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고민의 시간이 깃든 침묵의 시간이 잠깐 지나간다. 의심받을만한 짓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오히려 굳이 말하자면 상대방 쪽이 수상하거늘....어쨌거나 꽤 긴 침묵 뒤에서야 그는 간신히 내 이름을 떠올린듯 했다. 하긴 친해진 녀석들이 그럭저럭 많아져서 실감이 안나지만 나는 여기 편입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 대화도 안나누어 보았는데 기억하고 있음이 오히려 영리한 것일테다.
"만나서 반갑군, 빈센트. 말한대로 윤시윤이다. 같은 특별반 급우일테지."
고개를 끄덕였다가,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대답해준다.
"한밤중의 폐건물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니까 수상한 녀석이 수상한 짓이라도 하는가 싶어서."
쥬도 죽음과 감정에 얽힌 유한한 인간사 너머의 존재로 유일하게 믿고 신뢰하고 애정을 드릴수 있으며 마땅히 받아야 할 분. 현재 린의 절대적인 기준. 아버지,오빠,그리고 잃은 길드원들을 대신하여 자신을 지탱하는 존재. 인간과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 서운해하면서도 더 신뢰함.
이주일 바빠보이고 예의를 중시하는 이미지. 친해지면 나쁠건 없어보이지만 잘 모르겠음 친절하기는 한데 말주변이 없는건가...남에게 관심이 없는건가 아니면 둘 다인건가.
"왜냐면 방금 그 상태로 준다면 정말 무드 없는 일이니까. 나는 그런거 별로 안 좋아해."
너는 나를 좋아하니까 좋아할법한 일을 하면 좋아하겠지, 같은 간단한 사고라도 있으면 좋을 법 한 막무가내의 돌진은 시간을 두고 돌이켜 보았을 때에도 좋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좋지 않다.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그냥 봐주도록 하자. 그리고는 반지중 작은 쪽을 하나 꺼내어 윤시윤을 바라보다가 어느 손가락에 먼저 낄 예정인지 천천히 지켜본다.
"그 호칭은 그냥 재밌으니까.. 그리고 그거 맞아."
쇼파 위에 누운 윤시윤의 위에 엎어지며 작게 대답한다. 상대의 눈매로 보아 하니 조금 졸려 하는 것 같다.
경계와 고민의 시간이 깃든 침묵의 시간이 잠깐 지나간다. 의심받을만한 짓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오히려 굳이 말하자면 상대방 쪽이 수상하거늘....어쨌거나 꽤 긴 침묵 뒤에서야 그는 간신히 내 이름을 떠올린듯 했다. 하긴 친해진 녀석들이 그럭저럭 많아져서 실감이 안나지만 나는 여기 편입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 대화도 안나누어 보았는데 기억하고 있음이 오히려 영리한 것일테다.
"만나서 반갑군, 빈센트. 말한대로 윤시윤이다. 같은 특별반 급우일테지."
고개를 끄덕였다가,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대답해준다.
"한밤중의 폐건물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니까 수상한 녀석이 수상한 짓이라도 하는가 싶어서."
지금도 틀리진 않은 것 같다만....급우니까 태도를 조금 부드럽게 하는 것이 좋겠지. // "아... 그러신가요."
빈센트는 15살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뭔가 목소리와는 달리 말투가 나이가 많아보여서 약간 혼란을 느꼈다. 빈센트는 미국인이었고, 나이 개념에 그리 연연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무리 나이 개념에 연연하지 않는다 해도, 연령대별로 공통의 관심사와 특징이란 것이 있었고, 시윤은 그 특징들을 완전히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렇다고 초면에 왜 말을 그렇게 하냐고 말할 수 없었고, 그런 말은 초면이 아니라 구면이 되어도 할 수 없으니 집어치우기로 했다.
"어... 수상한 녀석에 수상한 짓이라. 관점을 바꾸면 제가 딱 그렇긴 합니다만..."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한다.
"곧 대련이라... 마도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윤 님도 같이 하시겠습니까?" //5 잠깐 졸았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이거 몸이 피곤한데 억지로 일상을 해서 시윤주께 피해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빈센트는 15살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뭔가 목소리와는 달리 말투가 나이가 많아보여서 약간 혼란을 느꼈다. 빈센트는 미국인이었고, 나이 개념에 그리 연연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무리 나이 개념에 연연하지 않는다 해도, 연령대별로 공통의 관심사와 특징이란 것이 있었고, 시윤은 그 특징들을 완전히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렇다고 초면에 왜 말을 그렇게 하냐고 말할 수 없었고, 그런 말은 초면이 아니라 구면이 되어도 할 수 없으니 집어치우기로 했다.
"어... 수상한 녀석에 수상한 짓이라. 관점을 바꾸면 제가 딱 그렇긴 합니다만..."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한다.
"곧 대련이라... 마도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윤 님도 같이 하시겠습니까?" //5 잠깐 졸았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이거 몸이 피곤한데 억지로 일상을 해서 시윤주께 피해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반론할 생각은 원래부터 없었고 동의하는 바지만, 그래도 끽소리 못할 정론이라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서 대강 다뤄서는 안되는 법이다. 애초에 진짜 좋아한다면 대강 다룰 수 있겠냐마는...어쨌거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잠깐 내 손가락과 반지에 시선이 느껴진다.
설마 어느 손가락에 끼는지 지켜보고 있는 것인가...또 다시 남자측의 센스가 시험 받고 있다. 마음만 같아서는 왼손 약지, 라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방금 이런 분위기로 건네줬는데 커플링이면 곤란하다는 얘기를 들은 참이다. 무엇보다 이건 엄연히 빌린거다. 대운동회 끝나면 돌려줄 주인있는 물건을 당당히 사랑의 맹세를 의미하는 위치에 끼우기도 미묘하지.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착용하기로 했다. 분명 이 쪽은 기회, 변화, 행운을 상징한다고 했던가. 호감도 어필 능력이 늘어난다고도 들었다. 정식적인 연인은 없지만 그 기회와 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입장으로선 꽤나 적절한 센스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음...."
소파위에 눕자 그런 내 위로 엎어지는 그녀를 웃으며 올려다본다.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과 따스한 체온이 전체적으로 전해져서 묘하게 노곤해진다. 어쩌면 계속 긴장하던 것이 느슨해진 것일 수도 있고.
"자는걸 보여주는건 어쩐지 조금 부끄럽다만서도..."
평소보다 늘어지는 목소리로 작게 얘기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팔은 그녀의 몸을 둘러 꾹 끌어안고, 눈은 감겼다가 떠지는 간격이 길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