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27111> [ALL/추리/중세 다크판타지] Wolf Among Us :: 40

이름 없음

2022-06-01 23:24:16 - 2022-06-13 14: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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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1 (水) 23:24:16

자두를 따겠다며 숲으로 들어갔던 아이들이 돌아온 것은 사흘이 더 지나서였다. 잘려나간 귀과 피에 젖은 머리카락 뭉치로 발견된 열살배기 어린 피터, 그리고 그 근처에서 피투성이로 발견된 일곱살짜리 엘랜.

엘랜은 아직 살아 있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작은 아이를 어른들은 급하게 마을로 옮겼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아이를 다그쳤지만, 겁에 질린 아이의 입에서는 짦은 단어만이 새어나왔을 뿐이였다.

"...늑대, 괴물 늑대."

엘랜은 이틀 뒤 죽었다. 아이의 몸에는 발톱자국으로 보이는 깊은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아비의 오열만이 간헐적으로 울려퍼지던 고요한 장례식장, 침묵 중을 메우고 있던 가을날의 습한 공기와 숲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장례식이 끝나고 넋이 나간 사람들이 흩어지는 가운데, 나는 촌장님과 마을 장로님들 두엇이 무덤가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어두운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하던 그 사이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중얼거린 말을 나는 똑똑히 들었다.

"우리들 사이에 늑대가 있어. There's the wolf among us."

평화롭고, 평화로웠으며, 계속 평화로울 것임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마을이 천천히 미쳐버리기 시작했던 것은 비가 내리던 어느 가을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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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1 (水) 23:26:04

[Case 1]
당신은 중세 유럽, 한 조그만 마을 실딘Cildin의 주민입니다.
이 곳은 검은 숲과 깊은 강으로 둘러싸인 아주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예요. 영주님조차 이 마을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너무나도 고립된 시골이라 지도에서조차 자주 누락되는 곳이죠.
마을 사람들은 여기서 자라고, 태어나고, 결혼하고, 죽는답니다.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외부인도 이따금 찾아오는 세금 징수인 정도밖에 없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시골. 아마 여러분도 부모님이 태어난 이 땅에서 죽게 될 거예요. 중세 시골, 부유하지는 않아도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닌 농민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말이예요. 뭘 더 바랄 수 있겠어요? 이렇게 자라온 당신이 어떻게 어제와 다른 내일을 상상할 수 있었겠어요?

어제는 내일과 같고, 모레는 내일과 같겠지요. 우리는 아마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고 마을 안의 누군가와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게 되겠지요. 그래요, 이거면 됐어요. 부유하지는 않아도 평화롭고 평범한 삶이예요. 이따금 당신의 젊음이 맥박치며 당신에게 변화를 부르짖을 때도 있겠지만, 어른들 말을 들으시는 편이 나을 거랍니다. 그건 다 한 때의 치기이며 만용일 뿐이니까요. 그 젊음이라는 열병이 지나고 나면 당신의 부모들이 그러했듯 당신도 이 마을에서 만족과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부모님들이 말했잖아요. 어차피 나가봤자 마을이 가장 낫다는 것을 알게 될 뿐이라고.

그래요, 그럴 터였어요. 어느 가을날 아침, 사라졌었던 마을 아이 두 명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찾았다는 기쁜 웃음소리 대신 비명과 다급한 발자국 소리, 공포에 질린 웅성거림만이 마을을 가득 채웠어요. 어쩌면 당신은 평소처럼 일하고 있다가 그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서 무슨 일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을 수도 있겠죠. 아니면 썩어들어가는 피냄새를 맡고 급하게 무슨 일인가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을 수도 있을 거고요. 당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든, 아마 당신은 마을 전체에 퍼져가는 공포의 냄새를 통해 그 평온했던 일상이 산산조각나고 있음을 예감했었을 거예요.

사람이 죽었어요. 잘게 잘린 고깃덩이로 발견된 어린 피터, 처음에는 숨이 붙어 있었지만 이윽고 몸을 떨며 죽어버린 작은 엘랜. 잔인하게 찢어발겨진 그들의 시체에는 짐승의 거대한 발톱자국이 선연했어요. 그 끔찍한 상황을 보며 마을의 오래된 전설인 괴물 늑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오랜 시간 옛이야기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괴물 늑대는 이제 현실에 그 새카만 발톱을 들이밀었어요.
그리고 마을에는 전염병처럼 슬금슬금, 이상한 소문 하나가 퍼지기 시작했어요.


[늑대는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우리들 중에 숨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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