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몸이 아프거나 한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 상태가 오래 가면 분명 어딘가 탈이 나겠지만 그러지 않게 몸상태를 조절하면 그만이니까, 괜한 걱정을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볼을 만져주자 잠시 뺨을 부빈 요조라는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고 남아있던 나머지 반쪽의 타르트도 먹기 시작했다.
" 아무래도 인간의 모습이다보니 ... 피곤하다거나 그런건 다 느끼는 편이죠. 근데 감기는 한번도 안걸려봤네요. "
생각해보니 겉모습만 인간이고 사실 신이라서 감기를 안걸리는걸까, 아니면 그냥 운좋게 감기를 피해간걸까. 피로감 같은 것들은 모두 느끼고 있으니 아무래도 후자겠지. 그리고 앞으로 몇십년은 이렇게 살아야하는데 감기는 수도 없이 걸릴 것 같다. 안걸리면 더 좋지만. 근데 안걸리면 수상하게 보지 않을까?
" 아직 미성년자라서 알코올은 안주시나보네요. "
일단은 인간계의 법도로는 난 술을 못마시는 나이니까. 원래의 음료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긴 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일까 이 음료수만 맛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까보단 좀 나아져서 빨대로 에이드를 조금 마셔보았더니, 진짜 웬만한 카페 음료들보다 훨씬 맛있었다. 우리 카페에서 파는 것들보다도 맛있어서 한번 더 마신 뒤에 말했다.
"그렇구나... 으음, 병은 안 걸릴수록, 좋죠. 아프고 나면, 괜히 더 피곤해지고, 그러니까..."
인간의 모습, 이라는 건 단지 겉만 그런 걸까, 육신 자체가 그런 걸까, 한번 시작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곧 엉뚱한 생각으로 이어질 듯 하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적당히 자르고, 타르트를 다 먹은 뒤 손을 살짝 턴다. 맛있었지만 입안이 조금 텁텁해졌으니, 요조라도 에이드로 입가심을 한다. 한모금 쭈욱 마신 다음, 짭짤한 소스가 묻은 당고를 집어들며 말한다.
"사실 밖이라서, 괜히 저러는 거에요. 집에서는, 가끔 주거든요. 츄하이 정도지만."
이것도 집이었으면 그냥 줬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요조라가 마히루 쪽을 힐끔 보자, 때마침 이쪽에 시선을 주던 마히루와 눈이 마주쳤는지 메롱, 하고 혀를 내민다. 요조라의 태도에 마히루는 참나, 하듯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요조라도 다시 당고를 한알 빼먹고 빨대로 에이드를 휘휘 저었다.
"오늘, 보다는 이번 마츠리 기간 동안, 이에요. 그날 그날, 파는 양은 정해져 있을거고... 마츠리 노점은 이래도, 화과자 가게니까요. 호시즈키당은."
어디까지나 이벤트성에 가까운 노점이었으니, 쿠키 몇몇을 제외하곤 마츠리가 끝나면 다시 나오지 않을 것들이다. 대신 겨울에 열릴 마츠리에선 와인을 데운 음료인 뱅쇼를 할 거라던 마히루의 계획을 슬쩍 흘려준다. 어느새 다 먹은 당고 꼬치를 내려놓고, 이번엔 몽블랑을 반으로 나눈다. 데코한 부분이 조금 뭉개졌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요조라는 반 가져가고 남은 반을 코세이 앞으로 밀어주었다.
"이건, 코세이도 같이, 먹어요. 같이, 맛있는 걸 먹은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테니까요."
꼭 먹은 것만 기억에 남진 않겠지만, 그래도 같이 먹으며 맛있다고 한 순간은 조금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남은 간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신다. 천천히 먹긴 했으나 하나둘 줄어든 간식의 자리는 빈 자리만 남았겠지.
피노키오는 거짓말쟁이니까! 모르고서 하는 말이니까 신을 보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느낌이 달랐지만, 코로리는 눈을 도르륵 굴리면서 얼렁뚱땅 답을 했다. 그저 이 주제로 더 물어보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표정 관리도 어려워 시선을 피해버리고, 입술도 꾹 다물었다. 태연하게 웃는 척 하는 것도 어색할 것만 같아서 눈과 입이 다른 모양을 그리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아키라가 역시 바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상한 낌새에 파고 들었다면 당황했을텐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아키라의 표정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새로 구워지는 팬케이크는 기운이 폴폴 느껴지더라도 눈 딱 감고 먹어주는 선심을 베풀기로 했다.
"바보지만 똑똑하다는 건 바보지만 똑똑하다! 라는 거지, 회장님 진짜 바보야?"
코로리는 헛똑똑이다, 헛똑똑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뜻으로 물어본게 아닐텐데!
"응, 비밀을 밝…히지 않았어두 회장님은 잔소리쟁이였을 거 같아. 계모 회장님."
내가 신이란 거 알았으면, 그것도 잠의 신이란 거 알았으면 잔소리 안 했을 거잖아! 밤에 일하는 걸 안다면, 낮에 학교에서 잔다거나 체육 시간을 땡땡이 치고 숨어 잔다고 해도 잔소리 안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간 아키라라면 그래도 잔소리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가서 말을 고친 것이다. 코로리에게 아키라는 늘 일 열심히 하고 저한테 늘 잔소리만 하는게, 신데렐라 계모! 였다.
"…회장님, 왜 계속 뒷담 얘기해? 회장님이 내 뒷담 했지."
뒷담화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는데 저번의 서점에서도 그렇고 계속 뒷담화 이야기가 나오는게 마음에 안 들었다!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도 했지, 사이 좋아지고 싶다고도 말했는데 왜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 코로리는 아키라가 제 뒷담화를 했기 때문에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오해하기로 했다. 렌 씨가 좋아하는 사람인 거 같으니까, 그래서 더 잘 지내려구 하는데! 입술 삐죽거린다. 나눠먹는다는 말에 더 주려고 했던 사탕 주지 말아버릴까 치사하게 굴기로 한다. 그런데!
"우리 친구야?"
표정이 바로 풀렸다! 친구라고 생각 안 했다는게 티 팍팍 나는 놀란 표정이다. 동그랗게 뜬 눈이 깜빡거리는게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