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평소보다 배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대략 유시酉時경. 다만 제대로 잠들지 못하여 잠을 설쳐 일어났다. 그렇게 좋은 이유는 아니었다. 차라리 일이 많아 잠을 설쳤더라면 내면은 그러려니 받들겠으나 일이 수월하게 풀렸던 하루였기에 그럴 연유 일절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잠을 설치었느냐 하면 요 며칠 있던 일로 비롯한 심마 때문이다. 꿈자리는 흉흉하고, 가르침을 받고, 악을 하였던 나날을 생각한다. 형에게 경외심을 품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불태웠던 모든 것이 낯설다. 봄은 짧고 인생은 무상하다. 재하 상현달 뜬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짧은 순간의 연속으로, 신앙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평범한 삶이 아름다웠고, 숨기는 것은 괴로우며, 지금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을 가졌다. 부채를 펼치며 다른 손으로는 천천히 뒷짐을 진다. 느릿하게 펼친 부채를 흔드는 손이 규칙적이다. 밤바람은 주변 나뭇잎을 훑어 벌레가 울듯 싸르르 소리를 내고 흰색 머리는 나부낀다. 재하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아우님은 어찌 이런 시간에 오시었을까요.."
호수 근처. 과거 노괴의 술수에 빠진 아우를 돕기 위해 제안을 하던 그 장소. 오늘은 재하의 약점을 캐기 위해 따라붙은 사람도 없다. 재하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당신과 눈을 마주치면 신앙이 흔들렸음을 들킬까 하는 마음이다.
"혹 일이 좋지 아니하게 풀리었을까요..?"
속눈썹을 내리 깐다. 좋지 아니할 리가. 듣자 하니 흑룡이 생기었다지. 그 위대한 순간에 같이 있지 아니하고 도망쳤음을 꾸짖을까. 아니면 이단이라 추궁할까, 이미 들키었을까. 그 모든 것에 달리 변명할 말이 없는데. 재하 아우의 대답을 기다린다.
재하 부채 나긋하게 흔든다. 부채의 나긋한 봄바람이 한겨울 차가운 혹한이 되어 목덜미를 스친다. 아닌 봄에 느껴지는 한기가 불안하다. 역시 이단 심판인가, 생각할 때 대답 대신 주변이 얼어붙자 재하는 그제야 사뿐거리며 한 걸음 내디뎠다. 대답은 없다. 자기 자신조차 얼어붙는 것은 싫었던 것인지, 생의 마지막 발악이었는지. 재하의 주변에서 못 보던 벚나무 하나가 피어있다.
그 위에 서있으며 눈 내리깔고 있으니 제법 기묘하다. 우스운 일이다. 이단 심판도 아니고 도망침에 대한 꾸짖음도 아니다. 약해빠졌다는 말에 본디 화가 나야 정상적인 무림인이거늘 그런 기색도 없다. 나약함은 알고 있으며 이런 말을 듣는 건 당연했다는 양.
"하여 임무에 방해가 되었사오니 깊이 사죄드리옵지요."
이리 기습하는 것은 그에 대한 벌이었던가 생각하던 재하는 눈을 굴린다. 그리고 제가 아는 아우의 성정을 떠올린다. 아무렴 그럴 일은 없지. 아우는 당연한 것을 못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 성정을 가졌음을 내 어찌 모를까. 재하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그러니, 오시옵소서."
그 성정이 나와 정 반대일 뿐이지.
- 천앵 4성, 가지치기 내공 10을 소모해 현실에 아주 잠깐 가상의 벚나무를 한 그루 심는다. 벚나무의 꽃잎들은 천앵의 영향을 받는다.
벚나무 위에서 보이는 것은 얼어붙은 전경이다. 절정 극에 달한 무인의 위력이 이렇게나 두려울 정도인데 어찌 재하가 상대할 수 있을까 싶었다. 우습게도 명을 달리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재하는 천천히 붉은 머리카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제 아우도 알고 있는 문제였던 것인가. 그렇지만 자신의 나약함은 당연한 것이었으니, 달리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 이상하옵니까."
힘은 과분한 것이다. 올라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내 자신이 감히 그 자리에 올라도 괜찮은 것인가. 그렇다면 어찌 괜찮은 것인가, 괜찮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은 자꾸만 머리를 좀먹는다. 이는 심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하게 되어버릴 고민이다. 재하의 삶에서 뿌리깊게 내려버린 것이다
"아."
강자가 해야하는 말, 그 언급에 묘한 감정이 스민다. 감정을 억누르려 해도 도저히 되지 않는다. 되레 내면의 자신은 감정에 대한 연유를 묻는다. 강자가 해야하는 말이라는 것에 어찌 반박하지 않느냐며 나직이 질문을 건넨다. 제 아우가 의문을 표할 적엔 재하 또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말실수를 했다니 그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결국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재하는 천천히 얼굴을 가린 부채를 접었다. 팔을 내려두며 다소곳하게 손을 모아 나뭇가지를 쳐다본다. 깊은 심마가 눈에 자리한다. 누군가의 칼이 되었으나 올라서면 안 되는 존재. 재하는 제 자신을 그리 규명하고 있었다. 무엇이 두려웠는지 더 성장하지 아니하고 멈춰섰다. 당연한 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데, 어찌 나를 계속 올리려 드는 것인가. 벚나무가 싸르르 진동한다. 이윽고 재하는 벚나무에서 뛰쳐들며 건의 뒤를 노렸다. 벚꽃잎이 따라든다. 앞은 벚꽃잎이요, 뒤는 재하였던 것이다.
"고양이가 쥐를 잡듯 농락하시겠다 한다면 그리 따르겠사옵니다. 어찌 따르지 아니하겠사와요."
첫 공격치고 우스운 공격이다. 일류는 일류라는 듯.
- 천앵 3성, 귀소 내공 5를 소모해 현실에 구현된 모든 꽃잎을 한 번에 부채로 돌아오게 한다. 이 때 벚꽃잎은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재하 커미션 좀 다시 뜯어보니까용... 그.. 목 부분 있잖아용..? 목과 옷 속의 붉은 천 덧댄 부분 그거 말인데용..거기서 바로 시선 내려서 깃과 붉은 천 그 사이의 중앙 마름모꼴 그 부분.. 어디라 해야해 명치보다 살짝 윗부분? 사실 그 부분 옷.. 제가 디자인 시트 낼 때 거기 트여있었다가 아니 이럴수가 그 부분만 드러나다니 이거 너무 숭하다 싶어서 수정했는데 그걸 그대로 넣어주시네용...? 다시 보니 천사다(?)
거짓을 고한 적이 없다는 것을 천마님께 맹세했으니 결국 진심으로 상대해야 하는 것은 맞았다. 신앙을 어찌 배신하겠는가. 재하는 그 점에서 다시금 감정의 모순을 느꼈다. 나는 한 점 우러러 깨끗한 사람인가. 휘몰아친 벚꽃잎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재하는 눈을 잠시 홉뜬다. 보통 사람이라면 살갗이 찢겨 괴로워하는 것이 옳으나 아우는 멀쩡하다. 피가 튀긴 했으나 찢어져 너절해지진 않았다.
"하."
차가운 온도에 의해 당황스러운 한숨이 뿌연 연기가 되었다.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싸우는 순간마다 죽기 직전까지 갔다. 그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죽은 줄 알았던 특수무관 강건에 대한 사실을 어찌 모르겠는가? 재하는 부채를 들어 펼쳤다. 내기를 둘러 공격을 방어하려 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이지만 절정의 검기를 받아들이긴 버거웠는지 뒤로 밀려나는 것이었다. 우스운 일이다. 이리도 약해빠진 자였다.
"소마는 알 수 없는 일이옵지요. 아우님이 아니었으니."
안타까운 미소다. 재하는 7년 전을 떠올렸다. 자신은 어떻게 살아남았지.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었나. 아무렴 그랬다. 그때 제오상마전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때..
틀렸다고? 무엇이? 재하는 뒤로 물러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틀렸는지 고민했다. 대체 무엇이라 답해야 했지? 재하의 손이 달달 떨려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멈춘다. 천마님을 위해 살았기에 살아남았다고.
헛웃음이 나왔다. 단 한 번. 그 이후로는 계속 막아낸다. 점점 버거운지 기어이 공격을 내주고야 만다. 나뭇가지를 막던 부채의 내기가 약해지더니 이내 부채를 놓친다. 그리고 고작 나뭇가지에 이 허약한 몸뚱이가 나가떨어진 것이다. 눈동자가 떨린다. 눈앞이 아찔하다. 어딘가 잘못되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어긋난 느낌이다. 고개를 들어 제 아우를 응시했다. 적을 바라보는 눈이다. 잘못된 존재를 바라보는 눈에 세상은 무너져버린다. 기어이 이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런 눈으로 보는 것은 천마님께서 나를 보필하셔서 그 지옥과도 같은 삶에서 꺼내져 왔더니 이제 그 은혜를 잊어버렸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것도 있으나 그보다 더 이전으로, 조금 더 이전으로……. 재하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렸다.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목을 쥐어짜 겨우 소리를 내었다.
"……너무나도 과분하였기에.."
어째서 그 긍휼함을 저버렸는가. 과분하였기 때문이다. 재하는 눈을 감았다. 세상이 까맣다. 이게 자신의 위치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보고 싶지 않은데 봐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은 어느새 알게 될 수밖에 없고, 한 순간의 판단으로 전쟁에서 수많은 교인이 죽었다. 이젠 이 자리를 내려놓기엔 이미 너무 깊게 발을 담가 잘못 뺐다간 많은 질타를 받을 것이 두려웠다. 너무나도 과분하다. 재하는 자신을 추악한 사람으로 여겼다. 늘 가장 아래에서 올라온 사람임을 속에 담고 살았다. 자신의 추악하고 잔인한 내면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였던 과거를 두려워했다. 더듬거리며 떼는 말은 두서가 없다.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너무나도 그 은혜가 과분해서 견딜 수가 없는데 왜 하필 가장 추악한 나를 점지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내가 보필 받았다는 사실이 의심이 되어서……. 이 모든 것이 끝내 환영지망 안이라 의심하였고 나의 존재 자체까지 의심하여서……. 그래서.. 그래서……."
이젠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고통에 겨운 짐승의 신음처럼 목을 비집고 문장 하나가 뭉개져 나왔다.
이것저것 글은 썼는데 너무 뭉개져서 계속 갈아엎느라... 원래 재하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서 강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고.. 지금 신앙이 흔들리는 문제는 '신원도 불분명하고 기루에서 자란데다 성격까지 꼬여버린 자신을 왜 천마님이 돌보는가'에 대한 자기혐오와 의문으로 비롯된 것이라는 결론까지 세세하게 나누느라 좀 늦었어용...
무너짐을 보여서는 아니 된다 제 자신에게 그리도 채찍질을 하였거늘 기어이 무너지고야 만다. 과분했던 삶을 직시하니 너무나도 쉬이 무너진다. 재하라는 성의 기반은 모래였고 파도 한 번에 모든것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였다며 일갈하는 것에 얼굴을 덮어가린 손의 손톱은 날선 모습을 보인다.
오만하다.
참으로 우스운 말이 아닌가. 가르침을 읊는 목소리에 손가락 끝은 점점 새하얗게 물든다. 맡은 바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았다. 늘 겸손히 살았다. 스스로의 위치를 절대 높다 생각하지 아니하였다. 우습고도 우습다! 경청하라 제 자신이 그리도 일렀거늘 이젠 자신이 경청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자신을 가엾게 여기었는가. 아니다. 가여움도 받아선 안 되었다 생각했다. 홀대하는 것에 달리 반문할 수 없으나 적어도 그것 만큼은 반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재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부채를 잡고 일어나라는 목소리에도 잠시 그 상태 그대로 굳어버린다.
"……7년 전 전쟁에서."
잠시 운을 떼었다. 호흡이 가파르다.
"소마의 한마디로 제오상마전이 제때 나서지 아니하여 수많은 교인이 죽었사옵니다."
명한 자는 따로 있으나 거절할 수도 있는 것을 주군의 충정이었기에 받들었다. 목숨놀이의 원인은 본인이었으니 어찌 내 자신이 추악하지 아니한가.
"어찌 무고한 교인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소마에게 천벌이 아닌 더 높은 삶을 내린단 말입니까."
나는 진실로 추악한 자이며 그런 성정을 내 자신으로 인정하나, 그 자체가 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으되, 그런 추악함을 드러내지 아니하기 위해 살아왔거늘 만일 부정하던 삶이 천마의 뜻이라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 삶을 가도록 하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이 천마님의 원대하신 계획 안에 있던 것이었다면..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소마에게 내려진 시련이었다면……."
그랬지. 언제는 내 삶이 나의 것이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결국 그 추악함도, 지금껏 살아온 삶도, 행했던 명도 천마님의 점지로 이루어진 것이요 내 모든 순간이 천마신교의 은총이자 은혜이거늘.
"그런 죄를 지어버리어 도망친 소마라도, 아무리 추악하다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회개하여 죄를 뉘우치고 다시금 천마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온지요..?"
떨어진 부채를 향해 손을 뻗어 쥔다.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고개를 들며 부서질 듯 아름다이 한 번 미소를 지었다. 만고의 슬픔도, 고통도 없다. 환한 미소였다.
벚꽃잎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 천앵 5성, 백앵 내공을 20소모해 백개의 벚꽃잎을 하늘에서부터 내리게 한다. 하나하나의 벚꽃잎은 기가 서린 검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애초에 교인들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제오상마전은 자신의 사람이 아닌 자가 하는 말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하고 나섰을 것이다. 그분의 핏줄을 이은 정장한 후보 중 한명이니까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그분의 가르침을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천마님께서 자신의 대리자로 하여금 자신의 후손을 시험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 결과는 나로서는 모른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었고 내가 친구들과 뭉치는 원인이 되어서 천마신교에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분의 뜻이라면 ?
"그건 당연한 것이지 않습니까 ?"
애초에 천상천하 가릴 것 없이 그분의 영역이다 우리가 아무리 도망치고 달려도 우리는 벗어난 적이 없는거다 미소를 지으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벚꽃잎을 본다. 약하지만 , 약하지 않다. 나로서는 힘들이지 않고 막을 수 있지만 , 힘들어서 막아야 한다. 한마신공을 운용하며 내공을 움직이고 그대로 나뭇가지를 잡은 팔을 빠르게 움직인다. 쳐내고 쳐내고 쳐낸다. 얼려진 나뭇가지에 서서히 금이 가고 벚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웃으며 그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고불이 느끼기에 야견이 거짓을 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지난 만남에서도 고불은 야견에게 그의 의도대로든 아니든 이미 깜빡 속은 전적이 있기에 저자가 탁월한 거짓말쟁이일 가능성은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저 말이 모두 사실이라도 하더라도 고불을 감히 신묘한 길조 정도로 취급하고 고불의 순정을 짓밟은 죄는 그냥 넘어가기 어렵..어라?
고불은 야견이 진정으로 산채를 좋아하는 열렬한 지지자로 여겼기에 그런 그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 고불의 호감을 거짓으로 산 후 산산이 짓밟은 것과 다름이 없게 느끼었기에 몹시 슬프고 화가 났다.
그런데 이것이 그저 오해라면, 고불은 배신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상대는 애초에 산채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고 열렬한 지지자인 척 할 생각도 없었다면..음 그의 말대로 명문 사파인지야 몰라도 그저 되는대로 자기 잇속을 챙기고 싶었던 속물 정도가 아니겠는가. 한편으로는, 야견 저 자는 산채와 관련된 직접적인 말을 한 것이 없다. 그저 고불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되는대로 지껄인 것일테다. 그럼에도 고불이 멋대로 오해한 것은..그만큼 고불이 그러한 관심과 애정을 바라고 싶었음이 드러난 것 같아 고불은 맥이 풀렸다. 남들의 구경거리로 호의와 관심을 주워먹으며 사는 삶은 이제 벗어나리라 생각했건만..자신의 삶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굳어져 운명이 되어가는 것인가 싶어져 고불은 더이상 분쟁을 이어갈 기분이 아니었다.
"고불..명문사파든 길거리 시정잡배든..상관없다! 고불은 무시 당하지 않을거다! 너..돌아가거든 감히 이 산을, 산채를, 나 고불을 무시하는 자가 없도록 해라!"
얼굴은 전과 다름없이 사나웠지만 그 안에 서려있던 노기는 이미 흩어진지 오래고 그저 지치고 피로감이 묻어나는 날선 말투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야견의 사슬을 풀어주었다. 본디 왜소한 그의 체구가 노인의 그것처럼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