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의 자리에서 완전히 내려오며 아키라는 슬슬 학기의 마지막을 느끼고 있었다. 입시시험은 코앞이고, 겨울방학도 머지 않았다. 아마 겨울방학이 되고 나면 자신은 마지막으로 한 번 제대로 불태울테고 그 이후로는 결과를 기다리는 나날이 이어지다가 졸업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차가운 입김이 절로 나왔다.
지금은 방과 후 시간. 평소라면 학생회실에서 학생회 일을 보겠으나 이제 더 학생회 일을 하진 않았다. 아마 지금쯤이면 새로운 학생회장이 새로운 학생회 멤버들과 이것저것 회의를 하거나 내년의 활동 등을 서로 논하고 있겠지. 그 모습을 자신은 눈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괜히 학교 본교 건물을 가만히 바라봤다.
'뭐, 나름대로 후회없는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조용히 눈을 깜빡이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저 감상에 젖은 상태로 앞으로 걸어가는 와중, 그는 누군가와 부딪칠 뻔 한 것을 느끼며 재빠르게 몸을 옆으로 치웠다.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나 적어도 부딪치진 않았다. 허나 사과 정도는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여학생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 죄송합니다. 잠깐 생각을 하다보니. 부딪치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다치거나 한 곳은 없으신가요?"
학생의 신분으로서 학업을 다하여 귀가를 하는 시간대. 그러나 학교 건물에서 아직 벗어나지 않은 사쿠야, 그녀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이 계절이 끝나면 다시금 봄이 찾아오며 순환을 하겠지만 그녀는 아닙니다. 그녀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서 이곳을 다닐 시기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풍경이라도 그 의미와 순간을 달리하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그녀는 어떠한 인물과 부딪칠 뻔 하였으나 곧바로 상대가 이를 알아차리고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상대는 이어서 상대의 사과하였습니다.
"아니요, 저는 괜찮답니다. 귀하께서도 괜찮으신지요?"
상대의 물음에 사쿠야는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해주었습니다. 지금 그녀에게는 어느 쪽이 잘못 되었다,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부딪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라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 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상대에게 사실상 동일한 주제로 되물어보았습니다. 그녀가 생각하기를 괜찮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겉보기에는 모르는 법입니다. 상처라는 것은 항상 육신에만 포함되지는 않는 것이죠
귀하라. 이건 또 특이한 호칭이었다. 하긴 상대를 어떻게 표하냐는 각자의 자유인 법이었다. 자신이 동갑에게도 존칭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며 아키라는 혼자서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조금 신선한 호칭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두어번 깜빡였지만. 그거야 학생회장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학생회장 때도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초면이라면 초면인 상대였다. 교복을 보니 3학년인 것 같은데. 하긴, 자신이라고 해서 3학년의 모든 학생을 다 알 순 없는 법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태연하게 처음 보는 초면이나 마찬가지인 그 여학생을 바라보며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다치지 않았다면 다행이에요. 졸업을 앞두게 되니까 괜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거든요. 전 학생화장인 시미즈 아키라에요."
물론 아마 어지간하면 자신의 얼굴 정도는 알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이름은 관심이 없으면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모를 가능성도 크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름 자기 소개를 하면서 아키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사쿠야의 생각처럼 상대가 그렇게 대답을 돌려주었고 딱히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녀가 보기에는 상대에게는 심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를 테면 끝자락에 다다르는 일 때문에. 어떠한 일에도 끝은 있을 수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맞이하여 새로운 일을 해야만 하게 된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일에는 새로운 일에 맞게 마음가짐 또한 새롭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하셨는지요. 저는 하나가사키 사쿠야라고 합니다."
사쿠야는 상대가 앞서 이러하게 된 경위와 함께 스스로를 학생이라는 신분 중에서도 그 나름의 직책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회장이며 자신의 이름은 아키라 이라고 소개하여주었고 그에 따라서 사쿠야는 허리를 낮지도 높지도 않게 허리를 숙이고는 그녀의 이름도 말해주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럴 수 있겠으나 부정적인 기분은 아니랍니다. 모름지기 이 또한 추억이 될 것이기에. "
아키라의 물음에 사쿠야는 살짝 눈웃음 지어 보이고는 그렇게 대답하여 주었습니다. 아키라와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녀는 보다 속 편한 입장일 것이입니다. 학생회장이라는 중임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하나가사키 사쿠야.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기사 얼굴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름을 알 수 있을까. 그게 일반적이지 않겠는가. 학생회장이었다고 하더라도 모든 학생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할 순 없었다. 애초에 그런 것은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하나 알아가면 되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내 겨울방학이 되고 센터시험이 이어지고, 졸업을 하게 되면 과연 그녀와 얼마나 더 보겠냐만.
"일단 기억해둘게요. 그 이름."
하나가사키. 하나가사키. 조금 외우기 힘든 성이긴 하지만 못 외울 것도 없었다. 그녀의 호칭은 당연히 하나가사키 씨가 될테니 자연히 입에 붙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추억이라. 확실히 추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학교에 몇 년을 다녔는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그녀가 올해에 전학을 왔는지 작년에도 있었는지, 혹은 재작년에도 있었는진 알 길이 없었다. 그래도 설사 1년이라고 할지라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면 자신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 1년은 자신이 학생회장으로서 있었기에 더더욱. 누군가가 추억으로 삼는다고 한다면 행복했으면 행복했지. 불행할 일은 절대로 없었다.
"전 학생회장으로서는 매우 기분이 좋네요. 누군가가 그렇게 추억을 간직해준다면 더더욱 말이에요."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를 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가미즈미의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했다. 그렇기에 내일 눈이 내려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가급적이면 방학 전에는 눈이 안 내렸으면 좋겠네요. 학교 제설작업은 아무래도 번거롭고 말이에요."
사쿠야는 아키라가 이름을 기억하겠다는 말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사소한 행동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그 속 뜻에는 나름의 의미를 담을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앞으로도 당신과 함께하는 것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라던가요
"네, 짧던 길던 이곳에서 느끼고 보았던 것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의 함에 담아져 갖게 되겠지요. 무형의 것이라고는 하나, 그 자체로 값을 지닌 체. 다른 이가 보기에는 저 다마 다르게."
아카라의 그런 말에 사쿠야는 덩달아 그렇게 말했습니다.
"후훗, 그러하신지요? 이 제가 학생회장 님을 기쁘게 하여 드렸다면 좋은 일이지요. 저는 앞으로도 추억을 새길 터이니 그 기쁨이 계속 될 수 있다면 하고 바랍니다"
사쿠야는 아키라가 그렇게 말하자 작게 웃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쿠야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서 학교를 다니는 것에는 얼마 남지 않았겠지만 그 끝에는 달하지 않았다는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그 기간을 잘 보내면 됩니다. 자신의 기쁨이 곧 타인의 기쁨으로 연속된다는 것은 그것이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일 지라도 좋은 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하겠군요. 그런 고된 노동을 도맡아 하여 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다른 이가 편할 수 있지요"
아키라가 눈과 그 후처리에 대하여 말하면 사쿠야 또한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비단 학교나, 제설 뿐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의 전반에 그러한 이들이 있기에 모두가 화평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그들에게 존경은 마땅합니다
"아까부터 학생회장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전 더 이상 학생회장이 아니에요. 은퇴했거든요. '전' 학생회장이에요. '전' 학생회장"
적어도 지금 학생회장이라고 불리고는 싶지 않았기에 그는 괜히 기겁을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임기도 끝났고 이제는 평범한 학생인데 학생회장이라고 불리고는 싶지 않은 탓이었다. 물론 아직도 버릇처럼 학생회장이라고 부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그런 이는 아닐 거라는 생각인 탓이었다.
아무튼 자연히 입김을 부니 하얗게 김이 서리는 것이 보였다. 추워라. 추워. 그렇게 괜히 중얼거리며 그는 두 손을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얼어붙은 손이 자연히 녹아내리니 참으로 따스하다고 느끼며 그는 제설에 대한 그녀의 평을 들으면서 참 신기한 여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힘들다거나 귀찮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뭔가 노고가 있으니까 자신들이 편하게 산다는 듯이, 마치 이치를 깨달은 존재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으로 묘한 탓이었다. 마치 자신의 또래가 아닌 것 같은...
"...흐음."
하지만 굳이 깊게 캐진 않으며 그런 이가 있을 수도 있지라는 느낌으로 살며시 그는 넘겼다. 안 그래도 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던만큼 괜히 이런 것이 보이면 저 사람은 신인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탓이었으나 설마 신이 그렇게 우리 학교에 많겠어? 말도 안돼. 라는 마인드로 생각을 끊어버린 탓이었다.
"편한 것도 좋지만... 그래도 굳이 육체노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거든요. 집 앞이라면 모를까. 학교는 부지도 넓고 말이에요. 지금껏 학생회장으로서 열심히 했으니 적어도 임기가 끝난 지금은 방학 때까진 특별히 뭘 하고 싶짖도 않고..."
조금 글러먹은 느낌일지도 모르겠으나 업무에서 해방된 지금. 당장 뭔가를 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는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안경을 살며시 올렸다.
사쿠야는 아키라가 자신이 지금은 학생회장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말했기에 그렇게 물어보듯 말했습니다. 아키라의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러한 직책을 지니지 않았는데 지적하지 않으면 혼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의도가 아니 였더라도 타인에게 방해를 초래하는 것은 아키라는 싫어할 것이라고 사쿠야는 생각하였습니다. 타인은 멋대로 가정하는 것은 좋은 행위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가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타인을 대하고 행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타인을 알 수 없기에 행동을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무언가 언짢으신 것이라도 있으신지요?"
무언가를 생각하고 소리를 흘리는 듯한 아키라의 모습에 사쿠야는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딱히 아키라가 사쿠야에 대하여 못마땅하게 여길 이유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보여지지 않았지만 상대의 의중을 알고자 한다면 직접 묻는 것이 확실할 것입니다. 그 것을 말하여 줄지 아니할지는 그 당사자 마음이겠지만 일단 시도하여 보아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라고 사쿠야는 생각하여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의 노고를 학교를, 학생을 위했고 이러한 순간이라면 다른 이들도 나쁘게 보지 않을 것이에요"
아키라의 말에 사쿠야는 아키라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이라는 느낌의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사쿠야 나름대로의 작은 격려와도 비슷한 것 이였지만 이것을 아키라도 같게 받아들여 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적어도 현 학생회장으로만 부르지 않으면 자신은 족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이미 자신은 학생회장이 아니었으니 더 이상 회장이나 학생회장으로 불리는 것은 아키라로서는 사절이었다. 그 부분은 확실하게 거부를 보이면서 그는 결국 최종적으로 편한대로 부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에 대한 대답을 마쳤다. 특별히 이상한 호칭이 아니면 받아줄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과 같은 반인 코로리가 부르는 호칭보다 더한 것이 나올 리는 없다고 확신을 했기에 더더욱.
"아니요. 아무 것도.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혹시요. 그쪽 신인가요? 라고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신은 정체를 감추고 사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신들이 다 나를 숭배해라! 라는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는가. 물론 자신을 과시하려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키라는 아직 그런 신은 보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신은 기본적으로 정체를 감추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추측을 하며 아키라는 괜히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굳이 하진 않았다. 그냥 자신만의 고민이자 결론으로 놔두기로 하면서. 사실상 그녀가 신이라고 해도 서로 알아서 난감할 뿐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되면 자신의 친구들도 모두 신인지 아닌지 의심을 해야 하는 판국이기에. 그렇기에 그는 굳이 더 신경쓰진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자신과 같은 반인 한 여학생에겐 뭔가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았지만.
"...뭐, 그렇게 말씀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할게요. 고마워요."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뭔가의 이질감을 살짝 느끼면서 아키라는 사쿠야를 가만히 바라봤다. 하지만 굳이 뭔가를 더 말하지 않으면서 그냥 속으로 삼키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