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그림 그리느라 좀 바빠보였는데 어느새 또 공모전에 입상했나보다. 입상작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여는 모양인데, 저번에 갔었던 그 전시회와 비슷한 모양이다. 이번에도 고양이가 그려져있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야키소바를 조금 집어서 입에 넣는다. 저번이랑 비슷한 장소에서 하는건가, 싶어서 입에 있던걸 넘기고서 물었다.
" 그럼 전시회 같이 가요. "
예전에는 이런 사이는 아니었고 오히려 좀 냉랭한 분위기였지. 그래도 외투를 덮어주었던 기억이 나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른다. 그때는 봄이었고 이젠 가을이다. 분명 그때처럼 공기가 조금 찰테니까 외투를 덮어주면 어떤 반응일지 기대가 된다. 최근에는 예전의 요조라와 지금의 요조라의 반응 차이를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들어서 예전과 비슷한 행동들을 조금씩 해보고 있다.
팔짱을 끼자고하자 팔을 걸고서 껴안듯이 안는 요조라를 보면서 웃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너무 가까운가 싶었지만 서로가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이럴때 조금 더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발견한 노점으로 가면서 요조라는 그 옆의 노점에서 파는 단호박 타르트를 봤는지 그것도 먹자고 얘기했다.
" 그럼 ... 당고 달달한 소스로 2개, 짭짤한 소스로 2개 어때요? "
당고 노점 앞에서 소스로 고민하는 요조라를 보고선 먼저 말을 꺼낸다. 요조라가 동의하면 저렇게 주문하고 아니면 그녀가 원하는대로 주문할 것이다. 그리고선 바로 옆의 노점에선 단호박 타르트 하나와 에그 타르트 하나를 같이 주문했다. 계산까지 끝마치면서 이 정도면 저녁에 간식까지 루트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문한 것들이 나오면 이젠 요조라네 노점으로 갈 차례였다.
노점의 간판은, 두근두근 신비로운 팬케이크였다. 신비로운 팬케이크라는 건 마법에 걸린다는 것밖에 안 떠올라서, 아키라가 반죽을 만드는 모습을 빤 쳐다보았다. 반죽에 무언가 섞기라도 하나 보려는 건데, 팬케이크를 만들어본 적이라고는 없는 코로리가 반죽 재료를 알고 있을리도 없었다. 소금이 들어가도 그런가 싶고, 설탕이 들어가고 그런가 싶은 것이다! 동화 속 마녀가 쓸 법한 말린 개구리 가루같은 것이라도 나와야 넣어서는 안 될 것을 넣었다 눈치챌 것이다. 한 마디로 지켜보는게 의미가 없었다! 그치만 소금 먹는다구 마법 안 걸려! 설탕도 그렇구, 나 같은 신님들이 마법 걸어준 것도 아니잖아!
"나 '아아ー 늘 먹던 걸로.' 라고 해보구 싶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부.' 라는 부자같은 말도 해보고 싶었는데, 다른 노점들에도 들러야 하니까 그건 재정 상 안 됐다. 코로리는 부자가 아니니까! 다만 '아아ー 늘 먹던 걸로.' 라며 단골 칵테일 바에 수트 차려입고 찾아가서 해야만 할 것 같은 주문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점이 하나 있다면 단골이라기에는 처음 보는 노점에 처음 온 것이라 단골 메뉴가 있을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냐, 이자요이 씨가 아니라 마녀님이니까!"
코로리는 넓은 모자 챙을 통 손가락 끝으로 튕겼다. 손목에 걸어운 호박 모양 간식 바구니도 보여준다. 회장님도 'Trick or Treat' 하면 간식 줄 수도 있다구!
"그러니까 공부 얘기는 금지야. 이건 '고마워!' 대신에 줄게ー"
호박 바구니에서 사탕을 하나씩 뒤적뒤적 꺼낸다. 포장지 색깔 별로 꺼내는 것 같은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 순으로 사탕 5개가 줄지어진다.
공모전과 전시회 얘기를 하니, 저번과 같은 곳에서 하는지, 그럼 같이 가자던지, 하는 얘기가 돌아온다. 요조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장소는 저번보다 조금 더 큰 곳이고,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정해지면 같이 가자고, 일정 나오면 얘기하겠노라 말하며 지난번을 떠올린다. 그 어떤 선약도 예정도 없이 마주쳐, 어쩌다보니 같이 갔던 전시회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분명 그 날이 코세이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날이라 그럴테지. 관계가 달라진 지금, 다시 가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기대감이 요조라의 마음 한켠에 슬쩍 차오른다.
"으음... 응, 그렇게 해요. 다른 것도, 먹을 거니까."
팔짱, 보다는 거의 요조라가 팔을 안다시피 한 채로 당고 노점에 가자 코세이가 단 맛 두개와 짠 맛 두개 어떠냐고 물어온다. 종류는 여럿있었지만, 역시 이런 건 기본이 제일 맛있는 법이니, 그러자고 하며 주문을 했다. 그리고 이번엔 요조라가 재빨리 동전을 내밀어 계산을 가로챘다! 계산을 빼앗은 순간의 요조라의 표정은 정말 뿌듯한 고양이, 가 아니라 의기양양했을 것이다. 그렇게 주문에서 계산까지 만족스럽게 하고, 잘 포장된 것들을 받아들면 이 거리 끄트머리쯤 있을 호시즈키 노점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역시나 먼저 갈까요, 묻는 코세이에게 고개를 크게 끄덕이곤 팔짱을 낀 채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서인지, 오후 조금 지났을 뿐인데도 하늘에 붉은빛이 서서히 번져온다. 바뀌는 하늘빛에 맞추듯, 길가에 늘어선 노점들이 제각기 울긋불긋한 조명을 밝힌다. 희미한 노을과 조명이 섞여 비추는 거리에 이형의 모습을 흉내낸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이 어울리는 풍경은 어딘가 오묘한 분위기가 있어, 잠시지만 별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변을 살짝씩 돌아보며 걷던 요조라는 그 시선을 코세이에게 돌리더니, 잠시 바라보다 다시 앞을 향하며 말했다.
"매년 마츠리마다, 혼자 집보거나, 자거나 했는데... 여름도 그렇고, 지금도,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게, 솔직히 너무 꿈 같아요. 잘 때도, 잘 안 꾸는데, 꿈은..."
그래서 지금이 더욱 꿈은 아닐지, 어쩐지 코세이와 함께 있으면 매번 그런 생각이 든다며 짧게 웃는다. 웃고, 팔짱을 약간 고쳐 잡고서 말을 잇는다.
"저만, 코세이한테, 너무 많은 걸 받는 거 같아요. 과분하달까..."
자신은 해줄 수 있는게 거의 없으니 말이다. 너무 과분하지만, 그렇다고 놓아주기도 싫은 사람이라고, 그런 얘기를 차분히 하며 같이 거리를 걷는다.
애초에 아키라로서는 코로리가 늘 먹던 것이 뭔지 알지 못했다. 아마 그녀가 진심으로 주문을 했다기보다는 그냥 장난스럽게 주문을 한 것이겠거니 추측하며 아키라는 뭘 대접하면 좋을지 머리를 살며시 굴렸다. 물론 팬케이크야 어차피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달콤한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름대로 구상을 하며 그는 가만히 머리를 위아래로 천천히 끄덕였다.
이자요이 씨가 아니라 마녀라는 그 말에 아키라는 또 무슨 말인가 싶어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아. 그러고 보니 할로윈과 겹치던가. 지금.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 기분이다. 이 장난에 맞춰도 나쁠 것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그녀가 주는 사탕을 확실하게 챙겼다.
"사탕 고마워요. 작은 마녀님. 그래서 마녀님의 이름은 뭐라고 부르면 되나요? 이자요이 씨가 아니라면 고객님, 손님. 이라는 말 밖엔 할 수가 없으니까요."
참으로 넉살 좋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아키라는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앉으라는 듯, 가만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이어 고개를 내려 슬슬 팬케이크를 만들려는 듯, 반죽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드릴테니 앉아계세요. 일단 이것만 묻고 싶은데, 좋아하는 과일 음료수는 뭐가 있어요? 아. 음료수가 필요없으면 팬케이크만 먹어도 되고요. 음료수와 세트로 사면 800엔이에요. 팬케이크만 사면 600엔이고요."
당연하지만 엄연히 노점으로 여는 이상 이건 무료 메뉴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가격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어떻게 하겠냐는 듯이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답레와 함께 갱신하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오자마자 질문이 보이니..
1.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키라의 얼굴이 새빨갛게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는거군요. 사귀지도 않는데 뽀뽀는 조금!! 이렇게 반박하다가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그냥 자신의 뺨만 콕콕 찌르지 않을까 싶네요.
2.1번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어쩔 수 없이 꼭 해야한다고 한다면 아마 뺨에 아주 살짝 입을 붙였다가 떼어내고 바로 성큼성큼 갈 길 갈 것 같네요. 뒤에서 불러도 못 들은 척 하면서 말이에요.
아르바이트비가 막 들어온 날이었다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부.' 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아키라가 능청맞게 늘 먹던 것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면 꺄르륵 웃어버렸을테지만, 그럭저럭 장난스런 주문을 받아주었으니 만족했다! 팬케이크 같은 디저트류에 편식하는 것은 딱히 없었으니까 팬케이크에 당근 시럽을 뿌리고 토핑으로 호박과 피망을 올리진 않잖아! 어떤 팬케이크가 나와도 상관없었다. 아키라가 고개 끄덕이는 걸 보고나서, 옆에 있는 믹서기 너머로 보이는 과일들을 본다. 생과일 주스도 있다고 했는데 어떤 과일이 있나 보는 중이었다.
"응ー 근데 조심해, 마녀님의 사탕은 남들보다 이가 더 빨리 썩어?"
코로리가 충치의 신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다! 잠의 신으로서 갖고 있는 힘도 일절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사탕일 뿐이다. 그거 아키라가 장단을 맞춰주니, 짓궂은 장난을 치면서 개구지게 웃는 것 뿐이었다.
"마녀님은 이름이 없대, 그냥 마녀님이야!"
잠의 신 대신 잠의 마녀, 신으로서의 이름이 없으니 마녀로서의 이름도 없다. 코로리는 아키라가 가르킨 테이블로 다가가서 얌전히 폭 앉았다. 쓰고 있던 마녀 모자에는 리본으로 묶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 리본을 푸르고서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내려둔다. 테이블 위에는 손목에 걸고 있던 호박 바구니가 놓였다.
"나 오렌지! 딸기랑 복숭아도 좋아해ー 레몬은 내가 졌구, 사과랑 포도도 좋아해!"
좋아하는 과일 음료수를 물어보길래, 이번에는 순순히 어느 과일이 좋다고 답하나 싶더니만 결국은 또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코로리는 방글방글 웃으면서 아키라에게 선택을 넘기고 말았다. 그치만 스타후르츠 같은 건 없을 거잖아! 스타후르츠를 먹어본 적도 없다.
"마녀님은 인간들의 음식 좋아한대!"
마녀에서 신으로 바꾸어도 뜻이 맞았다. 코로리는 인간계의 음식을 좋아했고, 음료를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 정도로 달콤한 것이라면 다른 이들과 나눠서 먹어야겠네요. 제가 아는 동생이라던가, 학생회 사람들이라던가."
나중에 렌을 만나면 코로리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에게 이 사탕을 줬다고 장난스럽게 말해볼까 라고 아주 잠깐 생각하긴 했지만 그는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물론 자신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나중에 고자질한 것처럼 되어버리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것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사탕은 나중에 단 것이 끌릴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었다.
"그럼 그냥 손님이라고 부를게요. 마녀건 뭐건 가게 앞에서는 다 손님이니까요. 그리고 음료수는 오렌지로 할게요."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인만큼 가장 좋아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우선 팬케이크를 굽는데 집중했다. 평범한 팬케이크라면 둥글둥글한 느낌이겠지만 그가 이번에 구운 팬케이크는 둥근 느낌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처음에는 둥글게 굽긴 했지만 틀을 이용해서 이내 반죽을 어느 정도 걷어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내 접시 위에 담겨있는 것은 용 모양의 팬케이크였다. 적당한 크기로 잘 구워낸 팬케이크 위에 버터를 올리고 그 위에 생크림을 살짝 바른 후, 취향 여부에 따라 추가로 뿌릴 수 있는 허니 시럽을 함께 동봉한 후, 그는 오렌지를 믹서기에 갈았다. 그리고 정말 아무것도 섞지 않고 얼음을 동동 띄운 생 오렌지 주스를 잔에 따라냈고 카운터 밖으로 나온 후, 코로리의 자리에 가져간 후에 내려놓았다.
"주문한 신비의 팬케이크와 오렌지 주스입니다. 손님."
아마 코로리는 팬케이크에서 아주 잔잔하게 느껴지는 신의 기운을 읽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이전 성스러운 샘으로 갔을 때 느낀 기운과 비슷했었을 것이다. 그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노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은 모두 그 동굴에서 직접 떠온 샘물이었으니까.
"정말로 신선한 재료만 사용했으니까 맛은 있을 거예요. 일단 맛없다는 분들은 보지 못하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