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27180> [ALL/추리/중세 다크판타지] Wolf Among Us (1) :: 267

이 사건의 나레이터

2022-06-03 22:34:36 - 2022-06-17 21:24:02

0 이 사건의 나레이터 (Ya9Mpt5oKs)

2022-06-03 (불탄다..!) 22:34:36

시트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527111/recent
별다른 공지가 있기 전까지 시트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캐릭터 사망시에 한해 부캐 허용합니다.

* 유혈, 강압에 의한 폭력, 광신, 따돌림 등의 묘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 캐릭터가 이벤트 중 부상을 입거나 / 사망하거나 / 종족이 바뀌거나 / 혹은 원래 인간이 아니었음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 본스레는 늑대를 찾아내는 추리물이며, 생존물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중 0~n 명의 늑대가 있습니다. 초반에 캡틴이 설정한 확률을 기준으로 각 캐릭터마다 늑대인지/아닌지 다이스를 굴려 늑대인간(들)을 선정합니다.
만약 러닝 중 신캐가 들어올 경우 현재 캐릭터 중 늑대의 비율을 고려하여 확률을 수정하고, 다이스를 굴려 종족을 판정합니다.

* 캡틴 책상 위에서 6면체 주사위 10개를 굴려 늑대를 선정합니다. 6월 3일과 6월 4일 자정 선정 예정입니다. 확률의 신이 언제나 당신의 편이기를!

* 캡틴은 보통 오후 10시 - 12시 사이에 상판에 출몰할 예정이며, 그 때마다 밀린 조사 답레를 적어드립니다. 고로, 조사를 원하시면 스레에 제가 없더라도 이름칸에 '캐릭터 이름 - 조사'를 넣으신 뒤 '행동 이유/조사하는 장소 혹은 조사하는 사람/행동'의 내용이 담긴 레스를 남겨주시면 됩니다. 상기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짬짬히 열심히 답레 달아드립니다.

* 제시되는 '기본 정보'들은 '캐릭터들이 마을의 일원으로서 소문으로 들은 내용'이라는 설정입니다. 따라서 그 내용에는 모순이 존재할 수도 있으며, 위증 혹은 거짓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들려온 소문의 비개연성에 의문을 품고 파헤치는 것은 플레이어의 역할입니다.

* 사건은 지도에 붉은색으로 표시됩니다.

166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1:01:19

의외로 잘 챙기는 성격이니까 대부분 갖고 다닐 것 같구, 이니셜 L이 쓰여있을 것 같아용 동생들 이름에 다 L이 들어가서~!!ㅎvㅎ

167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1:02:07

근데 적성에는 안 맞아서 L인지 r인지 모르게 박았을 듯 하네요 >:3c

168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1:02:32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ㅇ)-(~!!!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169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1:02:57

>>167 앗 이거
좀... 귀여울지도 (오타쿠웃음)

170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1:08:45

>>168 (얌전히 기다림)
>>169 갸아악 내 자식.. 부끄럽다! 다만 에밀리의 울보겁쟁이타이틀이 더 기여워요 맨날 놀래키는 장난치다가 에밀리가 화낼 수도...

171 에밀리 - 로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1:11:02

오늘도 에밀리는 교회의 지박령 생활에 하루를 꼬박 보냈습니다. 어제 교회가 장례식으로 어수선해졌던만큼 할 일이 꽤 되었거든요.
계속 굽어 있던 탓에 쑤시는 허리를 피려고 고개를 들자 벌써 하늘은 주홍빛. 아차차,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평소같았다면 신부님께 인사를 드린 뒤에 바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근처에 떨어져 있던 작은 손수건 하나만 아니었다면요.

보자,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 한 흔하디 흔한 손수건입니다. 손수건 구석에 이렇게 멋드러진 이니셜도...... 이건 L? 아니면 r? 두어 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리도 돌려보고 저리도 돌려 보았으나, 조금 헷갈립니다. 뭐, 이런 것 쯤이야 손수건의 주인을 만난다면 다 해결되겠지요. 그럼요, 그럼요.

....찾을 수 있다면 말이지만요.

일단은 마리아의 것은 아니고, 자신의 것도 아닙니다. 신부님의 것은 더더욱요. 더러워진 상태를 보니 아마 여성의 것인 것 같은데, 오늘 교회에 왔던 주민들은 누구였더라? 끄응. 한창 머리를 굴리던 중에, 번뜩! 생각났습니다! 한창 교회 마당에서 비질을 하던 중에 멀리 스쳐 지나가던 금발머리를 언뜻 본 것 같은 기억이요. 어라? 그런데 정말 있었나? 사람이었나? 순간 겁이 덜컥 나 가지 말까 싶기도 했지만, 손수건의 주인은 찾아 주어야만 합니다.

교회 뒷길로 빠져나가는 길로 갔던 것 같은데, 문제는 그 길이 검은 숲 쪽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점점 더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엄청난 고민과 갈팡질팡을 거듭한 끝에, 에밀리는 발을 내딛었습니다. 제발 자기가 본 것이 사람이기를 바라면서요!

172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1:13:51

>>170 아이쿠
에밀리와 놀아주시면 저야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uu)
얼마든지 놀려주세요 ㅇ)-( 성심성의껏 울려보겠습니다(???:님)

173 로라 - 에밀리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1:30:16

>>171

곧 밤이 될 테니 아무래도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지. 로라는 귀가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쉬움의 한숨을 뱉으며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저 멀리 보이는 인영에 결심은 곧장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저 익숙한 왜소한 체구, 지금의 하늘을 닮은 적금발! 에밀리가 틀림없다. 그녀의 옅은 존재감?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갈구하는 로라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심지어 말 안 통하는 꼬꼬마들이나 어르신들이 아니라 또래라니, 주님께서 제 간절한 바램을 들어주신 걸까.

한층 신앙심이 올랐지만 로라의 관심사는 곧바로 에밀리에게로 향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 로라는 슬쩍 까치발을 들고 주변의 나무와 사물들을 가림막 삼아 슬금슬금 에밀리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느덧 그녀의 뒤까지 도달했을까 수풀 속에 숨은 로라는 기어코 내뱉었다.

"어머니가 숲에 가면 괴물 늑대가 잡아먹는다고 하지 않았니?"

그리곤 잽싸게 튀어나가며 늑대처럼 손톱을 세우는 흉내와 동시에 '와악!'하고 소리친다.

174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1:31:27

기대에 부응하며 바로...😈

175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1:39: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 아아 아악
아 안돼 세상에 처음부터 대성통곡 나와버려 ㅇ)-(~~!!!!!!!!!!

그치만 그 편이 재미있을 것 같으니 역시 울리겠읍니다
쫄보캐의 미덕은 역시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눈물보니까 ^_^..!

176 에밀리 - 로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1:48:15

버섯 재배지까지 오는 동안, 하늘은 점점 더 짙어져 붉은 빛이 되고 말았습니다. 붉은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오기 전에 얼른 손수건의 주인을 찾아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재배지 근처 공터에도, 그 옆에 있는 그루터기에도, 여기저기 오만 데 다 둘러 보아도 사람의 인영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지, 내가 봤던 건 역시 유령이었던 걸까!

어느새 삐질거리는 식은땀이 뒷덜미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낯빛도 파리하게 질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내일이든, 모레든 교회로 잃어버린 손수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을 기다릴걸! 아니, 역시 신부님께 말씀드려서 맡겼어야 했어! 게다가 버섯 재배지는.. 사건이 있었던 곳 근처이기까지 했으니, 발목을 잡는 공포는 이미 배가 된 지 오래였습니다. 일단은 여기를 벗어나야, 벗어나야 하는데, 아가리를 벌린 듯 검게 물든 숲을 뒤로하려던 순간. 숲에 가면 괴물 늑대가 잡아먹는다고 하지 않았니?

꺄아악ㅡ. 새된 비명소리가 공터를 가릅니다. 나왔다! 나왔어! 괴물 늑대가요! 힘이라도 풀렸는지 다리는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을 풀썩 주저앉히기만 할 뿐, 세상에, 난 끝났어요! 이제 꼼짝없이 괴물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일만 남은 거에요. 무언가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포착한 뒤로부터 굳게 감겨 있는 눈에서 눈물이 마구 비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살아남을 수 있기는 한 걸까요? 자기도 다른 사람들처럼 마구 찢어진 채로 발견되는 걸까요?

"사, 살려 주세요, 늑대님! 저는 씹어봤자 맛도 없을 거에요!"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었겠다, 일단 에밀리는 아무렇게나 마구 빌어 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괴물 늑대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177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1:50:06

울보.. 기욥다.. (으헤히..
에밀리 막 어릴 때 특히 꼬꼬마남자애들이 많이 놀렸을 것 같지 않나요, 로라가 옆에 있었다면 얘들아..놀리지마..´ㅁ`💦하면서 땀뻘뻘 엉거주춤 위로했겠지만 정작 아무도 안 놀리면 로라가 놀릴 것 같아 🤭

178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1:55:30

어릴 때는 거의 눈물로봇 수준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c... 꾹 누르면 으아앙 같은 느낌으로

큐큐ㅠㅋㅋㅋ큐ㅠㅋㅋㅋㅋㅋㅋㅋ로라..!!! 에밀리는 혼란스러워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얘가 좋은 앤가?? ? 나쁜 앤가..??? 날 혼자서 괴롭히고 싶은건가..???? ??(뇌절)

179 로라 - 에밀리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2:12:34

>>176

와악!
─왁… 와아…? 주저앉아 시야에서 사라진 대상에 놀래키는 자세로 잠시 벙쪘던 로라는 고개를 내려 에밀리를 찾았다. 예상보다 더 놀랬는걸! 아직 나인걸 눈치채지 못했나 봐! 달래주기는 커녕 여전히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린 채로 뿌듯함을 느낀 로라는 아직도 칠 장난이 남았는지, 아니면 하루종일 헛걸음을 한 한을 풀려는 것인지 입을 나불대는 것이었다.

"흠. 작은 것이 먹을 고기가 적어보이기는 하는 구나. 그렇지만 지금 나는 허기진 몸, 가릴 처지가 아니다!"

하며 손을 입처럼 그러쥐고 작은 머리통을 슬쩍 잡으려고 허리를 굽힌 순간에서야 로라는 발견하고 말았다. 감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허억. 생각보다 엄청난 반응!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로라는 자신이 너무 들떠있었음을 자각하고는, 곧장 무릎을 굽혀 허둥지둥하는 몸짓으로 달래기 시작했다.

"-가 아니라, 먹을 거 가려! 아니 이게 아니지. 안 먹으니까! 애초에 늑대 아니고 로라니까! 앞에 봐봐, 나야."

에밀리의 감긴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보기도 하고.

"이렇게 놀랄 줄은 몰랐어, 미안, 울지마 제발, 에밀리이이---. 우유도 있는데 이거라도 마시고 진정하자, 응?"

급한 손길로 빵 바구니를 뒤적이며 우유병을 손에 쥐여주려 하기도 하며.

180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2:16:31

(에밀리 앞 가리고) 너희- 놀리지말라구. 전부 헛소리야, 바보들 그걸 믿어? 바보바보. (에밀리 옆에 가서는) 근데 진짜일까? 사실 저번에 그랬었는데 먼가 이상한 소리가..... < 이러면서 한 술 더 뜨기......
꾹 누르면 으아앙 이라니 너무 기엽잖아아 (⸝⸝⸝ᵒ̴̶̷̥́ ⌑ ᵒ̴̶̷̣̥̀⸝⸝⸝)

181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2:19:26

그치만 장난치는 거 미안하다구 빵 우유같은 거 가져가서 주고 같이 놀자고 애들 노는 곳에 데려갔을 것 같아용.. 가끔 교회에서 에밀리가 머 하구 있으면 그거 안해도 돼 이거 지루해... 이러면서 끝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애요..그냥 혼 자가버리면 속상해할까봐+같이 놀려구ㅋㅋㅋ

182 에밀리 - 로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2:42:01

아이구우, 세상에. 진짜로 이제는 끝났습니다. 늑대님이 허기진 상태라고 이야기하셨거든요! 괴물 늑대의 목소리가 여자아이의 것이라는 걸 눈치챌 여유같은 건 이제 에밀리에게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끝났다! 끝났어! 아프겠지, 분명 엄청 아플 거야! 엄마! 아빠! 언니오빠들! 피터! 제미니! 로이! 신부님! 촌장님! 장로님! 마리아! 머릿속에서 온갖 사람들의 얼굴이 휙휙 지나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게.. 이것이 말로만 듣던, 죽기 직전에 지나간다는 광경들? 아아! 하나님! 어린 양의 영혼을 부디 받아 주세요!

벌벌 떨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이 어ㅡ엄ㅡ청ㅡ나게 커졌을 때, 익숙한 이름이 들려옵니다. 로라? 로라라고? 예, 모를 리가 없겠지요. 어릴 때부터 부대끼면서 같이 자란, 너무나도 잘 아는 여자애의 얼굴이었으니까요. 그래도 혹시나 괴물 늑대가 그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일까 싶어서 한동안은 눈을 뜨지 못 했습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깍지 껴 모은 두 손만 바들바들 떨었을 뿐입니다.

"우, 우우, 로라? 로라야? 진짜로 로라야?"

눈 앞에 무언가 흔들리는 것이 얇은 눈꺼풀 너머로 느껴집니다. 정말로 로라일까? 내 눈 앞에 대고 늑대가 꼬리를 흔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한동안 쌓여만 가던 온갖 상상들은 강제로 손에 쥐인 단단한 물체의 촉감을 느끼고서야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드는 것 같았습니다. 차갑고 단단한 유리와 안에서 찰랑거리는 무언가. 에밀리는 그제서야 꾹 감고 있던 눈을 아주 살짝, 아아아ㅡ주 살짝 떴습니다.

"로오오오ㅡ라아아아아아ㅡㅡ"

아뿔싸, 사람은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혀있다가 위안이 되면 더 큰 눈물이 나오는 법인가 봅니다. 열 여섯살, 이제는 다 큰 소녀인 에밀리는, 그래요. 로라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속절없이 무너져 로라를 부르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아악, 눈물이 폭포수가 될 것만 같습니다.

183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2:42:51

>>181 아앗... 로라.. 이 착한 아이 88......!!!

184 로라 - 에밀리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3:00:46

>>182

아무리 앞에서 기웃거려봐도 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꽉 감긴 두 눈에 에밀리가 얼마나 겁을 집어먹었는지 감이 왔다. 어릴 적보다 나아진 줄 알았는데 최근 가라앉은 마을 분위기 때문인지 더 무서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설마… 이대로 밤이 될 때까지 눈을 감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불길한 생각에 빵 향기도 맡게 해보고 우유병도 줘보는 등 더더욱 달래기에 공들인 것이 먹혔는지 드디어 감겼던 눈이 살짝이지만 뜨였다. 그러나 로라에게는 더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와앙 울음이 더욱 크게 터져버린 에밀리에 로라의 정신은 그녀의 울음 파도에 휩쓸려가는 듯 했다.

으아아-! 에밀리, 쉿! 쉿! 어른들이 와서 혼내기라도 할까 주변을 둘러보며 검지를 제 입에 대다가 안되겠는지 에밀리의 머리를 끌어안아 아이 달래듯 머리와 어깨를 토닥여주려 했다. 소리도 작아지고 에밀리도 달래고, 일석이조.

"괘, 괜찮아, 여기에 늑대가 있을 리가 없잖아? 맞아, 교회도 바로 뒤에 있고 하늘에서 주님도 지켜보고 계실 거야. 그만 울고 맛있는 거 먹자."

"근데 에밀리, 너처럼 겁 많은 애가 어쩌다 검은 숲 근처까지 온 거야? 게다가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구. 이래선 빵만 먹고 가겠네……."

185 에밀리 - 로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3:23:46

히끅, 히끅, 로라의 토닥임이 효과가 있었는지 에밀리의 울음소리는 빠르게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이 정돈된 뒤에는 더더욱이요. 열 여섯 살이나 먹고 세 살 난 어린애처럼 울어제낀 걸 다른 누군가가 알게 되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테니까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요? 이제 에밀리의 울음소리는 간간히 들려오는 훌쩍임으로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잔뜩 벌게진 얼굴에 가득한 눈물자국, 늘어진 입꼬리를 하고선 손에 든 우유병은 또 단단히 붙들고 놓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장관입니다. 그나마 로라 앞이라서 천만다행이네요. 돼지치기 케인이나 다른 말썽쟁이들 앞이었다면 평생 가는 놀림감이 되고도 남았겠지요. 으. 로라의 물음에 에밀리는 차가운 우유 몇 모금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띄엄띄엄 말을 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손수건, 을, 주웠는데, 윽, 주인, 이, 있을까, 싶어서..."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져, 교회에서 주운 손수건을 로라에게 내밀었습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새겨진 이니셜이 L이라면, 설마 로라?

186 로라 - 에밀리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3:53:44

>>182

어화둥둥 품에 안고 얼마나 지났을까, 차츰 가라앉는 울음소리에 한시름 놓은 로라는 에밀리를 놔주고는 털썩 땅바닥에 앉았다. 운 자국이 남은 울긋불긋한 얼굴을 보며 다음번에는 약한 장난만 쳐야겠다고, 나름 반성이랍시고 그런 생각을 하던 로라는 냉큼 우유를 마시는 모습의 안도의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이 로라의 기운이 가라앉았다는 뜻은 아니라서 "에밀리는 울보네~"라고 툭 던지며 얄밉게 굴어버린다. 차분해진 분위기가 멋쩍기도 하고 기분 풀라는 의미도 겸해서. 말썽쟁이들 수준은 아니지만 혼이 안 날 만큼만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는 로라가 후에 그 얘기를 꺼내지 않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눈치를 살살 보며 그 아이들보다야 적게 놀릴 것이다.

주의가 바뀐 것은 에밀리가 내민 손수건으로부터였다. 어, 하고 소리 낸 로라는 내밀어진 손수건을 받아들며 "이 손수건 내 거 같은데… 아, 내 거 맞다. 아까 교회에서 나오다가 떨어트렸나 봐, 고마워." 하고 감사 인사를 끝맺던 도중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볼을 긁적이며 덧붙인다.

"손수건 주워주려고 여기까지 와준 은인을 울려버렸네. 에밀리, 이걸로라도 닦을래?"

그러다 바람이 휘잉 분다. 손에 든 손수건이 작게 팔랑인다. 슬슬 서늘해지는 바람에 하늘을 보자 어둑함이 노을빛을 잡아먹고 있었다. 로라는 다시 에밀리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손을 내밀고는 활짝 함박웃음.
데려다줄게, 가자!

187 릴리 - 조사(대화) 짐 (19ygAsUTT2)

2022-06-06 (모두 수고..) 03:59:00

강 위에 빛 덩어리가 떠다니고 있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렇게 사람을 현혹하는 무서운 강. 다가가면 넘실 거리는 물살에 잡아먹힐 거라고. 그렇게 빠지면 그 누구도 너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매끈매끈한 흰 돌을 찾고 싶었지만, 그런 어른들의 경고를 들었던 날. 물속에 가라앉는 꿈을 꾸고 나서부터는 물가에만 가면 그 꿈이 떠올라 얕은 시내라도 다가가는 걸 꺼리지 않았던가.
그런 실딘 강을 바라보고 있는 짐의 모습이 릴리는 어쩐지 불안했다. 무언가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그런 느낌에 릴리는 곧장 짐에게 다가가 나직한 목소리로 짐의 이름을 속삭였다.

"짐?"

늘 장난꾸러기 같이 웃던 얼굴이 아니라, 심히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릴리는 짐을 살피듯 바라본다.

188 릴리주 (19ygAsUTT2)

2022-06-06 (모두 수고..) 04:02:55

새벽 4시인데... 일상이 돌아가고 있어?... 00?!

189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4:09:04

밤낮이 바뀐 자 새벽에 일상을 돌리게 되리라......

릴리주 어서와요 (ノ´ー`)ノ

190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4:19:22

아이코 ㅇ(-(... 깜빡 졸아버렸습니다.....
이 와중에 오신 릴리주 반가워요~~!!

로라주! 답레는 내일 올려드려도 될까요 8.8

191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4:22:13

아앗 당연하죠, 편하실 때 올려주세요~!! 저두 밤낮 바꼈다지만 아무래도 새벽이라 그런지 엄청 맑은 정신은 아니라서 이만 잠 자러.... 🥱

192 릴리주 (19ygAsUTT2)

2022-06-06 (모두 수고..) 04:22:51

밤낮이 바뀌다니 그거 안 좋아요... ;-;라고 말하기엔 저도 바뀐 자지만. 우우우...
어떻게 오늘은 공휴일이니까. 깨어있다가 리셋하고 다시 맞춰보아요.

에밀리주도 안녕이에요. 졸린 거 같은데 어서 들어가서 자요! 00

193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4:27:25

릴리주 깨어있으셨구나 밤이라서 엇 주무시낭.. 싶었어요 으앙 사실 라면 하나 먹구 자러 가려했는데(머쓱).... 계속 깨어있으시려구요? 조금이라두 자시는 것이... ๑•́ㅿ•̀๑

194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04:27:5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ㅇ(-(..... 내일 눈 뜨고 정신 차리지마자 호다닥 적어 올려놓도록 하겠읍니다 u"u)>

로라주도 릴리주도 좋은 밤 되세요!

195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4:29:36

릴리..버섯 좋아하는구나... 같이 식사하면 몰래 버섯 그릇에 덜어줄것같다...........

196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4:32:34

헉....그렇게까지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용...
에밀리주 쫀밤 보내용 ㅇuㅇ)ノ

>>195 사실 자기가 버섯 싫어하는 건데 버섯 조아하는것같길래^u^ 하구 뻔뻔히 줄듯..

197 릴리주 (19ygAsUTT2)

2022-06-06 (모두 수고..) 04:48:48

토요일 바쁘게 일하고, 일요일 하루 종일 잠자면서 뒹굴다 방금 깨서 그런지 정신이 너무 말짱해서요. XD

에밀리주 푹 잘 자요!

>>195-196 응. 버섯은 스튜에 넣어 먹어도, 구워 먹어도 맛있으니까요. 현재 가을이라 못 먹으니 아쉬울 뿐... :p
그리고 세상이 이 얼마나 상냥한.... 눈 크게 뜨고 진짜 진짜? 진짜 괜찮은 거지? 하고 몇 번이고 물어보겠네요.

답을 듣고서는 행복한 표정으로 냠냠할 거고, 이후 블랙베리를 한가득 따다가 그때의 보답이라며 로라에게 줄거예요.

198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5:07:29

로라의 버섯 슬쩍하기 계획을 친절로 여겨버린 이 불쌍한 어린양을 구해주세요........ 하지만 버섯 싫어한다는 걸 들켜도 일석이조인 행동이었다구~바보지만 의외로 똑똑한 계획이었어 라며 당당하게 웃기.......

보답이라니!! 실은 릴리가 정말 상냥한 것이었고........ 눈 크게 뜨는 거 넘 기여워서 왕 입에 넣어버리고 싶은 것이에요.... :9
왠지 식사 같이 하게 될 때마다 항상 은근슬쩍 릴리 옆에 앉을 것 같은 ..... 가끔 로라가 버섯 싫어하고 릴리가 버섯 좋아한다는 걸 아는 주민이 로라 너 또! 하고 눈 부릅 뜨는 날도 있을 것 같아요😙

199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5:10:44

꽃밭에서 꽃반지 만들려고 만지작거리는 릴리 옆에서 뒹굴거리고 싶다 ∠( ᐛ 」∠)_
신실하진 않으니 같이 교회에서 몰래 수다 떨기도 하구 그러지 않을까요 프헹

200 릴리주 (19ygAsUTT2)

2022-06-06 (모두 수고..) 05:34:50

이렇게 맛있는 버섯을 로라가 싫어할 거라고 바보 릴리는 전혀 생각도 못 할 테니까요. :P
당당하게 웃는 로라... 읏 상상하니 귀여워서 심장이 아파요.

로라가 은근슬쩍 옆에 앉는다면 항상 기대하겠네요. 혼나면 릴리도 자기도 찔려선 잘못 저지른 강아지 표정으로 있을 거고...
뒹굴거리고 있으면 예쁜 화환을 하나 만들어서 씌워줄 거예요. 그리고 응. 믿긴 하나 신실한 것은 아니니까.

몇 번은 어른들 몰래 히히 웃으며 수다 떨었을 거 같아요.

201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5:58:50

이렇게 맛있는 버섯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 못함 < 이 점이 정말로 귀엽다...... 순진해보여.....순진한 것 같아서 얘기 지어내고 장난치다가 진짜 믿어버리고 나중에 그 얘기 꺼내면 어...그거 믿고있었어?하는 표정으로 릴리 쳐다보다가 어어마마마맞아!◑◑💦 할게 분명한......

릴리까지 덩달아 시무룩해져? 안돼~! 그치만 귀엽다...
로라 : ^ㅁ^💦
릴리 : ( •́ ̯•̀ )
둘이 이러고 앉아있을 것 같지 않나요 ㅋㅋㅋㅋㅋ꺄악
릴리... 시무룩해지지마~! 로라는 에헤헷 하고 넘길 수 있으니깐.......

버섯 좋아하면 버섯 원 조심해야겠어요 릴리.. 혹시 캐려다가 실수로 들어가버릴 수도....... :3c

빈둥대다 머리에 머 씌워져서 보고나면 배에 두손 모으고 얌전히 누워있겠네용🤭혹시 망가질까봐!

202 로라주 (ZrSNdHlC..)

2022-06-06 (모두 수고..) 06:43:12

슬슬 저도 자러 가봅니다...밤낮 바뀌어도 새벽에 깨있으니 확실히 머리가 아프네용🥲 릴리주 굿밤...아니고.....굿모닝......
(셔터내림)

203 릴리주 (19ygAsUTT2)

2022-06-06 (모두 수고..) 06:53:11

:O 시간이 시간인지라 주무시러 가셨을 줄 알고 조깅 하고 왔더니...
푹 자고 나중에 봐요! 잘 자요!

204 릴리주 (19ygAsUTT2)

2022-06-06 (모두 수고..) 07:12:40

으으으우.. 늦게라도 201에 답하자면. 순진하게 믿으니 로라가 당황해도 릴리는 uvu? 하며 눈치 못 챌 거 같아요.
표정 임티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적절하네요. 응. 그러고 있을 게 분명해요.

버섯 원은 조심해야 겠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위험한 상황을 즐겨 보고 싶은 맘이라.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네요. 🤔
그리고 망가질까 누워있는 로라. 이 얼마나 마음씨 착한 건지. 그대로 못 일어나게 꽃으로 예쁘게 꾸며줄 거랍니다.

205 릴리주 (19ygAsUTT2)

2022-06-06 (모두 수고..) 20:10:08

꾸벅꾸벅 졸면서 갱신해요. xd

206 하스주 (lJ25cXT.EE)

2022-06-06 (모두 수고..) 20:48:38

일상퍼먹기가 갱신합니다! 내일이면 연휴의 끝이라니!

207 마일스주 (zdLV0FfByY)

2022-06-06 (모두 수고..) 22:21:16

밤이 되었습니다..늑대는 고개를 들어주세요..갱신!

208 에밀리주 (X8UQpSktFM)

2022-06-06 (모두 수고..) 22:24:09

알바를 마치고 온 사람 갱신... 갱신합니다 ㅇ(-(...
으아아 사장님 월급 주시오

209 나레이터 - 하스킨즈 (DD/sCFEj9.)

2022-06-06 (모두 수고..) 22:58:23

>>145

빌리는 하스킨즈를 졸졸 쫓아나옵니다. 빌리에게는 목양견은 없지만, 대신 긴 지팡이가 있습니다. 빌리가 염소 무리의 끝에 서고, 하스킨즈가 맨 앞에 선 채 그들은 목초지로 나왔습니다. 어둡고 짐승 냄새가 고여 있었던 축사와 달리 목초지는 밝고, 가을의 햇살은 딱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합니다. 염소 한 마리가 하스킨즈의 등에 가볍게 이마를 툭 치더니 어슬렁어슬렁 풀을 뜯으러 걸어갑니다. 루나와 호른은 제 맡은 바를 다하기 위해 염소 무리 사이로 흩어지지만, 눈으로만 염소들을 좇을 뿐, 별로 열성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평화로운 목초지에서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걸까요?

하스킨즈 곁으로 빌리가 다가옵니다. 또래 중에서도 유독 유약한 그는 주늑이 든 듯 목동 지팡이를 꼭 붙잡고 있습니다.

"하스킨즈."

빌리는 주머니에서 염소젖 치즈와 빵을 꺼내 반으로 쪼갭니다. 놀랍네요, 속까지 새하얀 밀빵입니다. 호밀과 보리를 주식으로 삼는 실딘 마을에서 밀가루는 사치품인데 말이죠. 축제나 교회 축일 정도에나 몇 조각 얻어먹을 수 있는 물건입니다. 빌리가 어쩌다 밀빵을 손에 넣었는지는 알 수 없을 일입니다. 교회 식료품 저장고라도 턴 걸까요? 아니면 물레방앗간이라도? 이 유약한 소년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빌리는 반으로 가른 밀빵 위에 염소젖 치즈를 얹어 히스에게 내밉니다. 빌리와 하스킨즈가 같은 염소치기인지라, 지금까지도 자주 간식을 나눠 먹기는 했습니다만, 빌리가 밀빵을 준 것은 처음입니다. 빌리네 집이 갑자기 부자라도 된 걸까요. 그런 것 치고는 빌리의 추레한 염소가죽 망토는 어제와 다를 바 없이 꼬질꼬질합니다.

210 나레이터 - 마일스 (DD/sCFEj9.)

2022-06-06 (모두 수고..) 23:01:27

>>147

맞아요. 메리는 실을 뽑다가 변을 당했죠. 집 안을 둘러본 마일스는 사건 당일, 메리가 앉아 있었을 벽난로 쪽을 샅샅이 살펴봅니다. 이제 밤이 춥기 때문에 이른 집에서는 벽난로를 피우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벽난로 안에는 재가 수북하고, 그 옆에는 장작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메리가 앉아 있었을 의자는 급하게 일어난 것처럼 뒤로 넘어가 있고... 어?

벽난로 앞에 유독 재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이상할 일은 아니죠. 벽난로에 불을 피우면 재와 그을음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누가 재를 헤집었던 것 같아요. 부지깽이가 벽난로에 반쯤 묻혀 있고, 벽난로 안에 쌓여 있었어야 할 재와 탄화된 장작이 밖으로 넘쳐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죠. 그 난리가 났으니 짐이든 아니면 비명을 듣고 달려들어온 이웃이든 누가 재를 밟았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발자국이... 이 발자국의 주인은 제법 오래 벽난로 앞에 쪼그려 앉았던 것 같은데요. 발자국이 제법 깊고, 선명해요. 집 문이 열려 있었으니 바람이 오가며 발자국이 사라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터인데...

양모의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일스는 다른 흰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발자국 모양으로 짓눌린 재 사이, 살짝 고개를 내민 종이 끝자락입니다. 그 이름모를 사람은 자기가 밟은 재에 이게 섞여있는 지 모른 채 벽난로 앞에 쪼그려 부지깽이로 재를 긁어냈던가 봅니다.

마일스는 의문의 물건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실딘에서 종이는 흔한 물건이 아닙니다. 애초에 마을 사람들 태반이 문맹인걸요. 그러니 이건 불쏘시개로 자주 쓰는 자작나무 껍질인 걸까요? 진짜 종이인지, 아니면 자작나무 껍질인지 구별할 방법은 마일스에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종이의 보편적인 쓰임새로 쓰였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이 타들어가 읽을 수 없었습니다만, 인위적인 뭔가가 사람의 손으로 적혔던 흔적만은 분명 남아 있습니다.

이건 편지나 메모의 흔적일까요? 하지만 너무 작은데다 그을음으로 범벅이 되어 알아보기 힘듭니다. 이걸 복원할 방법이 있을까요? 그런데 아니, 애초에 이 집에 왜 이런 게 있죠? 메리도 짐도 문맹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가요...?

211 나레이터 - 에밀리 (DD/sCFEj9.)

2022-06-06 (모두 수고..) 23:13:18

>>148

"아무도 없어..."

마리아는 에밀리의 치마를 꼭 붙잡고는 쉬지 않고 훌쩍댑니다. 이렇게 울다가는 눈이 녹아내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마리아는 평소에 교회의 다락방에서 혼자 잠을 잡니다. 다락방 위에는 종탑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붙은 쪽문이 있고, 마을 광장 쪽과 숲 방향 양쪽으로 창문이 뚫려 있습니다. 교회 다락방은 이따금 어른들이 교회에서 한담을 나눌 때 아이들의 놀이방으로 쓰이기도 했으니, 에밀리도 그 곳의 구조는 알고 있을 겁니다.

에밀리가 주변을 두리번대자 마리아도 지레 겁을 먹어 주변을 두리번댑니다. 텅 빈 예배당 안은 두 소녀 외에는 사람 없이 고요하고, 돌로 쌓인 벽 위 길게 뚫린 창문 사이로는 햇빛이 비껴들고 있습니다. 나무로 짜인 바닥 위, 먼지가 금빛으로 고요히 춤추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마리아는 안심했는지, 저와 비슷한 눈높이가 된 에밀리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물기 어린 목소리로 소근거렸습니다.

"사실 그날 밤에 나 방에 없었어. 종탑에 있었어."

마리아는 까마귀마냥 자신의 장난감이나 간식을 이곳저곳 숨겨두고는 했었는데, 메리가 죽었던 그 날에도 아침에 간식으로 받았던 사과를 자기만의 비밀 공간에 숨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날 마리아의 맘이 동했던 비밀 공간은 종탑이었고... 달이 너무 밝아서 잠이 오지를 않아, 심심해서 사과를 꺼내 먹으려고 종탑에 올라갔는데...

"보름달이 뜨면 나가면 안되는 건 알아. 근데 여긴 교회잖아. 신부님이 교회는 늘 주님의 눈동자처럼 안전하다고 하셨단 말야. 그래서 나갔던 거였는데... 나 봤어, 언니."

어린아이의 땀에 젖은 손이 에밀리의 팔뚝을 아플 정도로 간절히 붙잡습니다. 마리아는 덜덜 떨며 속삭입니다.

"새카맣고 사람 세 명만큼 큰 그림자가 숲 옆을 따라 달려가고 있었어."


* 정보 : 마리아의 목격 증언 습득.

212 나레이터 - 로라 (DD/sCFEj9.)

2022-06-06 (모두 수고..) 23:20:25

>>152

블래키는 자두를 앞발로 톡 쳤다가, 흥미를 잃었는지 로라를 빤히 올려다봅니다. 숲의 녹음처럼 진한 초록색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블래키는 쪼그린 로라를 탐문하듯 빙빙 돌며 킁킁 냄새를 맡다가, 치즈가 없는 걸 알았는지 불만스레 꼬리를 휙 내저었습니다. 그건 동물에 대해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명확히 알아챌 정도로 노골적인 불만 표시였습니다. 하여간 건방진 고양이입니다.

"왜옹."

어쩐지 의문형-인간은 날 예뻐하고 치즈를 바쳐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왜 인간한테 치즈가 없지-으로 느껴지는 울음소리를 뱉은 뒤, 블래키는 예의상 두어 번 로라의 발목에 몸을 부비고는 몸을 일으킵니다. 다른 치즈 조공인... 아니, 사람을 찾아 예쁨을 받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그런 그들의 등 뒤로 염소 축사에서 나온 소년 한 무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목청 큰 한 소년(돼지치기 케인입니다)의 목소리는 유독 선명히 들려왔습니다.

"-검은 고양이 시체여야 효과가 더 좋지 않겠냐? 그러니까, 그 마녀 애피 할멈네에 까만 고양이를 잡아서-"

그 뒷말은 다른 소년들의 폭소와 야유에 묻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저 애들은 블래키로 뭔가를 저지를 생각일 것 같네요. 그리고 그 '뭔가'가 치즈를 주고 예뻐해주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블래키는 멀뚱히 소년들을 바라보다가, 꼬리를 도도히 세우고 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치즈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213 나레이터 - 릴리 (DD/sCFEj9.)

2022-06-06 (모두 수고..) 23:28:05

>>187
짐은 대답이 없습니다. 언덕에 핀 하얀 꽃을 모조리 꺾어오기라도 했는지 그의 곁에는 수없이 많은 화관이 쌓여 있습니다. 어른들이 애가 미쳐간다며 혀를 차는 것도 이해가 가네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짐은 확실히 위태로워 보입니다.

릴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나서야 짐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릴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초점을 잡지 못하는 눈동자가 한참을 헤매다가 간신히 릴리의 얼굴에서 멎습니다. 짐은 미소지으려 시도하는 것 같았습니다만, 그 시도는 처절한 실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 짐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미소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살찐 검은 고양이는 흑표범이고, 신부님이 어떻게든 보수하려고 하지만 계절이 지날수록 건물보다는 누더기에 가까운 몰골이 되어가는 마을 교회는 영주님의 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여간 짐의 얼굴은 처참했습니다.

"어, 안녕. 릴리구나."

짐은 그렇게 인사를 한 뒤에도 한참 갈피를 못 잡는 듯 머뭇거렸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잊어버린 사람 같았죠. 이윽고 짐은 억지로 웃으며(아까보다는 나았습니다, 그래도) 옆에 놓인 무수한 화관 중 하나를 릴리의 머리 위에 툭 올려놓습니다. 늦게 피어난 들꽃 꽃잎이 일순 흩어지며 향기를 뿌립니다.

"무슨 일이야, 릴리. 말괄량이께서 여기까지 다 올라오시고. 오늘도 장난칠 거리를 찾고 계신가?"

짐은 애써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메리가 살아있었을 때를 흉내내는 것 같습니다. 그의 왼손 넷째 손가락에서는 금색 실타래 비슷한 것이 반짝입니다.

214 나레이터 (DD/sCFEj9.)

2022-06-06 (모두 수고..) 23:29:17

안녕하세요, 밤이 되어 고개를 든 캡틴입니다. 오오 우리 스레도! 이제 일상이 돌아갔었군요!!!

그건 그렇고 공지입니다 공지
날짜 변경 이벤트가 있을 예정입니다. 원하시는 날짜와 시간을 말씀해주세요. 가능한 많은 분들이 편하신 시간대에 진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15 나레이터 (DD/sCFEj9.)

2022-06-06 (모두 수고..) 23:35:56

>>143
블래키 : 들켰나 죽어라 인간!!
>>151
에이... 교회 안인데 무슨 일이 나겠어요...? :D
역으로 말하면 교회 밖은.
>>162
진저주 안녕하세요! 다음 이벤트 참여하실 수 있으신가요 :3

갱신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드리는 겁니다!
만약 레스 누락되신 분 계신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216 나레이터 (DD/sCFEj9.)

2022-06-06 (모두 수고..) 23:44:40

솔직히 상판 정말정말정말 오랜만이라 제가 멀쩡하게 굴리고 있는지 가늠이 잘 안갑니다. 그러니 피드백은 늘 달게 받겠습니다 :3 모두가 행복한 유혈 가득 다크판타지 상황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진심입니다.
그건 그렇고 본 스레 Wolf among us는 실딘의 초가을-한겨울 시점을 다룰 예정이며 스토리도 그 즈음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지금같은 속도로는 엔딩까지 꽤나 시간이 걸리겠네요. 예정된 스토리는 있었지만, 지금 다들 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많이 조사를 진행해주셔서 어떤 엔딩이 나게 될까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애초에 늑대 선정부터 꽤 변수가 컸고요!
그리고 사건 현장에 대한 더욱 상세한 정보나 특정 부분에 대한 세심한 관찰 결과를 원하신다면 레스 말미에

!

을 붙여 말씀해주시면 진행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가령

! 문을 조사한다

라고 특별히 지정하신 경우, 문의 경첩부터 연식, 상태, 재질, 문이 바닥에 남긴 흔적, 기타 등등 etc까지 그 캐릭터가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선에서 모조리 정보를 털어 드립니다. 단순 문만이 아니라 사람의 표정이나, 특정 인물의 증언에 대해 설명이 더 필요할때 !을 붙여 레스 말미에 붙여주시면 더욱 자세한 설명 혹은 약간의 힌트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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