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특별반에 성인이면 아는 사람이 둘 밖에 없긴 하지만, 라임 언니였다니. 동공이 살짝 흔들렸으나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며, 아마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뒤에 있을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면 지금은 참아야겠지.
"음."
그렇다면 그 일은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일어난 실수이고 자신에게 집중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또 다른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생각을 가다듬던 와중에 들어버린 말에 입을 떡 벌리고 상대를 바라본다. 뭐지? 도발인가? 이를 으득 물고는 비어버린 쥬스 컵을 윤시윤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키스하고 고백하고 차이고 화해하고 나서 침대에 같이 누워?! 그게 라임 언니를 가볍게 대하고 장난치고 챙겨주는 사이 좋은 사이야?!"
퍽, 하고 얻어맞은 쥬스잔이 명쾌한 소리를 내며 공중에 빙글빙글 다가 바닥에 떨어져 데구르 구른다. 분기 탱천하는 상대에게 나는 두 손을 어정쩡하게 들어 항복과 진정하라는 두가지 의미를 담은 제스쳐를 취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반쯤 일어서선 필사적으로 외치는 것이다
"지, 진정해! 진정해!! 오해할만하다고 다 이해한다!! 설명할테니까 진정해줘!!"
화, 확실히 저렇게 들으면 좀 이상하군. 아니, 좀 많이 이상하군.... 하, 하나 하나 오해를 풀 수 밖에 없다.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한 신속하게.
"토끼굴에서의 입맞춤은 내가 한 것도 아니고, 당시엔 매우 싸늘한 분위기였다! 라임의 돌발적인, 실망을 표현하는 제스쳐였어! 솔직히 말해서 아주 조금도 이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야말로 억울하다!!"
이 쪽이 당한 입장이라고! 심지어 달콤한 분위기 따윈 전혀 아니었다! 매우 억울한 부분이다, 이것은!
"침대에 누운 것도 네가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야! 우리가 화해 했을 때를 생각해줘! 한 걸음 나갔다면 절교였다, 그것이 간신히 화해했을 때, 안도의 감정속에서 라임이 장난친거야! 애초에 사과의 선물을 주기 위해 방에 간 것도, 라임이가 기분이 안좋아서 나갈 생각이 없으니 나보고 방으로 오라고 해서 생긴일일 뿐이야! 바깥에서 대화했다면 그렇게는 안되었을거다!"
내가 생각해도 필사적이다 싶을 정도로 해명한다. 너무 필사적이라서 눈가에 살짝 눈물까지 맺혔다. 그치만 솔직히 여기서 유하에게 거리두기를 당한다면 진짜 아이처럼 통곡할지도 모른다. 엄밀히 따져보면 당한 입장인데도 이렇게 필사적으로 빌듯이 말해야되는 영문을 모르겠지만 그게 남자아이의 숙명이란걸지도 모른다. 일단 지금은 체면을 내던지고 필사적으로 설득하자.
당장 여심을 농락하는 저 사내의 머리카락을 애매하게 쥐어 뽑아서 머리카락을 밀기에는 아깝고 기르기에는 신경쓰이는 상태로 만들어 주어야 정신을 차리지!! 보기 드물게 감정에 의해 이성적인 사고가 마비되어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도마뱀의 모습이었다.
"그런 소리를 믿겠냐! 어?! 믿겠어?! 뭐? 오해? 오해애? 억울해?!"
사실 큰 소리를 내며 성을 지흐는 와중에 무언가 집어던질 마땅한 물건이 있었다면 몇가지 더 던졌을지도 모른다. 가볍게 본인의 앞까지 다시 굴러온 쥬스병을 원래 있었던 곳, 즉 시윤의 이마로 한 번 더 던지는 것으로 이 폭력 사태는 진정되기 시작되었고 씩씩거리는 소리도 잠잠해졌다.
"........"
하지만 여전히 격양된 표정이 어디 간 것은 아니었고, 도리어 흥분에 의해 커진 동공이 다시금 좁아져 빠르게 분위기를 냉랭하게 식히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사이 좋은 사이 간에 있는 일이니까 넘어가 달라는 의미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건가? 지금의 너는? 앞으로도 사이 좋게 지낼 예정이니 종종 키스하고 한 침대에 눕는 일도 일어나고?"
>>475-476 그-런건가... 대충 후반부에 여러 여자랑 일시적으로 사이 틀어져서 멘붕하다가 나는.. 이대로는 싫어! 하고 뛰쳐나가서 이런 저런 조언자들한테 훈수도 받고, 히로인이었던 애한테 훈수 받으면서 히로인 탈락시키고 하다가 한명 정해서 연인되고 나머지는 적당히 패스되면서 친구되는 느낌인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