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단이 우아하게 부채를 접어 아랫입술에 두는 것을 신호로 남아있는 모든 이들이 착석을 마친다. 어림잡아도 백은 가볍게 넘는 시선이 일제히 무대로 향한다. 동시에, 군데군데에서 자그마한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화제의 중심은 당연히 갑작스레 축제에 난입해온 정체 모를 외지인에 대한 것이었다. 이 근방에서 보지 못하던 얼굴인데 혹시 짐작 가는 것이 있느냐는 추궁에서부터, 머리칼과 눈빛의 색이 분장으로 만든 게 아닌 듯한데 정말 사람은 맞느냐는 의심까지.
“거, 인생살이가 순탄치는 않았겠군.”
마치 날벌레 여럿이 우는 듯한 잡음을 주워들으며, 야견은 조용히 한숨을 쉬고 그리 중얼거렸다. 자신이 신경 쓰였던 위화감의 정체에 조금은 닿은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형異形이었다. 아름답다 아니다를 따지기 전에 주변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였다. 아마도 평생을 지금과 같은 수군거림을 들으며 살아왔으리라. 차라리 인간이 아니라 요괴나 나찰로 태어난 쪽이 편하지 않았을까, 아니, 아니, 아니다. 야견은 안개를 손으로 흩뜨리듯 사고를 중단했다. 타인에 대한 값싼 동정과 속단을 입에 담은.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범속한 자신에게 짜증을 느끼면서. 주지스님이 보았으면 분명 한심하다 노려보았을 것이다. 지 앞가림도 못하는 놈이 언감생심 무슨..
이후 극에 앞선 제의가 이어진다. 매캐한 향의 내음이 실타래처럼 이어지다 밤하늘로 올라가고, 뒤이어 막이 쳐지며 작은 음악 소리와 함께 목단정의 내용에 대한 소략한 설명이 이어진다. 하긴 지금은 축제의 장이니 장황하게 이어지는 극 전체를 풀어둘 시간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만을 잘라 공연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 어린 시절, 잔칫날 아버지가 손님들을 초대해 벌인 공연에서는 가세를 자랑하고픈 탓에 쓸데없이 극을 늘여 손님들이 질렸던 기억이 난다. 아, 춘향과 여낭이 무대 위로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 유원을 시작하나 보군.
“...응?”
여낭의 모습을 본 야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꺾은채 미간에 주름을 세웠다. 저 자가 아까 무대에 올라와 관객을 진정시키던 그 단이 맞나? 분명 생김새는 같은데. 얼음조각 같이 깨지면 부서질듯한 위태로운 모습은 없고, 태수의 저택 규방에서 글을 벗삼아 지낸 규수 여낭이 유유자적하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연기라기보다는 차라리 둔갑에 가깝지 않은가, 하며 야견은 계속해서 무대를 지켜본다.
유유자적 걸어 다니며 귀하게 자란 여식처럼 군다. 부채를 쥔 손은 교태롭고 끝단 쓸어내는 손짓은 호기심 가득한 여인처럼 자못 순수하다. 웃음은 물 찬 제비 같으며, 움직이는 몸짓의 선은 절대 딱딱한 직선인 법이 없고, 발은 치맛단에 가려져 보이지 않으나 미끄러지는 옷단이 큰 물결 일으키지 않고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그야말로 규수의 태도요 사내라기에는 여인의 귀감이니 겉으로는 평온하나 재하의 속내는 이 순간에 대해 천마님께 올리는 무한한 감사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선행을 베풀 시간을 만들어주시고, 하물며 7시간이 넘는 공연으로 재하가 지치지 않게끔 단 두 단락과 가장 감동적일 장면만 편성되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또한 긍휼한 자애요 흔들리던 신앙을 굳세게 잡아준 기회를 선사한 것이니 오늘 돌아가서 마저 감사 기도를 올려야겠다.
재하는 잠시 멈춰 서더니 고개를 슬쩍 옆으로 뺀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훑고 춘향이 멈춰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춘향이 어린 강아지처럼 무대를 누볐다면 재하는 느긋한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움직였다.
"연못가의 이끼는 온통 푸르고도 푸르구나." "아무리 조심스럽게 잔디 위를 밟는다 하여도 귀하디 귀한 새 비단 양말에 풀 물이 들라, 진흙이 묻을라, 행여 버지게 될라.. 꽃망울이 무르익고 금령 터뜨리니 장관이며 아쉬웁기도 하네요.." "춘향아." "네에, 아씨." "만약 우리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봄빛이 이리도 무르익음을 어찌 알았겠더니?" "네에, 그렇지요."
느릿느릿 손짓하며 비단 너울거리고 흔든다. 부채 쥔 손목 가벼이 돌리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까딱인다. 부드럽고 물 흐르듯 동작을 이어가며 시선을 천천히 관객으로 돌린다. 한 호흡, 느릿하게 부채 흔든다. 연주가 시작될 적, 재하는 급하게 투입된 인원이 아닌 원래부터 극단에 있던 사람처럼 능숙히 입을 벌렸다.
"울긋불긋 온갖 꽃들이 만발하지만 곁에는 모두 끊어진 우물방틀과 무너진 담장뿐이라니.. 좋은 날 아름다운 경치를 어이 견디랴? 즐거운 마음 기쁜 일은 뉘 집 뜰에 있나.. 아침에는 꽃구름이 일고 저녁에는 걷히며, 붉은 노을은 푸르른 누각에 비치누나."
사뿐사뿐 걸으며 펼친 부채를 느릿하게 뻗었다. 몸 선은 나긋하고 흔들림 일절 없다. 재하는 자신을 내려놓고 여낭이 되기로 하였다. 사랑을 깨닫게 될 운명을 가진 여인이요, 시름시름 앓다 죽을 것이다. 아직 그 미래를 모를 뿐.
"보슬비 바람에 흩날리며 안개 낀 물결 위 놀잇배 떠있으니, 비단 병풍에 홀린 사람 이 봄빛을 어찌 모른체하겠는가..?" "아, 모란은 아직 피지 않았어요!" "푸른 산 가득히 울어 붉게 된 두견 가득하며 꽃 너머의 술 익는 내음은 아지랑이처럼 날 취하게 하네.. 비록 모란 아름답다 하다마는 저 봄이 가도록 어찌 먼저 피겠던가. 한동안 바라보니 가위질하듯 경쾌한 제비 소리 생생히 허공을 가르고, 꾀꼴 대는 꾀꼬리 울음은 구르는 구슬과도 같구나."
한 차례의 악이 끝나니, 재하 여전히 호들갑스러운 춘향을 보며 새초롬한 눈을 한다.
"아씨, 정말이지.. 이 정원을 다 못 보겠어요." "왜 그런 말을 하니."
종종걸음. 재하는 정원을 살피듯 관객을 향해 눈을 돌리더니 팩 고개를 돌렸다.
"열두 정자 보아도 헛일이구나, 흥이 사라졌으니 돌아가 쉬는 것이 낫겠어."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극은 계속 될 것이며, 시간은 흐를 것이다. 재하는 무대를 휘어잡기 위해 나타난 것 같았다.
*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수집한 정보가 적어(극본이 아닌 원서, 영문 번역 참고) 의역, 오역, 추가한 단락 다수 있음.
봄바람이 불어온다. 백화요란하게 피어나 저마다 향기를 자랑하는 꽃들, 곡예를 부리며 즐겁게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봄바람에 실려 관객석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여낭의 사뿐사뿐한 걸음걸이 아래에 화초가 피어나는 듯 했다. 오히려 좀 전까지 무대를 감싸고 있었던 여름밤의 뜨거운 열기 쪽이 오히려 헛된 꿈이지 않았을까, 하고 느낄 정도로 극은 지금 여기 존재하는 분명한 실감을 지니고 있었다. 무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음악과 목소리, 몸짓 뿐일텐데, 정녕 이것이 사술이나 주술의 종류가 아니란 말인가?
“이런 연회판에서 가르침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여낭과 춘향의 봄날 산보와 함께 이어지는 악이 끝나고, 여낭이 마지막으로 객석과 겹쳐진 정원을 보고 고개를 휙 돌려 돌아가자, 곳곳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자그마한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야견 역시 위와 같이 말하며 숨을 뱉었다. 이어질 목단정의 내용을 이미 아는 장년들은 저 꽃다운 여인을 기다리는 가혹한 운명에 슬퍼했을 것이요. 곤극을 처음보는 아이들은 가슴을 들뜨게 만드는 고양감을 숨길 수 없었으리라. 야견 역시 비슷했다. 시서화악을 살만한 자들의 사치라 일축하며 편견으로 대하던 그였지만, 이같은 극에 다른 솜씨를 눈앞에 두니 그러한 선입관이 무용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내가 봐왔던 극은 아이들의 소꿉장난이었나?
조금의 휴식 이후, 제12착 심몽尋夢이 이어진다. 여낭이 꿈속에서 몽매와 만나 즐겁게 노닌 다음 날, 더는 남아있지 않은 꿈속의 자취를 찾아가며 부르는 애절한 노래. 극이 끝나고, 막이 내릴쯤에는 적잖은 관객이 한껏 고양된 감정과 슬픔이 넘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소매춤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쯧쯔, 중생들아, 그 얼마나 가슴을 울려도 막이 내리면 사라져버릴 이야기거늘, 그토록 슬프냐, 라며 속으로 잘난척하는 야견. 본인의 눈이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참느라 토끼마냥 빨갛게 충혈된 것은 알까.
“흑, 으흑, 으흑...아아..”
극단의 일원들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올리자 환호와 갈채가 쏟아진다. 그러나 야견은 그 사이에 섞인 고뇌어린 다른 색의 울음을 놓치지 않고 고개를 돌려본다. 객석의 구석자리에서 허름한 거적데기로 몸을 숨긴 누군가가 몸을 떨고 있었다. 거적데기 사이 눈물로 번진 붉고 하얀 화장의 색이 보이자, 야견은 바로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극이 시작되기 전에 도망쳤다는 젊은 단이겠지. 보아하니 도망치고 나온 무대가 걱정되어 다시 돌아온 듯 했다. 필시 저 울음소리에는 많은 것들이 섞여 있으리라. 도망쳐 나온 자신의 무력함과 비겁함, 돌아갈 곳이 없음을 알게 된 절망감, 무엇보다 무대에 선 아름다운 이를 보고 실감했을 재능의 벽. 같은 범부인 야견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울음을 멈춘 젊은 단은 천천히 객석에서 걸어나가려 했다. 헌데 이상하군, 그 발걸음은 마치 몇 대 얻어맞기라도 한 듯이 절뚝거리고 있었다. 이에 단이 왜 무대에 서기 전에 도망부터 쳤는지 직감한 야견은 날래게 몸을 움직여 그의 소매를 억지로 붙잡고, 공연의 성공을 축하하고 있을 무대의 뒤로 척척 걸어간다. 뒤에서 젊은 단이 뭐라 안된다고, 난 다시 가면 분명 죽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이내 무대의 뒤편에 도착하자 야견은 젊은 단을 던지듯 극단원들 사이로 떠민다. 그 와중에서 거적대기가 벗겨지자 젊은 단이 어떻게든 화장으로 가리려한 몸 곳곳의 상처와 멍자국이 보인다. 극장주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야견은 굳이 그 사이에 있을 여낭의 양쪽 빛이 다른 눈을 바라보며 귀찮은 듯 말한다. 극을 방해하지 않은 대신이라곤 뭣하지만, 자신의 억지, 이 녀석의 뒤처리를 거들어줄 수 있느냐는 듯이.
“거 단원 관리 좀 잘할 수 없소? 좋은 극의 여운이 이놈 우는 소리 탓에 다 날아가 버렸잖아.”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이리 극을 행해본 것이 언제였는가. 재하 아주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표행으로 인해 장기간 왕 씨 어르신이 오지 아니하자 루주가 무리한 사치를 메꾸기 위해 단골이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불러 모았던 순간을 극을 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도 극이라면 극이었을 테다. 기녀 사이에 둘러싸인 손님들과 관객은 사뭇 달랐다. 흐린 눈동자도, 소리 내며 다른 기녀와 대화하는 소리도, 술기운에 지나치게 높고 커 듣기 거북하던 목소리도, 여인을 훑느라 재하의 발치만 흘끔흘끔 바라보던 눈이 아닌 진정한 관객의 눈이요 반응이지 않은가. 재하는 그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했다. 응어리지던 감정 하나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나 노인이 가르치던 것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 이어지고 있었다.
극이 점점 끝으로 치달았다. 여낭은 꿈에서 깨면 모든 것이 허상이 된다. 사랑도, 달던 순간도 없다. 더는 아무것도 남지 아니하여 비참한 현실을 마주한다. 그것이 여낭의 생이었다. 재하는 그 삶에 자신을 이입했다. 우아하게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며, 상대 역을 부채로 대신하듯 움직이는 손길이 유려하다. 한삼 속에 숨겨져있던 손가락이 간혹 드러나기도 하며, 숨기도 한다. 춤사위가 되어가며 느린 춤은 점점 빠르게 변한다. 모란꽃 대신 화려한 벚꽃이 그려진 쥘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며 기교와 우아함은 끝으로 치닫는다. 고저高低와 강유剛柔 동반하며 숨을 계속한다. 나지막하고 달콤한 추억에 젖었던 가슴이 울렁거리듯 격렬하고 황홀하던 목소리와 우아한 춤을 뒤로 눈은 점점 가라앉는다. 현실을 마주하지 않고 싶은 깊은 슬픔을 담아내었다. 발이 치마 밖으로 나오자 누군가 헛숨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사랑에 절어 관능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다시금 노래는 빠르게 변하며 춤사위가 격렬해졌다. 사랑의 뜨겁던 날을 떠올리며 같던 가사를 반복했다. 나는 슬프지 아니하다며 울부짖었다.
"어떻게 이렇게 황량할 수가 있사옵니까?"
기어이 울음이 터져 나오듯 부르짖는다. 나의 님을 부르짖는 소리와 동작이 처절하며,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준비된 매화나무를 보고 매실을 향하여 두 손을 높이 벌린다.
"왜, 어찌하여.. 아무도 오지 않는 이 외로운 곳에, 커다란 매화나무가 사랑스러운 과일을 매달고 내 앞에 서 있사옵니까, 내 죽은 뒤에 그 밑에 묻힐 수만 있다면, 그것은 나의 운수를 모조리 쏟았으리, 대단한 행운이었으리……."
아름답구나 하며 울음 섞인 소리를 뒤로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나간다. 감정은 비통해지며 단어 하나하나에 감정을 쏟는다. 음조마다 흐느끼듯 하며 발의 내딛는 동작은 휘청이고, 음정은 높아진다. 소리가 우뚝 멈춘다. 무대도, 관객이 있는 그 모든 장소의 소리를 누군가 삼킨 것처럼 조용해진다. 숨소리조차 나지 않는 그 공허한 장소를 재하는 하염없이 쳐다보다 뒷걸음으로 퇴장했다.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재하는 얼굴의 화장을 지운다. 극진하게 모시려는 손을 능숙하게 밀어내며 눈가를 따스한 김이 오르는 천으로 닦는다. 붉은 화장이 묻어 나왔다. 네 붉은 화장을 지운다고 해서 사람들이 네가 기루 출신임을 몰라볼 것 같더냐. 비웃는 목소리가 들린 것만 같다. 극단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도, 극단주의 비는 듯한 굽신거림도 일순 멈춘다. 무대의 뒤로 도착한 손님 때문이었다. 누구도 말리지 않았던 것은 임시 역할이나 훌륭한 무대를 보여준 단의 눈에 들었던 것도 있으나 이리 찾아올 것을 몰랐던 것 같다.
"가여웁게도 꼴이 엉망이구나."
숨 들이켜는 소리를 뒤로 재하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돌린다. 담담한 목소리가 흘렀다. 진짜 단으로 보이는 아이의 몸 곳곳은 상처와 푸르른 멍 자국투성이다. 분명 최근 생겼던 것이겠지. 귀에 들렸던 그 울음을 아까 그 무림인이 이리도 데려와 주었으니 어찌 감사를 표하지 아니할 수 있는가.
"말이 다르군요. 이렇기에 도망쳤다고 하지는 않았지 않습니까." "ㄱ, 그것이, 저것이 멀리 가서 맞고 온 모양입니다." "아아."
재하의 눈은 여전히 차분하다. 귀찮은 목소리에도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알았다는 양 고개를 돌려버린다. 잠시간의 침묵 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말을 더듬는 극단주를 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괜찮다는 듯 뺨을 쓸더니 목을 잡아챘다.
"숨결 하며 눈 하며 모든것이 우문이어라. 멀리 가서 맞고 온 아이가 여기 와서 벌벌 떨 리가 없을 텐데 무슨 말씀을 그리도 하십니까."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무림인이 아니라도 알 수 있었다. 손톱은 귀수鬼手처럼 잔뜩 날이 서있고 새하얗고 투명한 손등엔 푸른 핏줄이 돋아있었다. 극단주의 목젖 밑 오목한 곳에 엄지손톱을 짓누르듯 댄 재하는 고개를 돌렸다. 무림인이요 교인은 아닌 당신을 향해.
아 진짜 에베베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원이 건곤대나이 쓰고 하하 아우야 이번에도 빗나갔구나! 만 시전해도 정신타격 엄청날 것 같아용.. 재하는 할 수 있는게 혈도 뒤틀린 몸이랑 흩날려라 천본앵(특: 에베베로 빗나감)밖에 없는 것이에용... 가보자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