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51083> [1:1/판타지] 조각이 이끄는 연대기 - 1 :: 75

◆CebWZbnr4I

2022-07-02 22:25:02 - 2022-07-12 17:33:26

0 ◆CebWZbnr4I (5Gt9Lr/Cnw)

2022-07-02 (파란날) 22:25:02

"왠지 귀찮은 일이 일어날 거 같네."
- 클레리스 디 파우스티나

"너무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겠죠."
- 하시현

>>1 클레리스 디 파우스티나
>>2 하시현

3 시현주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22:32:10

안착안착!! 새집 좋다!! 앞으로 잘부탁해 클레리스주!!

4 클레리스주 (5Gt9Lr/Cnw)

2022-07-02 (파란날) 23:05:10

새 스레는 언제나 감격스러워! 나도 잘 부탁해 시현주 >< 서로 잘 맞춰서 재밌게 돌려보자구!!

5 시현주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23:13:38

좋아!! 새집도 있으니 슬슬 첫일상을 시작하는게 좋을까 아니면 더 얘기할거 있을까!!

6 클레리스주 (5Gt9Lr/Cnw)

2022-07-02 (파란날) 23:21:38

바로 시작!을 외쳐도 좋겠지만 시작하기 전에 궁금한 건 따로 없을까?! 물론 모르고 시작해도 어렵지 않게 풀어줄거구 중간에 질문 마구 해도 괜찮구!

7 시현주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23:24:19

음 지금은 딱히 궁금한건 없어!! 돌리면서 차차 알아가도 되니까!! 그럼 바로 시작하는걸까!!

8 클레리스주 (5Gt9Lr/Cnw)

2022-07-02 (파란날) 23:34:04

오키도키 좋아좋아! 그럼 이제 시작이라구! 앗 맞아! 시현이가 이세계로 떨어지는 계기나 사건은 시현주에게 맡길까 하는데 괜찮겠어? 생각해둔게 있으면 미리 듣고싶은걸!

9 시현주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23:41:41

이세계물이니까!! 정석대로 트럭에 치여서 떨어졌다던가 ㅋㅋㅋㅋㅋㅋ 괜찮을까 모르겠네!!

10 클레리스주 (5Gt9Lr/Cnw)

2022-07-02 (파란날) 23:50:32

아 전생물 공식이지 트럭은 ㅋㅋㅋㅋ 응응 괜찮아! 그러면 시현이가 이세계에 떨어지는 장면부터 시작해볼까! 아 말이 떨어졌다이지 막 추락하고 그러면 안돼!? 시현이 시작부터 다치면 안된다구!! ㅋㅋㅋ 그런고로 영광의 첫 일상 선레를 부탁드립니닷!

11 시현주 (Hs8j.iJouI)

2022-07-02 (파란날) 23:57: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클레리스주가 말리니까 하고싶어지는데?(농담)
선레 써올게!! 참 시현이가 떨어진 장소는 맘대로 정해도 될까!!

12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00:05:06

첫 만남부터 부상이라니 아니되오 ㅋㅋㅋ!! 떨어진 장소? 으음... 음! 좋아! 시현주의 골든픽을 기대해보겠어! 맡기겠다구!

13 시현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01:27:04

시현에겐 오늘도 그다지 특별한 하루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일찍이 등교하고, 남들보다 먼저 강의실에 도착해 일찍이 수업 준비를 했습니다. 점심이 지난 뒤론 부지런히 도서관으로 가 공부에 시간을 썼습니다. 해가 지면, 자취방으로 돌아가 하루를 돌아봅니다. 아니, 그래야 했습니다.
캠퍼스를 나선 시현은 횡단보도 앞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냅니다. 팔 안에 노트를 몇 권이나 들고서 하염없이 신호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내 신호가 푸르게 점멸합니다. 상황은 그때부터 이상하게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 불안해진 기류를 시현은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서늘하게 부는 바람이 어쩐지 기이했습니다. 바람이 위로 불고 있었나, 아니면 아래? 밤하늘은 왜 저리 또 시커먼지, 달빛조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현은 개의치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어두운 거리에 소란이 찾아든 건 그 순간이었습니다. 시현이 무심코 옆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진해오는 트럭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시현의 몸이 산산조각난 듯 아파올 뿐이었습니다. 행인의 비명과 구급차 소리가 언뜻 들린 것도 같았습니다.

시현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 낯선 곳이었습니다.

시현은 어딘가에 누워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보인 건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그 사고가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졌는데, 역시 꿈이었던 건가요. 하지만 그게 꿈이라 해도 여기는 시현의 자취방이 아니었습니다. 하늘이 훤히 보이는 이곳이 집일리 없습니다.
누워있던 시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동시에 눈 앞에 푸른 수면이 펼쳐집니다. 바다라 착각할 정도로 드넓고 맑은 수면 말이죠. 시현은 금세 이 장소가 어느 호숫가인 걸 알아차립니다. 게다가 시현의 주변으로는 전부 탁 트인 평야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어딘지는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생소한 풍경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생긴 호수가 근처에 있었던가요? 있다고 해도, 시현은 왜 여기서 깨어난 걸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입니다. 자리에 가만히 선 시현은 호수의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14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01:27:54

늦어서 미안타!! 고민하느라 늦어졌어!! 장소 선정 괜찮을까 모르겠네!!

15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01:37:41

호수! 시작장소 선택이 탁월한걸! 괜찮아 괜찮아! 그치만 시간이 늦어서 답레는 아침이나 오후쯤? 가져오게 될거같아;; 더워서 손도 느리구 머리도 잘 안돌아서 ㅠㅠ

16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01:40:25

괜찮다니 다행!! 아앗 늦는건 신경쓰지마!! 나도 손 느리기도 하고!! 느긋하게 돌리자구!!

17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02:01:40

시현주 상냥해..! 응응 같이 느긋하게 잘 돌려보자! 아 시현이가 떨어진 곳은 주변에 숲이나 그런 거 없이 넓은 평야 한가운데에 호수가 있는 곳인거야?

18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02:03:42

상냥하다니 과찬이야!! 응 그렇게 생각하고 썼어!!

19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02:11:51

아하! 그렇다면 시작부터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겠는데 시현이 ㅋㅋㅋㅋ 평야에 호수라! 딱 좋게 설정한 곳이 있었지 쿠후후

20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02:16:55

아니 그렇게 말하면 궁금해지잖아 ㅋㅋㅋㅋ!! 과연 시현이는 무슨 일을 겪을것인가!!

21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02:23:01

아픈 일은 아니고 깜짝 놀랄 일! 정도는 될지도! ㅋㅋㅋㅋㅋ 아 바로 답레 못 쓰는게 너무 안타깝다.. 생각은 막 나는데 너무 덥고... 졸리고...

22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02:31:34

ㅋㅋㅋㅋ 그러면 더 궁금해지잖아!! 졸리면 어서 자라구!!(등떠밀기)

23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03:09:12

아이구 졸아버렸어....이이잉... 그럼 자구서 답레랑 올게 시현주도 잘자!

24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03:20:28

잘자 클레리스주!! 좋은꿈꿔!!

25 ?????? - 시현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07:56:24

언뜻 보기에, 그곳은 그저 평범한 초원과 조금 넓은게 특징인 호수 뿐인 장소 같았다. 호수의 수면은 잔잔하디 평화롭고, 봄날 불어올 법한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발밑에 깔린 잔디를 간질이는 것처럼 이따금 스쳐지나가는게 전부인, 아무런 위협도 위험도 없어보이는 그런 장소로 보였을 것이다. 이런 곳에 서서 할 생각이라곤 집에 어떻게 돌아가지 정도일 것 같은, 그런 풍경이었다.

그러나 위화감은 천천히 스며든다. 천천히, 천천히, 시야의 바깥에서부터 조금씩 머릿속에 경종을 울린다. 여긴 어쩐지 이상하다. 이상한데 무엇이 이상한지 알 수 없다. 어째서? 근처에 인적도 무엇도 보이지 않는 드넓은 평원에 푸르른 하늘은 새하얀 구름들 사이로 보이는 하얀 별들과 나란히 떠 있는 두 개의 금빛 해가 이루는 풍경은 너무도 장관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시현의 인식이 어디까지 인지하고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채 알기도 전에, 갑작스레 하늘에 나타난 한 무리의 새들이 저 멀리서부터 날아오고 있었다.

새들은 한번씩 날개를 퍼덕이며 유려한 비행을 하고 있었다. 분명 아주 멀리부터 날아오고 있는데, 박자를 맞춰 날개짓을 하는 것이 선명히 보인다. 열댓마리의 새 무리는 점점 시현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가까워지고 가까워질수록, 시현이 알고 있던 새의 크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몸집이 망원경을 쓸 필요도 없이 확실하게 보여온다. 곧 무슨 새인지 대충 보일만큼 가까워지자 새의 무리는 공중에서 지상으로 호선을 그리며 한마리씩 하강했다. 퍼덕, 퍼덕, 몸집에 맞는 날개짓 소리와 함께 새들은 차례대로 지상에 내려, 거대한 호수의 가장자리로 가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독수리 같은 새의 등에서 검고 긴 후드 로브를 쓴 사람으로 보이는 존재들이 내려 각자의 행동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 얘기라도 하는 듯 했다. 새가 내린 곳이나 그들이 모인 곳이나 시현과는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 제대로 모습을 볼 수도, 얘기를 들을 수도 없다. 확실한 건 그들은 먼저 시현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현이 거대한 새와 기묘한 풍경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 않는 이상, 또는 직접 그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말이다.

26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07:58:02

조금 어설픈 시작일까나.. 궁금한 건 얼마든지 물어봐줘!

27 시현 - ???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18:07:58

호수는 평화롭지만 시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장소를 마주했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나요. 보아하니 도시와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 같은데 집에는 또 어찌 들어갈지 고민입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여기서 눈을 뜨게 된 건지는 둘째 치고요. 기묘하리만치 잔잔한 호수를 들여다보니 왠지 모를 위화감마저 느껴집니다.
시현이 수면에서 시선을 떼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 역시도 너무 지나치게 맑았습니다. 도시의 하늘은 항상 흐릿한 색채를 머금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러다 시현은 하늘의 이상을 눈치챕니다. 방금 전의 몽롱한 정신으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걸까요? 낮임에도 구름 사이를 수놓은 별들과,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두 개의 해까지.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흔들어놓는 이러한 풍경에 시현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정체를 알 수 없으니 지금은 그저 헛것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현의 혼란이 잦아들기도 전에, 상공의 풍경은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저 멀리서 새떼가 비상해오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일 같지만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새들의 크기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시현은 멀리서도 그걸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새들이 거리를 좁혀옴에 따라 눈으로 보이는 크기 또한 비정상적으로 커집니다. 그야말로 괴조입니다. 고댓적에 살았다던 거대 새들을 직접 본다면 저런 느낌일까요.
곧 새떼가 착륙을 시도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시현은 그것들이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었지만요. 그래도 새들의 착륙지는, 시현이 있는 곳과 다소 먼 곳이었습니다. 새들은 그 풍채만큼이나 날갯짓도 엄청났습니다. 요란한 소리와 날개에서 이는 엄청난 바람이 초원을 휩쓸 정도였습니다.
뒤이어 새들의 등에서 누군가 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사람일까요? 하지만 그 모습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시꺼멓고 긴 망토 같은 걸 두른 것 같았습니다. 당연히 착용자의 얼굴이나 신체 따위가 보일 리 없습니다. 그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몇 명이고 모여있었습니다. 그 낯선 광경은 기이함을 넘어 일종의 공포마저 불러일으켰습니다.

"휴…"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현이,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내 시현은 마음을 다잡고 걸음을 옮깁니다. 목적지는 새와 사람들이 모인 호숫가 저편이었습니다. 당연 기묘한 행색을 한 무리에게 선뜻 다가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호수에 그들 말고 다른 행인이 더 있나요. 지금 처한 상황을 파악하려면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기…"

무리와의 거리를 좁힌 시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운을 띄웁니다.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그리고, 긴장과 두려움으로 쿵덕대는 가슴을 붙든 채 무리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28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18:10:34

어설픈 시작이라니 전혀 아닌걸!! 오히려 너무 흥미로운 상황이야!! 답레가 기다려진다구!! 물론 느긋하게 써줘도 좋으니까!!

29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19:28:28

답레가 기다려진다니 과찬이라구 ㅋㅋ 바로 말을 걸다니! 시현이 담력이 좋은걸!

30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21:02:04

담력 ㅋㅋㅋㅋㅋㅋㅋ 계속 헤매는 것보다 말이라도 걸어보는걸 택했을 뿐이니까!!

31 ?????? - 시현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21:10:53

보통이라면 패닉을 일으킬 만한 상황이었으나 시현은 그러지 않았기에, 호숫가는 새들과 그 주인으로 보이는 존재들이 나타난 걸 빼면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평화로이 물을 다 마신 새들은 호수에서 떨어져 부리로 깃털을 다듬거나 주인의 관리를 받는다. 그 후 새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은 모여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한다. 시현이 다가간 무리는 다섯의 존재가 둥글게 서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제각각 키와 체격은 다르지만, 똑같은 검은 로브 차림의 그들은 가까이 오는 시현을 보고 시선을 힐끔이듯 로브의 후드가 움직였다. 한번 그렇게 움직이고 다시 그들의 대화를 하였는데, 일정거리 이상 가까워진 시현에게도 나지막히 얘기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시현이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언어였으며 당연하게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시현이 말을 거니, 그 무리는 제각기 다른 탄성 같은 소리를 내며 시현을 돌아보았다. 그들 각자 고개를 돌리고 몸을 돌려 서서 시현을 보자 풍경에서 느꼈던 위화감이 다시금 강하게 느껴진다. 위화감의 정체는 얼핏 보인 후드 사이와 로브의 아래로 보이는 다리와 발의 형상이 인간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

그들은 시현의 말에 답을 하려는 듯 뭐라 뭐라 말을 했다. 그러나 앞서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말들은 하나 같이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이다. 그들 중 한 명은 로브 사이로 손?을 꺼내 하늘을 가리키며 뭐라고 말했다. 그 손으로 보이는 신체는 마치 덩쿨을 엮어서 팔과 손의 형상으로 만든 것 같다. 또 다른 한명은 키가 시현의 머리 둘은 커보였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상체를 숙여 시현을 보았고 그 탓에 후드 속 얼굴이 보였다. 잿빛 피부와 얼굴 가장자리에 번들거리는 비늘무늬를 가진 그가 검은 세로동공이 오싹한 초록색 눈으로 시현을 응시해온다. 나머지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시현을 주시하는 듯 했으나, 다행인 건 어느 누구에게서도 적의나 경계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그런 상황 속에 재차 확인을 하듯 덩쿨손의 존재가 뭔가 말을 한 것을 끝으로, 그들은 시현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무리는 몰라도 이 다섯은 확실히 시현을 보고 있었으니 시선이 조금은 따갑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32 클레리스주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21:11:36

ㅋㅋㅋㅋㅋ 현명한 선택인 걸! 참고로 주변에 숲이 있었으면 미니 서바이벌 진행으로 시작했을것!

33 시현 - ???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23:10:09

시현이 다가간 곳은 다섯의 사람이 모인 무리였습니다. 그들 모두 역시 그 음침한 옷을 걸친 채였습니다. 허나 그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언어 자체가 생소했습니다. 애초에 한국어도 뭣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시현은 사뭇 걱정스러운 표정을 해보입니다. 이 기묘한 장소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그럼에도 시현은 마음을 다잡고 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옷자락 아래로 드러난 신체가, 도무지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시현은 제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아오는 걸 느낍니다.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말을 걸었던 상대가 사람조차 아니라니요. 놀라 자빠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현은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공포심으로 심장이 쿵쿵 뛰어서 어쩔 수 없이 심호흡을 몇 번 해야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들 중 하나가 하늘로 손을 내보였습니다. 그 손 또한 사람처럼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촉수 혹은 덩쿨을 조잡하게 모아 사람의 손을 흉내낸 것 같았습니다. 시현이 초조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한 명(마리?)과 눈이 마주칩니다. 시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헉,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러면서 재빨리 고개를 떨궈, 바로 아래의 잔디밭에 시선을 둡니다.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이었습니다.
다행이도 그들에겐 시현을 경계하거나 적대하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그들의 말은 방금 전 그랬던 것처럼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알 수 없는 말을 이어갈 수록 시현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집니다.

"죄송해요. 뭐라고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시현이 마디마디 말을 토해냅니다. 겁에 질려 잔뜩 떨리는 목소리입니다. 시현이 이렇게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참 용한 일입니다. 평범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니, 패닉 상태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여, 여기는 도대체 어딘가요…"

이후로 줄곧 침묵했던 시현은 간신히 용기를 내어 말을 더 이어갑니다.

34 시현주 (MT8qb.7fOY)

2022-07-03 (내일 월요일) 23:11:12

서바이벌 ㅋㅋㅋㅋㅋㅋ (두렵다) 호수라서 다행이야!! 시현이한테는 딱히 다행도 아닌거 같지만!!

35 이름 없음 (ObWjRN2N.c)

2022-07-03 (내일 월요일) 23:30:55

다행.....이 아닌가?! ㅋㅋㅋ 아니야 그나마 다행인거야! 이세계는 친절하다구!

36 ?????? - 시현 (TNX20KzO6g)

2022-07-04 (모두 수고..) 07:29:58

적의가 없어보이는 그들은 나름대로 시현과 의사소통을 하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현의 반응- 낯설고, 무섭고,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하는 모습까지 보이자 그들 역시 곤란함과 난처함을 드러냈다. 거기에 시현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조금 당황하는 듯 했으며, 특히 눈이 마주쳐 시현을 놀라게 한 그는 미안해하듯 얼른 고개를 돌리며 머쓱해한다.

고개를 푹 숙인 시현이 토막토막 말을 하자, 못 알아듣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인지 무리 사이로 소근거림이 흐른다. 작은 소리로 속닥거리는 건 들리지만 역시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어도, 분위기와 느낌으로 보아 시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얘기하는 듯 하다. 소곤소곤, 소곤소곤, 작게 오가던 말소리는 시현이 재차 말을 하자 잠깐 멎었다. 고개를 숙이고 금방이라도 패닉에 빠져버릴 듯한 시현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그들은 곧 한 명이 낸 소리로 시선이 몰렸다. 인간으로 치자면 뭔가 떠올랐을 때, 아! 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낸 건 덩쿨손을 가진 존재였다.

"%&*#$@$!!$%"
"###!###@%$&"

덩쿨손의 존재는 무리를 향해 뭐라 뭐라 말했고 무리는 그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의 의견을 긍정하듯이 말했다. 알아듣지 못할 말로 서로의 의견을 맞춘 그들은 시현을 향해 고개를 크게 끄덕여 보인다. 그리고 덩쿨손의 존재가 무리에서 벗어나 새들과 다른 무리가 있는 쪽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어찌나 급하게 걷는지, 펄럭이는 로브 아래로 손과 같이 덩쿨로 이루어진 다리의 일부가 보였다말다 한다. 그렇게 멀어진 덩쿨손의 존재는 각 무리와 새들 사이를 돌며 무엇인지, 누구인지를 찾듯 돌아다닌다.

한 명?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동안, 남은 무리 속 로브들 중 시현보다 키가 약간 작아보이는 존재가 조심스럽게 시현 쪽으로 다가간다. 그는 혹시나 시현이 조금 전처럼 놀랄까봐 염려했는지 후드를 푹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로브 사이로 내민 손은 역시나 인간의 것이 아니다. 형태는 팔이었으나 하얀 피부 대신 푸르스름한 비늘로 덮여있고 명백히 큰 손엔 날카로운 손톱이 나 있다. 그렇지만 그 손이 조심히 내민 건 투명한 유리 구슬 같은게 하나씩 포장되어 있는 무언가다. 마치 시현이 살던 현대의 사탕 같이 생겨서 하나쯤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보인다.

비늘과 발톱의 손이 시현과 한발짝 거리를 두고 손을 내미는 사이, 무리 너머 저쪽으로부터 덩쿨손의 존재가 누군가를 데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똑같은 검은 로브지만 시현보다 확실히 키가 작아보이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서둘러 돌아오고 있다.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은데다 서두르는 걸음이었으니, 잠시만 기다리면 곧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37 시현 - ??? (1pQKbfjlUA)

2022-07-04 (모두 수고..) 21:42:55

시현이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 또한 시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모양입니다. 낯설고 생소한 곳에 대한 공포에 의사소통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니 시현은 금방이라도 평정심을 잃을 것 같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서로 쑥덕대던 그들이 해결책을 찾은 것처럼 보였단 거죠. 아까 보았던 덩쿨손이 급하게 자리를 뜹니다. 그러더니 다른 무리 사이에서 바쁘게 누군가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인기척이 하나 사라지자 무슨 일인가 싶어 시현은 고개를 들어보입니다. 식은땀이 잔뜩 흘러있고, 낯빛이 꽤나 창백했습니다.

그런 시현에게 키 작은 존재가 다가왔습니다. 곧 내밀어진 그의 손은 꽤나 흉악한 형상이었습니다. 시현은 지레 겁을 먹으면서도 침착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손에 무언가를 쥔 채였습니다. 시현의 눈길이 그의 손 안을 맴돕니다. 작은 무언가가 포장지 너머로 보입니다. 언뜻 보면 구슬 같지만, 사탕 같기도 했습니다.

"저 주시는 건가요…?"

시현이 습관적으로 질문합니다. 그러다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을 멈추었습니다. 시현은 잠시 무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비늘손이 내민 구슬 사탕을 받아듭니다. 그도 분명 시현을 안심시키려고 한 거겠지요. 그들의 생김새는 다소 기괴하지만, 속내까지 흉악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 사실에 시현은 조금 안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현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감사를 전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만큼은 전해졌기를 바라면서요.
곧 저 멀리로 걸어갔던 덩쿨손이 누군가를 데려오는 게 보입니다. 그가 누구든 간에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어주기를 시현은 간절히 바라는 중이었습니다. 시현의 안색에 초조한 빛이 감돕니다.

38 시현주 (1pQKbfjlUA)

2022-07-04 (모두 수고..) 21:43:42

>>35 친절해!! 다행 맞네!!
자꾸 답레 늦어져서 미안타...!!!

39 ?????? - 시현 (TNX20KzO6g)

2022-07-04 (모두 수고..) 22:32:53

고개를 든 시현의 낯빛과 식은땀의 흔적을 보았는지, 남은 로브들로부터 작은 탄식 같은 소리가 흐른다. 시현의 상태를 안타까워하는 거 같지만 선뜻 움직이지 않는 건 아마 시현을 위해서일 것이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들은 시현을 가능한 배려하는 듯이 보인다. 그래도 그냥 두기는 안타까웠는지, 한 명?이 시현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 사탕처럼 보이는 걸 들고서.

"..."

무시무시한 외형의 손을 내민 그는 시현이 사탕으로 보이는 것을 가져갈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서로 말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이 행동을 보고 가져갈지 말지를 정하는 건 시현의 몫이라는 듯 그저 손을 내밀고만 있었다. 기다린 끝에 시현이 그것을 가져가자 손은 다시 로브 사이로 들어간다. 고개를 끄덕이는 시현을 향해 답을 하듯 마주 고개를 끄덕인 그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덩쿨손의 존재와 그가 데려온 누군가가 무리에 합류한다.

"%&@$!"

정황상 데려왔어! 라듯 말한 덩쿨손의 존재는 어찌나 급히 다녔는지 숨이 벅찬 듯 하다. 시현에게 사탕을 준 그가 고생했다는 것처럼 등을 두드려준다. 그 옆에서 비슷하게 숨을 몰아쉬던, 덩쿨손이 데려온 누군가는 곧 숨을 고르고 무리에게 뭐라 뭐라 말했다. 그 말에 제각기 하는 말들을 들은 누군가. 이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는가 싶더니, 시현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다가온다. 좀 전의 그와 달리 코 앞까지 불쑥 다가온 누군가는 후드를 걷지 않은 채 시선만으로 시현을 훑어보는 것 같다. 시선이 따갑게 느껴질 만큼 보고서야 누군가가 말했다. 카랑한 여성의 목소리로, 시현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했다.

"너, 누구? 여기서 혼자, 뭐하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말한 누군가는 시현과 시선을 마주치려는 것처럼 고개를 약간 들었다. 검은 후드의 끝부분이 살짝 흔들리며, 새빨간 눈동자를 보일만큼 드러냈다. 소름 끼칠 만큼 붉은 눈이지만 앞선 로브들에 비하면 그나마 인간에 가까워 보이는 듯 했을 것이다.

40 클레리스주 (TNX20KzO6g)

2022-07-04 (모두 수고..) 22:33:38

괜찮아 괜찮아! 평일엔 바쁘니까 잇기 힘들수 있지 그럼그럼!

41 시현 - ??? (fObJgnJ/AM)

2022-07-05 (FIRE!) 20:10:04

시현의 반응에 그들 또한 안타까워하는 기색입니다. 생김새는 동떨어졌지만 그들도 지성체라는 걸까요. 시현도 그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들의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도 분명 있지만, 지금은 낯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건네받은 사탕을 시현이 물끄러미 내려다봅니다. 그렇게 먹음직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뭘 먹고 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사탕에선 분명한 위로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시현은 손을 오므려 포장된 사탕을 조심스레 감싸쥡니다.
다급하게 뛰어오듯한 발소리에 시현이 시선을 옮깁니다. 방금 전의 덩쿨손과 또 다른 누군가였습니다. 그 역시도 검은 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자는 시현이 놀랄 틈도 없이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눌러쓴 후드 탓에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따가운 시선은 느껴졌습니다. 시현은 약간 위축된 태도로 침을 삼킵니다.
곧 후드 너머의 목소리가, 시현에게 익숙한 언어를 입에 담습니다.

"네?"

목소리가 추궁하지만 시현은 어리벙벙하게 되물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쩔쩔매던 시현은 후드자락 아래로 드러난 상대의 얼굴과 마주합니다. 그건 분명한 인간의 형태였지만, 그 눈동자는 비현실적으로 샛붉었습니다. 그래도 시현에겐 딱히 놀라거나 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냥 그저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 안심될 뿐이었습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온 몸의 긴장이 풀린 것 같았습니다.

"아, 저… 그러니까요… 분명 집에 가고 있었는데, 눈 떠보니까 여기여서…"

그 점에 안도하던 시현이 질문에 뒤늦게 대꾸합니다.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는 게, 아직도 겁 먹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치만 아까보다 한결 안정된 표정입니다.

"여긴 대체 어디에요…?"

42 시현주 (fObJgnJ/AM)

2022-07-05 (FIRE!) 20:13:11

이해해줘서 고마워 ㅠㅠ!! 느긋하게 돌리는거다...!!
그것보다 로브들 은근 착하잖아!! (악당무리라 생각했던걸 반성하는중)

43 ?????? - 시현 (SCD34Tdm/U)

2022-07-05 (FIRE!) 22:29:23

붉은 눈의 그, 혹은 그녀일지도 모르는 존재는 시현을 계속 지그시 응시하며 시현의 대답을 들었다. 그나마 들은 대답이 명쾌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으휴, 하고 한숨 쉬는 소리가 난다.

"집에 가다 눈 떴더니 여기라. 참 깔끔해서 좋은 설명이군 그래."

중얼거리며 로브가 조금 흔들리는 걸 보면 팔짱이라도 끼는 것 같다. 기울어진 후드는 고개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치 깊게 고민하는 자세를 취한 듯 하던 그 혹은 그녀는 고개를 휙 돌리더니 같이 온 덩쿨손의 존재와 그 외 존재들과 몇마디 말을 나눈다. 시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나누는 대화는 뉘앙스나 분위기 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
"##$%&"

짧은 대화 끝에 시현이 처음 말을 걸었던 무리는 각자 고개를 꾸벅거리며 하나 둘 멀어진다. 붉은 눈의 존재에게 한번, 시현에게 한번, 각자 그렇게 고개를 꾸벅꾸벅 하고 새들이 쉬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들 무리가 멀어지고나자, 자리에 남은 건 시현과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붉은 눈의 존재 뿐이었다. 그 혹은 그녀는 다시 시현에게로 돌아서, 붉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바라보다가, 재차 한숨을 쉰다. 그리고 성가심이 확실한 말투로 말을 했다.

"여기가 어디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일단 네가 살던 곳은 아니라는 건 확실해. 단순히 네가 살던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라 네가 살던 세계가 아니라는 의미야. 어째서 여기로 왔는지는 좀 더 자세히 말해줘야 알겠지만-"

말을 하던 도중, 휴식을 취하던 새들이 하나씩 일어서며 곧 날아갈 것처럼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한다. 그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붉은 눈의 존재는 벌써냐고, 라고 중얼거리고, 다시 시현을 돌아보았다.

"지금은 나도 지나던 길이라 뭘 어떻게 해줄 수는 없어. 차분히 들을 시간도 없고. 그러니 따라온다면, 뭐든 어떻게든 해주지. 어떡할래?"

선택의 여지라곤 하나 밖에 없는 물음을 던진 그 혹은 그녀는 섬찟한 붉은 눈으로 시현을 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44 클레리스주 (SCD34Tdm/U)

2022-07-05 (FIRE!) 22:33:27

그래 느긋하게 가자 느긋하게!
ㅋㅋㅋ 짜잔 로브들은 사실 무지 착한 존재들이었습니다! >< 시작부터 굴리진 않는다니까 ㅋㅋ 앞으로 구를 날이 더 많을텐데 시작쯤은 가볍게 들어가줘야지!!

45 시현 - ??? (muc2fY6bvU)

2022-07-06 (水) 15:25:49

상대는 시현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지만, 그게 전부인 걸 어떡할까요. 그런 반응에 시현이 시선을 내리깝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붉은 눈은 무얼 고민하기라도 하듯이 가만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덩쿨손의 무리들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전까지는요.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역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시현은 초조한 심정으로 그들의 대화를 지켜봅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해결책이라던가, 그런 쪽이면 좋을 텐데요. 이내 덩쿨손의 무리들이, 시현과 붉은 눈에게 인사를 하고서 하나씩 멀어져갑니다. 그들이 떠나니 남은 건 둘 뿐이었습니다.

"네? 그게 뭔…?"

곧 시현은 붉은 눈의 말에,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가 한국이 아니란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심지어 지구조차 아니라니요! 그제서야 거대 새와 그 무리들의 존재가 이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현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거짓말이라도 쉽게 믿는 순진한 시현이라고 해도 말이죠. 다른 세계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말도 안 돼요, 어떻게…"

시현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합니다. 그럼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 사실이 마냥 무섭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공포에 마저 질리기도 전에 붉은 눈이 하나의 제안을 해옵니다.

"…따라갈래요."

시현은 한참을 고민하다 대답합니다. 그 목소리엔 결의나 다짐은 없고, 그저 간절함만이 담겨있었습니다. 이자를 따라가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편이 여기 서서 절망에 빠져있는 것보단 나을 겁니다.

46 시현주 (muc2fY6bvU)

2022-07-06 (水) 15:26:49

ㅋㅋㅋㅋㅋ 앞으로 구를날이 많다고...? 오히려 좋아!! 시현이 화이팅!!

47 ?????? - 시현 (m6MUKdcxPk)

2022-07-06 (水) 21:28:38

붉은 눈의 설명에 시현이 놀라고 당황해하며 현실을 부정하는 반응을 보이자, 붉은 눈은 그 외의 말 없이 어깨만 으쓱인다. 그렇게 부정해봤자 현실은 현실이라는 것처럼. 미리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성가시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 새들이 퍼덕이는 쪽을 몇 번 돌아보았다. 금방이라도 가버릴 것 같으면서도 시현의 대답을 들을 때까진 기다려주었으니 나름 친절하긴 한 걸까. 새들의 동향을 살피던 붉은 눈은 시현이 대답하자 곧장 몸을 휙 돌렸다.

"그래. 잘 생각했어. 여기 혼자 있어봤자 야생 몬스터의 먹이 밖에 안 될 테니."

이 평야, 지금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살벌한 곳인 듯 하다.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한 붉은 눈은 따라오라고 말하고 앞장선다. 아담한 키에 맞는 아담한 보폭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만약 시현이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어도 그러라며 가차없이 돌아섰을 것 같다. 가는 동안 붉은 눈은 중간에 한번 내지는 두번 돌아보기만 하고 말은 없었다. 거침없는 걸음으로 붉은 눈 본인이 타고 온 새의 가까이까지 다가가서야, 시현을 돌아보고 가까이 오라 손짓했을 것이다.

"여기, 고리를 밟고 올라가서 앞자리에 앉아. 초심자에게 무리겠지만 등에 꽉 매달려 있으면 적어도 떨어지진 않아."

시현이 알고 있었을 매의 모습을 어마어마하게 부풀린 듯한 새는 등에 짧은 등받이가 달린 안장이 얹어져 있었다. 말처럼 탈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요령만 조금 익힌다면 올라타는 것은 어렵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낯선 탑승자의 존재를 눈치챈 새가 거대한 머리를 기웃거리며 시현을 보고, 붉은 눈이 새를 달래주는 듯 하나 그 위압감은 적지 않을 듯 하다. 그러는 사이 주변에선 하나 둘 비행 준비를 마쳐가고 있었으니 붉은 눈의 재촉이 이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못 타겠으면 빨리 말해. 기절시켜서 데려가 줄 테니까."

쯧 하고 혀를 차지만 않았다면 나름 친절했을텐데, 아까의 이형들과 달리 이 붉은 눈은 시현을 그리 곱게 대해줄 마음이 없어보였다.

48 클레리스주 (m6MUKdcxPk)

2022-07-06 (水) 21:29:11

아니 시현주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에잇 모르겠다 시현이 화이팅이다!! ㅋㅋㅋㅋㅋ

49 시현 - ??? (muc2fY6bvU)

2022-07-06 (水) 22:46:19

다른 세계. 시현에겐 그저 당황스러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동시에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소설을 즐겨읽긴 했지만,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은 겪기 싫었는데 말이죠.

"모, 몬스터요…"

몬스터라는 말에 시현이 기겁합니다. 이곳도 마냥 조용한 건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자칫하면 괴물의 밥이 되었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시현은 주먹을 꼭 쥐고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시현이 우울에 잠길 틈도 없이 붉은 눈이 앞장서 걸어갔기 때문입니다.

시현은 의기소침한 발걸음으로 붉은 눈의 뒤를 따릅니다. 곧 아까 보았던 거대 새의 앞에 도착했는데, 눈으로 보았던 것보다 그 몸집이 더 커보이는 기분입니다.
붉은 눈은 생각보다 까칠하고 불친절했습니다. 그런 태도를 보니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듭니다. 그래도 시현에게 따라오라 한 것을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네, 네…!"

시현은 나름대로 힘차게 대답하려 합니다. 그리고 붉은 눈의 말대로 안장을 타고 오릅니다. 올라타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월했습니다. 원래는 힘들어하며 겨우 움직였을 텐데 평소와는 다른 것도 같습니다. 몸도 어쩐지 가벼운 느낌입니다. 그러다가도 새와 눈이 마주친 시현이 얼어붙어버린 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닐 겁니다.

50 시현주 (muc2fY6bvU)

2022-07-06 (水) 22:47:26

자캐의 고통은 오너의 행복이지!! ㅎㅎㅎ 구를날이 기대된다!!(나쁨)

51 ?????? - 시현 (8oqhJq/KSQ)

2022-07-07 (거의 끝나감) 10:11:11

몬스터의 존재에 두려워하거나, 주눅든 채 따라오는 시현의 모습을 보고 새에 못 탈 거라고 생각했던 붉은 눈은 의외로 빠릿한 대답과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훌쩍 올라타는 시현의 행동에 흐음 하고 무엇인가 생각난 것처럼 작게 소리냈다. 조금 전 시현과 마주 섰을 대의 따가운 시선이 다시금 시현을 훑는다. 그러다 새와 시선이 마주쳐 얼어버린 시현을 보고 피식 하는 소리를 낸 것도 같다.

마주친 순간부터 붉은 눈은 불친절했지만 시현과 대화가 통하는 것이나 이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 등등, 명백히 다른 이형들과 달라보인다. 단지 그런 위화감 혹은 생각이 들게 하는 붉은 눈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시현의 뒷자리에 올라탄다. 시현보다는 더 능숙하게 휙 하고 올라타서, 자신이 입은 것과 똑같은 색과 재질의 로브를 시현의 머리 위로 펄럭 뒤집어 씌우고, 허리에 손수 벨트를 채워주면서 말했다.

"그거 똑바로 걸치고, 이 고삐 꽉 잡고, 됐다고 할 때까지 이 새의 등에 엎드려있어. 담력이 좋다면 경치 구경을 해도 좋지만, 그러다 떨어져도 내 책임은 아니니까 말야."

주의사항 같은 얘기를 짧고 간단하게 마친 붉은 눈은 주변에서 들리기 시작한 신호 소리에 맞춰 휘파람 소리를 낸다. 짧게 두 번 낸 뒤에 시현의 준비를 기다려주고, 준비를 마치면 길게 한번으로 전원 출발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린다. 시현이 충고대로 엎드렸을지, 아니면 꿋꿋이 있었을지는 모르나, 준비를 마친 새들은 저마다의 커다란 날개를 펴고 펄럭거리며 점점 공중으로 떠오른다. 몸집이 커서 그런지 어지간한 항공기가 뜰 만한 높이까지 올라가는 건 금방이었다.

구름과 닿을 듯 말 듯, 높은 상공에 도달하자 새들이 열맞추어 활강한다. 분명 높이 올라왔음에도 상공 특유의 한기나 매서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출발 전에 입은 로브의 덕분이지 않을까. 새들은 그렇게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날아갔다. 만약 여유가 생겨 아래나 주변의 풍경을 보게 된다면, 숲과 평야, 그리고 거주지로 보이는 곳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52 클레리스주 (8oqhJq/KSQ)

2022-07-07 (거의 끝나감) 10:12:12

시현주 나빴다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시현이 높은 곳은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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