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족이라는 단어가 싫다. 이유 모르게 버려진 채 길에서 구걸하던 내가 지켜줄 사람조차 없어 머리에 칼자국이 새겨졌을 때. 으슥한 골목에서 죽을 뻔한 꼬맹이의 목에 박힐 칼날을 당신의 손에 박아 막아주었을 때. 그리고, 그런 당신을 배신하곤 주머니를 노리던 내게 당장의 돈보다 미래의 집을 얻을 방법을 알려주겠다던 당신이다. 입을 떼어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려 하더라도 목 밑에 남은 원망과 증오가 그 단어를 완성하질 못했다. 그런데도 당신은 오늘도 내가 당신의 가족이라 말한다. 제자라는 단어에 얼마나의 가치가 있기에 오늘도 내게 감정을 투자하는지 모르겠다. 누구보다 계산을 좋아하는 당신이 왜 내게 가치를 느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그 말을 믿는다. 내게 존재하는 가치가 얼마이든, 당신이라면 내 가치를 더더욱 믿어주었을테니. 안목 나쁜 내 눈 대신 당신을 믿기로 했다.
>>954 나도 토고의 행적만 보고 대략적으로 이해한거지만, 토고가 반장 아저씨랑 대련 내기 했다가 져서? 회계를 맡게 되었는데? 스승님한테 찾아가서 거래를 걸었다가? 여차저차한 과정 속에서 스승님이 돈? 장비?를 융자해주는 대신에
" 60만 GP. 거기에 140만 GP 더 얹히고. 대신 최소한 1년간 모든 거래는 우릴 통해서 해라. 무슨 물건을 사건, 대곡령의 가게를 이용할 것. 이외에 대규모 거래의 독점권과 부산물 독점권은 따로 계산해야겠지만. 아직 아무것도 없는 길드에 140만 GP를 쳐준다는 게 얼마나 큰 투자인지 당신도 알 기다. "
영월 작전에 도움을 준 세력-북해길드, 혈십자, 구름 마탑 영월 작전에 큰 피해를 입음. 추모식 겸 북해길드에 진 빚을 일부 갚기 위해 장비를 구매하기로 함. 토고의 스승님인 대곡령 길드(상인길드)에 거래를 요청. 부족분을 개인적 투자로 하며 몇가지 조건을 걸었음. =대곡령 산하 상점에서 구매하기.. 등등..
사실 설명하기 좀 긴데??? 1. 영월 작전에서 준혁이를 통해 북해길드와 다른 두 길드의 협조를 받음 2. 이 과정에서 세 길드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나(특히 북해길드는 영월에 사망자들의 추모 공간이 만들어 질 정도로.. .... . ..) 특별반 모두가 감사인사를 까먹음 3. 그걸 수습하기 위해서 태식아저씨가.. ..... . ... 토고가.. .... . ... 그런 흐름입니다?
" 총교관님 성함은 한자 지자 훈자 쓰시고, 기적의 세대라는 3세대 가디언의 대표격인 인물 중 한분이시지. 굉장하신 분이셔. 지내는거야 뭐, 수업 듣고나서 방과후에 각자 자율 활동 하는거지. 의뢰같은거 가거나 하면 학교 안나와도 출석인정 해주고, 수업도 일찍 끝나는 편이라 각자 자율적으로 뭔가 배우는 시간이 많아. 그런데 수업이 어려워서.. 나중에 복습을 해야 좀 이해가 가더라고. "
수업시간에 딱히 자는건 아닌데.. 복습 없이는 머리에 남는게 없단 말이지. 인텔리 그 자체인 내가 이러니까 다른 애들도 전부 똑같겠지? (메타발언 - 수업은 복습을 통해 들을 수 있고, 효과가 있는 수업등도 진행에서 복습으로 학습을 해야만 해당 효과를 받을 수 있음. 포지션을 정하는 전투학 수업이 대표적인 예)
" 대련? 아, 태식 아재랑 토고 형님이란 한거? 내가 알기로는 그게 처음인데. 묘하게 유행할 것 같은 느낌? 아마 앞으로 꽤 많아지지 않을까. "
그런데 태식 아재가 얘한테 대련하자고 했다니. 혹시, 편입생 길들이기... 는 아재가 그럴 사람은 아니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방금 내가 들이받은 게 학생이 아니라 교관이었나? 이쪽을 욘석이라 부르며 훈계하는 말투가 꼭 상점 주인아저씨나 지난번에 게이트에서 만났던 궁수 아저씨를 닮았다. 우리 아저씨도 나이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이렇게 노인네 같은 말투는 안 하는데 말이다. 맷돌 손잡이가 없어 보여서, 쪼그려 앉아 시선을 맞추는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면서 각막에 이식된 나노머신으로 특별반 편입생 명부를 조회하니 꼭 맞는 얼굴이 하나 보이더랬다. 윤시윤. 명부에는 열다섯이라고 되어있는데.
"세상에. 너 뭐 잘못 먹었니?"
나이를 서른이나 먹은 반장이 앳돼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 아저씨 같은 말투를 쓰는 것에도 아직 적응이 덜 됐는데, 심지어 이 녀석은, 열다섯밖에 안 된 꼬맹이가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칭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친구야.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는데..."
그래, 뭐.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니까 너무 보수적으로 굴 필요는 없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하려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홰홰 저어 보이고서 다시 땅바닥으로 시선을 옮겨놓았다.
이 녀석 보게? 생각보다 당돌한 태도에 좀 당황하면서도 친절하게 답변해준다. 아니 하프란 놈들은 어째저째 기세고 드센 것이 기본적 특성이란 말이냐? 순간 내 안의 역성혁명易姓革命 이 게이트의 냄새를 맡고 '죽일까, 마스터' 라고 속삭이는듯 하지만.... 워워, 진정해라. 애 상대로 발끈하는 것만큼 추한 것이 세상에 없다...
"허허. 아저씨가 이래보여도 여러 복잡한 사정 때문에 실제론 나이가 좀 된단다...."
혹시 나는 특별반 급우들을 처음 볼 때 마다 이 설명을 해야하는가? 이쯤되면 아예 사정을 적어둔 메모지를 들고 다니다가 쓱 건네주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귀걸이인가. 흠."
무심코 나도 모르게 '토끼 수인의 귀걸이면 인간이 착용하는 일반적인 귀걸이랑 비슷한것이냐? 귀 크기도 위치도 다른데.' 라는 질문을 던질뻔 했지만. 요즘 시대에 이런 질문 하는 것은 종족차별주의자적인 발언으로써 구시대의 늙은티를 내는 것이라고 두드려 맞을까봐 참았다.
"까맣고 작은거라."
어쨌건 시력을 강화해서 교실 전체를 슥슥 둘러다보고, 영성을 강화해서 기억도 되짚어본다.
"확실히 영 불길하게 생겨먹은 진주 귀걸이가 올려져있는걸 본 기억은 있는 것 같은데."
옛날부터 나쁜 일에는 띵 하고 직감이 왔으니까, 불길한 물건이라면 감각을 통해서 찾아볼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누가 가져가진 않았을테고, 대충 이 교실 안에는 있지 싶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