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그녀의 말을 입도 열지 않고 들어보다 예의라는 말과 그녀의 행동에 재미있는 거라도 봤다는 듯이 크크크크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다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제법 쌓인 책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그곳에 걸터앉았다.
"아이고, 내 니 큰 뜻을 몰라봤네? 초면에 예의 없이 나선 상대한테 니 넓은 마음가지고 예의 차려서 대답했는데 내 태도가 불량해서가 맘 상했뿟나?" "그래서 니도 함 느껴봐라 해가꼬 내가 아까부터 일부러 반응 안 한 주제에 대해서 미안타~미안타~ 하는 사과한다는 '명분'으로 꼬치꼬치 캐물었나? 하이고~~ 그런 거라면 내 넘어가줘야제. 안 그릏나? 니가 먼저 봐줬으니 이제 내가 봐줘야제~~"
"예의 차릴 때가 있고 안 차릴때가 있는데 상대방이 아예 눈치 없어가지고 점마 왜 저러는데? 하는 사람이면 내도 그냥 넘어가겠는데 니 그런 아는 아니잖나?" "그런 아도 아닌 애가 예의란 예의를 억지로 억지로 차리면서 물어뜯으니 내 머리가 돌아버리제."
토고는 억지로 미안합눼다~~~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헬멧 때문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느껴지는 상대방을 비웃는 목소리는 그대로다.
"뉘예뉘예~ 마음씨 넓은 사람이 내 무례를 잊어준다카는데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믄서 받아묵어야지. 잊어준다카믄 감사합니다~ 하고 어데보자.. 내 여서 무릎이라도 꿇으면 되나?" "크크... 처음부터 다시 운을 떼줄까?"
토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까와는 다른 목소리로 다른 행동거지로 불량해보이지만 그저 평범한 한량같은 몸짓으로
"왐마야, 니 대련 나가나? 조용해 보이는 아라 생각해서 퀴즈 대회 나가는 줄 알았는디 캬... 역시 사람은 겉으로 봐선 모르는기네. 힘내라. 그래서 상대가 창잽이라고?"
토고의 국적이 신 한국인거 서류상에는 명시되어 있겠지만 이름으로는 일본 출신이라 생각되니까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겠지 했는데 대뜸 신 한국식 이름으론 독특해 보인다~ 이런 말해서 기분 나쁨 1스택 그래도 애써 평화를 누리기 위해 무시했는데 무시한 거에 대고 계속 미안하다면서 주제를 언급함 그래서 기분 나쁨 2스택
진짜로 마지막으로 대련 이야기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기분 나쁜쪽 방향으로는 언급도 아예 안 하고 행동지문도 아예 그런 의도로 적었는데 계속 사과함 쓰리 아웃!
여기에 대해서 토고가 기분 나쁘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채준파파가 자기 거둬줘서 국적이 거의 신 한국 출신이 된건데 이게 좀 널리 퍼지면 자기 스승이고 양아버지에 가까운 이채준 파파에게 자신 때문에 불리한게 있을 것 같아서 그쪽 이야기는 꺼내지 말자~ 했던거.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사정없이 이야기하니까 사과고 뭐고 말부터 하지 말자니까... 이런 느낌으로 행동했음!
솔직하게 마음 상하지도 않았고 다만 어이없었을 뿐이라 대답해야할까 말아야 할까. 먼저 기대하는 바가 있고 이를 저버린 상대나 무언가가 있어야만 마음이 상했다는 것이 성립할텐데 그녀는 이 곳에 들어올때부터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쭉 토고가 일어서 뚜벅뚜벅 돌아다니면서 비꼬는 양을 냉한 무표정으로 지켜보다가 니 그런 아는 아니잖나?는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다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멈추고 그저 한숨만 푹 쉰다. 정 붙일 사람이면 앞에서 무어라 비꼬든 저도 맞대응 하면서 사람마다 대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자신이 독심술사도 아닌데 개인적으로 말 한마디 안해본 당신 사정까지 어떻게 알며, 문장이 길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유감스러웠다 한 마디로 끝냈는데 도대체 이 말의 무어가 캐묻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냐 그리고 당신이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지 무어를 보고 장담하느냐 차갑게 쏘아붙였겠지만 결론적으로 앞의 사람은, 그리고 특별반의 인물들은 서로 익숙해지고 정을 붙여서는 안되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소녀는 아무런 항변도 하지 않고 그저 원하는 대로, 그리고 자신이 제안한 대로 상대의 말에 태엽을 감아놓은 인형처럼 정해놓은대로 반응한다.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퀴즈대회에 나갈 줄 알았사온데 어쩌다 보니 대련을 하겠되었사와요. 둘 다 막중한 특별반의 인원으로서 책임이기도 하며 기회이니 힘이 닿는 대로 노력할 것이어요. 아차, 그러고 보니 토고씨? 이번에 퀴즈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셨다 들었사온데 진심으로 축하드리와요."
웃는다. 말갛게 미소를 지으며 진짜 아무것도 없었던 양 전혀 감정없을 초면인 상대에게나 보일 기본적인 호의를 품은 표정을 만들어낸다.
"대진표를 보니 그리 적혀있었어요. 이번 퀴즈대회 문제가 꽤나 어려웠다는데 굉장히 노력하셨나 보아요."
토고는 짧게 생각한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저 상대방이 호의를 품을만한 대사, 행동, 감정, 표정, 그런 것을 내보이는 상대는 그저 인형에 불과해보였다. 그럴거면 자신처럼 헬멧을 쓰면 표정 관리는 안 해도 된다고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토고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와 나의 가치를 비교해보자면 내가 더 높았으니까. 조언? 하, 그런 걸 해주기도 아까웠다. 이게 살아가는 방법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토고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맞춰주기로 했다. 아까의 일은 잊고 그저 상대방이 좋아할만한 그런 행동을 해주기로.
"오야, 고맙다. 하이고... 퀴즈 대회 때문에 머리 빠지는 줄 알았는데 참여자가 윽수로 적데? 크크.. 시시콜콜한 퀴즈보다 아들은 몸 쓰는 거 좋아하지 않겠나? 그래서 니도 대련 가는기가? 하이고... 고생하겠네? 그래서 상대는 창잽이라고?"
토고는 목소리의 톤은 바뀌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어 대답했다.
"창잽이면 창쓰는 아가 잘 알긴데 금마하고는 이야기 해봤나? 나는 금마 좀 불편하든데, 니는 잘 대할수있을기다."
서로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맞물리지 않는 대화가 토고는 불쾌했다. 가치 없는 곳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아 더욱 기분나빴다.
저럴땐 확실하게 자기 입장 얘기하고 설득하거나 부드럽게 넘겨야 하는데 아예 자신을 죽이는 쪽으로 극단적으로 행동해 버리니까 린이 어른 흉내내는 애라는 거지
>>196-198 이해했음~ 조금 놀라긴 했는데 토고 입장에서는 그렇게 급발진 할수도 있겠다 싶어. 린은 진짜로 모르고 행동했지만 토고 입장에서는 약점을 끄집어 캐내는 쪽으로 보였을수도 있으니까. 린의 인상도 막 순진해보이는 편은 아니고 ㅋㅋㅋ 린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사적인 영역인가 보다. 해서 단순하게 절차대로 사과한건데 그렇지 않아도 서로 귀찮음-피로함으로 성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또 불편한 얘기가 나와서 빨리 넘어가고 싶었던 토고입장에서는 사과 자체가 쓰리아웃이 될수도 있었던거구나 이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