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자캐가_노래를_부른다면 : 도화선桃花扇 에서 일부를 부르겠지용.. 곤곡이에용! 여주인공 이향군에게서 자신을 약간이나마 겹쳐보기 때문도 있고 부러워하는 것도 있어서 부를 거에용.. 이향군이 사회의 최하층, 기루의 창기로 있었지만 그 인격이 선량하고, 정직하고, 용감하며, 허영에 연연하지 않으며, 강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국가와 민족에 충절을 다했다는 점이기 때문에 더욱이..
멸망_후_세계에_혼자_살아남는다면_자캐는 : 천마님께서 새로운 뜻을 주시겠지. 아무도 없는 폐허를 그렇게 걷다가, 결국 서서히 미쳐가고 명 다해 쓰러지겠지용.. 새 생명을 이룩하고 개척하기엔 잉태할 수 있는 몸도 아니니까용.
"그러니 몸 성히 돌아오셔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 "...귀인께서 다시 태어날 때는, 소마가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을 테니 부디 기억에서 잊지 말아주시어요.."
2. 『이것이 나의 현실인거지』 : "예, 천마님을 믿지 아니한 최후를 포장하셔도 그리 아름답지는 않사옵지요." "진흙탕이라 생각하시옵니까? 잘 되었군요. 그 현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시는 것이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시온지. 신앙. 신앙이 부족하기 때문이옵니다.. 자아, 따라하시어요. 천유양월."
"..소마가 처음부터 오를 수 없던 자리였던 게지요. 이것이 현실이었던 것이어요. 기루에서 악이나 하는 이상한 꼬마로 남았어야 했는데, 차라리.. 차라리 그때 반항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아무도 소마를 좋아해주지 않사와요, 쓸모가 없어.. 사랑받지 못하면 무얼 해야하지? 역시 이 정도밖에 안 됐던 건가..?"
"야근과 야근, 그리고 야근만이 가득한..."
3. 『둘이라면 할 수 있어』 : "이 상황에서 나오기엔.. 아니, 아니옵니다. 경 말이 무조건 옳사와요. 예." "…셋이어도 못 할 텐데요..(아무렴 할 수 있을 것이어요, 소마는 귀인을 믿고 있사오니.)" < 말풍선 바뀜
"이 술을 둘이서도 해치우지 못하면 어딜 가서 무림인이라 할 수 있겠사와요?" "그러니 어서 잔을 드시어요."
강건의 오늘 풀 해시는 과거의_자신을_만난_미래의_자캐가_해주는_한마디 강건 "보상을 바라고 믿지 말고 그냥 믿어라" 마음에드는_자캐_행동 강건 :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매 진행 시작이 기도인 것 자캐의_배려방식은 강건 : 고기 반찬 가까이 밀어줌 !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472 자캐에게_운명이란_무엇이라고_생각하는지_묻는다면 강건 "천마님을 믿는 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 46 자캐는_울_때_소리내어_운다_vs_조용히_운다 강건 "소리 없이 조용히 눈물만 흘리는 편" 328 자캐는_고여있는_물_vs_나아가는_파도_vs_가라앉은_심해 강건 "나아가는 파도 . 더욱 더 커져서 해일이 되어 교국에 커다란 변화를 줄 것이다 ." 강건, 이야기해주세요! #shindanmaker #자캐썰주세요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강건, 어서오세요. 오늘 당신이 이을 대사는...
1. 『못 믿겠어』 강건 "그렇다면 죽어라" 2. 『내가 졌어』 강건 "아직도 믿지 않는건가 ?" 3. 『내가 먼저 말하려 했는데』 강건 "하 ! 천마님을 찬양하는 말을 내가 남들 보다 늦게할리 없지 !" 이 세 가지 입니다! 열심히 해주세요! #shindanmaker #당신의_대사 https://kr.shindanmaker.com/893746
>>44 건이는 보상을 바라지 말고 그냥 믿으라는 말이 정말 따끔하고 멋진 것 같아용.. 저게 참된 신앙이죵..! 기도로 모든 일을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운명이 천마를 믿는 자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그렇고. 해일이 되어 변화를 준다는 건 신도로 목숨놀이를 하는 소교주와 높으신 분들을 변화시킨다는 뜻일까용?🤔 못 믿으면 죽음, 패배를 인정하게 만드는 건이가 제일 귀여울 때는 천마님 찬양을 제일 먼저 하는 것과 고기반찬 밀어주기... 건이한테 고기반찬 많이 주고싶다.. 우리 마교즈 막내 다 먹어.. ㅠㅠ
상태가_안_좋을_때_자캐는 상태가 안 좋아도 기본적으로는 평소하고 똑같이 지내용! 굳이 나서서 약한 모습 보이는 것은 싫어하기는 편이라. 그러다 본거지에 들어오면 비교적 방에 들어가서 아침까지 안 나오는 식으로 참네용. 다만 이걸 어떠한 방식으로든 스트레스 해소는 합니당. 최근에는 백도회 때려잡는걸로 풀고 있어요!
자캐가_누군가를_신뢰하는_기준 딱히 어떤 기준을 마련해두지는 않아요! 별 이유는 없고 어차피 그때그때 맘 가는 방식대로 신뢰할 사람을 두는 편이라. 이런 저런 면모들을 살펴보고 ‘새끼, 싹수 좀 있네’ 싶으면 친한 척 하는 느낌. 덤으로 누군가를 신뢰하게 될 경우에는 잘 거두지는 않아요. 배신당한다 해도 그럴 이유가 있겠지, 라 생각하며 미련을 못 버리는 식. 소시민입니다....
214 자캐는_남을_위해_무언가를_포기한_적이_있는가 남을 위해 뭔가를 포기한다는 행위를 안 좋아해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책임과 결과를 타인 탓으로 둔다고 인식하는 편. 때에 따라서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할 때도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에서건 심적인 이유에서건 다 자기 속 편하자고 한 일이네요!
51 자캐가_주로_사용하는_필기구 일단은 인텔리(소림사 출신)라 말하는대로 잘 받아적는 고진이.
야견이가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숨기는 건 자존심 때문인 면도 있지만 들어가서 틀어박히는 모습이 귀엽고 안타까운 거에용.. 그래도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니 건전?한..? 것? 같?고? 신뢰에 기준을 두지 않는 점에서 인간관계가 그나마 건전하고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안심이 있어용.. 그렇지만 거두지 않고 미련을 못 버린다는 점에서 야견이가 아직 초연하지 않은 사람이란 점도 확실하게 느껴지네용.. 안전운전 하는 것도 그렇고.. ㅋㅋㅋㅋㅋ악 농담곰짤 너무 귀여워.. 포기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속 편하자고 한 일이라니 정말 좋아용.. 사람답다 사람다워!
>>118 전진파... 도교에서 갈라져 나온 교단. 팔선 중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여동빈이 기초를 세웠고, 왕중양에 의해 시작되었다.
불교의 영향을 받아 이전의 천사도(天師道)[1]나 연단술 등을 통한 신선사상을 추구하던 도교의 교리에서 특히 정신의 수양과 양생을 강조하고 불로불사나 부적술과 같은 매우 주술적인 개념을 멀리하였다. 도가의 내단사상을 깊이 연구하여 체계적인 수행법으로 정리했다. 내단사상의 핵심을 정리한 여동빈의 태을금화종지는 대표적인 경전이다. 이 경전은 참동계, 황정경 등과 함께 도교의 대표적인 수행서로서 20세기의 이름난 심리학자 칼 융이 읽고 크게 감명받아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남송 초기에서 원나라 시대까지 흥했는데 원나라 때는 전진칠자들에 의해 용문파, 우선파, 남무파, 수산파, 윤산파, 화산파, 청정파로 나뉘다가 쇠퇴하였다. 쇠퇴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바로 교단 소유의 재산 싸움이었다. 이때문에 서로를 공격하며 헐뜯어서 대중에게서 점차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옥의 우선파와 손불이의 청정파가 서로 부부였고 우선파와 청정파는 서로 혼인하는 비중이 높아 원만함을 유지하여 이런 재산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이들도 전진교가 재산 싸움으로 인해 몰락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우선파와 청정파가 결합된 도관을 세우면서 전진교의 몰락이 가시화되었다. 전진교 개파 조사인 왕중양과 그의 직전 제자들인 전진칠자가 보면 매우 통탄할 것이다.
자캐가_게임에서_욕을_먹는다면 : 바둑이나 장기하다 욕 먹으면 고개 번쩍 들고 "지금 욕 하셨으니 한 수 무르겠사와요?" 라며 뒤엎을 준비를 하는 거에용... 어? 욕 안 했다고? 천마님 걸어? 시전하는 거에용... 현대 AU면.. 트롤 팀원이 쌍욕했을 때 안 참아용..
누워서_폰하다가_폰이_얼굴에_떨어진다면_자캐는 : 책으로 바꾸면 책 떨구고 엎드려서 읽어용!
자캐의_웃음은_진짜_가짜 : ㅎ!!!!!!!!! 과연 뭘까..용?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520 자캐가_슬픔을_가라앉히는_방법은 :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떨쳐내용. 부정적인 감정이 타고 남은 재가 되어가기 때문에 수련을 하거나 부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방식으로 쉽게 가라앉힐 수 있지만 이것도 먹히지 않으면 뭐 어쩌겠어용.. 술에 손대고.. 묘역도 아닌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풀도 무성하게 자라 무덤인지 아닌지 분간도 안 가는 장소에 가서 한참이고 쳐다만 봐용..
101 단_하나의_기억만을_간직할_수_있다면_자캐가_고를_기억 : 위대한 천마의 후손인 제일상마전을 맹종하고 있다는 기억을 간직할 거에용.. 그러면 천마에 대한 신앙도 자연스럽게 남을 테니까용.. 안타깝지만 얘는 마교 사람이에용..
320 자캐가_소중했던_것들을_기억하는_방식 : 기억하지 않아용. 이미 박혀있기 때문이에용!
>>130 신은 오로지 천마님이거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용!!!!!!!!!! >>131 이왜남.. 재하는 묘하게 다혈질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니.. 이것은 치와와..(대체) 아니구나 치와와는 365일중 368일이 빡쳐있지(?) 홍홍홍홍 저는 모르는 일이에용 ^^... >>132 천마님을 위해 인터넷에서도 싸우는 거에용!
수상한_봉고차가_자캐의_옆에_정차한다면 : 수상한 마차가 정차한다..? 제일상마전의 마차일 가능성도 있으니 잠시 멈춰서는 편이에용! 그게 아니라면 어이! 빨리 타! 하지 않는 이상 무시하고 지나가려 할 거에용... 모든 사람들의 로망.. 어이 빨리 타..
자캐가_가진_단호함은 : 주군에 대해서는 굉장히 단호한 편이에용.. 우리 주군께서 틀린 선택을 하셔도 나는 그 뜻을 따라야 한다며 파멸로 걸어간다 해도 곁을 끝까지 지킬 거에용. 그리고 단호함이 하나 더 있다면 현재 본인에게 연애와 혼담에 대해 제안이 오면 칼보다 더 날카롭게 차단하는 편이에용..
자캐가_연애를_하고나서_달라진_점 : 날카롭게 차단한다니까 이런 해시를 주시네!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용? 진단님은 멘재하를 보고 싶은 것?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548 자캐는_미팅이나_소개팅에_나가본_적_있는가 : 맞선.. 이것도 재하가 원해서 한 맞선이 아니라 상대가 재하 등골 빨아먹으려는 맞선이었고 이후 개같이 멸망..
421 갑작스럽게_비가_내리기_시작했는데_우산이_없는_자캐는_어떻게_행동하는가 : 재하가 갑작스러운 비에 좋지 않은 추억이 있는지라 평소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하려 해용..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먹이 묻어나오는지 한참 더듬다가 웅크려 앉을 때가 있어용.. 그 순간에 자신이 명을 수행하고 있었더라면 본인 몸에 상처를 내서라도 정신을 차리려 할 거에용..
544 자캐는_초콜릿_vs_사탕_vs_젤리_vs_기타 : 사탕을 좋아해용! 말리화와 꿀을 굳혀 만든 사탕도 좋아하고, 꽃잎이 붙은 납작한 엿도 좋아하고, 탕후루도 좋아해용!
2. 『내가 졌어』 : "이번 비무로 가르침을 얻었사옵니다." "소마는 역시 한참 멀었사와요.."
"예, 흉악한 마두가 이리도 무릎 꿇었으니. 어찌, 어서 목이라도 치셔야지요. 얼굴이 아깝기라도 하시옵니까? 넋 나간 표정을 짓지 말고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지요." "공의 이중적인 역겨움에 토기가 치미니 어서 목을 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꼴을 두 번 보느니 죽고 말지요." "천마님은.. 영원하신 분.. 천유양월.."
3. 『언젠가 배신하는 날이 오더라도』 : "기실 교국의 신민이 아닐지라도 괜찮사옵니다. ..으음, 어디까지나 소마만 괜찮다는 것이지, 다른 분은.." "약조가 깨진다 한들.. 예. 그래도 괜찮을 것이어요." "당신마저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네가 필요할 이유는?" 미사하란: 복건 땅에서 거사를 치른다는 놈이 복건이 필요한 이유를 찾다니. 허공에서 허우적대며 일할 셈이냐? 너희 무림인을 자처하는 족속들이 용을 업신여기는 것을 익히 알지만, 알면 알수록 참으로 점입가경이로구나. 옛날의 누구는 비를 내려주겠다더니 의심을 품었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였는데, 아는 것이 없어서 용을 금수로 보는 것인지 참....
"무도회에 간다면 복식은?" 미사하란: 연회 아니냐. 공식적인 의례라면 으레 곤복을 입고 면류관을 써야 마땅할 것이다.
"네 패션을 새 패션 장르로 만들어 이름을 붙인다면?" 미사하란: (자기를 내려다봄) 백의 아니냐. 백의면 백의지. 고려인들이 좋아하겠구나.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미사하란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우는_이유는 - 심마...때문에용... سيكون الموت نهاية آخر وبداية 힝잉잉잉잉잉잉....
자캐하면_생각나는_음식 - 불맛 잘 배어들어간 고기..고기 먹고 싶다... 고기...
자캐에게_오늘_뭐했냐고_물어보자 -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짓만 했고 또 할 것인데 오늘 뭐했냐고 물어보다니. 아무튼 국사만 돌보는 것이지..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479 함께_카페에_간_지인이_난_따뜻한_아이스_아메리카노로_해줘_라고_했을_때_자캐의_반응 -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신묘한 이치로 아아를 주문한뒤 뜨거운 아아로 만들어서 준다(?????????
127 최근_자캐가_신경쓰고_있는_것 - 하란이를 쪼아대는 커여운 까마귀... 한라산에서 봤던 까마귀가 생각나는 거에용 미니약과를 줬더니 한입에 넣었는데 좀 커서 씹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하고 부리 안에서 굴리고만 있던 몽총한 놈... 옆에 친구 까마귀는 발로 밟고 잘 쪼아먹던데 넌 왜...
84 자캐는_남의_머리를_묶어줄_줄_안다_vs_모른다 - 해보지는 않았는데 막상 하면 자기 머리 묶던 생각 하면서 더듬더듬 해주는 거에용! 하지만 장담하지 못하는 퀄리티..
홍홍홍 전 내일아침 해뜨자마자 초딩이 학교 보내고 바로 유베이스 다녀올것이란 거에용. 아이클라우드에 답레가 없으니 이 답레는 분명 처음부터 다시 쓰게 생길 각이로군용......🤦♀️ 벌벌 떨며 소가주님께 비는 선영이라는 JMT 답레를 오늘 올릴수 잇엇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다 써가는 와중에 이럴수가❗❗❗😭
이렇게 무지막지한 양의 물을 끌어써도 바다 전체로 보면 찻숟가락 한 번의 양도 되지 않는다. 바다는 크고 깊다. 물의 흐름도 크고 무거워서, 지금 부닥치는 것들은 파도나 물의 벽, 또는 물의 화살같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세상이 원래의 세상을 침공하는 것과 같았다.
상대를 받치는 땅이라고 무사할 리 없었다. 모래와 흙을 뒤집어 엎으면서 상어가 물어뜯듯 땅을 먹어치운다. 상대의 얼음 구슬을 통째로 뽑아 바닷속에 박아버리기 위해서. 물의 이빨자국이 땅을 헤집어놓는다. 단단하게 받칠 곳을 주지 않겠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늘은 어두워지고 일렁이기 시작한다. 하늘의 뜻이 그녀를 통해 바다에 현현하므로 바다 또한 어두워지고 일렁인다. 누가 물을 보고 유하다고 하였는가. 거대하고 검은 맹수가 먹잇감을 기다리듯 비바람이 몰아치고 바다가 으르렁거린다.
자연이 아무리 거대해도 천마님의 위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무공이란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 있게하는 힘 땅이 갈라진다면 땅을 아예 얼려서 바닥으로 삼는다 얼음 위에서의 움직임에는 제한이 없다
아 , 방금 물 사이로 생선이 자나간거 같은데 폭풍우가 몰아치자 혀를 찬다 이건 무공이 아니라 선술을 보는듯한 ... 폭풍우에 버티던 얼음 장벽이 번개를 맞고 부숴지자 그대로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검을 바닥에 찔러 넣고 다시한번 주변을 통째로 얼린다 상대가 접근하기전까진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처음에는 찌르고 튕겨나간 줄로 알았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느낌이 이상하더라고. 이마에 손을 얹어보려니까. 뭔가가 타앙- 하고 밀쳐내는 것이....
'아.'
이 모기같은 놈! 즉시 머리를 아래로 내리고 유성이 떨어지듯 깊은 심해로 수직 강하하기 시작했다. 무지개의 가장 위쪽 색깔부터 천천히 사라지고, 이내 빛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깊은 곳을 향해서. 물 속에서 가공할 속도로 움직이는 거체에서 나오는 물살도 물살이지만, 물의 섭리를 모른다면 당장 자신의 귀부터 터져나갈 것이다. 고막이 수압에 찢어지고 그 안으로 해수가 콸콸콸...
어느정도 내려와서는 즉시 몸을 비틀며 자신의 꼬리로 머리를 쓸어내 버리려고 한다. 이쯤 되면 힘이 빠졌을 것이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고.
낭패다. 상대는 단순히 물을 다루는것뿐만이 아니었다 물 속에서라면 초절정에 갓 오른 고수라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검을 더 휘둘러보려고 하다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자 내공으로 온 몸을 보호한다. 수압을 내공으로 버티며 이를 악물다가 꼬리가 다가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꼬리에 맞아 의식이 사라진다 세번 연속 용한테 당하다니 ... 의식을 잃는 것과 동시에 입과 코에서 공기 방울이 빠져나가며 그대로 가라앉는다.
또 다시 제 방랑벽을 버리지 못하고 호남을 떠나온 야견. 별 다른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맘 가는데로 사방팔방 누비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곳은 초롱빛으로 가득한 축제의 밤거리였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내실이라곤 없는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기분이 풀어진 이들을 대상으로 한몫 버려는 장사치들의 호객하는 소리,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술내음과 간식거리 냄새. 한심하다 한심해 덧없는 중생들아. 저 먼 땅에서는 미친 이무기가 천지를 뒤집고 있는 혼세이거늘, 한때의 향락에 취하면 삶의 고통은 더 커질 뿐이거늘. 부처님, 이들의 어리석음을 보살펴주시옵고..축제의 장에 막 들어선 야견은 그리 독백하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으이! 아저씨! 여기 고량주! 한 병 더!”
정확히 1각 뒤, 야견은 내려보던 중생들 사이에서 낀 채로 제대로 향락을 즐기고 있었다. 한손에는 가득차 출렁대는 고량주 병, 한 손에는 단내를 가득 풍겨대는 탕후루. 아아, 부처님, 이 어리석은 범부놈을 용서하시옵고. 그러던 와중, 즐거운 술판에 어울리지 않는 기분나쁜 웅성거림이 야견의 귀를 스친다. ‘왜 이렇게 질질 끌어! 공연은 안하고 자러 왔냐!’, ‘듣자 하니 단(旦) 역할 맡은 놈이 도망가버렸다는데’, ‘3년 만의 축제인데 김샜네.’ 등등. 대충 정리해보자면 무대에 오를 배우 한 놈이 도망가버린 모양이었다. 불평의 진원지로 다가가보니 축제의 중심이 되는 곳 들어선 무대에서는 이미 분장을 마친 경극 배우들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맘에 안 드는데.”
야견은 취기가 싹 가신 평온한 얼굴로 험한 말을 중얼거렸다. 아래의 부하들이 봤으면 형님이 기분이 안 좋다며 슬금슬금 피했으리라. 간단한 이야기였다. 야견은 극이라는 기예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라는 작자가 기울어져가는 가세를 감추려 집안에서 잔치를 벌일 때마다 그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 초청 기예단의 극이었다.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구걸하는 모습이 얼마나 가증스럽던지.
그러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러다 배우들에게 돌이 날아오는 것은 시간문제지 싶다. 이렇게 된 것, 창피를 당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망치는 자비나 베풀어줄까.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사파의 역할이니 말이다. 무대에 매다 꽂을 물건, 혹은 사람을 찾으며 손가락을 펴기 시작하는 야견. 그러나 그가 나서기도 전에 소란스럽던 주변이 갑작스레 조용해진다. 야견은 의아함에 고개를 들어 무대를 살핀다.
남빛 하늘에 등색 불빛 가득하다. 불야성의 첫걸음이요 축제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재하는 새하얀 멱리를 쓰고 축제의 유령이 되어 사람들을 스치고,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웅성대는 소음에 웃음과 고성이 교차한다. 축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선 것은 변덕이었으며, 영 현실에 돌아오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현실에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를 대어보자면 유달리 재수 없던 꿈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마 마교로 귀의하게 된 이무기, 아니, 흑룡 때문에 꾸게 된 꿈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붉은 여인과 용에 대한 연결점을 제멋대로 낙인찍은 것은 크나큰 실례였고 재하의 성정으로는 도저히 꿀 수 없던 것이다.
그래서 뛰쳐나온 결과는 이것이다. 기분은 한결 나아졌으나 여전히 어딘가 찜찜했다. 산동은 시체와 부상당한 자가 가득하며 이무기가 날뛰었으며, 끝내 마교에 귀의하였는데 이곳은 누구도 죽지 않고 부상당하지도 아니하였으며 그런 소식 따위는 듣지도 못했다는 양 모든 사람이 풀어져있다. 이곳도 인세고 저곳도 인세이거늘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는 기분은 앞서 말했듯, 그리고 필히라는 수식어로 낙인찍어 회피하듯 꿈 때문일 것이다.
떨치기 위해 눈을 돌린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다. 재하의 귀는 예민했으며 지나칠 수 있는 소리를 정확하게 잡아챌 수 있었다. 단旦이 도망갔다는 소식이다. 제법 흔한 일이다. 재하의 교육자는 그러지 아니하였으나 대다수의 교육자는 체벌로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필히 이제 막 들어온 아이였으며 단을 맡아 실수라도 하면 매질이 두 배가 될 거라며 도망쳤을 테다. 그냥 지나칠까, 생각하다가도 어릴 적 받았던 가르침이 떠올라 발걸음이 멈춰버린다. 재하는 멱리 속에서 깊은 수심에 젖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손쉽게 극장주를 찾아 미끄러지듯 걷는다.
좋은 기억만 가득하던 것인데, 이리 내가 발걸음을 옮겨 남에게 나쁜 기억이 되면 내 얼마 없는 추억은 대체 무엇이 되겠는가.
"혹 나 대인을 아십니까?" "나 대인?" "나 세자 갈자 되십니다." "아!"
극단주의 얼굴이 밝아진다. 알량한 마음으로 베푸는 선행이었다. "극은 무엇인지요." "목단정입니다, 귀인."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분장은 본디 얼굴에 흰 분칠을 하고 붉은 칠을 덧그리나 재하 본 얼굴이 새하얗고 성난 군중의 마음을 내려야 하니 눈가와 볼만 분칠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멱리를 벗고 가발을 쓰시어야지요, 하던 자 재하 멱리를 벗자 입을 꾹 다무니 재하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제 머리를 묶으면 된다 말하였다. 남이 도와주지 아니하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모습은 퍽 익숙했으며, 재하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마지막으로 분장을 했던 적이 언젠데, 몸이 알아서 기억하는 것이다. 아니, 주기적으로 해버렸으니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우스운 일이다.
연분홍빛 옷을 걸치고 장신구를 하며, 부채는 자신의 것을 들기로 하였다. 재하 그리 분장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나, 화려한 모습에도 미美는 주눅들지 아니한다. 이내 목을 가다듬으니, 곧 무대로 나가였다. 당연하게도 주변은 조용해지니 재하 성난 군중을 능란히 휘어잡아야 함을 알기에 조용해진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접은 부채를 입가로 가져다 대고 펼치며 눈웃음친다.
"오늘 이리도 많은 분들이 오시었으나 어쩜 이리도 소란스러울까요, 이리도 소란스럽다면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소리가 들리지 아니할 것이옵디다."
시선 하나하나를 살피다 한 사람에게 꽂힌다. 무림인인 당신이다. 당신의 손으로 눈동자가 데구르르 구르더니 이내 다시금 눈이 휘어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겠지만 참아달라는 양.
야견은 눈앞을 들어 고개를 살피자, 그곳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서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 밤새 소복히 쌓인 눈과 같은 새하얀 얼굴빛, 그 위에 떨어진 핏방울 같은 색의 붉은 칠. 접은 부채를 입가로 가져다 대고 눈웃음을 짓자 겨울철의 고드름이 햇살을 튕기듯 안구가 빛난다. 덥고 습한 여름날 밤, 기다리다 지쳐 화를 내기 시작한 군중이 일시에 찬물이라도 맞은 듯이 침묵하는 기묘한 모습이 단번에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물론 침묵을 지키는 군중 속에는 야견도 섞여 있었으나, 그가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처럼 눈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이의 행색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야견은 넓디넓은 대륙을 돌아다니기를 즐겼고, 그 과정에서 용모가 아름다운 이들도 적잖이 만나 보았다. 호남에서는 정신을 놓은건지 고주망태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미모가 뚜렷이 보이던 붉은 머리의 규수를 보았고, 안휘에서는 호수에 앉은 물새처럼 단아한 하오문도를 마주쳤으며, 최근에는 달밤 아래에서 맹수와 같이 움직이는 아름다운 누군가와 맞닥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대를 휘어잡은 단旦이 발하는 미美는 그들과는 무언가 달랐으며, 그것이 야견에게는 기이한 위화감으로 다가왔다. 용모의 우열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거기, 어서 앉으시오. 공연이 시작할 모양이외다.”
그러나 야견의 생각은 어느새 자리에 앉은 관객들의 권유에 중단되었다. 군중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폭도가 될것처럼 성을 내더니, 이제는 말 잘 듣는 아이로 둔갑해 눈을 빛내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소가 나올 정도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지만, 왜인지 그 치졸한 행각이 싫지는 않다. 이에 더해 야견은 무대 중심에서 시선 하나하나를 살피던 단旦과 눈이 마주친다. 그의 눈초리는 마치 성난 매처럼 뒤틀려있던 야견의 손가락으로 향하더니 가늘게 휘어진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나, 야견은 눈앞의 예인이 자신과 같은 무림인이라는 것을 짐작하였고, 동시에 잠시만 참아달라는 뜻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하겠수다. 어디가서 못 볼 무대인 것 같으니.”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에 앉는다. 이제 성을 낼 이유도 없고, 그럴 기분도 아니었으니. 게다가 세상천지 어디서 무림인의 경극을 볼 수 있겠는가. 진귀하다면 진귀한 자리다. 무대에 걸린 여러 문구들을 보아하니 준비된 극은 목단정인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몇 번 본 기억은 있다. 사랑에 미치다 못해 죽어버린 명가의 여인 귀신과 그림 속의 연인을 쫒던 서생의 결혼 이야기였나? 어지간히 미친 이야기라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인간승리... 고대 산물이라 한국 번역은 논문 뿐이고, 영미권도 찾기는 힘들고.. 겨우 중화권으로 찾아보니 55개를 다 공연하지는 않고(7시간이 넘음) 가장 유명한 단락만 추려 1시간을 하거나 2~3시간 정도 했다네용.. 그리고 그 이전에는 스토리를 간략하게 축약해서 설명을 해준다고 해용... 그런데 노래 가사나 그런건 있지만 처음의 대사가.. 없네? 어떻게? 이런? 일이?
재하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태생이 인간이라 쉬이 믿을 수 있을 기본적인 범위를 넘어섰다. 인위적인 가발 대신 더 인위적인 흰색 머리 직접 내려 묶었으며 화장 너머로 보이는 눈 색이 색목인의 것과는 사뭇 다르니 이 어찌 귀신같지 아니할 수 있는가? 이는 태생적인 것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으나, 능란히 군중의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는 행태가 사람을 공포로 잡아먹는 귀신이 아니라 한낱 인간이요 그중에서도 귀히 자라 입에 인의예지 붙은 한 집안의 자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여 말 잘 듣는 아이로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인 것이다. 재하 눈웃음을 치며 시선 마주치니, 무림인이요, 교인이 아니라 마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당신이 자리에 착석하자 고개를 깊이 숙인다. "망극하여라." 하고는 부채를 접는다. 이내 재하 우아한 손길로 부채를 자신의 아랫입술 오목한 곳에 두었다. 무림인인 단旦의 눈에 무림인이 들었다. 극이 끝나면 짧은 만남을 가질 기회였다.
소란이 잦아들며 모든 사람이 착석하자 뒤로 한 걸음, 두 걸음 미끄러지듯 물러난다. 소리 없는 발걸음을 뒤로 다른 배역이 모두 올라오고 하나가 향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재하에게 다가왔다.
재하는 능숙히 향을 올리며 그 과정을 관객에게 보였다. 눈을 감고 빌듯 비단에 가려진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인다. 이는 무대의 시작 중 가장 초입初入이며 하나의 의식이었다. 곤극을 하기 전 분장한 배우들이 향을 올리는 것이요, 하늘에게 공연의 성공과 관객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재하는 마교도였다. 묵언으로 기도한 주체는 천마였으며, 천마에게 향을 올려 공연의 성공과 교인, 그리고 구원받지 못한 이교도의 행복을 기원한 꼴이었으나 재하가 직접 언급하지 않는 이상 이 일은 무덤까지 안고 갈 터였다.
의식을 끝내자 막을 치며 어두워진다. 작은 음악소리와 함께 무대 뒷편으로 천천히 돌아가니, 오늘의 극은 목단정, 그 중에서도 제10착 유원경몽遊園驚夢과 제12착 심몽尋夢이다. 남송 때 유춘경柳春卿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 나이는 약관 남짓 되었고, 유자후柳子厚의 후손이요 광주廣州로 이주하여 꽃과 과일을 재배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으니 궁핍하고 빈곤한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더라.
한데 어느 날, 꿈에 한 아름다운 소녀가 정원의 매화나무 옆에 서서 "유생이여, 유생이여! 그대와 나는 연분의 인연이 있사옵나이다!" 라고 하는 것을 보았더라. 정을 나누며 곧 깨어보니 꿈이요, 기괴하나 이를 받든다. 이리하여 유생의 이름은 몽매夢梅로 개명되며 자를 춘경春卿이라 하였도다.
또한 복건 남안군 태수 두보가 득녀하여 이 이름을 여낭麗娘이라 하니, 여낭 지학 지나고 그 아비 가정교사로 진최량陳最良을 초빙하여 공부를 시키고 시비인 춘향春香도 함께 책을 읽게 하였더라. 농사가 바빠지는 시절에 두태수는 각 고을에 화주花酒 농민들에게 하사하며 농사를 장려하였으니……(중략).
목청껏 외치며 연기하는 소리, 이제 남은 것은 유원이로다. 시비 춘향과 여낭, 재하 무대 위로 나온다. 우아하나 위태롭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오로지 여낭 그 자체가 주변을 훑고는 간드러지게 미소지으며 느릿한 걸음으로 시비가 이끄는 무대 이곳 저곳을 향했다.
// 일단 여기까지만 이어둘게용..! 재하가 노래하는 장면을 바로 넣기엔 전개가 빨라질까 죄송해서..🥺
단이 우아하게 부채를 접어 아랫입술에 두는 것을 신호로 남아있는 모든 이들이 착석을 마친다. 어림잡아도 백은 가볍게 넘는 시선이 일제히 무대로 향한다. 동시에, 군데군데에서 자그마한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화제의 중심은 당연히 갑작스레 축제에 난입해온 정체 모를 외지인에 대한 것이었다. 이 근방에서 보지 못하던 얼굴인데 혹시 짐작 가는 것이 있느냐는 추궁에서부터, 머리칼과 눈빛의 색이 분장으로 만든 게 아닌 듯한데 정말 사람은 맞느냐는 의심까지.
“거, 인생살이가 순탄치는 않았겠군.”
마치 날벌레 여럿이 우는 듯한 잡음을 주워들으며, 야견은 조용히 한숨을 쉬고 그리 중얼거렸다. 자신이 신경 쓰였던 위화감의 정체에 조금은 닿은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형異形이었다. 아름답다 아니다를 따지기 전에 주변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였다. 아마도 평생을 지금과 같은 수군거림을 들으며 살아왔으리라. 차라리 인간이 아니라 요괴나 나찰로 태어난 쪽이 편하지 않았을까, 아니, 아니, 아니다. 야견은 안개를 손으로 흩뜨리듯 사고를 중단했다. 타인에 대한 값싼 동정과 속단을 입에 담은.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범속한 자신에게 짜증을 느끼면서. 주지스님이 보았으면 분명 한심하다 노려보았을 것이다. 지 앞가림도 못하는 놈이 언감생심 무슨..
이후 극에 앞선 제의가 이어진다. 매캐한 향의 내음이 실타래처럼 이어지다 밤하늘로 올라가고, 뒤이어 막이 쳐지며 작은 음악 소리와 함께 목단정의 내용에 대한 소략한 설명이 이어진다. 하긴 지금은 축제의 장이니 장황하게 이어지는 극 전체를 풀어둘 시간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만을 잘라 공연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 어린 시절, 잔칫날 아버지가 손님들을 초대해 벌인 공연에서는 가세를 자랑하고픈 탓에 쓸데없이 극을 늘여 손님들이 질렸던 기억이 난다. 아, 춘향과 여낭이 무대 위로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 유원을 시작하나 보군.
“...응?”
여낭의 모습을 본 야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꺾은채 미간에 주름을 세웠다. 저 자가 아까 무대에 올라와 관객을 진정시키던 그 단이 맞나? 분명 생김새는 같은데. 얼음조각 같이 깨지면 부서질듯한 위태로운 모습은 없고, 태수의 저택 규방에서 글을 벗삼아 지낸 규수 여낭이 유유자적하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연기라기보다는 차라리 둔갑에 가깝지 않은가, 하며 야견은 계속해서 무대를 지켜본다.
유유자적 걸어 다니며 귀하게 자란 여식처럼 군다. 부채를 쥔 손은 교태롭고 끝단 쓸어내는 손짓은 호기심 가득한 여인처럼 자못 순수하다. 웃음은 물 찬 제비 같으며, 움직이는 몸짓의 선은 절대 딱딱한 직선인 법이 없고, 발은 치맛단에 가려져 보이지 않으나 미끄러지는 옷단이 큰 물결 일으키지 않고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그야말로 규수의 태도요 사내라기에는 여인의 귀감이니 겉으로는 평온하나 재하의 속내는 이 순간에 대해 천마님께 올리는 무한한 감사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선행을 베풀 시간을 만들어주시고, 하물며 7시간이 넘는 공연으로 재하가 지치지 않게끔 단 두 단락과 가장 감동적일 장면만 편성되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또한 긍휼한 자애요 흔들리던 신앙을 굳세게 잡아준 기회를 선사한 것이니 오늘 돌아가서 마저 감사 기도를 올려야겠다.
재하는 잠시 멈춰 서더니 고개를 슬쩍 옆으로 뺀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훑고 춘향이 멈춰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춘향이 어린 강아지처럼 무대를 누볐다면 재하는 느긋한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움직였다.
"연못가의 이끼는 온통 푸르고도 푸르구나." "아무리 조심스럽게 잔디 위를 밟는다 하여도 귀하디 귀한 새 비단 양말에 풀 물이 들라, 진흙이 묻을라, 행여 버지게 될라.. 꽃망울이 무르익고 금령 터뜨리니 장관이며 아쉬웁기도 하네요.." "춘향아." "네에, 아씨." "만약 우리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봄빛이 이리도 무르익음을 어찌 알았겠더니?" "네에, 그렇지요."
느릿느릿 손짓하며 비단 너울거리고 흔든다. 부채 쥔 손목 가벼이 돌리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까딱인다. 부드럽고 물 흐르듯 동작을 이어가며 시선을 천천히 관객으로 돌린다. 한 호흡, 느릿하게 부채 흔든다. 연주가 시작될 적, 재하는 급하게 투입된 인원이 아닌 원래부터 극단에 있던 사람처럼 능숙히 입을 벌렸다.
"울긋불긋 온갖 꽃들이 만발하지만 곁에는 모두 끊어진 우물방틀과 무너진 담장뿐이라니.. 좋은 날 아름다운 경치를 어이 견디랴? 즐거운 마음 기쁜 일은 뉘 집 뜰에 있나.. 아침에는 꽃구름이 일고 저녁에는 걷히며, 붉은 노을은 푸르른 누각에 비치누나."
사뿐사뿐 걸으며 펼친 부채를 느릿하게 뻗었다. 몸 선은 나긋하고 흔들림 일절 없다. 재하는 자신을 내려놓고 여낭이 되기로 하였다. 사랑을 깨닫게 될 운명을 가진 여인이요, 시름시름 앓다 죽을 것이다. 아직 그 미래를 모를 뿐.
"보슬비 바람에 흩날리며 안개 낀 물결 위 놀잇배 떠있으니, 비단 병풍에 홀린 사람 이 봄빛을 어찌 모른체하겠는가..?" "아, 모란은 아직 피지 않았어요!" "푸른 산 가득히 울어 붉게 된 두견 가득하며 꽃 너머의 술 익는 내음은 아지랑이처럼 날 취하게 하네.. 비록 모란 아름답다 하다마는 저 봄이 가도록 어찌 먼저 피겠던가. 한동안 바라보니 가위질하듯 경쾌한 제비 소리 생생히 허공을 가르고, 꾀꼴 대는 꾀꼬리 울음은 구르는 구슬과도 같구나."
한 차례의 악이 끝나니, 재하 여전히 호들갑스러운 춘향을 보며 새초롬한 눈을 한다.
"아씨, 정말이지.. 이 정원을 다 못 보겠어요." "왜 그런 말을 하니."
종종걸음. 재하는 정원을 살피듯 관객을 향해 눈을 돌리더니 팩 고개를 돌렸다.
"열두 정자 보아도 헛일이구나, 흥이 사라졌으니 돌아가 쉬는 것이 낫겠어."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극은 계속 될 것이며, 시간은 흐를 것이다. 재하는 무대를 휘어잡기 위해 나타난 것 같았다.
*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수집한 정보가 적어(극본이 아닌 원서, 영문 번역 참고) 의역, 오역, 추가한 단락 다수 있음.
봄바람이 불어온다. 백화요란하게 피어나 저마다 향기를 자랑하는 꽃들, 곡예를 부리며 즐겁게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봄바람에 실려 관객석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여낭의 사뿐사뿐한 걸음걸이 아래에 화초가 피어나는 듯 했다. 오히려 좀 전까지 무대를 감싸고 있었던 여름밤의 뜨거운 열기 쪽이 오히려 헛된 꿈이지 않았을까, 하고 느낄 정도로 극은 지금 여기 존재하는 분명한 실감을 지니고 있었다. 무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음악과 목소리, 몸짓 뿐일텐데, 정녕 이것이 사술이나 주술의 종류가 아니란 말인가?
“이런 연회판에서 가르침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여낭과 춘향의 봄날 산보와 함께 이어지는 악이 끝나고, 여낭이 마지막으로 객석과 겹쳐진 정원을 보고 고개를 휙 돌려 돌아가자, 곳곳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자그마한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야견 역시 위와 같이 말하며 숨을 뱉었다. 이어질 목단정의 내용을 이미 아는 장년들은 저 꽃다운 여인을 기다리는 가혹한 운명에 슬퍼했을 것이요. 곤극을 처음보는 아이들은 가슴을 들뜨게 만드는 고양감을 숨길 수 없었으리라. 야견 역시 비슷했다. 시서화악을 살만한 자들의 사치라 일축하며 편견으로 대하던 그였지만, 이같은 극에 다른 솜씨를 눈앞에 두니 그러한 선입관이 무용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내가 봐왔던 극은 아이들의 소꿉장난이었나?
조금의 휴식 이후, 제12착 심몽尋夢이 이어진다. 여낭이 꿈속에서 몽매와 만나 즐겁게 노닌 다음 날, 더는 남아있지 않은 꿈속의 자취를 찾아가며 부르는 애절한 노래. 극이 끝나고, 막이 내릴쯤에는 적잖은 관객이 한껏 고양된 감정과 슬픔이 넘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소매춤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쯧쯔, 중생들아, 그 얼마나 가슴을 울려도 막이 내리면 사라져버릴 이야기거늘, 그토록 슬프냐, 라며 속으로 잘난척하는 야견. 본인의 눈이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참느라 토끼마냥 빨갛게 충혈된 것은 알까.
“흑, 으흑, 으흑...아아..”
극단의 일원들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올리자 환호와 갈채가 쏟아진다. 그러나 야견은 그 사이에 섞인 고뇌어린 다른 색의 울음을 놓치지 않고 고개를 돌려본다. 객석의 구석자리에서 허름한 거적데기로 몸을 숨긴 누군가가 몸을 떨고 있었다. 거적데기 사이 눈물로 번진 붉고 하얀 화장의 색이 보이자, 야견은 바로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극이 시작되기 전에 도망쳤다는 젊은 단이겠지. 보아하니 도망치고 나온 무대가 걱정되어 다시 돌아온 듯 했다. 필시 저 울음소리에는 많은 것들이 섞여 있으리라. 도망쳐 나온 자신의 무력함과 비겁함, 돌아갈 곳이 없음을 알게 된 절망감, 무엇보다 무대에 선 아름다운 이를 보고 실감했을 재능의 벽. 같은 범부인 야견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울음을 멈춘 젊은 단은 천천히 객석에서 걸어나가려 했다. 헌데 이상하군, 그 발걸음은 마치 몇 대 얻어맞기라도 한 듯이 절뚝거리고 있었다. 이에 단이 왜 무대에 서기 전에 도망부터 쳤는지 직감한 야견은 날래게 몸을 움직여 그의 소매를 억지로 붙잡고, 공연의 성공을 축하하고 있을 무대의 뒤로 척척 걸어간다. 뒤에서 젊은 단이 뭐라 안된다고, 난 다시 가면 분명 죽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이내 무대의 뒤편에 도착하자 야견은 젊은 단을 던지듯 극단원들 사이로 떠민다. 그 와중에서 거적대기가 벗겨지자 젊은 단이 어떻게든 화장으로 가리려한 몸 곳곳의 상처와 멍자국이 보인다. 극장주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야견은 굳이 그 사이에 있을 여낭의 양쪽 빛이 다른 눈을 바라보며 귀찮은 듯 말한다. 극을 방해하지 않은 대신이라곤 뭣하지만, 자신의 억지, 이 녀석의 뒤처리를 거들어줄 수 있느냐는 듯이.
“거 단원 관리 좀 잘할 수 없소? 좋은 극의 여운이 이놈 우는 소리 탓에 다 날아가 버렸잖아.”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이리 극을 행해본 것이 언제였는가. 재하 아주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표행으로 인해 장기간 왕 씨 어르신이 오지 아니하자 루주가 무리한 사치를 메꾸기 위해 단골이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불러 모았던 순간을 극을 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도 극이라면 극이었을 테다. 기녀 사이에 둘러싸인 손님들과 관객은 사뭇 달랐다. 흐린 눈동자도, 소리 내며 다른 기녀와 대화하는 소리도, 술기운에 지나치게 높고 커 듣기 거북하던 목소리도, 여인을 훑느라 재하의 발치만 흘끔흘끔 바라보던 눈이 아닌 진정한 관객의 눈이요 반응이지 않은가. 재하는 그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했다. 응어리지던 감정 하나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나 노인이 가르치던 것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 이어지고 있었다.
극이 점점 끝으로 치달았다. 여낭은 꿈에서 깨면 모든 것이 허상이 된다. 사랑도, 달던 순간도 없다. 더는 아무것도 남지 아니하여 비참한 현실을 마주한다. 그것이 여낭의 생이었다. 재하는 그 삶에 자신을 이입했다. 우아하게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며, 상대 역을 부채로 대신하듯 움직이는 손길이 유려하다. 한삼 속에 숨겨져있던 손가락이 간혹 드러나기도 하며, 숨기도 한다. 춤사위가 되어가며 느린 춤은 점점 빠르게 변한다. 모란꽃 대신 화려한 벚꽃이 그려진 쥘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며 기교와 우아함은 끝으로 치닫는다. 고저高低와 강유剛柔 동반하며 숨을 계속한다. 나지막하고 달콤한 추억에 젖었던 가슴이 울렁거리듯 격렬하고 황홀하던 목소리와 우아한 춤을 뒤로 눈은 점점 가라앉는다. 현실을 마주하지 않고 싶은 깊은 슬픔을 담아내었다. 발이 치마 밖으로 나오자 누군가 헛숨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사랑에 절어 관능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다시금 노래는 빠르게 변하며 춤사위가 격렬해졌다. 사랑의 뜨겁던 날을 떠올리며 같던 가사를 반복했다. 나는 슬프지 아니하다며 울부짖었다.
"어떻게 이렇게 황량할 수가 있사옵니까?"
기어이 울음이 터져 나오듯 부르짖는다. 나의 님을 부르짖는 소리와 동작이 처절하며,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준비된 매화나무를 보고 매실을 향하여 두 손을 높이 벌린다.
"왜, 어찌하여.. 아무도 오지 않는 이 외로운 곳에, 커다란 매화나무가 사랑스러운 과일을 매달고 내 앞에 서 있사옵니까, 내 죽은 뒤에 그 밑에 묻힐 수만 있다면, 그것은 나의 운수를 모조리 쏟았으리, 대단한 행운이었으리……."
아름답구나 하며 울음 섞인 소리를 뒤로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나간다. 감정은 비통해지며 단어 하나하나에 감정을 쏟는다. 음조마다 흐느끼듯 하며 발의 내딛는 동작은 휘청이고, 음정은 높아진다. 소리가 우뚝 멈춘다. 무대도, 관객이 있는 그 모든 장소의 소리를 누군가 삼킨 것처럼 조용해진다. 숨소리조차 나지 않는 그 공허한 장소를 재하는 하염없이 쳐다보다 뒷걸음으로 퇴장했다.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재하는 얼굴의 화장을 지운다. 극진하게 모시려는 손을 능숙하게 밀어내며 눈가를 따스한 김이 오르는 천으로 닦는다. 붉은 화장이 묻어 나왔다. 네 붉은 화장을 지운다고 해서 사람들이 네가 기루 출신임을 몰라볼 것 같더냐. 비웃는 목소리가 들린 것만 같다. 극단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도, 극단주의 비는 듯한 굽신거림도 일순 멈춘다. 무대의 뒤로 도착한 손님 때문이었다. 누구도 말리지 않았던 것은 임시 역할이나 훌륭한 무대를 보여준 단의 눈에 들었던 것도 있으나 이리 찾아올 것을 몰랐던 것 같다.
"가여웁게도 꼴이 엉망이구나."
숨 들이켜는 소리를 뒤로 재하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돌린다. 담담한 목소리가 흘렀다. 진짜 단으로 보이는 아이의 몸 곳곳은 상처와 푸르른 멍 자국투성이다. 분명 최근 생겼던 것이겠지. 귀에 들렸던 그 울음을 아까 그 무림인이 이리도 데려와 주었으니 어찌 감사를 표하지 아니할 수 있는가.
"말이 다르군요. 이렇기에 도망쳤다고 하지는 않았지 않습니까." "ㄱ, 그것이, 저것이 멀리 가서 맞고 온 모양입니다." "아아."
재하의 눈은 여전히 차분하다. 귀찮은 목소리에도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알았다는 양 고개를 돌려버린다. 잠시간의 침묵 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말을 더듬는 극단주를 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괜찮다는 듯 뺨을 쓸더니 목을 잡아챘다.
"숨결 하며 눈 하며 모든것이 우문이어라. 멀리 가서 맞고 온 아이가 여기 와서 벌벌 떨 리가 없을 텐데 무슨 말씀을 그리도 하십니까."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무림인이 아니라도 알 수 있었다. 손톱은 귀수鬼手처럼 잔뜩 날이 서있고 새하얗고 투명한 손등엔 푸른 핏줄이 돋아있었다. 극단주의 목젖 밑 오목한 곳에 엄지손톱을 짓누르듯 댄 재하는 고개를 돌렸다. 무림인이요 교인은 아닌 당신을 향해.
아 진짜 에베베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원이 건곤대나이 쓰고 하하 아우야 이번에도 빗나갔구나! 만 시전해도 정신타격 엄청날 것 같아용.. 재하는 할 수 있는게 혈도 뒤틀린 몸이랑 흩날려라 천본앵(특: 에베베로 빗나감)밖에 없는 것이에용... 가보자고용!
재하의 눈이 불안하게 아무것도 없는 왼쪽 허공을 흘끔, 오른쪽 허공을 흘끔, 이내 차마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지 못하고 데구르르 굴러간다. 불안한 듯 고운 손으로 부채의 끝단만 매만지다 눈만 겨우 들었다. 지금 이 둘을 제하면 사람은 없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누가 지켜보고 있으면 어쩌지? 나는 마교도라서 잡히면 큰일인데.. 재하가 우물우물 입술을 뗀다.
"……정말 괜찮겠사와요..? 아, 아니.. 그러니까.. 괜찮으시겠어요..?"
여전히 처음 배운 어투를 버리기는 어렵다. 우물쭈물 대던 재하는 거대한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몰아치는 기세가 기세인데 어떻게 주눅 들지 않겠는가! 다시금 눈을 이곳저곳 불안하게 굴리던 재하는 심호흡을 하더니 부채를 꾹 쥐며 자세를 고쳤다.
"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어요, 형."
재하의 주변에서 벚꽃잎이 흩날렸다.
- 천앵 2성, 산앵. 부채에 새겨진 벚꽃잎이 현실에 구현된다. 각각의 꽃잎은 내기를 품은채로 주변에 흩날린다.
사람을 물리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모용세가의 소가주에, 그 소문 무성한 소가주다. 데구르르 굴러가는 눈을 보면서 중원은 여전히 입꼬리에 미소를 짓는다. 연기 없는 친절을 표현하는 모양새다. 저 떨리는 듯한 모양새에 무어라 특별히 답하지는 않아도 된다. 단지 불안감일 뿐이니 인기척이 없다면 차츰 나아질 것이다.
" 허허. 녀석 참. 사내가 되어 무엇을 그리 패기가 없더냐. 무림인이 아니라 민초라 하여도 속에 화 하나는 쌓고 살아야 하거늘 마치 아이가 어른을 대하는 듯 하구나. "
그러니 지금은 타이르듯, 장난기를 표현할 뿐이다. 긴장 가득한 상대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애초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전투를 겪어왔더라. 당장 혈육에게도 칼이 밀려드는 것도 겪었는데, 이름 모를 누군가와 겨루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에, 호흡을 가다듬고 자세를 취하는 재하를 바라본다. 무언가 결심이 선 듯한 모양새다.
" 하하. 한 수, 배워보도록 하마. "
꽃잎이 휘날린다. 매화 향이 퍼지는 듯한 화산의 검과는 다르다. 마치, 봄을 억지로 피워내는 듯한 모양새다. 중원의 어느 무공도 이런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그의 기억에 이런 무공을 사용하는 정파는 없다. 물론 잊혀진 소수종파라면 모르겠으나, 당연하게도 그럴 이유는 없을 터. 의심으로, 고민으로 생각하던 것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고 있었으나 말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대신 입은 기묘한 가닥을 취한다. 아직 검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 가늘게 뜨던 눈이 황금의 눈으로 물들고, 번뜩 떠올라 마치 나찰을 떠올리듯 한다. 황금의 눈이 재하를 향했다.
탁발호장신공 2성 공포백 - 수준 낮은 적들에게 공포를 심습니다.
건곤대나이 5성 순유 - 내공을 40 소모합니다. 적에게 공격받을 때 순간적으로 공격을 흘려냅니다.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무인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쌓아본 적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니 도저히 가늠이 안 된다. 속에 화 하나 쌓고 살라고 했지만 그래도 되는건지. 타이르듯 장난기를 표현해주니 괜찮겠지. 그래서 심호흡을 하고 결심을 세웠다. 부채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이 실제가 되어 흩날렸다. 재하는 부채를 앞으로 뻗으며 공중으로 떠오르듯 높게 뛰었다. 중원의 뒤를 넘어가려는 듯하며 흩날리던 벚꽃을 일직선으로 향하게끔 했다. 아래에서 위로. 그래서 짐승이 긁어내듯. 경지의 차이가 있으니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음을 알지만 이정도 공격은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뿔싸, 틀렸다!
재하는 아래를 내려다보다 흠칫 놀란다. 맹수를 앞에 둔 토끼처럼 순간 몸서리를 쳤다. 사람의 눈 색이 변할 수 있나? 아니, 그것보다 괜찮은 것이 맞나? 사실 형이 아니라 나찰은 아닐까? 입술을 꾹 깨물고 겨우 땅에 내려앉는다. 공격이 물 흐르듯 쉬이 흘러버리며 벚꽃잎이 땅에 닿자 힉, 하는 숨을 삼켰다. 동요하지 말자. 천마님께서 함께 하실 것이다. 전장에서도 살아남았고 지금은 비무다. 괜찮을 것이다- 재하는 공포를 딛고 공격을 속행하려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까? 형이라고 부를 만큼 의지하는 사람에게 천마님의 위대한 공능을 보여줄 수 없다. 미움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바, 방금 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땅을 박차며 부채에 불만과 내공을 담아 휘둘렀다. 이제 보니 아직도 겁을 잔뜩 집어먹고 놀란 토끼눈이다.
- 천앵 3성, 귀소 내공 5를 소모해 현실에 구현된 모든 꽃잎을 한 번에 부채로 돌아오게 한다. 이 때 벚꽃잎은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벚꽃의 꽃잎들이 사람을 피해가기라도 하듯, 부딪히지 않고 바닥에 떨어졌다. 수 개의 무공을 동시에 완숙하게 다룰 수 있는 그로써는, 공격을 막아낼 수단도 역으로 공격을 가할 수단도 충분히 넘쳤다. 일직선으로 되돌아가는 꽃잎을 향해 찬찬히 손을 뻗었다. 황금빛의 막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상대는 허공 위를, 자신은 땅 아래를 취한 모양새였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바라보면서 중원은 찬찬히 타이르듯 말을 꺼냈다.
" 좋게 말하면 정파의 공격이라 하기 쉽고, 나쁘게 말하면 쉬이 예상하기 쉬운 공격이구나. 재하야, 물론 비무라 이 형이 다치지 않으라 걱정하는 것은 좋다만 이 공격은.. 마치 피하라 날려두고 왜 네가 놀란 것처럼 하느냐. "
제를 밉단 눈으로 바라보는 재하를 향해 너털웃음을 짓는다. 드디어 그의 손에 검이 들어올렸다. 손속을 재면서 중원은 고민에 빠졌다. 방어적으로, 아니면 공격적으로? 비무라 하여도 쉽게 다치진 않을 터이고, 나 역시 연습은 필요할테니. 공격적으로 나서기로 결정하며 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황금빛의 검기가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피어난다. 그대로 휘둘러도 위력적이겠으나 중원은 자신에게 씌워두었던 방어막을 다시 재하를 향하게 하곤 그대로 뛰어올랐다. 호쾌하고 무거운, 중검의 묘리를 가득 담은 검이 재하를 향해 밀려든다. 아마도 명중한다면, 보호막에 맞아 거친 소리를 내며 튕겨났을 것이다.
탁벌호장신공 7성 금의호갑 - 내공을 50 소모해 황금빛 보호막을 원하는 인물을 지정해 형성시킵니다.
북위검 7성 흉악검 - 내공을 20 소모하여 검을 휘두릅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경지가 낮은 상대는 무조건 공포 효과를 받습니다.
공격이 먹히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실전 경험이라곤 쥐뿔만큼도 없으니 배우는 건 귀하지만 전장이었으면 죽었을 게 뻔하다. 재하는 등골을 스치는 오싹함을 누르려 애썼다. 허공 위를 점해서 좋을 일이 없으니 빨리 내려오려 했다. 중원의 시선이 두려운 것도 있었지만 저 보호막도 어떻게 해야 한다. 재하는 타이르는 목소리에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그러면 정도正道를 걷는다는 뜻으로 보면 아니 되는 것인가요?"
마교도에게 있어 어림도 없는 발언이다. 이 발언은 끝나고 회개 기도를 올려야겠다. 재하는 다시금 머리를 굴렸다. 천재 앞에서 범인이 머리를 굴려봤자 데굴데굴 구르는 소리가 나겠지만 나쁠 것은 없었다. 다치는 것도 싫지만 들키는 것도 조금 그렇고..
"형의 위압이 얼마나 큰지 겪어보시지 않으면 절대 모를 거예요."
너털웃음에 아랫입술을 비죽 내민다. 검을 들자 재하는 눈을 둥글게 떴다. 황금빛의 검기가 피어오르고 제 주변에도 금빛이 휘감긴다. 아까 공격을 막았던 것이 이 금빛 기운이었으니…….
재하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분명 피해야 한다 생각이 드는데 공포감에 짓눌려 생각과 몸이 따로 논다. 몸은 본능적으로 부채를 펼쳐 기를 두르곤 그 묵직한 것을 방어하려다, 이기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황급히 낙법을 취하여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눈이다. 부채를 쥐었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 어찌 대단한 힘인가! 예상하기 쉬운 공격이라지만 이 방법 말고는 다른게 없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아냐, 전장이라면 진즉 죽었다니까! 재하는 풍압에 산발이 된 머리를 휘휘 내젓고 부채를 접어 털었다.
주변이 뒤틀린다. 세상이 격동하고 재하는 딸꾹질이 올라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난 몰라. 속으로 앓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하늘은 붉고 바닥엔 시체가 깔린다. 그 와중에 재하가 득달같이 앞으로 나섰다. 부채로 다시금 쳐내려나 싶더니만, 접은 상태 그대로 손목을 쳐올리려 들었다.
"시, 싫어하시진 않으실 거죠..?"
그게 제법 불안했던 것 같다. 평소 같으면 입이라도 꾹 닫고 있을 텐데, 겁에 질린 눈으로도 할 말은 전부 하고 있는 걸 보니.
- 수라선 3성, 2식 광염 부채를 활짝 펼쳐내 기를 두르고 적의 공격을 방어한다.
- 수라선 2성, 1식 수라천하도 부채를 휘둘러 위대한 공능을 일으킨다. 공포심을 일으키는 불타오르는 붉은 하늘과 피와 시체로 가득한 땅을 현세에 불러온다.
정도正道. 참으로 의미 좋은 이야길 한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칼이 나도는 곳에 고고함을 따질 것이 어디 있더냐, 당장 내가 살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곳이 전장인데 말이다. 그러니 선선히 날아드는 공격을 바라봤다. 붉은 하늘과, 피와, 시체가 떠오른다. 금방이라도 까마귀가 날아들어 내 상태를 살필 것만 같은 공간이다. 재밌었다. 검을 쥔 손에 힘이 조금 거칠게 들어간다. 자신의 위압이 크다곤 하나, 이 세상에 내 이상의 위압을 가진 자는 많았다. 당장 떠올리는 것만 하더라도 남궁지원, 미사하란, 류호가 있었으니. 당장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싸우는 중에는 언제나 진심이다. 생각을 잊지는 않는다. 더 많이 팽팽 돌아가는 머리를 들고, 어떻게 몸을 내던저야 살 수 있을까 고민할 뿐이다.
" 싫고 좋고가 어여 쓰겠느냐. 살기 위해선 칼을 쥐여야 할 필요도 있는 법이거늘. "
무르다. 눈 앞의 재하란 소년은 분명 무른 존재이다. 그러나 휘두르는 손에는 자비가 없다. 보통의 이런 인물은 여려 판단이 서지만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원은 진심으로 아쉬웠다. 조금만 다듬어준다면 분명 훌륭한 패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마음으로는 의심을 해야하는 사이이니 말인가. 그래서 지켜보았다. 어떻게 할까 싶어서, 어떻게 대응해볼까 싶어서. 그런 중원에게 재하는 의외로 뻔하듯, 조금 다른 변화를 쥐여오는 듯 싶었다. 날아들던 부채가 내려치려 하다가, 손목을 타곤 회전하여 들리며 노린다. 자, 만약 이 때 스스로 재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중원은 생각을 가다듬었다.
" 손목은 상대를 무력화시키기 좋은 부위이다. 노린 것은 좋은 판단이야. 그러나 손목의 움직임은 무성하다. 내가 중검을 사용하니, 그 손목을 노려 위력을 경감시키려 한 것은 훌륭한 판단이다. "
강하게 후려치는 손목에 선명한 고통이 서린다. 아마 나쁘지 않은 정도의 위력을 지녔을 부채에 얼굴을 찌푸리다가도, 중원의 발걸음이 무겁게 한 걸음 내딛힌다. 슬프게도, 재하는 중원의 원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검에서 분노가 토해진다. 수없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연기를 닮은 검기들은, 황금빛의 보호막을 아슬아슬하게 꿰뚫지 못하고 부러졌다.
" 그러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상대의 거리에 무방비하게 들어왔단 것이구나. 나였다면 아까 네가 보여주었던 공격을 퍼트렸다가, 그것을 회수하며 내 등을 노리며 달려들었음 어땠을까 싶구나. 등을 막던지, 눈앞에 있을 부채를 막던지. 양자를 택하게 만들어 피해를 누적시키는 것은 자신보다 강한 이를 상대할 때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
군대를 운용하는 방법에서 쓰일 법한 병법에 대한 지식을 이야기하며 중원은 다시금 빙긋 웃는다. 변덕이라면, 조금 더 부려보아도 나쁠 것이 없다. 그러니 지금은 좋은 형의 모습을 더 보여주려 했다. 동생의 부족한 부분을 돌봐주는, 그런 형 말이다.
번뇌팔보 2성 망통보 -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내공을 10 소모함으로써 2단계 이하의 부상에 따른 고통을 무시하고 행동합니다. 단, 효과는 일회성이므로 한 레스에만 적용됩니다.
북위검 3성 도산옥 - 내공 20을 소모합니다. 검을 앞으로 쭉 내지르면 검기가 불규칙하게 가시처럼 검을 중심으로 다방면으로 길게 뻗어나갑니다.
탁벌호장신공 7성 금의호갑 - 내공을 50 소모해 황금빛 보호막을 원하는 인물을 지정해 형성시킵니다.
무대 밖은 아직도 소란스럽다. 정체모를 외지인이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의 의심과 눈초리는 온데간데 없이, 극의 절정, 심몽尋夢에서 펼쳐진 매화나무의 아래에서 두 손을 펼치며 닿을 수 없는 사랑을 부르던 여낭의 노래와 몸짓을 찬양하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잘 짜여진 직물과도 같이 우연에 우연이 겹치고, 또다시 우연이 겹쳐져 마련된 단 한 번뿐인 무대. 근 십년간은 이 지역 사람들의 입에 마치 기담처럼 오르내리지 않을까. 꿈의 흔적을 찾아 해메이던 여낭처럼 오늘 밤의 무대를 심히 그리워해 애달파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란스러운 무대의 이면에서는 참기 힘들 정도의 정적이 이어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귀하디 귀한 집에서 자라 사랑과 마주치고 보기 힘들 정도로 괴로워했던 여식은 매서운 살기를 드러내는 무림인으로 매서운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새하얀 손등에 드러난 푸른 핏줄은 마치 백옥위에 상감象嵌한 옥과 같고, 날을 드러낸 손톱은 칼날과 같다. 손이라기 보다는 은장도에 가깝군. 이른바 조법抓法이라는 것인가. 고상하신 정파들이 쓸 무공은 아니고, 그렇다고 거칠기 짝이 없는 대부분의 사파들이 애용할 수법도 아니다. 눈앞의 무인의 정체가 미심쩍었으나, 지금은 다른 문제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굳이 들춰낼 이유는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이놈 탓에 귀공의 무대를 볼 수 있었으니, 관대한 처분을 부탁드릴까.”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볼을 엄지로 스윽 긋는 손짓을 한다. 파계회의 젊은 무인들 사이에서는 거짓부렁을 말하는 배신자는 그 시체의 입 양쪽을 찢어버리는 것으로 응보하는 유행이 있었다. 이는 염라 앞에서는 거짓을 말하지 말라는 나름의 의식이었다. 한쪽만을 찢어준다면 그래도 살아갈 수는 있으니, 야견 입장에서는 지극히 관대한 처사였다. 물론 엄격한 예인 사이에서 오늘 있었던 극장주와 단 사이의 폭력 같은 일은 흔해 빠진 일인지도 몰랐다. 지금도 눈앞의 일에 난처해하며 상처를 부여잡고 당황하고 있는 젊은 단도 앞일을 생각하면 이러한 처분은 바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야견은 공정함을 따지는 판관도, 약자의 사정을 중시하는 정파도 아니었다. 좋은 공연에 마침표가 찍힐 무렵, 기분을 잡칠 만한 것을 보았으니, 억지를 부려 일을 정리하려는 것에 불과했다. 단이 받은 수모를 단이 갚는다. 그럭저럭 볼만한 마무리가 아닌가.
“잠이라곤 안 오던 여름밤, 덕분에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꿈을 꾸었소. 고마웠소이다.”
야견은 마지막으로 진심어린 미소로, 손을 겹쳐 예인에게 예를 표하고 , 뒤돌아 떠나간다. 예인과 관객,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등 뒤에서 살이 찢어지고 피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시종일관 아름다웠던 극에 비하면 허무한 마침표일지도 모르나,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위한 쉼표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겠지.
/크아아아아악!! 막레입니다!!! 일상 돌리는 내내 정말로 관객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어요! 재하주 정말로 수고하신것!!
황자/황녀는 어.... 무림비사에서 황실이나 조정은 사실상 더미 데이터에 가까운 존재들이라서... 이무기가 나와서 산동성을 통쨰로 초토화시켜도 조정은 코파면서 구경하고 무림세력이 나서서 다 해결하는 것이에용. 그 설정이 가능해도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어용 귀족혈통플레이를 하고 싶으시면 오대세가나 문파세가특이 좋은거에용
하늘이 붉게 물들고 피와 시체로 가득한 공간은 정도와 거리가 멀다. 재하는 나름 행동을 취하려 했다. 손목을 쳐내 검을 놓치게 할 요량이었으나 너무 얕은수였던 것 같다. 어쩌면 너무 뻔한 수였을지도 모른다. 정석적인 것을 배운 나머지 일어진 불상사다.
"그렇지요, 칼을 쥐어야 할 필요가 있으니.."
지금은 안심하고 가르침에 대한 것만 집중하면 되겠지, 이 이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될 것이다. 고작 칼을 쥐어야 한단 말에 금세 안심하는 것은 그만큼 눈앞의 사람을 신뢰한다는 뜻인가? 무른 사람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칭찬을 듣자 창백하던 안색이 제법 괜찮아진다. 좋은 가르침이다. 손목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배우고, 훌륭한 판단이었다 하니 다음을 경청하듯 거리를 벌리려 했건만.
"아."
재하의 눈이 둥글게 홉뜬다. 금빛 검기가 안개처럼 일렁이더니 수없이 갈라지듯 한다. 아무리 보호한다 한들 아슬아슬한 그 충격을 이겨낼 수는 없다. 다시금 저 너머로 튕겨나갔다. 이번엔 낙법을 제대로 취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흙먼지가 걷히고 재하는 겨우 서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순간에 사특하게도 시체를 움직여 낙하의 충격을 줄인 것이었다. 저 멀리서도 동글동글하고 동공이 좁아진 눈이 공포보다는 경외를 담고 있음이 보인다.
"역시 형은 소생이라면 감히 생각할 수 없을 만치 대단하시어요.."
이것이 관록이로구나! 좋은 가르침에 재하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양자를 택하라, 상대할 때에 가장 좋은 법이라니 잘 배워야 할 테다. 그렇지만 바로 써도 괜찮은 것인지 싶다. 고민은 길지 않다.
"그럼, 이리 하는 것이 맞을지요..?"
제 형의 등 뒤의 시체 하나가 뒤틀리더니 벚나무가 자라난다. 재하가 쏜살같이 달려나가 부채를 접은 상태로 단검처럼 찌르려 든다. 벚꽃의 부드러운 잎이 날선 기를 담아 날아온다. 비록 막 걸음 배우는 아이처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듯싶으나, 새로운 것을 배웠다는 듯 집중하는 눈을 보아하니 실전에서는 망설이지 않을 것임이 틀림없다.
- 천앵 4성, 가지치기 내공 10을 소모해 현실에 아주 잠깐 가상의 벚나무를 한 그루 심는다. 벚나무의 꽃잎들은 천앵의 영향을 받는다.
- 천앵 3성, 귀소 내공 5를 소모해 현실에 구현된 모든 꽃잎을 한 번에 부채로 돌아오게 한다. 이 때 벚꽃잎은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 수라선 5성, 4식 마공천섬 신성한 천마신의 기운을 유형화시킨다. 부채를 접은 상태로 단검처럼 빠르게 여러번 찌른다.
중원은 처음으로, 그의 무공이 사파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고민을 했다. 붉은 도화지에 검은 먹을 부어 혼탁하게 만든 듯한 풍경은 정파의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쉽게도 그는 마교의 무공을 본 것은 화산논검이 마지막이었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검을 들어올린 채 가볍게 검끝을 까딱인다. 나름의 도발이었다. 시큰거리는 손목의 격통 쯤은, 사실 참아가며 휘두를 수 있었다. 요괴를 잡기 위해 스스로 다리를 부수고 팔을 절어가면서도 싸우려 했던 나다. 심지어 요괴도 아닌 산군에게 팔을 물어뜯긴 적도 있었으니 고통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시큰거리는 고통에 눈보다 감각으로, 판단의 영역을 고친다. 등 뒤에서 피어오르는 듯한 나무의 기세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두렵다. 또한 넓게 펼쳐졌던 부채가 길게 접힌 것이 눈에 든다. 그대로, 중원은 검을 땅에 박아넣는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죽음을 각오한 것인지 착각할 법도 했지만 전쟁을 겪은 재하라면, 또 무림의 격언을 아는 이라면 그 자세가 썩 안심스럽진 않을 것이다. 팔을 길게 뻗은 중원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재하와 등 뒤로부터 내달리기 시작한 벚꽃들을 향해 숨을 고르고 손바닥을 가볍게 펼친다.
퉁, 하고 공기를 쳐내는 듯한 소리가 울린다. 벚꽃 속으로 스스로의 팔을 집어넣곤 그 흐름을 움켜쥔다. 자신을 막지 말라는 듯, 제 주인에게 돌아가겠단 흐름을 어루어 그 위에 올라타곤 자신을 향해 찔러오는 부채를 향해 손등을 올리며 상체를 기울인다. 마치 눕는 듯한 각도로 손을 뻗은 자세에서 기묘한 흐름 속으로 상대를 끌어들인다. 건곤대나이는 단순히 그 흐름을 쥐고 움직이기만 하는 기술이 아니다.
흐름 속에 빠져들어 휘두르고, 그것을 통해 적을 돌아보게 한다. 하나의 공격이 막히고, 또한 자신의 공격이 돌아오는 풍경을 보았을 때 재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중원은 내심 궁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짧은 행동에 두 개의 초식이 섞였다는 것을 알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 훌륭한 연계임은 맞으나.. "
여전히 아직은 미숙해보였다.
건곤대나이 1성 쳐내기 - 손 또는 발이나 무기를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쳐냅니다. 내공을 5 소모합니다.
4성 회천종 - 몸을 빙글 돌리면서 손을 움직입니다. 내공을 20 소모해 공격을 적에게 되돌립니다.
검 끝을 까딱일 적 재하는 눈을 잠시 홉뜬다. 이렇게 도발할 줄은 몰랐다는 듯, 도발에 응하겠다는 듯 수줍어하다 다시금 공격을 시도했다. 나무의 꽃잎은 무성하고 부채는 위대한 천마신을 받드는 자가 가질 수 있는 기운을 유형화한다. 그렇지만 검을 땅에 박아 넣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위험하다는 감이 섰다. 무림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자는 팔이나 다리가 하나 없는 자요, 어린아이요, 노인이며, 여인이고..
"아..?"
늦었다! 공기를 치듯 퉁, 하고 가벼운 소리가 난다. 그 이후의 일이 하나같이 놀라운 것뿐이라 재하는 잠시 자신이 헛것을 보나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기를 품어 검기처럼 서늘한 꽃잎에 팔을 집어넣는 것도, 부채를 흘리듯 하며 눕는 듯한 각도로 자신을 끌어들이는 모습도. 재하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 한 초식에 이럴 수는 없다. 필히 두 개의 초식을 썼으리라. 겁에 질린 듯 놀란 표정은 이내 경외로 가득 찼다. 꿈에 그리던 것을 마주하던 아이와도 같은 표정이었다.
형이라 부르는 당신은 이리도 대단한 사람이구나, 이 중원은 넓은데 당신의 벽이 높다! 대단한 사람이다. 재하는 빠르게 현실로 돌아오려 애썼다. 봄빛 만발한 공격이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막아내야 했다. 재하는 황급히 부채를 펼치며 다른 곳으로 팔을 뻗었다. 필히 내기를 품었음에도 바람을 가르는 꽃잎의 소리는 봄날 변덕스러운 바람이 불어 풀이 흔들리듯 가볍고 보드랍다. 완벽히 막을 수는 없었는지 수많은 꽃잎 중 몇 개는 재하의 귀를, 뺨을, 그리고 손목의 옷깃을 가볍게 스쳤다. 몰아친 벚꽃은 일렁이다 사라졌다. 재하는 제 형을 올려다보며, 놀란 마음을 추스르듯 하였다.
"……소생이 귀한 가르침을 배웠사옵나이다. 제가 졌어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재하는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다. 미숙함은 당장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재하는 잠시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지 수줍은 여인처럼 입술을 오물거리듯 하다, 이내 뺨을 붉히듯 하며 눈에 가득히 동경과 경외,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성취감을 채웠다. 순수한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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