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이 신비에 빠졌던 순간. 느꼈던 충격은 어떤 형태였는지 얘기해보겠다. 마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을 0이라고 하고,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을 1이라고 하고, 어떤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을 2라 하고, 마친 상황을 3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왔던 모든 마도들은 0과 1에서 순식간에 3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비춰졌다. 분명 그 안에 2의 과정도 존재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마도에 있어 2라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진이라는 마도에 빠져들었다. 마도를 구성하고(0) 진을 그려내어(1) 의념을 끌어모아 마도를 그려내어(2) 힘을 끌어내는(3). 모든 과정이 더없이 들어맞아 완벽히 보여졌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서 이 갑갑한 상자를 여는 방법을 찾아내려 했다.
의념각성자는 전성기의 나이에 육체나이도 고정해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라지만 앞의 소년은 자신보다도 어려보여 눈을 깜박인다. 역시나 다시 보아도 기껏해야 열여섯에서 열일곱 정도 되어보이니 가끔 어린나이에 성장을 멈추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런 경우인가 싶어 겉보이는 모습과 맞지 않는 언행에 별 말을 하지 않는다.
"음, 혹시 새로오신 교관님이신지요? 별 다른 이유는 없고 평소에도 전투감각을 기름이 도움이 될듯 하여 연습하고 있었답니다."
아저씨때 운운하는 말로 현재 비교적 평화로운 시대의 학생이 아닌 전 세대의 전투를 겪은 교관이라는 쪽에 추가 기울어져가 때마침 전투법으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이를 말할까 말까 고민하며 "지금 휴식중이신가요?"라 묻는다.
네 어절의 어구가 머릿속에 반복되며 울리고 린은 입꼬리만 올라가 입만 미소짓고 있는 얼굴로 미심쩍어하는 눈빛을 담아 쳐다본다. 온갖 인간군상을 모아놓은 가부키초에서 일반 상인부터 야쿠자까지 길드활동을 하며 별별 사람들을 다 보았지만 아저씨 컨셉 남중생은 그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교관까지 되는 실력자가 왜 학생들 사이에 끼어있는거지 어디서 약 잘못먹고 어려진건가. 첩첩산중으로 쌓여만 가는 의문은 일단 속에 밀어넣고 인사를 한다.
"아, 새로 들어온 분이셨군요. 소녀도 특별반 학생인데 반갑사와요. 마츠시타 린이라 하옵니다. 실례지만 올해 춘추가 어찌되시는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사와요?"
상대의 나이에 연연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1인칭으로 계속 아저씨를 쓰니 묘하게 형용할수 없을 이질감이 들어 인사와 함께 나이를 물어본다. 진짜로 겉만 어린거라면 겸사겸사 기억은 없어도 몸에 베인 습관은 어디가지 않으니 대련이라도 청할 생각이었다.
"소녀도 마침 훈련겸 바람을 쐬러 나왔으니 같이 둘러보는 것은 어떠올지, 아직 저도 모르는 장소가 많으니 구경하고 싶사와요."
이상하다고 대놓고 지적하지 않음과 호칭은 별개다. 공식 나이 뒤에 언급한 체감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얄짤없이 4살 아래의 동급생으로 취급하겠다는 의지가 담아 호칭을 전하며 다시 한번 반갑다 인사치레를 한다. 세상에 별별 일이 다 일어나는 만큼 자신을 삼사십대로 생각하는 남중생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필이면 왜 30~40세 인지는 모르겠사오나, 설명하기 어려우시다면 저희는 초면이니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괜찮사와요."
사정이 있겠지. 특별반 입학허가가 난 만큼 활동에 큰 문제는 없을거라 여기며 그녀는 아무래도 좋다 마음먹는다. 애초에 본인도 누군가의 사정 혹은 정신병()을 걱정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모인 이상 저에게 피해만 가지 않는다면 불필요하게 마음 쓰고 싶지는 않았다.
"가상전투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들었으니 구경해 보는것이 어떨까 싶사와요. 시윤군은 따로 보고 싶은 장소가 있는지요?"
자신의 전투를 다시 상기해보고 겸사겸사 햄스터들도 구경하고 사실 후자의 목적이 조금 더 강하지만
전혀 믿어주지 않는 기색이지만, 뭐 그걸 책망할 생각은 없다. 애초에 여기서 '아아니, 왜 못 믿는거야! 날 어른 대접 하라고!' 따위로 신경질 내는 순간부터 아마 얘랑은 졸업할 때 까지 친하게 못지낼거다. 내가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부르는건 그냥 스스로가 그렇게 여기기 때문이지, 남에게 강요해서 꼰대짓 하려고 그러는게 아니다.
"말했듯이, 아저씨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니까. 몇살이었는지도 정확하진 않아. 쓰던 스킬도 거의 몽땅 잊어먹은 모양이고."
물론 그래도 어렴풋한 감각이란게 있으니까. 스킬과 방향성 만큼은 저격수로 특화되어있지만. 강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이 나이 때 자기 전법을 이 정도로 특화시킨 케이스는 잘 없을거다. 젊은 아이들은 이것저것 다양한 전법을 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게 틀렸다고도 생각하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