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알기나 할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걱정하는지 말야. 어릴적 의념 시대 이전의 신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어. 이카루스는 왜 저 날개를 가지고 저렇게 높은 곳까지 날아가려 한 걸까 하고 말야. 그런데 정작 내가 그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추락하기 시작했을 때 꽤 충격적이더라고. 생각보다 하늘은 위험하지만 우리들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다면 땅에서는 아무리 도망치고 싶어도 이 곳의 위라는 부담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해.
그래. 난 추락했고, 바닥에서 살아가고 있어. 그러니 제발 나보고 이보다 더 지하가 있다고 하지 말아줘. 지금 씹고 있는 더러운 흙의 맛이 끝일 거라고 말야.
"뭐 말하고 싶은게 있단 기색을 펄펄 풍겼으니까. 시간이야 괜찮다. 바쁜 몸도 아니고. 네게는 받은 것도 있으니까."
나는 웃으며 너스레 떨듯 말하곤, 잠깐 팔짱을 끼고 얘기를 듣는다. 다만 본인이 눈치를 볼 만큼, 확실히 웃고 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라서. 미소짓던 얼굴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 가라앉아, 차분하고 씁쓸해지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구나. 주강산이야."
나는 자연스레 시선을 창 밖으로, 아니, 그 너머의 먼 곳을 바라보듯 향하며 대답한다. 가능한 멋지게 대답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이건 그러한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할지라. 뭐, 일단은 간단하구나.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접근하지 말거라. 내 그 어르신을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음울하고 상실의 기색을 드러내었느냐? 아마 아닐게다. 네가 '그냥 그 산을 지켜온 멋진 어르신이신줄 알았다' 라고 말했으니까."
나는 턱을 괴곤, 직접 보지않은 그 광경을 설명에서 최대한 유추하려 애쓴다.
"상실과 고독을 앓고 사는 사람들은, 그걸 평소에는 마음의 수면 위로 떠올리지 않게 하려 애쓰는 법이다. 주위를 돌아보거라. 그런 인물은, 어쩌면 네 생각보다도 많은 법이다. 위로라는 것은 그 상처에 접한다는 것. 크게 베인 흉터는 누군가 쓰다듬는다 해도 아플 수 있는 법이지 않느냐. 상대가 그걸 원치 않는 이상, 그저 흉터를 헤집는 말이 될 뿐이다."
주강산이가 상냥한 마음을 가졌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에 접촉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남의 상처에 함부로 접근하지 마라. 그의 고민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합리적이고 단호한 단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본인도 알고 있을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래주고 싶으니까. 아픈 마음에 여유를 주고 싶으니까. 고민하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이런 대답으로 네가 납득할거라고 생각은 안한다. 왜냐면, 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게 꿈이라고 하였으니까. 거리를 유지하고 상처를 모른체 평범히 대화하란 것은 그런 해결책이 아니겠지?"
나는 다 안다는듯 빙그레 웃으며 얘기한다. 적어도 내가 본 주강산이라는 인물은 그러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조언하는 것이다. 이런 녀석은 싫지 않다.
"그럼 연주해라."
그의 악기를 가리키며 짧게 말한다.
"음율이란 것은 공기를 타고 귀에 흘러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직접적으로 와닿는 것. 수천의 말마디보다, 한곡의 노래가 더욱 위로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위로하고 싶다는 네 마음을, 나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감정을 담아 연주하거라."
스읍. 하고 조금 가슴이 아파져서, 먼 창문 바깥을 바라보는 눈빛이 흐려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저 말하기로 했다.
".......많은 것을 잃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거기에 많은 추억과, 소중한 무언가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 것을 떠올릴 수 있게 하거라.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이다."
뭐 말하고 싶은 게 있단 기색을 펄펄 풍겼으니까, 라는 말에 강산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면서도...시윤의 말에 그는 차분하게 다시 귀를 기울인다. 역시 이 사람은 오히려 환생자가 아니라 평범한 15세 소년일 뿐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라는 감상은 덤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강산도 그에게 기어이 이것을 물어보게 된 것이지만.
"....맞는 말인 것 같군. 그 어르신도 과거 이야기 잘못 꺼내면 손이 먼저 나가는 걸 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셨었으니까..."
시윤의 말에 금방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 그 어르신이 그렇게 인자하신 분이 아니었으면 정말로 강산은 한 대 맞았을지도 모른다.
"예의를 따지자면 그게 정론이겠지. 남의 상처를 굳이 건드리지 않는 것. 하지만..."
그라고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윤이 짚어낸 대로, 마음 한 켠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한편 정말 그걸로 괜찮은 것인가. 그렇게 외면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었었는데, 그런가."
감사 인사를 전하며 강산은 앉은 자리에서 시윤에게 고개를 숙인다. 스스로 생각해도 딱히 말로 위로하는 재주를 타고난 것도 아니니까 역시 그런가보다, 라고, 그는 해맑은 얼굴로 결론을 받아들인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고맙다. 물어보길 잘 한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답례로 연주나 좀 듣고 갈래? 약간이지만 버프도 받고. 이번엔 망념도 좀 쓸 거니까."
>>323 넹 19번 구역에 있어요. 싸울 생각이시면 턴을 들여서 다가가시면 될 듯 싶습니다만...
태호가 저렇게 싸우고 있으니까,,,강산이 일단 공격 못하는 상황이라 빠졌는데....(살덩이 ㅂㄷㅂㄷ...특성도 특성인데 골때리는 패턴이 많네요) 강산이한테 딱 한번이지만 큰 데미지를 주는 보물이 있어서, 샤테이랑 계속 싸우려는 사람이 있으면 합류하려고 할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