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족이라는 단어가 싫다. 이유 모르게 버려진 채 길에서 구걸하던 내가 지켜줄 사람조차 없어 머리에 칼자국이 새겨졌을 때. 으슥한 골목에서 죽을 뻔한 꼬맹이의 목에 박힐 칼날을 당신의 손에 박아 막아주었을 때. 그리고, 그런 당신을 배신하곤 주머니를 노리던 내게 당장의 돈보다 미래의 집을 얻을 방법을 알려주겠다던 당신이다. 입을 떼어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려 하더라도 목 밑에 남은 원망과 증오가 그 단어를 완성하질 못했다. 그런데도 당신은 오늘도 내가 당신의 가족이라 말한다. 제자라는 단어에 얼마나의 가치가 있기에 오늘도 내게 감정을 투자하는지 모르겠다. 누구보다 계산을 좋아하는 당신이 왜 내게 가치를 느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그 말을 믿는다. 내게 존재하는 가치가 얼마이든, 당신이라면 내 가치를 더더욱 믿어주었을테니. 안목 나쁜 내 눈 대신 당신을 믿기로 했다.
>>362 린이는.. 뭔가 부잣집 아가씨 느낌이지? 굉장히 예의바르고, 어.. 교양있다고 해야하나? 존댓말 캐릭터기도 하고. 그런 주제에 기술은 암살이란 말이지. 저번에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독침을 찌르는데 낌새도 못 느끼고 당했어. 뭐, 그건 중요하지 않지만. 게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거짓말이었다는게 더 충격이었지... 의뢰 맡겼다는 애 찾아서 조져야하는데 까먹고 있었다. 후. 항상 나긋나긋하게 웃는 얼굴이지만, 기술이 암살이란걸 알면 오히려 조금 무서운 부분이지. 뭐.. 같은 특별반이니까 경계하거나 하진 않지만!
얘랑 대련을 한다면? 암살자..를 상대해본 적은 없는데, 굉장히 까다롭지 않을까. 뼈를 주고 살을 취한다는 느낌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터프하게 싸워야 할 것 같아. 제대로 한번 붙든다면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이지.
>>367 오현이! 이쪽은 약간 애늙은이 느낌? 시윤이하곤 좀 다른 느낌이지. ...그냥 키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건가? 아무튼, 여러가지 기술을 배우는데에 흥미가 많은 것 같아. 단톡방에 기술 가르쳐줄 사람을 꾸준히 찾는것도 그렇고, 특이한 수련법같은걸 알고있는것도 그렇고. 얘랑 같이했던 슬로우모션 수련은 꽤 신선하고 재미있었지! 서로 합을 맞춰서 기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게, 대련이랑은 확연히 다르지만 서로 동작들을 참고하거나 하는데엔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나도 헌터로서 여러가지 배우려 특별반에 들어왔는데, 얘는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는 특별반 안에서도 최고랄까. 굉장히 빠르게 성장할 것 같다.
오현이랑 대련을 한다면? 같은 검사지만 오현이랑은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 아마 일초백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들어오는 공격을 강한 힘으로 받아치면서 손기술이나 발기술로 연계해 승기를 굳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 너무 다 힘으로 해결하려는거 아니냐고? 좋은 힘 뒀다가 뭐하겠어! 적극적으로 써먹어야지!
큼. 큼. 하고 나는 묘하게 긴장되기 시작하는걸 가능한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뭐랄까 애 앞에서 '나 그래도 뭐 있는데' 하고 폼잡아놓고, '에이 별거 아니네' 소리를 들으면 흐릿해졌다곤 해도 미묘하게 남아있는 아저씨의 자존심이 너덜너덜 마음속 어딘가에선 머저리들의 웃음소리가 대합창 완주곡으로 울릴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저격 라이플을 꺼내 반동을 완화할 수 있는 앉아 자세를 취하고....
역성혁명易姓革命 .
풀어쓰자면 왕조(나라)가 바뀌는 움직임.
이 기술의 원류가 어땠는지, 옛날의 나는 어떻게 썼는지, 솔직히 정확하겐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한다.
게이트에서 넘어오는 불합리들이, 힘을 가지고 있단 이유만으로 불쌍한 약자를 짓밟는 것이. 자기들이 왕이라고 생각해서 우쭐대는 그 교만함이.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오만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역성혁명 제 일형 거인 사냥易姓革命 第 一形 巨人獵.
총기란 본래 평등한 것. 어린 아이도, 여성도, 훈련 받은 사람에게 제대로 맞출 수 있다면 죽일 수 있다. 그럼, 인간도 쏴맞추면 게이트의 괴물을 죽일 수 있어. 그러니까 마음껏 방심해라. 한 발 쳐먹여줄테니.
토고는 그제서야 눈 앞의 자칭 '아재'가 어떤 스타일의 거너인지 알게되었다. '쩝.... 저격이가? 내는 그른 거 몬하는데... 꽝이네..' 아쉬운 티를 감추르라 고생을 좀 했다. 눈 앞에 펼쳐진 저격기술은 무척이나 훌륭하다. 토고가 본 거너와는 다른 자세. 심지어 자신이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저격수와도 조금 다른 자세였다. 또한 쏘아지는 탄환에서도 무언가 다른 힘이 느껴졌다.
보통의 저격수가 정밀조준과 신중함으로 신속정확하게 약점에 꽂는다는 느낌이라면 이것은.. 구시대의 총이 가진 위협적인 힘이 느껴졌다. 옛 신화에 그런 게 있지 않은가? 거인을 죽인 돌멩이. 딱 그 느낌이었다. 뭔가 다르긴 하지만.
"캬~ 총성 오지는 거 아이가? 크크... 고건 뭐하는 기술이고? 내 쏘는기랑은 좀 더 다른 느낌이든데."
하지만 들은 바가 없다. 대충 눈치껏 잘 행동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거야 하는 생각이 있을 뿐. 돈도 없고 밥도 없다는 말에는 엄숙한 표정이 일기까지 했으니 유하로서는 상당히 진지하게 물품 이동에 임한 것이다.
" 좋아~ "
초거대 황금수박. 그리고 골드드래곤. 둘이 만난 순간부터 무언가가 예상과 지시에 맞춰 굴러가리라는 생각을 했다면 당신의 영성 200을 넘기지 못하다. 모든 관리인의 눈이 자리를 뜨고 오로지 서지한 만이 유하에게 눈을 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썬더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지션에 맞지 않은 신속함. 빠른 접근-껍질베기-속살 한 입 가득 먹기 - 껍질 덮어서 안 먹은 척 하기.
" 휘 휘~ "
그리고는 뒷짐 지며 범행현장을 이탈하는 모습까지! 황금수박을 먹은 황금드래곤의 황금범죄를 목격한 것은 서지한 당신 뿐이다!
"...거짓말이네요" "그래도 잘 하겠다는건 진짜니까. 괜찮겠습니다." 의념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거짓말이 눈에 보인다나 뭐라나?같은 말을 하는 지한입니다.
"그거 어차피 마지막 날에 모두에게 나눠주는 행사가 있을 텐데요..." 작게 속삭이기는 하지만 티가 안 나게 제대로 해둔다면 뭐라 하기는 그렇습니다. 그거랑 별개로 초거대 황금수박의 맛은 궁금한 모양입니다. 후숙이 필요해서 먹었을 때는 영 아니었는가. 아니면 최고다... 같은 말이 나올지..
"식사시간이네요." 식사를하러 가면.. 한상 가득 차려진 수박을 사용한 식사가 있습니다. 수박물김치, 수박화채, 나물종류, 수박을 양념에 넣은 연탄불고기...등등이 많이 있고 맛있어!
팍팍 칭찬해주니까, 자연스럽게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가끔 느끼는건데, 나는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말하는거 치고는 애 같은거 아닌가? 나이에 걸맞게 정신 연령도 어느정도는 따라가나? 잘 모를 일이다. 유하 녀석이 언급한 전국 전생자 협회가 있다면 부디 이런 것 좀 알려다오.
"그렇지만 이건 철저하게 저격 기술이고....너는 보아하니, 탄막을 뿌려대는 계통의 거너 같으니까. 신기해도 도움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나."
거기까지 하나 말하고 눈치챘다. 잠깐, 이래버리면.... 그냥 우쭐거리면서 자랑만 해버린게 되는것이 아닌가??? 나, 나잇값.....어디에....? 나는 곧바로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보충 하기로 했다.
"아저씨가 가진 스킬중에 네게 유용할만한건 차라리 엄폐나 블랙 아웃일지도 모르겠는데....랭크가 낮아서 전수 같은건 어렵지만."
자신의 몸을 숨기는 방법이나, 시야를 교란시키는 탄이라는건, 트릭키함을 중시하는 거너에게도 충분히 쓸만하니까.
거짓말이 간파당하자 충격받은 표정으오 지한을 바라보다가 몰래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는 속삭인다. " 거짓말인거 어떻게 알았어? 혹시 나 거짓말 잘 못 해? "
" 저거 있지 언니. 황금 망치로 뒷통수를 맞는 맛이야. "
어묘한 표정으로 와닿지도 않는 비유를 드는 하유하. 하지만 정말 본인 생각이 이랬으니 그냥 처절한 비유능력에 애도를 표현해야 할 것 같다.
" 와아~ 많이 먹어~ 나도 많이 먹어야지! "
여고생의 특기인 푸드파이팅. 수박 천지인 밥상에서 이것 저것 하나씩 먹어보겠다고 유하의 젓가락은 쉬질 않았다.
" 꿀꺽. 마지막은 애플수박경마 아니야? "
달리는 애플수박을 미니 레이스코스에 두고, 경마처럼 달리게 해 먼저 들어온 순서를 기록하는 수박축제의 하이라이트! 암암리에 애플수박경마 중독자들은 실제 돈을 걸어 도박을 하기도 하고 제일 빠른 애플수박은 씨앗을 따로 팔고 과즙은 매우매우 비싸게 팔리는 모양이다. 고부가가치사업이란...
"흐음..." 설정상으로 공감각자라서 소리에서 색이 보이거나 색에서 소리가 들리는 만큼.. 평소 하는 말의 색이나.. 그런 건 넘어가고 글쎄요? 라며 딴청만 피우다가 황금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다는 것에 맛이 좋아서 그런 건가요? 라고 한번 물어봅니다. 그리고 맛있습니다! 음식 잘해! 요리 스킬 랭크 A쯤은 되는 걸까?
"애플수박경마.." 수박은 수박이니까. 경수박이 되는 게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럼 경마장을 청소하고...나서 구경하는 걸까요?
"아 경마장 청소만 하면 끝입니다." 라는 관리자의 말에 지한은 유하에게
"청소하고 나서 미리내고로 가기 전에 경마하는 거 구경해볼래요?" gp는 걸지 않고 그냥 구경하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토고는 역성혁명이란 이름의 뜻에 대해 떠올렸다. 이렇고 저렇고 하는 그런 설명을 다 제외하고 간단하게 말해서 하극상이나 반역같은 것. 토고가 내뱉은 말에 비해서 토고는 그 이름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상대를 방심시키고 한 방을 먹인다. 그리고 진흙탕으로 끌어내린다. 거기서 좀 더 나아가기만 하면 될뿐인 자신의 스타일과 말이다.
"됐다. 니 저격 든 거 보고 어차피 내 몬따라한다는 거 눈치깠으니까 미련도 없다."
그럼 이제 자신의 차례인가. 토고는 총을 꺼냈다. 토고는 거창한 기술 같은 건 없다. 그저 이리저리 움직이며 약해도 좋으니 쏘고 맞추고 쏘고 맞추다 한 방을 날리는 것.
"내는 신속 기반이라 엄폐 같은 건 불호다. 블랙 아웃인가 하는 그기는 쓸만해 보이지마는 눈에 흙 뿌리면 되는 거 아이가?" "낸 그냥 이거 딱 한 방이다."
토고는 자신의 총 뱀버 브레시에 폴러 베어를 한 발 넣었다.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의념을 집중한다. 강화 속성의 의념으로 자신의 총과 총알에 의념이 스며든다. 그리고 그에 따라 망념이 차오르는게 느껴진다.
"올 인. 아무리 거창해도 총알은 못 맞추면 땡인거 알제?"
토고는 그렇게 시윤에게 조언하듯이 아주 당연한 말을 하고는 총알을 발사했다. 조준은 배. 머리를 노려도 피한다면 의미가 없으니 차라리 쉽게 맞출수있는 부위를 조준하는게 나았다. 냉기를 머금은 총알은 벽면에 부착된 목표물에 닿았고, 총알은 목표물의 착탄부위에 마치 꽃과 같은 얼음조각을 피워냈다.
"거창한 이름이지? 웃기게도 이거, 나보다 레벨이 높은 적에게 더 효과가 좋은 기술들이다. 내가 이상하게 쓰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역은 강적 앞에서도 압박감을 덜 느끼게 해주는 기술. 거인 사냥은, 레벨 차이가 클수록 효력이 뛰어난 기술. 애초에 인간을 대상으로 짜여지지도 않았고,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를 후려갈기기 위한 기술들이다.
"특수탄이 있다면 솔직히 비슷한 효과는 낼 수 있겠지."
나름 자신의 스킬을 객관적이고 매정하게 평가하면서도, 나는 상대가 보여줄 '특이한 것' 에 기대를 가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는 특이한 총신에, 급속도로 증가하는 망념. 호오. 하는 감탄을 흘린다. 형태도 방식도 전혀 다르지만, 그와는 어딘가 유사한 동질감을 느낀다.
"올 인. 한방에 모든걸 건다인가. 그래, 끝내기엔 한방으로 충분하지."
착탄한 지점에서 피어나는 얼음의 꽃인가. 머리를 노리지 않은 것은, 파상공격을 감안해 명중을 우선시 했군. 나는 짧게 분석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현재 전투법에 대해 어느정도 추측을 끝냈다.
"신속 특화에, 엄폐 같은건 선호하지 않고, 권총류 무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한방."
"탄막을 흩뿌리며 견제하다가 틈이 생긴 상대에게 필살을 꽂아넣는 타입인가?"
그렇다면, 서로 정반대의 형태인 것 같아도 우리 둘은 비슷할지도 모르겠군. 하고 짧게 덧붙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