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야견이 말을 마치자, 방금 전까지만해도 상처입은 산짐승 마냥 끓어오르던 고불의 투기는 사라지고 없다. 주섬주섬 사슬을 회수하는 턱에 쿵, 하고 땅에 떨어져 자세를 다잡는 야견. 아무래도 서로 간의 오해는 풀린 것일까. 사실, 둘 중 하나라도 조금의 의심이라도 있었다면 없었을 일이었다. 민중에게서 돈을 빼앗아가는 산채를 지지하는 민중이 있을리 없고, 산의 토지신이 할 일이 없어 늑대를 때려잡고 있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오해 끝에 나온 소동이라 여기고 서로 갈 길을 마저 가면 될 일이었다.
“...저기, 고불 형님. 잠깐.”
그러나 야견은 그런 합리적이고 어른스러운 마무리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그래도 작은 몸이 더 작아보이는 고불의 등, 그리고 지친 목소리를 듣고 난 이후에는 더더욱. 야견은 돌아가려는 고불을 굳이 불러놓고는, 한참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앓는 소리를 내고 이를 갈다가, 겨우 입 밖으로 말을 뱉는다. 아무래도 머리 속에서 할 말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모양이다.
“오해는 풀렸지만, 사과는 하게 해줘. 이번 일은 내가 잘못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범속한 버릇 탓에 쓸데없이 판을 벌렸어.”
복잡한 표정으로 몸을 숙여 사과하는 야견, 그는 목숨이나 이익이 걸린 상황에서 태도를 굽히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 부류였으나, 지금의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에 관련된 문제였다. 선입관으로 상처를 입힌 자에게 동정으로 더한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닐까. 애초에 고불이 살아왔던 삶을 모르는 야견이 그에게 사과할 자격이라곤 있는 것일까. 진짜 사파였다면 이런 유약하기 짝이 없는 고민 따위는 안 하겠지만, 아견은 아직도 중요한 순간에는 잡념에 시달리고 마는 범인(凡人)에 불과했다.
야견을 풀어준 고불은 터덜터덜 산채를 행해 걸어가고 있었다. 고불은 야견이 잠시를 불러세우자 의아했다. 뒤에서 기습 공격을 가하는 경우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자신을 불러세울 이유는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의아함을 느낀 고불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고불...?"
다만 자신을 불러세운 야견이라는 자는 뭔가 할 말이 있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쉬이 말을 건네지 못한 채, 뜸만 들이고 있다. 결국 인내심이 점점 끝을 보이는 고불은 그냥 자신의 갈 길을 가리라 마음 먹을 쯤, 야견이 입을 열었다.
사과라...고불에게 사과를 받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사과를 하는 일도 익숙하지 않다. 사과는 어디까지나, 잘못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이지 살기위해 비는 것도 단순히 매를 피하고자 굴종하는 것도 아닐터다.
"고불! 물론 너! 큰 잘못했다! 아직도 아까 얻어맞은 곳이 아프다 고불!" 고불은 다시금 야견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자신이 얻어맞았던 부위를 짚어보이지만, 그래도 고불은 야견의 잘못을 분명하게 아까의 출수로 한정했다.
비록 자신이 느낀 아픔은 몸의 것보다 마음의 것이 더 컸으나 그것에는 야견의 죄가 없고..어쩌면 그 아픔 자체가 서서히 걷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느낀 아픔에 비하면야 너무 쉽게 걷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으나 쉽게 받은 아픔이니 쉽게 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당장 전부 가시는 일은 없을지라도 말이다.
"고불! 잘못은 너가 했지만 실수는 서로 있다! 나! 사파 같은거 신경 안 쓴다! 잘 모른다! 고불! 나! 나, 너, 우리만 안다! 너! 너! 야견! 안다! 이게 끝은 아니다! 고불! 기억한다!" 본래도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불 역시 사과를 받아주는 것은 익숙치 않아 평소보다도 더 말이 휭설수설하게 나온다.
"고불! 그래도! 받아준다! 너 사과했다! 야견 사과 받았다!" 그리고는 다시 산채를 향해 걸어간다. 속도도 방향도 같지만, 당당히 펴진 어깨는 아까와 같은 체구 임에도 고불을 짓누르던 무게감이 덜어진 것으로 보인다.
>>367 가공까지 거치다니...재하주는...신인가....? 신은 재하주인가??? 귀여운 픽크루는 황송한 마음으로 넙죽 받고 가는 거에용......!!!! 그보다 SD로도 숫제 감춰지지 않는 재하의 청순가련 우아함..어쩔거야..;ㅁ; >>387 고블린!! 사파 동지!!!!!!!!! 그리고 신입동지라 외치려고보니까 실은 무려 3개월 슨배님....!!!!! 의지하겠습니다!!!!!!!!!(이러면안됨
수십 년 전의 일이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는데 7년 전의 선택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재하의 신앙은 전쟁을 기점으로 서서히 균열이 갔고, 기어이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명을 받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막아세웠고 그로 인해 교인이 죽었는데 이것이 어찌 신앙이었냔 연유였다. 안일한 생각이라면 안일했을 것이다. 신앙을 등지고 거짓으로 살아온 주제에 남에겐 교리대로 행하기를 강요하였으니 이 어찌 추악하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
"대리자로 하여금 후손을 시험하였다……?"
재하의 머리가 새하얘진다. 명료한 것이 머리를 스친다. 그간 해왔던 고민이요 번뇌 무색하게 만드는 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앓았던 모든 것이 멍청한 방황이었던 것임을 확실히 느끼었으니 속에서 쓰게 웃었다. 재하 이 아둔한 녀석아. 네 삶에서 천마님이 함께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더니. 아무리 추악하다 한들 그것이 죄악이었다면 필히 단죄하시었을 분이요 한낱 신도가 어찌 신의 위대한 계획을 깨달았겠냔 말이야. 자기 자신을 향해 짧게 꾸짖는다.
"당연한 것이었군요. 그래, 당연한 것이었는데도."
그럼에도 천마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치의 오만함을 꾸짖고 다시 길로 인도하시니 이는 아직 자신을 버리지 않았음이라. 어린 양이 떠난다 한들 나의 신은 언제든 돌아오도록 품을 열어주시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아니할쏘냐. 재하 이에 참회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충심에 밀려 잊고 있던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귀영대란 무엇인가? 교주를 위해 목숨과 인생을 바치고 충언을 바치는 자다! 천마님의 위대한 후손을 바른길로 이끄는 것이 재하가 할 일인데 고작 그런 일로 심마 찾아오며 신앙이 흔들렸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내려놓아라. 그리하면 다시금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번뇌의 끝, 하늘에서 벚꽃잎이 쏟아진다. 실눈만 한 달이 떴을지언정 세상이 환하다. 마침내 나뭇가지에 금이 가고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알릴 때, 순간 눈을 홉뜨며 부채를 쥔 손을, 몸을 쭉 뻗었다. 떨어지는 벚꽃잎이 거세게 휘몰아친다.
- 천앵 3성, 귀소 내공 5를 소모해 현실에 구현된 모든 꽃잎을 한 번에 부채로 돌아오게 한다. 이때 벚꽃잎은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벚꽃잎이 휘몰아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가히 아름다움의 극치요 모두 백일몽이자 환상이었다는 듯. 제 아우를 훑고 지나간 그 벚꽃잎은 다시 부채로 돌아가였으니 남은 것은 재하와 아우뿐이다.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아슬하게 아우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부채를 접는다. 어깨에 고개를 푹 기대려 하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이래서 제 명에 못 살지……."
아무리 제 아우가 받아칠 수 있다 하여도 순간 목을 노렸던 것이었던 건지. 재하는 다시금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손만 쭉 뻗어 몇 번 더듬거리다 제 아우의 뒤통수에 길게 늘어진 머리채를 꽉 잡아당기려 한 것이다.
"……아무리 천마님이 함께 하시고 소마가 일류의 실력이라 한들 어찌 받아내려 하시었습니까. 이 맹랑한 것아..!"
잔이 반복된다. 빈 것이 차고 비어오르고, 다른 곳에 채워넣는다. 첫 술에서 알았던 탈 것 같은 감각이 익숙해진다. 맛을 모른다며 마른 고기로 입을 달래다가 이제는 아무 것 없이 잔을 비워낸다. 그대로인 것이 없다. 몸은 비싼 것으로 채워내고 머리는 새로운 지식으로 채워댔다. 그러나 남은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