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족이라는 단어가 싫다. 이유 모르게 버려진 채 길에서 구걸하던 내가 지켜줄 사람조차 없어 머리에 칼자국이 새겨졌을 때. 으슥한 골목에서 죽을 뻔한 꼬맹이의 목에 박힐 칼날을 당신의 손에 박아 막아주었을 때. 그리고, 그런 당신을 배신하곤 주머니를 노리던 내게 당장의 돈보다 미래의 집을 얻을 방법을 알려주겠다던 당신이다. 입을 떼어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려 하더라도 목 밑에 남은 원망과 증오가 그 단어를 완성하질 못했다. 그런데도 당신은 오늘도 내가 당신의 가족이라 말한다. 제자라는 단어에 얼마나의 가치가 있기에 오늘도 내게 감정을 투자하는지 모르겠다. 누구보다 계산을 좋아하는 당신이 왜 내게 가치를 느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그 말을 믿는다. 내게 존재하는 가치가 얼마이든, 당신이라면 내 가치를 더더욱 믿어주었을테니. 안목 나쁜 내 눈 대신 당신을 믿기로 했다.
>>865 1세대 인물이니까 혼돈이 가득한 상황속에서 기억나는 혼혈이란건 대체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품게 만들지만, 본인 성격상 별 죄없는 애들에게 차별 의식을 가지는걸 좋아하진 않고. 대체로는 밝게 지내는 혼혈을 보면 '요즘 시대가 좋아지긴 했구나. 혼혈도 잘 지내니까 보기는 좋네.' 라고 생각한다는 느낌!?
끔찍했던 과거도 지금 세대의 아이들에겐 와닿지 않는구나. 이런게 '당연' 해진 세상이 낯설기도 하다. 그 만큼 위험 의식이 덜 해진 것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아이가 목숨에 대해 항상 경계해야되는 세상 따위보단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지. 무엇보다....솔직히 우려고 자시고, 지금은 눈 앞에 있는 지한이가 나보다 더 강하긴 할터이다. 약하면서 이런 생각 하는게 사실 퍽 우습긴 하다.
"???"
잠깐 스코프에서 눈을 떼곤 경악한 눈으로 고개를 돌려 지한을 봤다. 어? 젊은 귀가 벌써 노망이 났나? 방금 뭐라고라....요즘 애들은 사실 위험 의식이 덜해진게 아니라, 위험 의식을 무언가 이상한 방향으로 익사이팅하게 날려버린 건가? 물론 저격이란 것 자체가 이런 곳에서 대기하다가 누군가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행위에 본질이 가까운 것은 사실이나, 시원스럽게 허락하니까 당황스럽다.
"아저씨가 대체 어디가 괴짜야? 허허. 주변에 나다니는거 다 헛소문이야. 믿지 마."
거기에 왠 이상한 소문까지 도는 모양이다. 대체 내 어디가 괴짜란 말인가. 지금도 이렇게 상식적인 생각 밖에 안하는데.
"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명가 소속 아니면 힘들까. 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는 경악한 눈에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
"당연하지만 죽이는 선이 아니라 위협의 용도로 건강이 버틸 만큼의 저격을 날리는 겁니다." 으악 으아악거리면서 정원을 뛰어다니며 도망다니는 동안 신속이랑 건강을 훈련하겠지. 같은 생각인가요? 아니면 영성을 높여서 저기로 돌격하자! 같은 걸 하겠지. 라는.. 무사안일주의인가?
"규칙이라면.... 참고로 안에서 담배는 안돼요." 제일 먼저 말해둬야 할 것만 같은 규칙입니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특별반의 반장이자 여명 길드의 길드장인 태식 씨에게 걸리면 대검으로 후드리챱챱 당하고 강제금연당할 거라는 말을 태연하게 하다니.
"간단하게는. 식사당번이나 청소당번 같은 정도가 있겠네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물어보거나 찾아보는 걸로?
어라? 진짜로 아저씨가 이상한거? 시대의 흐름에 못따라갑니다~ 라는 흔한 이야기? 아니 그치만 죽이지만 않으면 적당한 수준에서 머리에 탄을 날려도 된다던가가 당연한 이야기? 아저씨 시절에는 그런 짓 하면 여러모로 문제가 된달까 누구 한명이 죽거나 더 많은 사람이 죽거나.... 이번건 아저씨 진짜로 나쁘지 않지? 이상한건 세상이거나 혹은 이 지한이라는 아이지?
당혹스러움이 지나쳐서 혼란속에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담배로 손이 갔다가, 이어지는 말에 딱 멈춘다.
"아~....잔소리가 심한 사람이 있다고 했던가. 거 참. 곤란하구만."
오현의 얘기를 들어보건데, 전생자 운운을 들어줄법한 인물상도 아닌 모양이고. 아무래도 기숙사내에서 흡연은 자제하는 편이 좋겠군. 사실 선생에게 들켜도 곤란하다.
"식사를 만들기도 하고. 만들기 귀찮으면 학식 먹고 오라고 하긴 합니다." 사실 외적 이유로 일상 소재 공급을 위한 식사당번이라고 한다. 식사 준비하며 꽃피우는 우정 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 가끔 일이 생겨서 식사당번을 잊어버린 이들을 응징하는 쪽으로도 갈 수도... 있지만?
"밖에서 피우고 냄새를 빼고 오는 거라면 괜챊지만 옥상이나 이 구역 내에서 피우신다면 곤란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네요.
"식사당번이나 청소당번은.... 헌터 네트워크 단톡방에 공지사항으로 뜹니다." 단톡방에 들어가져 있으신가요? 라고 물으며 청소당번은. 공용공간 청소가 주된 업무라고 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