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 씨랑 있으면 언제나 여름 같으니까! 코로리는 지금도 벌써 뺨이 따뜻하게 열이 올랐다는 걸 느꼈다. 급식실 밖에서 눈 오는 것을 한창동안 보면서 시린 바람에 조금 차가워졌다고 해도, 렌을 보는 순간 말갛게 웃어버렸더니 그렇게 됐다. 코로리는 따뜻해지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덥히고는 해서 코로리가 렌을 기다리는 동안 춥다는 생각도 못 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잠의 여왕님이 데려가주는게 좋다며 툴툴거리는 렌의 목소리에 소리내서 웃어버렸다.
"눈 뜨면 안 돼?"
눈을 감고, 조금 숙여준 렌을 보고서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눈 뜨면 안 된다고 마지막 당부를 건넨 코로리는 종이 가방에서 목도리를 꺼냈다. 두툼하고, 포근했으며 지금 코로리가 입고 있는 가디건과 같은 색이었다. 목도리를 렌의 목에 둘려주려고 몸을 숙이라고 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눈을 감으라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목도리를 깜짝 선물로 만들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코로리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눈을 감아달라고 한 것도, 몸을 숙이라고 한 것도 전부 이것 때문이었다. 이러면 모르지 않을까! 렌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려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목도리를 두르는데 날 소리가 아닌 것이 렌의 뺨의 남았다. 쪽 하는 작은 소리가 목도리에서 났을 리는 없고, 뜨개질한 목도리라기에는 느낌도 달랐다. 누군가 이걸 보았다면 목도리를 두르면서 고개를 돌린 것으로 착각하길 바랐다.
"이미 데려왔지."
목도리를 예쁘게 매어주면서 렌이 툴툴거렸던 말에 대한 답을 소근거린다. 수줍게 웃는 듯한 목소리였다. 다른 누가 데려가게 안 둘거야! 렌이 코로리의 말을 어기고서 눈을 떴다면 아마 새빨갛게 물들어서 목도리를 매어주는 걸 볼 수 있었을 것이다.
>>540 떨어져 살아도 코로리는 매일 연락할 것 같지만, 연락이랑 옆에 있는 건 다르니까.... 헤어지기 전에 세이 꼭 안고서 도담도담 많이 해줘야겠는걸 (*´ω`*) 리리가 열심히 세이가 안 반짝반짝하면 사람들이 힘들다구 도담도담해줄거라구?! 그러고보니 겨울여행 얘기도 있었지, 그 때 하려던 말 엄청 궁금했는데~!
>>548 이러니 저러니 해도 쌍둥이니까?! 리리가 너무 철없어서() 세이가 오빠같은 느낌이 많이 커졌지.... 걱정은 고맙지만 슬퍼하지는 말라구 도담도담해줘야지!리리도 안 슬프거나 한 건 아니지만 세이가 그러는 건 드무니까 말야, 누나처럼 어엿해보자구 ( ´∀`) 독백?! 무리 안 해도 괜찮으니까?!!?!
코코남매 둘이서 의지하면서 지낸 시간이 기니까 8ㅅ8 둘이 조금 더 같이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언젠가는 따로 지내야 하는 때가 오니까 말이지. 미리 연습이려나. 그래도 같이 안 살 뿐이지 자주 만날 것 같은데~ 코코남매 너무 귀엽단 말이야.... 윽.... 시간이 벌써 이렇게.... 나는 이만 자러 갈 것 같구. 코세이주도 코로리주도 얼른 자러 가기~
목도리를 매듭짓고 있던 코로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눈 뜨면 안 된다고 말했고, 렌이 그 말에 더 꼭 눈을 감는 걸 보았다. 그럼에도 설마하고 살짝 시선을 들어올리니까 눈이 꼭 마주쳤다. 피노키오라고 하고 싶어도 렌이 절대 눈을 뜨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거짓말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저 자신의 말을 안 들어줬다고 툴툴거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말했지이, 금방 따뜻해진다구! 여름 됐잖아ー. 겨울바람 무색하게 얼굴은 화끈거렸다! 교복 치마 언저리에 똑 떨어지는 가디건을 두 손으로 꾸욱 쥐고 부끄러워한다.
"렌 씨에 대한 책임은 얼마큼이어도 많이 무거워도 좋아."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서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혼인 의식도 전부 아직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렌이 자리에 쭈그려 앉으니 훅 내려다봐야했다. 코로리는 자신을 슬쩍 올려다보는 렌과 눈을 맞추고는 우물우물, 부끄러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미 몰래 뺨에 입 맞추려던 걸 들킨 직후라서 부끄러움은 한계치다. 만약, 정말 코로리가 욕심대로 해버렸다면, 나쁜 신님이잖아! 악어한테 잡아먹힐거야. 이내 렌이 금방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니까 이번에는 훅 올려다봐야 했다.
"셋 다 응이야, 응."
코로리는 렌의 연달아 쏟아지는 말들에 웃어버리고 만다. 코로리의 가디건과 색도 똑같고, 꽈배기 무늬를 넣은 것도 똑같은 목도리는 처음부터 그렇게 뜨여진 것이었다. 일부러 똑같게, 렌을 위해서 뜬 것이다. 하양이나 파랑, 하늘색을 쓰고 싶었지만 겨울에는 좀 더 포근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마냥 새하얗지는 않은 아이보리색을 사용했다.
"똑같이 가디건이나 니트 같은 거 떠주고 싶었는데, 렌 씨가 얼마나 큰지 몰라서ー"
끌어안았던, 안겼던 품을 떠올려서 대강 짐작으로 만들기에는 잘못해서 너무 크거나 너무 작아지면 어떡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