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26071> [All/육성/슬로우/무협] 무림비사武林秘史 - 96 :: 1001

◆4/9tuSdgtM

2022-05-30 13:30:19 - 2022-06-15 21:52:08

0 ◆4/9tuSdgtM (KitaXkmKoQ)

2022-05-30 (모두 수고..) 13:30:19

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표준으로 적용하며, 이에 기속규칙대로 해야한다됩니다.

시트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5835/
수련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307065/recent
다이스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2093605/recent
임시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7528/recent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익명 설문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40d_FakoEwIYj7dHpDGZLWrxfDOqH6WZM-53IcFJCou4k5g/viewform?usp=sf_link

791 모용중원 - 류호 (rBxcjf8SrY)

2022-06-12 (내일 월요일) 11:28:29

얼굴에 자연히 그려지는 호선을 그대로 드러내곤 간만에 웃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는 일이었다. 선을 천천히 지워내어 평소와 같은 잔잔한 미소를 띄곤, 시선이 여전히 류호를 향했다.
아마 의심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성격을 가진 무인들은 대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경지가 아니라 순수한 무武에 대한 의문이 생겼을 때.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무가 과연 맞고, 자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될 때 그는 진정으로 절정이란 경지에 어울리는 무인이 될 것이다.
그는 심정적으로 올곧으나 손끝으론 칼을 쥐고 있으며 손가락으론 주먹을 쥐었을지언정 손바닥을 넓게 펼치고 있다. 스스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몸으로 무를 펼치고 있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믿지 않는 것.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보같은 의심을 하는 것이라네.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가? '왜 손은 손목 밑에 달려 있을까?' 같은 생각이었다네. 사실 보면 당연한 것이지."

손목을 빙글 돌리면서 웃는다. 그 움직임에 따라 커다란 대도가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움직임, 그 간단한 답에도 중원은 처음에 의심을 가졌다. 이에 끼우고, 다른 무기를 배워보았고, 기술을 가다듬은 뒤에야 이 당연한 진실을 알고 만진창을 버린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깨닿지 못하고서는 아무리 많은 무가 있다고 한들, 제대로 펼칠 수가 없는 것이다.
비워내는 법. 손에 잡히는 것을 놓는 법, 부담을 지면서도 웃어넘기는 법. 수많은 '방법'들을 배워야만 스스로의 정신을 다듬을 수 있다.
그는 아직 어리다. 중원의 눈길이 닿는 남자는 외모의 흉악함과는 달리 낮은 시선에서 세상을 둘러보며 감탄하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러니 그 힘을 가지고도, 휘두르는 법보다 휘둘리는 것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었겠지.
이런 물음들은 그를 천천히 알에서 깨어, 어른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그리 하여야만 나는 그를 쓸 수 있다. 자아 없는 칼은 무딜 뿐이다. 천재의 재능이 있으면 무엇하고, 강철 같은 육신이 있으면 무엇 하나. 세상을 알지 못하면 넓은 눈에 닿는 것이 하나도 소용이 없는데.

노회한 발걸음을 내딛고, 감정을 죽이고 살려간다. 분노가 차오르고 가라앉고 슬픔이 딛고 올라와 눈을 먹먹히 젹셔간다. 그러나 그것들을 가진 채로 절망과 고통을 담는다. 모든 것이 차오르는 중에도, 하나를 확실히 해야만 했다.
나我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 생각 모든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러는 것으로, 나는 독립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그랬다.

나我는 류호를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나仲元는 나 스스로의 능력마저 의심하고 있다.
나慕容仲元는 나 스스로를 비워간다.

조금 먼 눈길로, 나를 살핀다.

나는 지금 웃고 있다. 웃으며 가르침에 대한 생각을 더듬어간다. 그러나 스스로도 알고 있다. 단지 자신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진짜 깨달음은 남이 알려주는 것에서 계기를 빛낼 뿐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이 순간을 스스로의 능력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왜? 라 묻는다면 하나밖에 답이 없었다.

시간이 없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음모와 모략의 모용세가, 그러나 그 음모와 모략을 지시하는 것은 결국 가주의 역할이다. 할아버님께서는 내게 곧 때가 올 것이니 고개 숙인 채 소가주의 정무를 다하라 하셨다.
그렇다면 그 때에, 아마도 나는 휩쓸릴 것이다. 모용벽이라는 개인이 다듬은 수많은 수 위에 휩쓸리면서 결국 모용중원慕容仲元은 모용중원慕容世家主이 될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막아야만 했다. 나를 버리는 순간, 나는 이 상황에 적응하고 순응하려 할 것이다. 천재이니까, 당연하다는 듯 의심을 버리고 말이다.

할아버님은 분명 판을 준비했을 것이다. 이것 역시 그 날 두었던 바둑과 다르지 않다. 흑돌은 천천히 집을 갉혀먹어가고, 사활의 초읽기까지 몇 초 남지 않은 시간이 오고 있다. 그 순간에 묘수를 두기 위해선, 나 스스로도 패를 만들어야만 한다.
아마, 아니면 거의 확실하게 그에게 접근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가주의 휘하 세력, 아니면 나에게 불만을 품었던 세력. 둘 중 하나는 그에게 접근할 것이고 목숨이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거쳐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것이다.
그게 모용세가니까, 모용을 이해하는 순간 무엇보다 당연해졌다.
그래서.

"알아두게. 나는 누군가를 앞에 두고 있을 때는 적이 아닌 이상 탁발호장신공을 우선하여 운용할 걸세. 적을 상대할 때는 비취신공을 우선하여 운용하겠지. 그러니 나를 찌르려 하거든 누군가와 싸웠을 때가 아니라 싸우지 않은 때에 나를 찌르게. 그때까지 나는 자네를 최선을 다해 믿어줄테니 말일세."

언젠가 나를 찌를 칼을 내 손으로 갈아보기로 했다.
감정이 모두 죽어버린 표정으로, 중원은 눈썹을 살짝 끌어올린다. 그에 따라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 눈이 가늘고 길게 떠지고, 살짝 드러난 검은 색의 동공이 류호의 얼굴을 담는다. 지금의 순간을 선명히 기억하려는 듯 눈은 한참이고 류호를 바라보다가 입꼬리가 움직여 미소를 띈다. 그러곤 천천히 등을 돌려 한 걸음을 가볍게 떼었다.
벌써 어울리지 않게 해가 늬엿히 지어가는 때였다.

"밤바람이 이상하게 춥다네. 북쪽에서 겨울이 이르게 오려나 보아."

의뭉스런 말을 마치며 세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류호를 둔 채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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