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게 뜨고 있는 쌍둥이의 눈과 마주치면 도르륵 눈동자를 굴린다. 색이 닮아서인지 제 쌍둥이를 보았을 때 제일 닮았구나 싶은 곳이 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아닌 것도 같다. 나는 무서운 가자미한 적 없어?! 잔소리라고 해도 잘 되라고 하는 말이고 옳은 말이니까, 마냥 싫은 것만은 아닌데 역시 잔소리는 잔소리지! 나도 알고 있다구! 심하다고 말할까 말까 고민한다. 그리고 코로리는 결정했다! 답하지 않기로. 이 침묵이 답이 됐을 거 같았따.
"세이, 세이."
코로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제나 별이 있는 곳이다. 해가 너무 밝아 보이지 않을 뿐 별은 언제나 머리 위에서 머무른다. 코로리는 코세이를 바라보면서 방글방글 웃는다. 떨어진다는게 실감이 안 날 만큼 오래 함께였어서, 아직 불투명한 미래가 와닿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코세이 옆에서 외로울 것 같다느니 역시 같이가 좋다느니 말해버릴 수는 없다.
"나 세이 동생이야."
내가 누구 동생인데! 으스댄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구ー"
꿈 속에서기는 해도, 꿈 속이기 때문에 코로리가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꿈 속에서 보지 못 해도, 따로 지내게 된다고 하면 매일매일 연락할 것 같기도 했다.
"잘 보구 있을게! 세이도 잘 듣고 있어."
하늘 위를 가르킨 손가락은 분명 별을 보고 있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잘 듣고 있으라는 건, 듣기 쉬운 건 아니었지만 코로리는 꿈 속에서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낼 때 방울 소리를 내고는 했다. 신의 모습으로서 있을 때면 늘 발목에 묶어두고 있는 방울의 소리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잡담 뭐야 너무 재밌잖아....!!! 분명 아키라가 와서 일좀 도와줘 라고 한다면 물론 렌은 가겠지만.... 렌:(동공지진) 아니, 선배. 메이드복을 입는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메이드복은 거절해도 집사복 정도는 입을 것 같지. 교내 인기스타(?)인 렌을 이용해서 학생회 매상 올리기...?
그렇게 말없이 길을 걷고 있으니 옆에서 리리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돌아보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내 동생은 나를 바라보고 웃어보인다. 저 웃음은 비슷한 외모만큼이나 나와 리리가 비슷하게 공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리리가 짓는 미소를 잠깐 바라보다 이내 나도 같이 웃어보이자, 자기는 내 동생이라며 얘기를 한다.
" 그건 그렇지. "
어쨌든 우리는 신이니까 보고싶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과 그렇게 보는 것은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무슨 일이 있을때 보기만 하고 있어야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아무리 내가 오빠라지만 리리와 나는 결국 한날 한시에 태어났기에, 나도 동생 앞에서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주기는 힘들었고 지금이 딱 그러한 때였다.
" 당연히 그래야지. 네 방울소리는 누구보다 내가 잘 듣는다고 자신할 수 있어. "
꿈에 나타날 때는 항상 방울 소리를 내며 나타나고 그 방울 소리를 누구보다 많이 들은게 나다. 그러니까 헷갈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리리를 바라보고선 그래도 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마트에 도착한 나는 마트 바구니를 손에 들고 얘기했다.
" 아까 말했던 것들 사고 ... 저녁으론 뭐 먹고싶은거 있어? "
요리를 해줘야한다면 여기서 재료를 사서 가야하니까. 아니면 간만에 배달이나 시켜먹을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가을이 되면 자연히 낙엽이 천천히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된 것은 아니었으니 그렇게까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하나하나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것을 청소해야만 했다. 대대적으로 학생회 멤버들이 번갈아가면서 청소를 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이번에는 아키라의 차례였기에 아키라는 방과 후, 열심히 길가의 낙엽을 쓸고 있었다.
아직은 많진 않지만, 나중에 그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면 대체 어떻게 될런지. 그것을 생각하니 절로 한숨을 작게 나왔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발에 밟히는 나뭇잎을 대비를 이용해 살살 쓸면서 그는 학교 길을 청소했다. 차라리 커다란 나뭇잎이면 별 상관이 없었으나 솔잎 같은 것이 떨어지면 이것만큼 골치가 아픈 것도 없었다.
괜히 빗질을 좀 더 세게해서 잘 쓸리지 않는 솔잎을 옆 길가로 보내버린 후, 그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긴 했으나 아직 조금 더 지저분한 부분이 있었기에 그 부분을 청소하기 위해 그는 다시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때마침, 낯이 익은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이전 잠깐 놀이기구를 같이 즐겼던 이였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미소를 지어 이야기했다.
말보다 빠른 거! 고맙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하는 말을 하는데 낯가리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말하고 또 말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으로 옮기는게 나을 때가 있기도 하니까. 코로리는 팔을 활짝 크게 벌린다. 만약 떨어지게 된다면 그때까지의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바로 지금 당장도 아니기도 하니까.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모르는 거니, 적어도 코세이가 제게 갖고 있는 걱정은 털어주고 싶었다.
"안아줄까! 토닥토닥도 해줄게."
거절하면, 그런 거 없어?! 코세이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한 번 꼭 안고 토닥토닥해줄 때까지 길거리에서 대치전을 벌이게 될 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가라아게! 소세지, 햄, 돈카츠, 함바그ー"
또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었을 때와 다름없다! 절대 편식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두고 굳이 왜 당근, 피망, 가지, 버섯, 브로콜리, 양파, 마늘, 콩, 파, 호박 등등을 먹어야하는지 모르겠기 때문에 참 편식쟁이스러운 메뉴들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이번에도 아차, 눈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웃으면서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