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527111/recent 별다른 공지가 있기 전까지 시트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캐릭터 사망시에 한해 부캐 허용합니다.
* 유혈, 강압에 의한 폭력, 광신, 따돌림 등의 묘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 캐릭터가 이벤트 중 부상을 입거나 / 사망하거나 / 종족이 바뀌거나 / 혹은 원래 인간이 아니었음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 본스레는 늑대를 찾아내는 추리물이며, 생존물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중 0~n 명의 늑대가 있습니다. 초반에 캡틴이 설정한 확률을 기준으로 각 캐릭터마다 늑대인지/아닌지 다이스를 굴려 늑대인간(들)을 선정합니다. 만약 러닝 중 신캐가 들어올 경우 현재 캐릭터 중 늑대의 비율을 고려하여 확률을 수정하고, 다이스를 굴려 종족을 판정합니다.
* 캡틴 책상 위에서 6면체 주사위 10개를 굴려 늑대를 선정합니다. 6월 3일과 6월 4일 자정 선정 예정입니다. 확률의 신이 언제나 당신의 편이기를!
* 캡틴은 보통 오후 10시 - 12시 사이에 상판에 출몰할 예정이며, 그 때마다 밀린 조사 답레를 적어드립니다. 고로, 조사를 원하시면 스레에 제가 없더라도 이름칸에 '캐릭터 이름 - 조사'를 넣으신 뒤 '행동 이유/조사하는 장소 혹은 조사하는 사람/행동'의 내용이 담긴 레스를 남겨주시면 됩니다. 상기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짬짬히 열심히 답레 달아드립니다.
* 제시되는 '기본 정보'들은 '캐릭터들이 마을의 일원으로서 소문으로 들은 내용'이라는 설정입니다. 따라서 그 내용에는 모순이 존재할 수도 있으며, 위증 혹은 거짓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들려온 소문의 비개연성에 의문을 품고 파헤치는 것은 플레이어의 역할입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시선을 내리면 짐의 곁에 놓인 수많은 화관이 보였다. 짐이 누구를 위해 저 화관들을 만들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져 온다. 이러다 언덕에서 흰 꽃이란 흰 꽃은 다 사라지는 건 아닌지. 그렇게 화관을 만들 모든 꽃이 사라지면 어른들 말처럼 어떻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릴리는 그런 걱정을 하다, 멍하니 있던 짐의 얼굴에 채 미소가 되지 못한 표정이 어리는 것을 본다. 그 표정은 마치 아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엄마가 짓던 표정과 어딘가 비슷했다. 그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이 릴리는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선득하게 묻어나는 슬픔 때문일까. 애써 이전처럼 장난스럽게 말한 짐의 말에도 릴리는 웃지 못했다.
"나 이제 옛날의 그 꼬마가 아닌 걸."
머리 위 놓인 화관의 무게를 느끼며 우물쭈물, 릴리 자신도 애써 웃으려 하나 그러지 못한 채.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짐의 옆에 앉는다.
추리 어려워.. 대체 메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저는 요일은 크게 상관없어요 시간대도 주로 오시는 10pm-12pm이면 크게 무리 없습니다! - "..." 탄식과 함께 이마를 짚는다.
"이야..파도 파도 의문이 나온다니.. 정말 내가 16년간 살아온 마을 맞아?" 투덜대며 상황을 정리해 본다.
뭐가 적힌 종이인지 몰라도 이 종이가 꽤나 중요한 모양이다. 이 발자국의 주인은...
1. 종이를 태워 없애고자 벽난로에 넣었다. 2. 벽난로에서 불타는 종이를 구해내고자 했다.
둘 다 가능성이 있다. 굳이 재를 수고를 들여 긁어낸 점은.. 종이 양이 꽤 많았다면 서둘러 태우기 위해 부지깽이로 바스러지는 종이를 다지고 재를 뒤덮어 인멸을 시도한 것 일 수도 있고, 종이를 찾고자 뒤지며 그랬을 수도 있으니 양쪽 다 가능한 설명이다.
결국 이 사람이 누군지와.. 이 종이의 내용을 파악해야 얼추 가닥이 잡힐 것이다. 아니 한 가지 더 있다. 언제 일어난 일인가. 의문의 혈흔은 길어야 어제 묻은 것 같다. 그럼 이 소각 사건은 메리의 사건이 발생할 때 일어난 건지 어제 일어난 건지 혹은 그 외인지 알아봐야 한다. 소각을 위해 불을 지폈다면, 굴뚝으로 연기가 나갈 수밖에 없고 가까운 이웃이라면 분명 목격할 수 있을 거다. 주변 이웃들에게 사건 이후로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걸 본 적이 있냐고 물어봐야겠다.
"후.. 내가 나서는 게 맞는 일일까.. 그냥 촌장님께 지금이라도 말씀드려야 하나.. 아냐 결국 말씀드리더라도 당장 알아볼 수 있는 부분까지 알아보고 말씀드려야지. 이것들이 언제까지 남아있을진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안 먹어? 블래키의 녹안을 마주 보며 눈을 깜빡인다. 흥미 없어 보이는 눈 맞춤에 그 앞에서 자두를 두어 번 흔들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한 입 베어 물며 꼬리를 내젓는 모습에 다음에는 치즈를 반드시 준비해 주겠다며 쓰다듬으려 하는 순간 제 곁을 떠나는 블래키에 덩달아 몸을 일으킨다. 자두를 우물거리며 블래키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가려던 로라는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생각에 빠질 틈도 없이 그들에게로 향하는 몸짓에 다급한 발걸음으로 종종 걸어가 블래키를 살포시 안아 들으려 했다. 고양이 시체라니, 설마 블래키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일단은 블래키를 저들 손에 들어가게 해선 안될 것 같다.
짐의 표정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충격과 분노와 아주 깊은 슬픔 위에 상실감을 양념삼아 버무린 얼굴이랄까요. 메리의 죽음이란 이야기 안에서 짐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든 간에, 그가 메리를 잃고 크게 고통스러워함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네에, 그건 분명합니다. 짐은 확실히 메리의 상실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성인보다는 소년에 더 가까운 짐의 얼굴 위로 극적인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눈부신 가을 하늘과 하얀 꽃이 핀 벌판, 그 위에 앉은 채 슬픔에 잠긴 젊은 신랑의 모습은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되려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괜찮지. 괜찮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
짐은 무의식적으로 제 발 근처에 난 꽃을 또 한 송이 꺾다가, 이미 자기 주변에 수많은 흰 화관이 널려 있음을 깨닫고는 손길을 멈춥니다. 반쯤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습니다. 짐의 이성은 메리와 함께 그 머릿속에서 반쯤 뜯겨나갔고, 아마 피범벅이 된 금빛 머리카락, 조각나 인간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던 살점 한 무더기, 너무 찢어발겨져 도무지 수습할 수 없었던 메리의 옷 대신 관 안에 묻힌 신부 드레스와 함께 땅에 묻혀버린 게 아닐까요. 아마 그 안에서 같이 썩어가고 있겠죠.
빌리는 머뭇대며 말합니다. 잰 할머니는 마을의 네 장로 중 가장 연장자로, 방앗간의 여주인이기도 합니다. 마을에서 제일 괴팍하고 성격이 사나워 그 어떤 아이도 감히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 늑대처럼 사나운 노인네가 빌리에게 하얀 빵을 줬을까요? 잰 할머니가 빌리를 예뻐했다면 모를까, 그녀는 영 허여멀겋고 남자답지 못하다며 평소에도 영 빌리를 마뜩찮게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녀가 마을에 나타나면 빌리가 늘 염소 우리 방향으로 줄행랑을 놓는 게 일상이었다면 말 다했죠.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빌리는 말을 덧붙입니다.
"내가 방앗간에 가서 심부름을 했거든, 촌장님이 시켜서 사과를 가져다 드리려고. 근데 문이 잠겨 있길래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걸 주시더라고."
아마 중간에 조금 더 사정이 생략된 말 같습니다. 심부름 왔으니 장하다고 값비싼 밀빵을 줄 잰 할머니가 아닙니다. 하지만 빌리는 제 딴에는 이거면 설명이 됐다고 생각했는지, 자기도 빵을 와압 베어뭅니다. 목초지에는 평화로운 바람이 불고, 하스킨즈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던 루나가 길게 하품했습니다.
신부님이나 카일 촌장님이라면 글을 읽을 수 있겠죠. 아, 방앗간의 잰 할머니나 잡화점 주인 윌슨 씨도 장부를 정리해야 하니 간단하게 읽고 쓸 수 있다고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가져가면 이 쪽지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발자국은 성인 남자의 발 크기와 비슷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주 신고 다니는 가죽신으로 보이네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발이 꽤 큽니다. 여자나 아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이네요. 물론 그 사람이 일부러 큰 신발을 신었다면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요. 아, 그리고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발자국을 유심히 살펴보던 마일스는 발자국 모양이 그대로 남은 재 위에서 말라붙은, 아주 조그만 하얀 물건을 하나 더 찾아냅니다. 처음에는 종이 조각이 하나 더 있나 싶었는데... 아니군요.
이건 꽃잎입니다. 말라 비틀어지고 시든 하얀 꽃잎. 아마 누군지 모를 발자국 주인이 아무 생각 없이 이 꽃잎을 밟았다가, 그게 밑창에 붙은 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왔던 거겠죠. 그리고 여기서 재를 뒤적이던 사이에 그 꽃잎이 떨어진 게 분명합니다. 마일스는 이 꽃을 압니다. 마을 강가에서 자생하는 가을 야생화입니다. 요즘들어 반쯤 실성한 짐이 이 꽃으로 화관을 짜 메리의 무덤에 산을 쌓고 있죠.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블래키는 눈만 깜빡거립니다. 까만 꼬리가 허공을 홱홱 휘젓습니다. 하지만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마을 소년들은 로라의 말에 놀라 로라를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마냥 놀란 것 같았지만, 이윽고 외친 사람이 로라인 것을 깨닫고는 소년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뭐야, 로라잖아!" "왜. 어른들한테 일러바치기라도 하게?"
돼지치기 케인이 이죽대며 로라에게로 다가옵니다. 블래키는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 길가에 앉아 눈만 떼룩떼룩 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모여들든 말든 도망치지는 않는다는 게 이 고양이의 무한한 무사안일주의를 잘 보여줍니다. 케인은 겁을 주듯 로라에게 바짝 다가와 비릿하게 웃습니다.
"아니면 그 마녀 애피 할멈한테 말하게? 마녀님, 당신의 심부름꾼이 죽었어요~ 다 쟤네 때문이래요~ 라면서?"
애피 할머니가 혼자 살고, 유독 약초 지식에 해박하며, 검은 고양이를 돌본다는 이유로 그녀를 마녀라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며 마녀라고 부르는 건 좀 무례하네요. 아무리 사석에서는 국왕 폐하라도 뒷담화하기 마련이라지만, 애피 할머니가 저 애들에게 뭘 잘못한 것은 딱히 없을 텐데요. 뭐 세상만사가 원래 다 이런 이유 없는 악의 때문에 돌아가기 마련이겠지만 말이에요.
>>217 고마워요 릴리주! >>219 주말이 좋을까요? >>220 어렵다뇨, 지금 굉장히 잘 하고 계십니다! 이제 조력자만 잘 픽하시면 됩니다. 마일스의 안위를 위해서... >>221 반드시 실시간으로 참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늘 그렇듯 이 정도 페이스로 굴러갑니다 :D
이익—! 저 녀석들 뭐가 당당하다고 웃는 거야! 비웃는 소리에 잔뜩 열이 난 로라의 얼굴빛이 붉어졌다. 평범한 장난이었다면 약하게 만류해보고 말았겠지만 이번에는 평범하지가 않아서 문제였다. 그래서 케인이 다가왔을 때 주춤하며 뒷걸음질은 했어도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할 수 있었다.
"……윽, 애피 할머님을 마녀라고 부르지 마!"
늘 발랄하게 굴던 로라도 이런 분쟁의 조짐이 보이는 순간에는 긴장이 되는지 양손으로 치맛자락을 붙들었다. 그 탓에 한 손에 쥐고 있던 자두 즙이 손과 앞치마를 물들이는 감촉에 따라 시선을 내리자 여전히 이곳에 자리한 블래키를 발견한다. 저 느긋한 검은 고양이를 어떡하지……. 검은……. 잠깐, 시체라면 설마 유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그 미신을 실행하려고 하는 거야?
"그런데 너희! 마녀라면서 잘도 블래키에게 손댈 생각을 하네. 심지어 블래키는 검은 고양이라고. ……만약 유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미신을 믿는 거라면 차라리 블래키에게 치즈를 주고 소원을 들어달라고 하는 게 낫겠어."
후환이 두렵지도 않나봐, 얘넨! 이쯤 해서 그만둬준다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턱을 치켜든다.
소중한 것을 상실한 그 표정은 슬픔에, 아니 고통에 가까워 보였다. 구름 한 점 없어 햇살로 가득한 꽃 들판 위에서 온 세상 절망을 다 가진 듯. 어둡게 그림자 진 짐의 얼굴을 더 바라보기 힘들어 릴리는 고개를 숙인다. 괜찮다고 얼머무리지만 또다시 꽃을 꺾는 모습을 보면 그도 결국 말뿐이다. 메리 언니를 떠나보내며 마음 절반이 텅 비어버린 게 분명했다. 그러니 얼마 안 가 무너질 것 같아 보일까.
"거짓말. 멀리서 볼 때. 당장이라도 강에 뛰어들 사람처럼 보였는걸."
조금은 울먹이는듯한 목소리로 릴리는 말한다. 강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그 처연한 모습이 릴리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이틀간 예고도 없이 사라졌었네요... 제가 (또) 식중독에 걸려서 앓아눕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예정대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앞으로는 반드시 예고하고 상한 음식을 주워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맛이 시큼하다 싶으면 아무리 아까워도 드시지 마세요 이상 상한 보쌈 먹고 한밤중에 24시 병원까지 다녀온 사람 올림
뒷문 너머로 나간 마일스가 마주하게 된 것은 검은 숲입니다. 메리와 짐의 집은 실딘 마을에서도 유독 외각이었죠, 그러고 보니.
문을 열자마자 숲은 새카만 그림자처럼 술렁이며 마일스의 시야를 메웁니다. 항상 보아왔던 것이지만 문을 열자마자 먹먹하게 시야를 메우는 검은 숲의 모습에서는 이유 모를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뒷문 왼쪽에서는 가축의 분변 냄새와 고기가 썩는 듯한 냄새가 풍깁니다. 축사 방향입니다... 하지만 가축에 익숙한 마일스로서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역한 냄새입니다. 이게 뭘까요?
정답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축사의 여물통 위로 고개를 쭉 뺀 채, 소가 죽어 썩어가고 있습니다. 메리와 짐이 결혼 선물로 받았던 어린 암소입니다. 이따금 메리가 소의 머리에 화관을 엮어 목초지에 끌고 나왔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어린 암소는 머리를 쭉 뺀 채 죽어 있습니다. 곰팡이 슨 빵처럼 허옇게 뜬 눈동자 위로 파리 한 마리가 마치 정신이상의 경고등처럼 윙윙댑니다. 악취가 안개처럼 술렁이고, 죽은 소의 혀 위에 말라붙은 거품 위로 이름도 모를 역겨운 벌레가 끓어오르듯 몸을 꿈틀대고 있습니다. 왜 처음에는 이 악취를 몰랐던 걸까요. 넘실대는 썩은내가 코를 찌릅니다. 적어도 죽고 사흘은 지난 것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암소에게는 외상은 없어 보입니다. 이 소는 왜 죽었을까요? 그리고 미쳐버린 짐이라면 모를까, 이웃에 사는 존슨 아저씨는 왜 이 참극을 모른 채하고 있었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던 마일스는 드디어 양털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검붉은 덩어리로 한데 뭉쳐진, 희고 누런 실타래 비슷한 것이 여물통 아래 한구석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이건 양털이 아닙니다. 이건 긴 금발 타래입니다. 썩고 굳은 피에 엉겨붙은. 그러고 보니 메리의 머리카락이 참 길고, 탐스럽고, 가을 밀밭을 닮은 금빛이었죠...?
케인이 성큼, 험악하게 앞으로 다가옵니다. 그는 위압적으로 로라를 내려다보다 히죽 웃었습니다.
"정말로? 저게 마녀라면-"
케인은 블래키를 턱짓하며 말합니다.
"그럼 죽여서 꼬챙이에 꿰고 불태워야지, 안 그래?"
아, 그러고 보니 케인은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있는 몇 안되는 아이들 중 한 명입니다. 아버지를 따라 옆 마을의 시내에 갔다가, 화형식을 구경했던 적이 있다고 하던가요. 그는 화형식을 구경하고 돌아온 뒤 며칠이고 신나서 그 무용담을 자랑했었지요. 마녀가 어떻게 비명을 지르고 어떻게 애걸했고 어떻게 죽어갔는지에 대해서. 그는 기념으로 마녀를 태운 기둥의 일부를 떼어왔고, 숯이 된 그 나무쪼가리로 바닥에 신에 반하는 불경한 표식을 그려대며 소년들과 낄낄대고는 했었습니다. 타죽어가는 마녀를 비웃었던 주제에 말이죠.
그러한 잔혹성이 그만의 특별한 특징은 아닐 것입니다. 마녀는 죽어 마땅했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리고 미신과 신과 죽어 마땅한 마녀 사이의 선을 그 누구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러니 케인이 강령술을 하려는 것도, 그게 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녀를 죽이자면서 동시에 마녀를 두려워하는 것도, 그의 관점에서는 전부 그리 모순된 행동은 아닐지 모릅니다.
"아니면 너도 마녀를 섬기는 거야? 그러니까 저 징그럽게 살찐 마녀의 사역마에게 치즈를 바치고 무릎을 꿇는 건가? 매일 밤 숲 속으로 들어가 늑대와 춤이라도 추시나?"
케인은 그렇게 말하며 또 위협적으로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옵니다. 그런데 로라는... 분명 예전에 블래키에게 치즈를 먹이던 케인을 마을 광장에서 목격했었던 것도 같은데요? 내로남불도 정도가 있지 이 친구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아니야. 난 정말 괜찮아. 짐은 그런 식으로 공허한 말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 말에 속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린애도 속이지 못할 허접한 연기네요. 릴리가 강에 뛰어들 사람같다고 말했음에도 짐의 시선은 실딘 강에서 떨어지지를 않고, 왼손에 끼운 금빛 반지 비슷한 것만 계속 만지작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가까이에서 짐을 살피던 릴리는 그 물건의 정체를 이윽고 깨닫습니다. 저건 인모네요. 사람의 머리카락이에요. 잘게 땋은 긴 머리카락 타래를 짐은 자기 손가락에 반지처럼 두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밝고 선명한 저 금빛이라면 짐작가는 곳이 있습니다. 짐의 죽은 아내, 메리입니다. 유독 화려한 색이었던 그녀의 샛노란 머리카락은 그녀의 자랑이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인 짐도 그녀의 머리카락을 무척 좋아했었죠. 밭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머리카락을 땋아 틀어올리는 대부분의 마을 처녀들과 달리, 메리는 머리를 길게 길러 한 줄로 땋고 다니기를 좋아했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사랑의 증표로서 머리카락 한 줌을 남편에게 잘라 주었대도 영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설마 짐이 죽은 아내의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잘라내지는 않았을 것 아니겠어요. 심지어 메리의 시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갈가리 찢어져 있었고 인간인지 아닌지 구별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들었는데, 그런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잘라내지는 않았었겠죠. 그런 소름끼치는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짐은 저 머리카락 타래를 생전에 받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별다른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메리의 장례식 이후 열흘 정도나 되는 시간이 흐르고, 점차 마을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검은 군마 한 마리가 실딘 강 기슭에 발굽을 디뎠습니다. 그 등 위에는 긴 장검을 찬 체구 큰 남성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벤트 그냥 진행하는 편이 나을까요, 아니면 아직 제대로 끝나지 않은 조사가 있는 만큼 며칠 미룰까요? 의견 부탁드립니다 :3
거짓말. 그런 얼굴로 하는 말을 누가 믿겠냐고. 릴리는 따지며 묻고 싶었지만, 채 입술을 열지 못한다. 따져 물어도 그 뻔한 대답만 계속 중얼거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어떤 외침도, 위로의 말도 짐에게는 들리지 않겠지. 그러니 의미가 없으니 그저 꾹 입을 다물고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짐을 바라볼 뿐이다. 그러다 왼손에 끼우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늦게야 깨닫는다. 손가락에 감은 황금색 밀밭을 연상케 하는 머리카락. 저 색은 분명 메리 언니의 것일 텐데. 가늘게 뜬 눈으로 머리카락 타래를 살피다 고개를 들어 짐을 본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