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 변명하자면, 이성관계가 아주 개밥을 말아먹은 건 절대 아니다. 단지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서로간에. 아마도. .. 냉장고 문을 맘대로 열은 건 감점이다. 냉장고 안에는 마트에서 파는 야채 주스 몇 개랑 야채칸에 신선한 당근 한 봉지가 전부. .. 고양이 말을 또 꺼낸 것도 감점이다. 우연히 사진을 봤다는 건 당연히 모르겠지만 누구랑 그런 일을 하고서 고양이 같다는 말을 하면서 조금도 찔리지 않아? .. 방에 들어오라곤 했지만 능글맞게 침대에 걸터앉는 것도 감점이다. 그냥 다 감점이다. .. 푹 뒤집어쓴 이불 속에서 부아가 치민 듯 꿈틀거리던 라임은, 침대에 걸터앉은 시윤의 엉덩이를 발로 밀어내려고 했다. .. [뭔데] .. 목소리는 끝까지 들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고양이 카페에 대한 배신감의 표출도 참고 참고 참고있었다.
>>380 가장 불안했던 장면: 개인진행으로는 쥬도님 영접했을때랑 그 이후 이주일쎈빠이 봤을때가 제일 불안했어요. 커뮤라고는 자현이랑 몇마디 나눈것 밖에없는 왕초보 린주에게? 굉장히 스피디한 전개여서 주일이 나왔을때는 형이 왜 거기서나와?? 느낌이었구요 막 쥬도님 뵙고와서 정신력 다운된 린과 함께 저도 실시간으로 정신력 깎이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현생에 멘붕할일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ㅋ. 으잉 만약 새 시트 내면 생각없는 캐낼거야() 전체 진행에서는 강철이 다이스랑 토고 거래장면이 제일...둘 다 진행 전체적으로 영향 줄 건수라 더 그랬어요.
가장 기뻤던 장면: 영접!영접!영접!영접! 드디어 신도수 0에서 탈출했습니다 와아아아아! 묘사 너무 압도적이었고 그냥 기뻤어요. 진짜로 나참치가 긍정적인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는 편이라 말이 짧은데 그냥 긴장되고 기뻤습니다. 진행 전체적으로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대운동회때 우승하면 그때가 제일 기쁠때가 될것 같아요
솔직히 상처받은 씁쓸한 목소리로 예쁘게 포장해온 작은 선물 상자를 탁자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지난번 일에서 내가 잘못한 부분의 사과랑, 그래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사왔던거야."
나는 방문을 향해 천천히 걷는다. 그리곤 문고리를 잡고선, 마지막이라는듯 돌아보며 얘기한다.
"그마저도 귀찮았다면 미안하다. 앞으론 네게 귀엽다던가, 쓰다듬는다던가, 안하마."
귀엽다고 미소지으며 칭찬하는 것도, 쓰다듬어주는 것도, 안아주는 것도. 아마 이 문고리를 잡고 나간다면, 나는 하지 않게 되겠지. 그 모든게 그녀를 귀찮고 분노하게 만들 뿐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 관계를 좋아했고, 그녀를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그 감정의 작별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이라서, 나는 조금 슬프게 웃었다.
결국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글쎄,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말. 아까 그 사진을 보지 않았더라면 기쁘게 웃을 수 있었을 텐데. .. 문고리를 잡는 기척이 들렸을 때, 라임은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아침에 감은, 뭉쳐있던 샴푸 냄새가 이불 근처에서 맴돈다. .. 마지막이라는 것처럼 안타깝게 구는 게 제일 싫다. 마지못해서는 아니고 어쩔 수 없이..도 아니고 아쉬워서..였다. .. 라임은 침대에서 내려와 냉장고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나 후줄근한 옷차림은 신경쓰지 않고서. .. 냉장고에서 시윤이 놓아둔 영양제를 꺼내어선 벽 쪽의 간이 테이블에 앉았다. .. 탁자 위에 영양제를 올려놓고선 시윤을 바라보며 탁자를 손바닥으로 톡톡 쳤다. 이리 와서 뚜껑을 열어라는 것처럼. .. 그리고 그가 선물한 상자를 열어 귀걸이를 바꿔 끼었다. 그를 처음 만난 날에는 빼두었던 귀걸이를 잃어버렸었는데. 이번에는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그 자리에 흰색 네잎클로버 귀걸이를,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서 끼는 것이다. .. 예쁜 선물상자. 이것도 조금 일찍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결국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선을 그으려고 온 건 아닐 거 아냐. .. 라임은 무표정하게 시윤을 바라보며, 귀가 보이도록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 [예뻐?]
어쩐지 목에서 내뱉어지지 않는 그 한마디를 끌어올릴려는 순간. 그녀가 이불에서 벌떡 일어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엉망진창 놀랐다. 문고리를 쥔체로 뒤로 주저앉을 뻔 했다.
너무 깜짝 놀라서 뭐라 말도 못하고 굳어 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냉장고에서 내가 넣어둔 영양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톡톡,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에 간신히 멍한 정신이 깨는 기분이다.
나는 천천히 영양제에게, 그녀에게, 다가간다. 조심스럽게 올려진 병을 잡고선, 그녀의 안색을 살핀다. 뭐라고 해야할까, 홀리고 있는 기분이다.
"............."
그녀는 그러는 사이에 말 없이, 내가 선물해준 상자를 열어 귀걸이를 낀다. 얼굴은 무표정했다. 나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일단 당황하고는 있다만. 뽕, 하는 방의 분위기와는 전혀 안어울리는 뚜껑 열리는 소리가 퍼지고. 나는 열린 병을 조용히 그녀의 앞에다가 놓고, 자연스레 옆자리에 앉는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내가 선물해준 귀걸이를, 바라본다. 마치 대답해버리면 간신히 보게 된 그녀의 얼굴이 끝나버리는 것처럼, 바라본다.
머릿속에선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 이후로 어땠어, 방금전까진 왜 이불안에 들어가있던거야,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등등등....
그러나 나는 입을 벌려, 가장 솔직한 한마디만 하기로 했다.
"예쁘네."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선물해준걸 착용해준 것은 기뻤다. 지금은 길게 얘기하는 것보다 그냥, 그것으로 좋을 것 같아서. 귀걸이라는게 마치, 처음 만났던 날 네가 잃어버린 귀걸이를 찾아줬던걸로 시작하는 우리의 인연 같아서. 나는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