니까. 항상 붙어서 잘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쿡쿡거리는 웃음소리를 숨길 수 없었고, 안녕 이라는 인삿말이 들려온 것도 그 부근이었다.
"오.. 안녕. 내가 깨웠나?"
한결 편안한 너의 미소는 나의 것과 비슷했을지도 몰랐기에 가벼운 인사를 던져본다. 너는 이 기다림의 시간이 어땠는지 알까. 내가 깨운 것이 아니라면 너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기회를 주기 위해, 이 자리에서 그대로 잠에 들 생각이었다. 언제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