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상에 대해 묻는다면 어? 나쁘지 않아 좋았어~ 정도로 대답하니 별 생각 없이 예의상 물어본 말에 꽤 길게 답이 들려온다. 오히려 물어본 저가 당황해 순간 당혹스럽다는 눈빛을 던진다. 건물에 들어온 이후 전의 가벼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생각에 잠겨 묵묵히 눈을 내리깔고 고심한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되었고 무엇을 수습을 해야할지 무언가 지적하고 싶지만 상대가 실질적으로 잘못한것은 없으니 애매하게 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
"...당황스럽네요." "시윤군은 혼네와 다테마에에 대해 들어보신적이 있으신지, 시윤군이 지금 소녀에게 요비스테를 하지 않고 마츠시타라 부름은 마도 일본의 문화를 어느정도 알고 계셔 그리하셨다 생각했사온데..."
더 따지고 싶다는 것처럼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듯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 침묵한다. 이윽고 홀로 생각을 정리한 것처럼 처음 만났을때와 같이 생긋 미소 짓는다.
"아니와요. 신 한국의 화법에 아직 익숙치 않은지라 소녀가 당황하여 너무 깊게 생각한듯 하여요. 시윤군이 이렇게까지 생각하여 고견을 말해주심은 소녀를 걱정하는 방식중 하나일 터이니 사려깊다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할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잘 몰라 대응이 미숙했사와요. "
아니 이게 아니라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속마음을 드러낸지 너무 오래되어 하나 하나 진심을 되새기고 정리하는 방법조차 까먹은 기분이다.
"허나,"
잠시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정말로 오지랖이 넓고 어쩌면 불쾌하리만치 통찰력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함은 '실례'가 되는 짓이다. 내게 해가 될 것인가 득이 될 것인가 상대와 좋은 비즈니스관계가 될 수 있는가 아니면 적대해야하는가 상급자인가 하급자인가 지금 어떤 말을 해야 상황에 들어맞을까 혹여나 격식없이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는가 하나같이 마음이라고는 담기지 않은 사무적인 고민이 지나가고 그 속에 정작 진실로 상대를 생각하고 보지 않음을 그제서야 알아챈다. 이 짧은 시간동안 자신이 드러났음에도 정작 본인은 상대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음에 묘하게 자존심이 상한다.
"요약해서, 어찌되었건 저를 좋은 사람으로 봄은 감사하게 여길게요. 그러나 당신의 말은 전혀 15살짜리 소년같지가 않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 20대 이상의 인생경험 많은 사람이에요. 특히나 말투를 눈여겨 보았을때 누군가의 위에서 하급자를 격려하고 그들의 심정을 파악함에 능숙한 자, 초면인 저를 짧은 시간안에 분석하고 그럴듯하게 심정을 파악하여 오지랖을 부릴정도라면 사람들을 관리함에 대하여 상당히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되어요. 아마도...시윤군의 말에 따르면 1세대의 시대상을 고려했을때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 단 하나 최하 행동대장내지 한 부대의 지휘관 정도가 떠올라요."
시뮬레이터실 내부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열심히 돌아다니는 햄스터들을 바라보며 지쳐보이는 한 마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방금 전까지는 사춘기 소년의 알 수 없는 어른에 대한 동경이라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당신의 나이에 관한 얘기, 믿을 수밖에 없겠네요 시윤씨. 제 말투가 무례하다면 사과를 구하도록 하겠지만 어설프게 어린아이가 경험자 앞에서 어른인척 하느니 감상을 솔직하게 말하는게 오히려 좋을것 같았어요. 물론 저도 제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만큼 시윤씨의 평에 대해 저는 아무말도 하지 않을거지만요."
손 안의 작은 동물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음을 확인하고 다른 손을 들어 해바라기 씨를 내밀며 살짝 웃는다.
"그렇다고 제가 시윤씨가 싫다는 말은 아니에요. 오히려 오래간만에 자신을 돌아볼 계기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긴긴 평가 속에서 마츠시타는 당황한듯한 눈빛을 보였다가, 이내 입을 다물곤 고개를 떨어트렸다. 뭐 그야 그렇겠지. 별로 이런 기습을 당할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을거다. 어디까지나 예의상 던진 말이었을테니까. 그걸 뻔히 알면서도 사람을 다 안다는듯 입을 연건 어른을 자처하는 입장에선 좀 짗궃은 짓이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단박에 부정은 안한다라. 그렇단건 대충, 정답에 근접했던 모양이다. '착한 아이가 세상의 불합리에 분노하여 가면을 썼다.' 라는 패턴인가. 탐정마냥 의기양양하게 떠들었지만. 솔직히 전부 틀린,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는 망상일 뿐이고, 여기선 시원하게 비웃어주길 바랬다. 가슴 아픈 일이다. 세상이 좋아졌어도, 이런 아이들은 생기는 법이로군.
"아 그거 오랫만에 들어본다. 분명히, 본심과 그걸 적당히 돌려 말하는 문화였던가. 과연 시간이 지나도 문화란건 남는 마련인가보군. 일본 사람들은 친한 관계가 아니면 보통 성씨로 부르니까."
혼네? 다테마에? 뭐더라? 하고 고개를 기울이다가 기억속에서 대충 건져올리는데 성공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 사람들은 본심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적당히 돌려서 말하는 버릇이 있단 내용이었지. 분명히 좁은 섬나라 환경에서 서로 '존중' 을 강제하지 않는 이상 분쟁 끝에 파멸을 부를 수 있음으로 인해 파생된 문화였던가. 거기에 일본출신 애들은 성씨로 부르는게 보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또 그렇지도 않나보다. 먼나라 이웃나라에 의지하여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인식을 익히던 아저씨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음이 분명하면서도, 뿌리 깊은 문화는 또 쉽게 끊기지 않는 것이 인간이란 생물이란 말인가. 재밌는 이야기다.
"한국 사람들이 직설적이긴 하다만, 방금건 아저씨가 짗궃었다고 봐야겠지. 그렇지 않다면 특별반에 있는 다른 신 한국 학우들 중에 아저씨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이 더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방금의 이야기에 지금처럼 놀라진 않았을테니까."
오해가 생길까봐 조금 부연 설명을 했다. 한국 사람들이 직설적인거 좋아하긴 한다마는, 방금건 '신 한국의 화법' 이라고 칭하기엔 좀 극단적이었으니까. 이걸로 한국에 대한 묘한 인상이 붙어버려도 곤란하다. 사실 그걸 모를만한 인상도 아닌데, 아마 본인 말대로 적잖이 당황했나보다. 그래도 여전히 화는 안내는걸 보니까, 예의나 처세술 이전에 역시 본성이 나쁜 애는 아닐거다. 본인은 나쁘다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하하."
그 뒤에 이어지는 나에 대해 필사적으로 고민해본듯한 추론에, 나는 당황한 기색도 놀란 기색도 없이, 오히려 웃으면서 비교적 즐겁게 들었다. 이야, 지휘관인걸 맞춘건 꽤 노력했는데. 나는 마츠시타를 보며 빙그레 웃다가, 그녀의 말이 다 끊난 뒤에 조용하고 부드럽게. 그러나 정확한 시선을 마주하면서 천천히 입을 연다.
"이제야 나를 제대로 봤군. 이게 진짜 사람을 시험한단거지. 마츠시타야. 아마 대략적으로 맞춘 말에 첫번째론 당혹감이 들었을테지. 그리고 그 다음엔? 아저씨 생각에 너 같이 영리하게 행동하려는 아이는 대항심이 들기 마련이야. 그야 그렇지 않느냐. 스스로가 어디서 누구인지도 모를 저격수에게 일방적으로 약점이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꺼림칙한 법이니까. 상대에 대해 필사적으로 알고자 하지."
그러니까, 그게 목적이었다. 별로 여유롭게 속내를 숨기는데 능숙한 아이를 당황시키려는 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뭐 물론 그 것이 이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함엔 분명하겠지만.
사람은 자신의 필요성에만 따라 행동한다. 내가 그녀에게 특별한 인물이 아닌 이상, 믿어달라던가, 속내를 들려달라던가, 좀 더 솔직히 마주하라던가.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따를 필요성 따윈 없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감추고 다니는 아이가 정체불명의 소년에게 일침을 찔렸다면, 필연적으로 '방어태세'를 갖추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가지고 있는 판단과 분석을 근거로 상대를 이해하려 필사적이 될테고, 그것은 내가 백마디의 자기소개를 하는 것 보다 아마 효과적으로 나란 인물을 그녀에게 새겼을 것이다.
"나에 대해서 믿어달라던가 관심을 가져달라던가 하는 것 보다 마츠시타 같은 아이에겐 이런 문답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을거라 생각했다만, 아무래도 이번엔 아저씨의 직감이 맞았군. 불쾌할 수도 있던 얘기지만 그렇게 말해준다는 것은, 네 본성이 선하다 판단한 내 안목이 틀리진 않았다고 본다."
나도 느긋하게 해바라기씨를 하나 꺼내서, 작은 동물에게 천천히 내밀며 웃었다.
"그러니까 나도 네가 별로 싫지 않다. 오히려 날 좀 더 신뢰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구나."
검성이 활약하던 시기에도 미쳐 날뛰면서 유럽 지역에서 깽판을 부리면서 유럽에 존재하던 영웅 후보자 다섯명을 조져버렸고 열망자의 리더이자 세계관 최고의 광기를 증명하듯 인도의 한 지역을 그대로 제물로 바쳐버려서 그 지역에는 영원히 타오르는 유황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고 마지막은 아프리카 게이트 붕괴의 시작이 된 주인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