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이 신비에 빠졌던 순간. 느꼈던 충격은 어떤 형태였는지 얘기해보겠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을 0이라고 하고,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을 1이라고 하고, 어떤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을 2라 하고, 마친 상황을 3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왔던 모든 마도들은 0과 1에서 순식간에 3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비춰졌다. 분명 그 안에 2의 과정도 존재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마도에 있어 2라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진이라는 마도에 빠져들었다. 마도를 구성하고(0) 진을 그려내어(1) 의념을 끌어모아 마도를 그려내어(2) 힘을 끌어내는(3). 모든 과정이 더없이 들어맞아 완벽히 보여졌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서 이 갑갑한 상자를 여는 방법을 찾아내려 했다.
"아아...그런놈들도 뭐, 있기야 하겠지만. 나는 나이 먹었으면 먹은거 답게 행동하는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거 왜 나잇값 좀 해라는 말도 있잖아. 구태여 어린척을 해봤자 주책이야. 그리고 아저씨 땐, 나이 먹었다는게 신기한 일이었거든."
물론 상황에 따라선 젊은 애들이랑 어울릴려면 주책도 좀 부리고, 젊은척좀 해야되는 때도 있기야 있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나이 먹었다는게 그다지 부끄러운 세대가 아니었다. 걸핏하면 인간이 죽어나가는 지옥도에서 그럭저럭 질긴 명줄을 이어나갔다는건, 실력의 증명이었으니까. 어쨌건 눈 앞의 소녀는 조근조근, 조리있게 말을 꽤나 잘하는 타입인가보다. 예의바른 애구만.
"요 근래 몇몇 좀 만났지. 만나서 주로 하는 얘기는 방금처럼 왜 젊은놈이 아저씨라고 부르느냐~ 같은거였지만. 허허."
오현, 토고, 강산, 준혁, 지한, 라임, 유하. 이렇게였던가? 꽤 많이도 만났다. 많이 만났는데 아저씨에 대한 호기심은 한번도 안빠지고 했던거 보면, 옆에서 보면 스스로가 퍽 특이하긴 한가보다. 아저씨는 그냥 평범한 아저씨인데 말이야.
"아아. 다른 한명은 아마 유하일거다. 골드 드래곤의 하프의.....밝고 기운찬 애니까 보면 너도 좀 살갑게 대해줬으면 좋겠구나. 아저씨 입장으론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철부지라 영 불안불안해서 챙겨주고 싶은 애다만."
situplay>1596527157>436 - "너 전생의 기억 가진 놈 만나본적 있냐!? 어떻게 알았어!?"
라임은 별안간 어깨를 붙잡힌 것에 어깨를 떨며 놀란 기색을 보였으나, 곧 눈동자를 거만하게 치켜뜨고 '뭘 그렇게 놀라?' 하는 표정으로 시윤을 빤히 올려다보는 것이다. 그녀는 단박에 생각을 정리했다. '전생의 기억을 가졌다는 컨셉이구나.' 그는 상상 이상으로 전생자라는 역할에 심취해있는 듯해 보였다.
"츳. 어린 놈이 담배는."
그녀는 제 어깨에 얹힌 손을 가볍게 잡아서 떼어놓곤, 반대로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시큰둥하게 한 미디를 던졌다.
"정력에 안 좋아. '욘석아'."
지금까지 받은 어린애 취급을 그대로 되갚아주겠단 심산이었는지, 특유의 얄미운 억양으로 '욘석'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