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그게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뜬금없이 메세지를 보내길래 뭔가 해서 찾아왔더니만, 묘하게 구체적으로 흉흉하게 설계된 필드에서 대뜸 한판 붙자라. 흐음, 하고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고민한다. 녀석을 마냥 얕볼 생각은 없고, 나는 대결에서 유리한 직종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지휘관과 공격수의 차이는 클 터. 흘끔하고 창을 잡은 상대를 한번 더 본다. 녀석이랑은 몇번 의뢰를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창솜씨도 봤다. 솔직하게 말하건데, 형편 없다고는 안해도 뛰어나다고는 말 못할 수준이다. 본인이 모르진 않을텐데. 날 바보취급하는건가?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피식 웃었다. 열이 오른 청소년이었으면 여기서 '그래 한번 뜨자.' 라고 명쾌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고, 차분한 어른이었으면 녀석과의 갈등을 어른적으로 잘 풀려 했을지도 모른다. 신지한이에게도 이 녀석이 뭘 겪었는진 대충 들었다. 그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지금 왜 저러고 있는지도 알 수 있지.
"현준혁이야. 말은 제대로 해야지."
담배 한대 꺼내서 입에 물려다가, 여기가 진짜 폐허가 아니라 학교 내의 훈련장일 뿐이란걸 깨닫곤 도로 집어넣으며 나는 차분하게 말한다.
"첫째. 나는 너랑 짜증날 정도로 사이가 안좋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네가 내건 조건으론 나에게만 리스크가 크단 생각 안해봤나? 너는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니야. 받아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셋째."
나는 웃으면서 시선을 마주한다.
"그 이유로 싸우고 싶은게 아닐텐데."
본래라면 무익한 싸움에 어울려주는 주의는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바보냐.'하고 등을 돌려 떠나지 않는 것에는. 이 녀석에게는 싸우고 싶은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내 입장에서 보건데 화풀이 같을지라도.
"지휘관이라는 직책의 무게는 많이 무겁다. 작전중에도 느끼지만, 사실은 작전이 끝난 이후에 가장 절절하게 느끼지. 그렇지 않나?"
특별반에서 그걸 공감해줄 녀석은 있었을까. 녀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때 지휘관이었던 남자로서. 적어도 그 심정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 낙천창 ◀ 고풍스러운 각인이 남아 있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창. 손 끝으로 닿는 우둘투둘한 것들이 신기하게 용의 비늘을 닮아 있다. 수많은 땀이 흘러 창에 스며들고 나면 창은 그 힘을 흡수하며 용과 같은 기세를 내뿜는다. 그러나 그 힘은 하늘에 닿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런 이무기의 비밀을 담아 만들어진 특별한 창. 북해길드의 간부 중 길드장의 인정을 받은 몇몇 인물들에게 주어지는 비급 무기. ▶ 비밀 아이템 ▶ 북해비전 승천비록 - 아이템의 비밀을 해주할 경우 북해길드의 비전 '훼룡창'을 획득한다. 훼룡창은 무기술 - 창의 숙련도를 대처한다.
놈의 전투 방식, 생각, 그런것들을 차분하게 생각하고 머릿속의 체스판에 말을 올려둔다. 전투에 본격적으로 참여한건 처음이지만. 체스와 그렇게 다를 것 같진 않았다.
달라봤자 조금이겠지.
독재의 의념을 머금은 비늘이 파직 거리는 날카로운 스파크를 보이며, 날카로운 창날이 번뜩인다. 그것을 공중에 가볍게 던지자 남색의 의념을 반짝거리며 커다란 바퀴 처럼 빙빙 돌던 창은, 이윽고 내 앞에 떨어지려 하자. 나는 몸을 틀어 정확히 창대의 끝 부분을 돌려차 윤시윤을 향해 쏘아보냈다.
"굴러들어온 돌이 날 이해한듯이 말하지마.. 모독이다"
이어 현준혁은 낙천창을 쥔 상태로 스스로의 신속을 강화한 뒤, 윤시윤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쏘아진 창을 회피하고 도약하면서 사격, 탄속이 빠르지만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 창날을 바닥에 꽂아 창대의 탄성을 이용해 도약하면서 쏘아지는 탄환을 급소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회피하는데 성공하지만 어깨 부분이 뜨겁고 축축한걸로 보아 스친 것 같다. 시윤의 뒷편에 착지하면서 창날을 휘두른 나는 곧장 비늘을 회수하였다.
"주워들은걸로... 관록을 보여주려하는건 그만둬" "사기로 보인다"
창을 두개나 쓰는 건 무리기에, 비늘만 손에 남기고 다른것은 다시 수납한다. 수백 수만가지의 작전, 다시 체스판에 집중한다. 여기선 우선..나노머신의 기능인 수색을 활성화 하고, 손에 쥔 gp의 칩을 만지작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