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25074> [HL/현대/연애/1:1/스위티버스] Rough composition #1 :: 110

◆JtmLZx5CgU

2022-05-29 17:59:34 - 2022-08-12 18:51:08

0 ◆JtmLZx5CgU (vnesbNFmUs)

2022-05-29 (내일 월요일) 17:59:34

예술가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핵심적이다.
그것은 식욕일 수는 있어도 탐욕은 아니다.

─로런스 칼카그노

* Sweetyverse 세계관에 기반한 1:1 스레입니다. 참조링크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521066

2 한여리 ◆go4kYj620Y (e7zzZpqBAg)

2022-05-29 (내일 월요일) 18:02:26

Picrewの「ななめーかー」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wDHfl5oIkz #Picrew #ななめーかー

"커다란 덫에 빠져있는 느낌이에요. 매번 바보같이 들키고 당하는 삶이 너무 싫었는데.... 언제부터는 그냥 그 덫 안이 아늑해져 버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마다, 사실 조금 슬퍼져요."

이름: 한여리

출신: K국 S시

성별: 여자

직업: 일러스트레이터

키/몸무게: 153cm/정상 표준 체중

외관: 연하고 따뜻한 느낌의 회색 머리카락은 거의 허리까지 길러져 있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머리카락이 구불거리고 쉽게 부스스해지는 편이다. 키도 작고 전체적으로 자그마한 느낌이라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으로 보는 이들도 많은 편이었다. 눈매는 동그란 편에 홍채의 색은 머리카락 색과 비슷한 따뜻한 색감의 연한 회색이며, 스위티 특유의 어려보이는 외모와 자그마한 체구를 모두 가지고 있다. 놀라거나 흥분하면 쉽게 머리색과 같은 모색의 귀와 꼬리가 나타났다.

성격: 늘 조심스러운 성격에 잔걱정이 많고 쉽게 깜짝깜짝 놀란다. 그런 탓에 어릴 적부터 스위티라는 것을 제대로 숨기지 못해 이리저리 전학도 많이 다녔으나 결국에는 자퇴하고 말았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경계하고 다가가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마음을 연 상대에게는 늑대가 아닌 강아지같은 성격을 보여주곤 한다.

기타:
- 학력은 검정고시를 쳤다. 스위티인데다가 그것을 잘 숨기지도 못하여 플레인인 부모는 늘 그녀를 과보호했다. 이내 그것을 참다못해 독립하여 혼자 살고 있지만 스스로 과하게 조심하는 것도 있다. 아무래도 스위티로 들킨 일이 많았던 탓인지 이런 저런 일들도 많이 당했기에 더 움츠러들곤 했다.

- 남동생이 있다. 여리 때문에 잦은 이사나 전학을 가야 했고 부모님의 관심을 다 가져간 누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길에서 써커에게 물릴 뻔한 여리를 구했던 일 이후로 스위티인 여리의 사회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신경쓰는 편이다. 그렇다고 여리를 엄청 챙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리 주변의 써커(나 써커로 추정되는 이)에게는 과민하게 생각하는 편.

- 대학은 가지 못했고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즐겨하여 공부 대신 그림만 주구장창 그렸다. 인터넷으로 재택근무를 하며 일러스트 의뢰를 받아 입에 풀칠은 하고 있으나 대외활동도 꺼리고 신원도 기업 상대가 아니면 잘 밝히지도 않으며 고졸이라는 여러 한계 탓에 수입이 그렇게 높지 않다.

- 매일 인터넷 뉴스를 살피는데, 버디를 맺어 금전적인 지원과 써커의 보호를 받는 내용이나 밖에서 쇼킹 테러에 당해 강제적으로 스위티인 게 드러난 일이라던가,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으나 상대방이 무죄나 벌금만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라던가…. 밖에 나가면 이렇게 두려운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과 차라리 이렇게 당하고 살 것 나도 버디를 맺어서 다른 서커들에게서 보호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버디를 맺은 서커에게 착취당하고 겨우 빠져나온 스위티의 이야기를 들으면 또 용기가 사그라들기도 하고.

- 입을 맞춘다거나 피를 빨린다는 것에 무감각해졌다. 그러니까 신체적 반응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 그러나 아직도 좋아하는 사람과의 입맞춤에 대한 로망이 있다.

- 집안에서 하는 이런저런 것들을 좋아한다. 보통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지만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물감 등 여러 도구를 이용해 엽서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너무 큰 그림은 보관하거나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이다. 회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으나 대학 진학을 포기했을 때 그것도 포기해버렸다.

3 여리주 (e7zzZpqBAg)

2022-05-29 (내일 월요일) 18:03:43

얍! 안착! 스레 세워줘서 고마워~

4 연우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07:39

어서 오세요Uu 부족함많은 참치입니다만 앞으로도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5 여리주 (e7zzZpqBAg)

2022-05-29 (내일 월요일) 18:14:01

나도 잘부탁해! 제목이 길면 안세워지는구나.... 몰랐다....!
나도 부족한 거 많아서 혹시 불편한거나 지뢰이거나 이것저것 섭섭한 것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줘~
일단 나는 오너적 유사연애 모먼트만 아니면 다 오케이이므로(싫다는 게 아니라 어색해서)... 물론 캐앓이나 썰이나 안부차원의 무언가들은 엄첨 좋아해.

첫만남은 그럼 내가 말한대로 진행할까? 선레는 내가 써오는 게 나을 것 같고. 처음 부딪히는 만남에서는 스위티인 걸 들켰다 느낌이려나. 또 회사에서 마주치게 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궁금한게 있는데 연오는 현재 버디는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아니면 대체식(?)을 먹는건지? 여러모로 궁금하다~

6 연우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25:31

네, 저도 그럴 테니 여리주도 기탄없이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것에는 충분히 동의하는 바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선레는.. 여리주께서 제시해주신 상황이 마음에 드는지라 그 방향대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 깜빡했다......... (손에 얼굴파묻) 10대 후반~20대 초반에 걸쳐 맞이한 인간관계의 파국들 중에는 첫사랑이었던 스위티와의 결별도 있었는데, 그게 강도 높은 NTR이었고... 자기 아버지도 어머니를 남한테서 빼앗아온 걸 알게 된지라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입었고, 그 뒤로는 일절 버디를 구하지 않고 특수처리된 플레인의 체액으로 식사를 대체하고 있어요.

7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8:30:22

기탄없이 말하기 응 ㅋㅋㅋㅋㅋㅋ 연오주 나메 틀렸다구~~(놀리기) 선레는 내가 찬찬히 써올게~

그나저나 세상에..... 버디 성사부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생각이 들었어 ㅋㅋㅋㅋㅋ 아 전혀 싫다는 뜻은 아니고 좋다는 뜻. 그리고 둘이 이어지게 되면 연오가 여리에게 집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도 드네. 적폐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집착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요...(대체)

8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35:56

앗............ (짤)

확실히 첫 일상에서는 어려울지도 몰라요.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예컨대 여리가 버디가 없어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연오가 나서서 자신이 버디라고 말한다거나...? OD엔터에 왔는데 난봉꾼으로 연예가에서 악명높은 모브 써커가 껄떡대는 상황이라거나. 발상이... 너무 식상하려나요

집착이요? 음......
음, 대대로 제 아이들이, 집착 하면, 꽤, 음... 네... (끄덕)

9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37:20

연오랑에서 실컷 이름 따와놓고 연오보다 연우가 더 자연스러워서 그만...... (자진입수)

10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8:39:56

ㅋㅋㅋㅋㅋㅋㅋㅋ(토닥토닥)

버디는 천천히 맺어도 괜찮다고 봐. 일단 첫 상황 돌려보면 어느정도 각이 나오곤 하니까. 나는 캐릭터들이 자연스러운대로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발상은 전혀 식상하지 않은걸? 원래 클리셰란 클리셰인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첫일상 돌려보고 어떻게 진행할지 다시 이야기해보자구~

ㅋㅋㅋㅋㅋㅋ 역시~ 그 설정이면 그런 느낌이긴 하지. 뭔가 시트에서도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11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43:01

네, 그 점에 대해서도 찬성이에요. 일상은 캐릭터들 관계 쌓아올려나가는 맛이니까요... 천천히 이야기나눠봐요. 5월 말이라지만 5월인데 너무 덥네요. 천천히 써주세요.

그... 허참... 우리 애가 그런 애라는 생각으로 쓴 건 아닌데 이제 와서 시트 보면 그런 것도 같구요...(구구절절)

12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8:48:55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레 쓰면서 고민되는데 계절적 배경은 언제로 하는 게 좋을까? 무난하게 봄으로? 아니면 다른 계절도 상관없고. 그러고보니 연오는 계절같은 거 타는지 궁금하네.

13 여리 - 연오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1:58

수도의 물가나 집값들은 원체 비싸서 여리의 집은 자그마한 원룸이었다. 침대와 북박이 옷장과 커다란 작업용 책상이 그 공간의 전부였다. 아기자기하고 복작복작하게 채워둔 집은 그래도 여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공간이었고 다행히 채광은 잘 들어와서 마음에 들었다. 화장실이 넓고 원룸답지 않은 욕조가 있다는 것도 여리의 마음에 든 공간이었고.

여리는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수도에서 사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 이 집이 마음에 들지만 집 계약기간이 만기가 되면 외곽이나 아예 다른 시로 나갈까 고민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에 살고 있는 것은 가족들이 여리가 다른 도시로 나가는 것을 걱정하여 반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역시…. 용기를 내보는 게 좋겠지…?”

여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재택근무로 일하고 있었다. 거의 컴퓨터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는 편이라 각종 장비들이 책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리고 커다란 화면에는 메일창이 떠 있었다. 계약서 초안과 함께 회사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인은 OD 엔터였다. 이전부터 소소한 외주 작업을 맡겨주곤 했었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앨범에 들어가는 중요한 일러스트를 맡겨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므로 계약서도 만나서 작성하고 미팅도 해야하고…. 여리는 발신인이 OD 엔터가 아니었다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정중히 거절했을 터였다.

하지만 여리는 OD 엔터테이먼트의 음악들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렇게 팬으로 덕질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소소하게 참여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었는데 직접 더 중요한 부분을 맡는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사를 가려면 또 돈을 조금 더 모아야 할 거고, 사실 매달 나가는 집세도 어마어마해서 영 손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여리는 결국 수락의 메일을 보내고 날짜와 일정을 상의했다. 그리고 오늘 여리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집 밖으로 나가기로 한 것이었다. 옷은 간단하게 흰색에 프릴이 작게 달린 블라우스에 따뜻한 색감의 연한 갈색의 롱치마를 입었다. 회사에 제출할 서류들과 포트폴리오를 소퍼백에 넣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만의 외출인가. 여리는 바깥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청심환은 따로 먹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몇 번 먹고 했었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기만 할 뿐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심신을 안정하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하며 천천히 이동했다. 사실 너무 걱정되어서 택시를 타고 회사 가까이에 내리기는 했다.

하지만 차가 너무 막혀서 다른 골목에서 내려 걸어 이동한다는 게 그만, 그 주변에서 쇼킹 테러를 당해버린 것이 아닌가. 갑작스럽게 눈 앞에서 터지는 무언가에 깜짝 놀란 여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귀와 꼬리를 펑, 드러내고 말았다. 꼬리야 긴 치마 속에 가려졌다고 하더라도 귀는 가릴 것이 없어 양 손으로 귀를 최대한 눌러 가린 채 그곳을 뛰쳐나와 인적이 드믄 곳을 향해 뛰었다.

“앗…! 아으….”

하지만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여리는 누군가와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가방은 떨어져 내용물이 튀어나왔다. 포트폴리오 그림들과 인적사항 같은 서류들이었다. 여리는 쇼킹 테러로 가뜩이나 팔딱거리는 심장을 안고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 …!”

그리고 제가 부딪힌 상대를 보자, 쩡 하고 얼어버리고 말았다. 한 눈에 봐도 위험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 사람은 써커야. 라고. 물론 첫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차마 너무 당황해서 프라임의 리더이자 OD 엔터테이먼트의 백연오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 마음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본다면 알겠지만서도, 지금은 무리였다.

14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3:02

일단은 봄이려나, 하는 마음으로 선레 써왔는데 구구절절하게 이것저것 배경사항을 적다보니 너무 길어졌네() 너무 부담갖지 말고 이어줘. 내가 일상 길이가 들쭉날쭉한 편이라 ㅋㅋㅋㅋㅋㅋㅋ.....

15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3:32

연오는... 20대 이후로 자신에게는 계절도 색깔도 의미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계절에 따라 감정의 영향을 받거나 하는 건 없네요. 여름의 장마에도 겨울의 폭설에도 여전히 이 세상은 사막같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연오라...

그렇지만 당연히 기후의 영향은 받으니, 계절의 영향이라고 하면 옷가지가 달라지는 정도네요. 제 의견으로는 봄이나 여름즈음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16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3:52

빨라! 여리주 빨라아아아!!

17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5:01

>>9 연오랑 세오녀에서 따온 거려나? 이름 유래 티미를 얻었다...!(빵빠레)(냠냠)

18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6:20

아. 좀 다정한 캐로 낼걸... (그렇게 연오주는 첫 선레를 받아보자마자 후회물을 찍고 마는데.)

답레를 바로 써드리고는 싶지만, 지금 가족의 식사를 준비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느긋하게 기다려주시겠어요?

19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7:36

연오.... 따뜻따뜻 보듬보듬 안아주고 싶네 ;ㅁ; 여리가 계절의 색감을 찾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봄으로 써왔는데 잘 써왔군(끄덕) 옷차림 말고는 계절적 배경을 묘사하지는 않았지만서도...!

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부담줄 생각은 없으니 부디 연오주는 편하게 써줘(보담보담)

20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9:13

연오주 첫 선레부터 후회하면 어떡해 ㅋㅋㅋㅋㅋ 나는 충분히 연오가 마음에 드니 후회하지 않아도 좋다구! 여리를 이렇게 저렇게 나쁜 말 해도 오케이니까~

식사 천천히 하고 찬찬히 써줘~ 느긋하게 있을테니까 말이야~

21 연오 - 여리 (XSQc6wGSuQ)

2022-05-30 (모두 수고..) 01:14:16

남아 있는 종말의 나날들 중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연오는 두 눈을 뜨고, 불이 꺼진 전등만이 휑하니 걸려 있는 새하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알람이 울리기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항상 이 시간이 되면 눈이 떠지곤 했다. 잠에서 깰 때면 그는 항상 그랬다. 바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몇 분인가 정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마지못해 잠이 든 어젯밤에서부터 마지못해 눈을 뜬 오늘 아침까지의 시간 동안, 심장마비라도 일어나던가 창문을 깨고 닌자라도 들어와서 자신을 베던가 해서 죽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죽는 팔자좋은 일 따위는 없었다는 사실을, 또다시 얼간이들의 바다에 몸을 던져야 하는 하루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그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오래도 필요없다. 몇 분이면 된다. 그는 이 끔찍한 사실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연오는 손을 뻗어서 핸드폰을 쥐고는 화면을 켜 보았다. 주루룩 떠 있는 오늘의 스케줄 알림, 업무상 연락들, 알람 예고... 문득 핸드폰을 있는 대로 내동댕이쳐서 부숴버릴까 싶었다. 물론 이런 충동 역시도 익숙하기에 연오는 그 대신 애꿎은 이빨을 꾹 깨물며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알람을 끄고, 알림들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업무 연락들은 출근하고 나서 확인하는 게 맞는 거다. 스스로의 견해에 따르면 연오는 워커홀릭 따위가 아니니까.

내키지 않는 발을 억지로 내밀어 하얀 마룻바닥 위에 놓인 실내화에 발을 꿰고, 어정쩡한 복층 원룸의 계단을 난간을 잡고 느릿느릿 내려간다. 무기력하게 발을 움직여 욕실로 향한 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스킨을 조금 바른 뒤 에센스를 발라서 머리를 대강 정리한다. 아침밥은... 오늘은 입맛이 없는 것으로 보아, 먹지 않아도 될 성싶다. 연오는 자신의 입맛에 어디까지나 충실하였다.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몸이 ‘식량’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했고, 구미가 당기면 그제서야 몸이 식량을 원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 ‘식량’이라는 것에 진절머리를 내는 연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가볍게 잠옷을 벗어던지고, 스타일러 문을 열어서는 바지와 셔츠를 꺼내 차려입고 손목에 커프스 단추를 채운다. 슬슬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올해의 2분기도 어느 샌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는 계절어를 잘 쓰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기피하기보다는, 그냥 아예 계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사실 계절이 그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가 없기도 했다. 그 날 이후로, 연오의 세상은 멸망 중이다.

따라서 계절이 그에게 갖는 의미는 기온의 변화와 그에 따른 복식의 변화. 그 정도였다. 계절별로 따라오는 중대한 변화는 제철 먹거리의 변화 정도가 있겠으나, 그는 일반적인 사람의 양식은 필요로 하지 않는 이른바 “써커”였고 그래서 그런 것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아, 제기랄, 또다시 거기에 생각이 닿았다... 연오는 빠르게 사고의 방향을 돌렸다. 오늘 날씨면 슬슬 여름용 외투를 꺼내도- 아니다. 아직 아침 날씨가 퍽 쌀쌀하다. 그래서 연오는 탁한 베이지색의 봄 날씨용 재킷을 꺼내 어깨에 걸쳤다.

아까 말했듯 스스로의 견해에 따르면 연오는 워커홀릭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구두에 발을 끼우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오늘의 스케줄을 복기해보고 있었다. 공연 계획 검토. 앨범 발매 검토. 음악 디렉팅. 새로이 데뷔하는 그룹의 작곡... 신발을 신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가용에 몸을 싣고 출근길에 올랐다. 생활패턴을 꽤 일찍 활동하는 방향으로 잡아두었기에, 그는 신도시에서부터 수도까지의 그 흉칙한 교통체증을 겪지 않고 OD 사옥으로까지 무난히 출근할 수 있었다.




오전 근무시간은 참 느리게도 흘러간다. 공연 계획 검토의 마지막으로, 계획되어 있던 공연장으로 직접 차를 몰고 나가 현장 최종답사까지 마쳤다. 조명기구, 관객석 배치, 음향장비 테스트, 무대 백룸, 구급시설과 소화시설, 전기설비, 스테이지 바닥재의 상태까지 점검을 마쳤다. 콘서트라는 것이 흥을 마음껏 분출하면서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궁정 음악회만큼 편안하면서도 격식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그의 강력한 요구가 전부는 아니지만 충분히 관철된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마지못해서나마 고개를 끄덕이고 현장을 나설 수 있었다. 사람이란 충분에 너무도 쉽게 안주하는 동물이라, 오늘 자신이 고개를 끄덕인 이 상태가 이 공연장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태라는 것을 알 것이다. 공연장 관계자들도 당연히 충분에 너무도 쉽게 안주하는 그저그런 족속일 테니까. 거의 다들 그랬다.

광인들의 세상에 정상인이 있다면 그 사람이 광인이고, 멍청이들의 세상에 똑똑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멍청이다.

연오는 다시금 차를 몰았다. 다음 업무는 아마 “미스트블룸”의 신앨범 발매 검토일 것이다. 색채가 뚜렷하고 강렬한 편인 OD엔터의 그룹들 중에서 드물게도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감성을 내세우는 걸그룹이었다. 미술제작팀으로부터 추천받은 작가의 작품을 받아서 검토해보고 디렉팅을 해주기로 했었던가. 돌아가는 길에 잠깐,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한 잔 사가기로 했다. 영양소는 ‘식량’으로 공급받는다지만, 그런 영양소를 제외하고 나면 카페인은 써커에게도 예외없이 현대인이라면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었다. 커피숍 근처의 갓길에 차를 대고, 연오는 차에서 내린 뒤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더블샷 한 잔을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한창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가 컵으로 쪼르륵 떨어지고 있을 때, 카페 안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들을 수 있는 아우성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아, 이번엔 또 어느 머저리가. 하고 그는 입속으로 조용히 욕지거리를 했다. 사람이 많은 번화가로 출퇴근을 하다 보면 며칠에 한 번씩은 마주치는 불쾌한 일이었다. 이런 일에는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채근의 의사가 담긴 눈빛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리잔에서 테이크아웃 컵으로 커피를 옮겨담는 손길이 조금 더 빨라졌다. 연오는 카드를 내밀어 계산을 마치고, 카드와 커피를 받아챙긴 뒤 조금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카페에서 나섰다. 그리고 주변에 시선을 두지 않고, 자신의 차를 향해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그의 몸에 뭔가 쾅 하고 부딪히는 게 있었다.

때마침 해를 등지고 있었기에, 여리가 연오를 올려다보는 순간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여리의 온 몸에 그늘을 드리우기 충분한 너비의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압도적 장신과, 그의 셔츠와 재킷에 된통 엎질러진 커피, 그리고 이쪽을 분명한 짜증을 담고 바라봐오는 검붉은 눈길은 아주 잘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잠깐 주변을 살폈다. 아직도 아우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저편 어딘가와, 경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그리고 여리의 머리 위에 툭툭 튀어나와 있는 늑대 귀까지.

그는 혀를 차고 그 자리를 뜨는 대신에 다른 선택을 했다. 외투를 벗어서 물기를 빠르게 탁탁 털고는, 그것을 여리의 머리 위에 툭 덮어씌워 준 것이다. 커피 냄새와 함께 가죽 냄새와 나무 냄새, 피톤치드 냄새... 그가 쓰는 향수 특유의 숲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오는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리모콘을 눌렀다. 저만치 서 있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럭셔리 세단에서 삑삑거리면서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건 쓰잘데없는 동정이나 알량한 배려심 따위가 아니다. 그저 내가 그 작자들보다 더 나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저기 타계시죠.”

하면서 그는 허리를 숙여 여리가 떨어뜨린 이런저런 서류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서류를 주워담는데,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화풍의 그림들이 담긴 포트폴리오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이름이 적힌 인적사항 서류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마 연오는 시선을 여리와 맞추고 물어보았을 것이다.

“한여리 씨?”

여리가 아직 차에 타지 않았다면 여리를 마주보면서, 여리가 차에 탔다면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와 서류를 여리에게 건네주면서.

22 연오주 (XSQc6wGSuQ)

2022-05-30 (모두 수고..) 01:14:53

늦은 새벽에 답레를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글을 붙잡고 끙끙대다 보니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네요😥

23 여리주 (oKpMwgN.gg)

2022-05-30 (모두 수고..) 08:23:57

아침 갱신이야....? 연오 무슨일이야....? 나 설레 죽어?
여리 그 상황에서 어리버리하게 있을 것 같고. 이제부터 여리 별명은 어리버리다.....
윽 출근하기 싫다리.... 오늘 회식도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고 답레는 오늘 늦은 시간이나 내일쯤 가져올 것 같네 >.0

24 여리주 (oKpMwgN.gg)

2022-05-30 (모두 수고..) 08:51:42

아참 연오가 써커라는 건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려나? 어느정도로 공개되어있는지 궁금하다~

25 연오주 (nLgS4Aok6U)

2022-05-30 (모두 수고..) 09:07:44

좋은 아침이네요, 여리주. 텀은 아무리 길어도 상관없으니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꺼라위키의 본인 문서의 기타 항목에 "본인은 공식석상에서 언급을 매우 기피하지만, 명백한 써커이다." 라고 쓰여 있는 정도에요.

26 여리주 (oKpMwgN.gg)

2022-05-30 (모두 수고..) 09:35:27

그 정도면 거의 다 알려진 수준이네~~ 역시 유명인의 삶이란...! 연오주도 월요일 아침 힘내라구~~

27 여리 - 연오 (PNNocI/C3A)

2022-05-30 (모두 수고..) 15:51:16

주저앉은 여리의 눈 앞에 제일 먼저 보였던 것은 역광으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엄청나게 커다란 사람이었을 것이었다. 중요한 건 제가 부딪혀서 그 사람이 옷에 커피를 쏟았다는 것이었고.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그 사람이 자켓을 벗는 것이 보였다. 어, 어떡해. 화났나 봐. 하고 생각하며 눈을 꼭 감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제 위로 덮어지는 따뜻한 무언가였다.

순간 빛이 훅 차단되면서 느껴지는 여러 냄새들에, 그리고 숲내음에 여리는 폭 감싸여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눈을 뜨니 아무래도 방금 그 사람이 재킷을 벗어 덮어준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아, 자신을 숨겨주려나보다 하는 생각이 뒤를 이었다. 좋은 냄새가 나는 겉옷으로 귀를 가리며 여리는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렸다. 남자는 차에 타라고 했으나 여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괘,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여리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놀래서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차에 타라는 것을 거부한 건 어쩔 수 없는 과민한 걱정 때문이었다. 앞의 남자는 써커인 것 같았고, 지금 자신은 귀가 나와있는 상태이니 분명 달달한 페로몬의 향기가 날 터였다. 제 자신이나 플레인들은 못 맡겠지만서도... 지금이 밖이라서 다행이지 아마 차 안같은 좁은 공간에 들어가거나 하면 더 심하게 느껴질 것이 분명했고, 그건 써커에게 더더욱 유리한 상황이 되곤 했다. 페로몬을 풍기는 스위티를 써커가 건들이게 되면 그건 곧 유혹을 한 스위티의 과실이 되어버리곤 했으니.

그러니 스스로 얼른 진정해서 귀와 꼬리를 숨기는 수밖에 없었으나.... 넘어지느라 흩어진 제 서류를 건네주며 제 이름을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 여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정면으로 보게 된 남자가 누구인지 그제야 알아채버려서 더 놀라고 말았다.

'백연오야.... 프라임의.... 그리고 OD.... 어떡해....'

여리의 머리 속은 어쩔 수 없이 하얗게 변했다. 아주 오랜만에 밖에 나온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긴장하고 무서웠는데 쇼킹 테러를 당한 데다가 스위티라는 것을 회사 관계자에게 들켰으니 이제 소문이 나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이 남자가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회사 주변이었으니 누군가가 봤을지도 몰랐다.

"죄,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여리는 서류를 받아 품에 안고 떨어진 가방을 주워들고 가까스로 일어나 이내 가까운 골목길로 도망치듯 달음박질 쳤다.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으나 위태롭고 다급해보였을 것이었다.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 혼자서 마음을 진정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리가 경황이 없어 연오의 재킷 까지도 들고 도망쳤다는 점이랄까.


/어차피 다시 회사로 가게 될 거고 재킷도 들고가버렸으니 이대로 놓아줘도 오케이고 따라가도 오케이이니 편하게 이어줘!

일하면서 틈틈히 적었는데 다행인 것은 오늘 회식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다~~!! 오예! 그런데 초과근무를 할 것 같고....(흐릿)

28 여리주 (vfyKhyJTXE)

2022-05-30 (모두 수고..) 20:03:31

회식 취소에 초과근무까지 하고 집에 돌아와서 갱신! (데굴데굴)

29 연오주 (Y3Zgu5KQAQ)

2022-05-30 (모두 수고..) 21:35:34

오히려 제가 늦었네요. @@ 좋은 저녁이에요 여리주. (부채질)

30 여리주 (vfyKhyJTXE)

2022-05-30 (모두 수고..) 22:40:31

(시원)(맞부채질)
연오주는 별일 없었어? 하루 수고했어~~(데구르르) 좋은 밤이야 ><

31 연오주 (Y3Zgu5KQAQ)

2022-05-30 (모두 수고..) 22:56:10

(선풍기 틀어드림) 평범한 평소의 저녁이었네요...... (비실비실)

32 여리주 (vfyKhyJTXE)

2022-05-30 (모두 수고..) 23:18:35

(시원ㅡ)(선풍기 바람 같이 맞자고 회전 모드) 평범히 힘든 하루였는 모양이구나...(토닥토닥) 배깔고 누워있으면 조금 더 나아질 거라구?(퇴근하고 한참동안 누워있었던 사람...)

33 연오 - 여리 (Y3Zgu5KQAQ)

2022-05-30 (모두 수고..) 23:59:34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원액 그대로의 에스프레소. 심지어 뜨거운 것. 다행히 거의 대부분이 외투에 엎질러져서 그가 뜨거워서 펄쩍 뛰거나 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다시금 고개를 들어 마주치니 거기에 있는 것은 한때 눈여겨보던 뮤지션, 거기다가 지금은 오늘 실무회의를 갖기로 한 거래처의 높으신 분. 한 줄로 요약하자면, 거래처 클라이언트의 옷에 커피를 거하게 엎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 뒤로 따라붙는 제안도 여리에게 난처했으면 난처했지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은 아니었다. 연오의 딴에는 지금 이 사태를 수습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장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피난처(자동차 뒷좌석)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이대로 가장 빠른 경로로 OD 엔터테인먼트로 이동하는 이상적인 제안이었지만, 두 사람의 태생적인 특별한 차이점이 그 제안을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만들었다. 물론 연오 역시도 거부당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여리가 자신이 누구인지까지는 알아볼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단 자신이 써커라는 사실은 알아챌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자신이 써커라는 사실을 최대한 기피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누군가가 써커인지 플레인인지 스위티인지를 따지는 것을 참 좋아했고 거기에는 백연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인 앞에서 언급하지 말라는 연오 본인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누구도 그의 앞에서는 대놓고 그것을 물어보는 실례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결국 자신이 써커라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불문의 사실이었다. 이미 써커와 플레인, 스위티로 이루어지는 이 기묘한 사회에서는 그 생물학적 계급이 한 사람을 정의하는 데에 학력, 성별, 신장, 외모만큼이나 기본적인 판단의 척도로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상대방이 써커인지 아닌지 분간하는 것이 본인의 신변에 직결되는 스위티라면 더더욱 그 판단력이 예민할 테니. 여리가 스위티라는 사실은 방금 연오도 알게 됐고.

"괜찮습니다. 저는..."

그렇지만 저렇게 횡하니 도망가버리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연오는 쓰게 혀를 찼다. 일반적으로 스위티가 면식 없는 써커를 만났을 때는 머릿속으로 가장 최악의 상황부터 그려본다는 사실 정도는 그도 알고 있었는데, 너무 성급했다. 자신이 속한 이 써커라는 족속이 어떤 족속인지는 그도 아주 잘 아니까. 아무리 그가 스스로 나는 그들과 달라, 하고 스스로를 변호한다고 해도 일면식 없는 스위티가 보기에는 다 똑같은 써커다.

그렇지만 그건 스위티들 사정이고, 다른 써커들 사정이지. 나는 인간 백연오다.

하고 그는 또 속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연오는 에스프레소 방울이 몇 방울 튀어 갈색 얼룩이 점점이 남은 와이셔츠 자락을 한번 내려다본 다음에, 여리가 후다닥 달아난 골목으로 걸음을 서둘러 여리를 따라갔다. 신변이 노출되어 당황한 상태에서 번화가의 음침한 골목으로 들어가는 게 결코 현명한 생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오는 여리를 멈춰세우려 했다.

"한여리 씨, 잠깐 기다려 주세요.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왠지 주인공을 추격하는 악당의 전형적인 멘트가 된 기분을 연오도 없잖이 느꼈지만,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다. 여리가 멈춰선다면, 연오는 주머니에서 명함부터 한 장 꺼내어들 것이다.

"...먼저 제 인사부터 드려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건네어주는 것으로, 자신은 당신을 스위티로 대하는 게 아니라 업무 관계자로 대하겠다는 선을 그어주려 시도할 것이다.

"오늘 OD 엔터테인먼트에서 앨범 커버 제작과 관련된 실무 회의를 갖기로 하셨지요. OD엔터 콘텐츠 제작본부 부장인 백연오입니다."

34 연오주 (7vahldq5PE)

2022-05-31 (FIRE!) 00:01:08

앗... 저도 누워있었던 참이에요... (같이 바람쐬기) 이게 맞나 이게 맞나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었네요. 어찌어찌 12시 넘어가기 전에는 가져왔네요... 88

35 여리 - 연오 (cFAakYbA1s)

2022-05-31 (FIRE!) 00:47:08

골목으로 숨어 숨을 고르는데 뒤에서 들리는 연오의 목소리는 여리가 움찔 놀라며 뒤돌아보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리는 다행히 도망가지 못했고ㅡ높으신 분을 두고 두 번 도망치는 것은 차마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직장 상사라고 생각하니…ㅡ 그 스스로를 소개하는 이야기까지 멀찍이서 끝까지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눈은 경계심을 담고 있었고, 자신을 그나마 방어할 수 있는 덮을 무언가로 최대한 귀와 몸을 폭 가리고 있었다. 그 방어의 수단이 지금 눈 앞에 있는 남자의 것이라는 게 아이러니했지만.

“…갑자기 도망쳐서 죄송해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는 눈치 채셨다시피 한여리이고…. 일러스트레이터이고요…. 읏…. 죄송하지만 조금만 뒤돌아 계셔 주실 수 있나요…? 이 상태로는 조금 곤란해서요….”

커다란 자켓으로 몸을 감싸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민망한 것도 있었고, 저 커다란 덩치와 맹수같은 눈동자가 심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가라앉히기에는 조금 무서운 것도 있었다. 차마 명함을 건네는 것도 받지 못하고 가지고 온 자신의 명함ㅡ명함이 있었으나 누구에게 준 적이 거의 없었다ㅡ도 주지 못한 채 부탁을 할 뿐이었다.

연오가 순순히 뒤돌아준다면 제자리에서 숨을 고르며 평화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쉬고 따사로운 햇볕을 상상하고 예쁜 물결을 상상하다보면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그리고 아주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내이면 이내 툭 튀어나왔던 귀와 꼬리가 사라질 것이었다. 물론 연오가 뒤돌지 않았으면 슬금슬금 모퉁이 쪽으로 뒷걸음질 쳐 숨어 진정하려고 노력했겠지만.

귀와 꼬리가 사라졌다면 여리는 숨을 포옥 내쉬며 제 머리와 몸을 가렸던 자켓을 벗어 손에 들고 조심히 연오에게 다가갔을 것이었다. 그리곤 이제 되었다는 듯 “저기…”하며 연오를 부르고는 그에게 덮어주었던 자켓을 건네었을 것이었다. 이제 여리에게서 풀풀 나는 단 페로몬 냄새는 나지 않겠지만 그 페로몬이 잔뜩 묻은 자켓에서는 단내가 날지도 몰랐다. 옷에 코를 대고 맡거나 그 옷을 입었을 때야 알 정도로 옅은 냄새였겠지만. 어쨌든 그 사실은 써커가 아닌 여리는 전혀 모르는 것이었고 알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

“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옷은 제가 세탁해서 돌려드릴까요?”

아차 싶었다는 듯 여리가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다시 돌려준다면 바로 세탁소에 맡겼다가 돌려줄 것이었지만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미 자켓은 연오의 손에 넘어갔을 터였다. 여리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연오에게 주었을 것이었다.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한여리라고 합니다. 혹시 몰라서 일찍 나와서 회의에 늦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첫 날부터 이런 소동이 일어난다거나 스위티라는 것을 들킬 거라곤 생각 못했지만요. 회의에는 참석하고 싶은데 스위티라서 어렵다고 생각하시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리는 제 소개를 하고, 연오가 명함을 준다면 받았을 터였다. 하지만 말은 점점 끝으로 갈수록 울적해졌고 힘이 없어졌다. 스위티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이나 이력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는데,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상황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36 여리주 (cFAakYbA1s)

2022-05-31 (FIRE!) 00:48:55

금방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자야 할 시간..... 으윽......
연오주도 푹 쉬구. 나도 답레를 쓰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오래 걸리지만 재밌기도 하고 그렇네~!

37 여리주 (YrJps8n1so)

2022-05-31 (FIRE!) 09:45:45

아침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힘내~ ( •̀ᄇ• ́)ﻭ✧

38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10:46:28

으으... 일하기 싫다(회사임). 연오주는 휴일 푹 쉬고 있어?

39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19:23:22

갱신이 늦었네요... oO 여리주도 오늘 회사 갔다오셨구나. 전혀 못 쉬었어요. 이제 쉬게요...

40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19:27:17

아주 소름돋게도 오늘 회사를 벗어날 수 없어 ㅋㅋㅋㅋ.... 당직이라 내일 아침에야 퇴근할 수 있거든( ..)

에고 연오주 오늘 힘든 하루 보냈나보네(토닥토닥) 침대에 누워서 푹 쉬라구~!

41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19:57:33

선거날에 당직이라니 그 무슨 악덕...? 그만한 보상은(휴식일 보장이라거나 수당이라거나) 있겠죠...? (파들)
네, 느긋하게 누워서 답레를 쓰게요... 음.. 지금 생각해보면 여리를 보내주는 게 나았으려나.. oO

42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20:05:19

일단.... 내일은 쉬어() 수당도 나오고...? 후후.... 교대 근무란 그런 것이다... 그래도 아침부터 출근한터라 피곤해서 농땡이 중이야~ 태업이다~ 루팡이다~ 아하하....

답레는 늘 말했듯 천천히 줘~ 빨리 줘도 내가 답레를 금방 못줄것같기도하고! 글쎄...? 쫓아와서 자켓을 덮어 쓰고 있는 여리의 귀여운 모습을 보았으니 이득이 아닐까 싶고...?(대체) 어느 쪽이었든 그리 큰 차이는 없지 않았을까 싶어. 아마도?

43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0:14:27

그건 확실히 이득이 맞죠. Uu (끄덕) 느긋하게 쓰고 있어요.
적어도 휴식은 보장해준다니 다행이네요...

44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21:29:37

휴식 보장.... 다행이야 응응. 내일 저녁에는 야구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연오는 스포츠 같은 것 좋아하는지 궁금해졌어. 연오 만능 스포츠맨일 것 같음(끄덕)

45 연오 - 여리 (fIHc7kFPSc)

2022-06-01 (水) 21:47:07

연오는 여리의 요청을 순순히 들어 뒤로 돌아섰다. 공감은 불가능했다- 그는 열세에 몰려본 적은 있을지언정 위압당해본 적은 없고, 스위티였던 적도 없었던, 날 때부터 써커로, 강자로, 갑으로 태어나고 자란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온 가족들 앞에서 너는 이제부터 내 자식이 아니라고 노성일갈하는 아비의 앞에서도 나도 당신 같은 인간을 아비로 둔 것이 인생 최악의 오점이라고 고개를 꼿꼿하게 들었다. 일고여덟 명이 웅성웅성 모여든 조촐한 뮤직 바의 스테이지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나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노라고 기타줄을 내리쳤다. 인생 최악의 시기에서도 지금에서도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속이 얼마나 썩어들어가 있건 그는 드높은 흰 탑 같은 인간이었다. 그래서 바람 따라 움츠러드는 이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렇게 움직이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이해는 가능했다. 이렇게 움직이면 이렇게 반응하는 이도 있고 저렇게 반응하는 이도 있다. 써커를 마주치면, 한번 물어주십사 선망하는 이도 있고 물지 말아달라고 두려움에 떠는 이도 있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대한 반응도 이렇게 반응하고 저렇게 반응하는 이도 있기 마련이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건네어진 여리의 요청에 연우가 반응하는 방식은 그 요청을 따라주는 것이었다. 자신을 따라온 낯선 맹수에게 잠깐만 자신을 외면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짐작 정도는 가능했으니까. 강자와 약자로 사람의 반응을 나누는 것이 같은 인간끼리 먹이사슬 서열을 나누는 것 같아서 연오 본인도 탐탁치 않았고 애초에 그것이 그가 본인이 써커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원래 현실이라는 것이 다 탐탁찮은 일들뿐이지 않은가. 나는 다른 써커들과 다르다, 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도덕적 캐릭터 따위는 초면의 사람에게 한 푼어치도 의미가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았다.

여리가 어느 정도 진정하고 자켓을 돌려줄 때가 되어서야 연오는 여리가 건네는 자켓을 받아들었다. 그 와중에 움찔하고 반응하려는 자신의 코가 혐오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레 그 재킷을 받아안았다.

“별말씀을요.”

뒤따르는 여리의 말에 연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울 재킷에 뜨거운 물이 퍼부어진 거라, 아마 이 재킷은 이미 글러먹지 않았을까. 전문 관리점에 가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리라. 그렇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는다. ‘이거 100% 양모인데 어쩔 거냐고’ 하는 갑질을 협업하는 상대에게 부리는 것은 현명한 행동도 아니고 그의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에 오늘 저녁에는 테일러 샵에 들러야겠다는 정도의 생각만을 하면서, 연오는 아무런 미동도 없는 얼굴로 여리가 건네는 명함을 받아들고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런 이유로 협업 제의를 취소할 생각은 없습니다. 회의에는 일정대로 참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힘없어지는 여리의 목소리에 비해, 전혀 톤에 변화가 없는 일직선이고 간결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괜히 위로하거나 안심시키려고 다정하게 구는 목소리도 아니고, 그게 뭐 이상한 일이냐고 과장되게 반문하는 목소리도 아니고, 아무 이상도 없다는 듯한 평이한 목소리.

46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1:49:48

연오는 생각보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타입이에요. 평소에는 건강 관리 수준의 헬스 PT 정도만 받고, 스포츠는 거래처 상대를 접대할 때 골프나 요트세일링 같은 레저스포츠를 좀 하는 정도. 다만 어디까지나 취미 레벨이지만 권투를 꽤 오래 해오고 있다네요.

47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22:06:32

오 새로운 사실...! 생각보다 스포츠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없는 모양이구나. 운동신경은 좋을 것 같은데 이것도 적폐...? 와... 골프랑 요트... 엄청 럭셔리해...! 소시민 여리 나중에 재벌 체험 할 수 있는 건가~ 권투 오래했구나..! 뭔가 이유가 있었으려나?

48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2:28:21

얘는 시간날 때 밖에서 멋지게 스포츠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약 먹은 베토벤마냥 집에서 머리 쥐어뜯으며 오선지 흩날리는 애라서요... 운동신경은, 네, 그럭저럭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그냥 그렇다고 설정만 해둔 단계지만, 좋은 생각이 나면 뭔가 설정이 붙을지도요 Uu

49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2:34:53

아니 근데... 여리가 너무 쪼그매하고 소중해서...... 다정한 캐릭터 낼걸... (시즌 n회 후회물)
지금은 애가 대리석같지만 이런 연오를 조금만 견뎌주세요 88

50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22:46:03

앗ㅋㅋㅋㅋㅋㅋ 무슨 스타일인지 알것 같다...! 왠지 개인작업실에 콕 박혀서 안 나올 것 같기도 하구. 집에는 잠만 자러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집에서도 작업을 하는 편이려나~ 아직은 캐릭터들 설정을 붙여가는 단계이니 말이지~ 좋은 생각이 나면 나도 알려줫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오주의 후회물이냐궄ㅋㅋㅋ 나는 이대로도 좋으니까~ 대리석 조각품 같은 연오 소중하다구~~

51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2:55:16

가족이 연오의 장래희망을 받아주고, 연오와 가족 사이에 균열이 없었다면 권위있는 오케스트라 악단의 지휘자가 되어있는 연오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회사에 작업실이 있는데, 퇴근시간 지났는데 연오가 회사에 남아있으면 인사만 하고 지나가라는 불문율이 있지요... 언젠가 회사로 찾아온 여리랑 눈 마주치면 주름진 미간 펴지는 모먼트도 보고싶고 그러네요. 여리주도 좋은 생각 나시면 나눠주세요!

52 연오주 (c3lYxct9tI)

2022-06-02 (거의 끝나감) 00:04:57

아무래도 저는 곧 자러 가게 될 것 같아요 3.3 혹시나 답레나 무언가를 남기셨는데 제가 반응이 없다면 잠들었다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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