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25074> [HL/현대/연애/1:1/스위티버스] Rough composition #1 :: 110

◆JtmLZx5CgU

2022-05-29 17:59:34 - 2022-08-12 18:51:08

0 ◆JtmLZx5CgU (vnesbNFmUs)

2022-05-29 (내일 월요일) 17:59:34

예술가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핵심적이다.
그것은 식욕일 수는 있어도 탐욕은 아니다.

─로런스 칼카그노

* Sweetyverse 세계관에 기반한 1:1 스레입니다. 참조링크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521066

1 백연오 ◆JtmLZx5CgU (vnesbNFmUs)

2022-05-29 (내일 월요일) 18:00:28

Picrewの「The Gentleman of HERA」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7ZIjQSVagI #Picrew #The_Gentleman_of_HERA

“좋은 일들은 어찌나 나를 그렇게 쉽고 예절바르게 외면하는지.”

이름: 백연오

출신: K국 S시 (수도인 S특별시는 아니며, 신도시 출신이다.)

성별: 남자

나이: 29

직업: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 직급은 부장.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아는 빅3 기획사 중의 한 기획사인 ODOur Dream 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제작본부 본부장이다.

키/몸무게: 193센티미터 97kg.

외관: “아니야. 그 사람 눈은 절대로 갈색은 아니야.” -OD 엔터테인먼트의 뮤지션과, 그의 친구의 잡담
좀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그 눈동자는 말라붙은 피와 같은 색이다. 조금이라도 조명이 어두우면 검은색으로도 보이고, 햇살 아래에서는 짙은 갈색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새하얀 전등 불빛 아래 서면 자칫 다른 색으로 착각될 수 있을 짙은 색채 사이에서 금속성의 붉은 광채가 제 빛을 드러내며 꺼림칙하게 번득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그의 눈동자가 올라앉아 있는 얼굴은 퍽 곱다. 북방계 특유의 길고 갸름한 두상과 움푹 패인 눈두덩, 오뚝하게 솟은 콧대까지 그의 얼굴은 마치 한 점의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다. 그러나 한 점의 아름다운 그리스 조각상과도 같았어야 할 그 이목구비는 출처를 모를 각종 부정적인 감정에 물들어 조금씩 이지러져, 무어라 이름붙이면 좋을지 모를 사나운 맹수의 조각과도 같이 되어 있다. 비관, 낙담, 분노... 그 얼굴은 묘하게도 그의 앞에 서는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중압감을 안겨주곤 한다. 그의 그런 인상에는 그의 피부도 한몫할 것이다.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드리운 얼굴은 분명히 하얀 피부인데, 마치 그늘이 드리운 것처럼 칙칙했다. 마치 하얗지도 않고 가무잡잡하지도 않은 것처럼. 그런 이상한 피부색은 그의 앞에 선 이가 받을 묘한 중압감에 분명히 한 몫을 거들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그의 인상에서 받을 중압감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의 체격이다. 193센티미터나 되는 길다란 키는 나 써커요, 하고 온 사방에 광고하는 듯하다. 티를 내기 싫어해 클래식한 양장으로 꽁꽁 싸매곤 하나, 떡 벌어진 어깨와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다부진 체격도 한 몫 한다. 사실 키가 이 정도쯤 되면 호리호리해도 무시무시하기 마련이다만, 명백히 그는 남들보다 더 많은 그늘을 갖고 있었고 더 많은 그늘을 드리우는 인간이다.

성격: “완벽? 그 따위 것으로는 불충분해. 완벽한 건 널리고 널렸어. 훌륭해야지.” -본인
자신이 완성도를 추구하는 분야, 즉 음악에 있어서는 강박적일 정도로 완성도에 집착하는 지독한 완성주의자이자 고집불통이자 독설가. 음악계의 고든 램지. 위플래쉬의 테런스 플레처라거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환생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지독하게 완벽주의적이며, 그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차가운 비수같은 독설을 기계적으로 내리꽂는 악인이기도 하다. 다만 테런스 플레처보다는 고든 램지에 더 유사하다 할 수 있는데,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성취를 이루어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예를 들어 자신이 담당하는 뮤지션이라거나) 이런저런 조언이나 해결책의 제공을 아끼지 않으며, 자신의 드높은 기준을 달성해낸 사람에게는 충분한 심리적 보상을 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상대방이 자신이 요구하는 점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애초에 그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누구보다 냉정하게 쳐내어 버린다.
그러나 그가 이런 광기를 발휘하는 분야, 그의 직업에서 한 발짝 물러서면, 그 자리에는 그저 인간불신에 빠진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남자 하나만이 남는다. 물론 그 드높은 눈과 까다로운 취향은 여전하기에 취향은 매우 고급스러운 편이지만, 음악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그렇게 독설을 일삼지 않는다. 물론 참지 못할 정도로 불쾌한 일에 대해서는 독설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차갑게 비난하지만, 예절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의 심장이 얼마나 차갑든 개의치 않고 언제든지 예절바르게 굴 수도 있다. 예컨대 자선음악회나,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 등에서 말이다. 그것이 가식이냐면 가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완전한 가식이라기엔 어폐가 있다. 그것은 그 차갑고 냉막하며 무기력한 마음의 꺼풀 사이, 그가 스스로 내다버렸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처박아둔 인간적인 면모라는 것의 발로이기도 하니까. 글쎄 어쩌면 누군가는 그것에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보잘것없는 것을 위해 필요 이상의 가성비 떨어지는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추가 항목): “내가 그 빌어먹을 놈의 돈 때문에 이따위 짓을 하고 있었으면, 그 때 프라임을 그놈들에게 팔아버렸겠지.” -본인
지금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는 4인조 보이 밴드인 "PRIME"의 리더였다. 특이하게도 팝을 주축으로 하되 얼터너티브 락과 뉴에이지 성향을 강하게 띄었으며, 2집부터 국내 차트는 물론 빌보드 올킬까지 이룩해내며 K-POP의 세계화에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한 그룹. 5집 앨범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프라임 활동 당시부터 천재적인 음악적 기량과 릳쉽을 십분 발휘해, 밴드의 작곡과 기획을 모두 도맡아 이끌었다는 듯하다. 다만 그룹의 끝은 영 좋지 않았던 듯.

(추가 항목 2): “한국어, 영어 공통으로 꿈이라는 단어는 수면 중에 보는 환상과, 드높고 머나먼 궁극적 목표를 동시에 지칭하는 다의어다.” -OD 엔터테인먼트 사훈, 2021년 새로 제정됨
무대에서 물러나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업계 전설이라 칭해질 만큼 유능한 인물. 지금까지 3개 그룹을 프로듀스했으며, 3개 그룹 모두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 공과 능력을 인정받아 아직 이립의 나이에 다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OD 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제작본부 본부장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며, 자신이 직접 프로듀스하는 아티스트뿐 아니라 OD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거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받을 음악에서부터 그들의 공연과 출연 프로그램까지 폭넓은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는 아티스트들이 공연할 공연장에 직접 행차해 공연장의 시설부터 설비까지 싹 훑어보는 게 흔히 있는 일이라고. 그 입김에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널널한 분위기였던 OD 엔터테인먼트의 근무 풍조는 조금씩 그의 완벽주의 성향에 물들게 되었다.

(추가 항목 3): “전원 탈락이 당연한 일이었어. 그 짧은 기간에 내 눈에 들 정도의 성취를 이룬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왔다는 게 기적이지.” -본인
뮤지션 오디션 프로그램 ‘크래들 오브 스타즈’ 3기에는 그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는데, 2천 명이 지원하여 본선에 입선한 참가자 150명들 가운데 보통 10명을 뽑는 최종 합격자가 단 한 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어놓기도 했다. 방송 기획사로부터 최소 10명은 합격시키라는 압박을 받았으나, 직접 기획사 본사로 쳐들어가 언쟁을 벌이는 초유의 파행으로 합격자 인원 수에 대한 재량권을 따냈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그가 추리고 추리며 채찍질과 망치질을 반복해 배출해낸 3기의 유일한 합격자는 현재 K-POP 씬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그 합격자가 스위티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추가 항목 4): “셋째아들? 내 아들들은 두 명이 전부네만.” -천하그룹 회장 백태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 국내 재계서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대 그룹 회장 일가의 일원이었다. 인간관계의 실패, 본인의 지망과 부친의 지망의 어긋남, 부모가 떳떳하지 못하게 맺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배신감과 반발심 등 여러 가지의 균열이 가족 내력으로 투쟁심으로 가득한 성격이 충돌하고 충돌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 결과 이른 나이에 집안에서 제명당했다는 듯하다. 그 때에 입은 상처가 낫지 않고 뒤틀리게 아물어버린 결과,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독설가가 탄생했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가족과, 본인이 써커라는 사실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추가 항목 5): “나한테 가족 따위는 없어. 그렇게 알아둬. 내 앞에서 내 가족 운운하는 이야기 꺼내지 마.” -본인
상술했듯 본인의 가족에 대해서 심한 반감을 갖고 있으며, 본인이 써커라고 콕 집어 언급되는 것도 대단히 싫어한다. 송곳니 절제술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정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은 그의 가족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로 인한 콤플렉스 때문이다. 콤플렉스와는 무관한 일이지만, 써커들 중에서도 섭취량이 들쭉날쭉한 편에 속한다.

2 한여리 ◆go4kYj620Y (e7zzZpqBAg)

2022-05-29 (내일 월요일) 18:02:26

Picrewの「ななめーかー」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wDHfl5oIkz #Picrew #ななめーかー

"커다란 덫에 빠져있는 느낌이에요. 매번 바보같이 들키고 당하는 삶이 너무 싫었는데.... 언제부터는 그냥 그 덫 안이 아늑해져 버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마다, 사실 조금 슬퍼져요."

이름: 한여리

출신: K국 S시

성별: 여자

직업: 일러스트레이터

키/몸무게: 153cm/정상 표준 체중

외관: 연하고 따뜻한 느낌의 회색 머리카락은 거의 허리까지 길러져 있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머리카락이 구불거리고 쉽게 부스스해지는 편이다. 키도 작고 전체적으로 자그마한 느낌이라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으로 보는 이들도 많은 편이었다. 눈매는 동그란 편에 홍채의 색은 머리카락 색과 비슷한 따뜻한 색감의 연한 회색이며, 스위티 특유의 어려보이는 외모와 자그마한 체구를 모두 가지고 있다. 놀라거나 흥분하면 쉽게 머리색과 같은 모색의 귀와 꼬리가 나타났다.

성격: 늘 조심스러운 성격에 잔걱정이 많고 쉽게 깜짝깜짝 놀란다. 그런 탓에 어릴 적부터 스위티라는 것을 제대로 숨기지 못해 이리저리 전학도 많이 다녔으나 결국에는 자퇴하고 말았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경계하고 다가가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마음을 연 상대에게는 늑대가 아닌 강아지같은 성격을 보여주곤 한다.

기타:
- 학력은 검정고시를 쳤다. 스위티인데다가 그것을 잘 숨기지도 못하여 플레인인 부모는 늘 그녀를 과보호했다. 이내 그것을 참다못해 독립하여 혼자 살고 있지만 스스로 과하게 조심하는 것도 있다. 아무래도 스위티로 들킨 일이 많았던 탓인지 이런 저런 일들도 많이 당했기에 더 움츠러들곤 했다.

- 남동생이 있다. 여리 때문에 잦은 이사나 전학을 가야 했고 부모님의 관심을 다 가져간 누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길에서 써커에게 물릴 뻔한 여리를 구했던 일 이후로 스위티인 여리의 사회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신경쓰는 편이다. 그렇다고 여리를 엄청 챙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리 주변의 써커(나 써커로 추정되는 이)에게는 과민하게 생각하는 편.

- 대학은 가지 못했고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즐겨하여 공부 대신 그림만 주구장창 그렸다. 인터넷으로 재택근무를 하며 일러스트 의뢰를 받아 입에 풀칠은 하고 있으나 대외활동도 꺼리고 신원도 기업 상대가 아니면 잘 밝히지도 않으며 고졸이라는 여러 한계 탓에 수입이 그렇게 높지 않다.

- 매일 인터넷 뉴스를 살피는데, 버디를 맺어 금전적인 지원과 써커의 보호를 받는 내용이나 밖에서 쇼킹 테러에 당해 강제적으로 스위티인 게 드러난 일이라던가,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으나 상대방이 무죄나 벌금만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라던가…. 밖에 나가면 이렇게 두려운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과 차라리 이렇게 당하고 살 것 나도 버디를 맺어서 다른 서커들에게서 보호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버디를 맺은 서커에게 착취당하고 겨우 빠져나온 스위티의 이야기를 들으면 또 용기가 사그라들기도 하고.

- 입을 맞춘다거나 피를 빨린다는 것에 무감각해졌다. 그러니까 신체적 반응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 그러나 아직도 좋아하는 사람과의 입맞춤에 대한 로망이 있다.

- 집안에서 하는 이런저런 것들을 좋아한다. 보통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지만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물감 등 여러 도구를 이용해 엽서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너무 큰 그림은 보관하거나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이다. 회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으나 대학 진학을 포기했을 때 그것도 포기해버렸다.

3 여리주 (e7zzZpqBAg)

2022-05-29 (내일 월요일) 18:03:43

얍! 안착! 스레 세워줘서 고마워~

4 연우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07:39

어서 오세요Uu 부족함많은 참치입니다만 앞으로도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5 여리주 (e7zzZpqBAg)

2022-05-29 (내일 월요일) 18:14:01

나도 잘부탁해! 제목이 길면 안세워지는구나.... 몰랐다....!
나도 부족한 거 많아서 혹시 불편한거나 지뢰이거나 이것저것 섭섭한 것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줘~
일단 나는 오너적 유사연애 모먼트만 아니면 다 오케이이므로(싫다는 게 아니라 어색해서)... 물론 캐앓이나 썰이나 안부차원의 무언가들은 엄첨 좋아해.

첫만남은 그럼 내가 말한대로 진행할까? 선레는 내가 써오는 게 나을 것 같고. 처음 부딪히는 만남에서는 스위티인 걸 들켰다 느낌이려나. 또 회사에서 마주치게 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궁금한게 있는데 연오는 현재 버디는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아니면 대체식(?)을 먹는건지? 여러모로 궁금하다~

6 연우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25:31

네, 저도 그럴 테니 여리주도 기탄없이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것에는 충분히 동의하는 바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선레는.. 여리주께서 제시해주신 상황이 마음에 드는지라 그 방향대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 깜빡했다......... (손에 얼굴파묻) 10대 후반~20대 초반에 걸쳐 맞이한 인간관계의 파국들 중에는 첫사랑이었던 스위티와의 결별도 있었는데, 그게 강도 높은 NTR이었고... 자기 아버지도 어머니를 남한테서 빼앗아온 걸 알게 된지라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입었고, 그 뒤로는 일절 버디를 구하지 않고 특수처리된 플레인의 체액으로 식사를 대체하고 있어요.

7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8:30:22

기탄없이 말하기 응 ㅋㅋㅋㅋㅋㅋ 연오주 나메 틀렸다구~~(놀리기) 선레는 내가 찬찬히 써올게~

그나저나 세상에..... 버디 성사부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고 지금 생각이 들었어 ㅋㅋㅋㅋㅋ 아 전혀 싫다는 뜻은 아니고 좋다는 뜻. 그리고 둘이 이어지게 되면 연오가 여리에게 집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도 드네. 적폐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집착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요...(대체)

8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35:56

앗............ (짤)

확실히 첫 일상에서는 어려울지도 몰라요.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예컨대 여리가 버디가 없어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연오가 나서서 자신이 버디라고 말한다거나...? OD엔터에 왔는데 난봉꾼으로 연예가에서 악명높은 모브 써커가 껄떡대는 상황이라거나. 발상이... 너무 식상하려나요

집착이요? 음......
음, 대대로 제 아이들이, 집착 하면, 꽤, 음... 네... (끄덕)

9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37:20

연오랑에서 실컷 이름 따와놓고 연오보다 연우가 더 자연스러워서 그만...... (자진입수)

10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8:39:56

ㅋㅋㅋㅋㅋㅋㅋㅋ(토닥토닥)

버디는 천천히 맺어도 괜찮다고 봐. 일단 첫 상황 돌려보면 어느정도 각이 나오곤 하니까. 나는 캐릭터들이 자연스러운대로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발상은 전혀 식상하지 않은걸? 원래 클리셰란 클리셰인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첫일상 돌려보고 어떻게 진행할지 다시 이야기해보자구~

ㅋㅋㅋㅋㅋㅋ 역시~ 그 설정이면 그런 느낌이긴 하지. 뭔가 시트에서도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11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8:43:01

네, 그 점에 대해서도 찬성이에요. 일상은 캐릭터들 관계 쌓아올려나가는 맛이니까요... 천천히 이야기나눠봐요. 5월 말이라지만 5월인데 너무 덥네요. 천천히 써주세요.

그... 허참... 우리 애가 그런 애라는 생각으로 쓴 건 아닌데 이제 와서 시트 보면 그런 것도 같구요...(구구절절)

12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8:48:55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레 쓰면서 고민되는데 계절적 배경은 언제로 하는 게 좋을까? 무난하게 봄으로? 아니면 다른 계절도 상관없고. 그러고보니 연오는 계절같은 거 타는지 궁금하네.

13 여리 - 연오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1:58

수도의 물가나 집값들은 원체 비싸서 여리의 집은 자그마한 원룸이었다. 침대와 북박이 옷장과 커다란 작업용 책상이 그 공간의 전부였다. 아기자기하고 복작복작하게 채워둔 집은 그래도 여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공간이었고 다행히 채광은 잘 들어와서 마음에 들었다. 화장실이 넓고 원룸답지 않은 욕조가 있다는 것도 여리의 마음에 든 공간이었고.

여리는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수도에서 사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 이 집이 마음에 들지만 집 계약기간이 만기가 되면 외곽이나 아예 다른 시로 나갈까 고민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에 살고 있는 것은 가족들이 여리가 다른 도시로 나가는 것을 걱정하여 반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역시…. 용기를 내보는 게 좋겠지…?”

여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재택근무로 일하고 있었다. 거의 컴퓨터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는 편이라 각종 장비들이 책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리고 커다란 화면에는 메일창이 떠 있었다. 계약서 초안과 함께 회사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발신인은 OD 엔터였다. 이전부터 소소한 외주 작업을 맡겨주곤 했었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앨범에 들어가는 중요한 일러스트를 맡겨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므로 계약서도 만나서 작성하고 미팅도 해야하고…. 여리는 발신인이 OD 엔터가 아니었다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정중히 거절했을 터였다.

하지만 여리는 OD 엔터테이먼트의 음악들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렇게 팬으로 덕질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소소하게 참여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었는데 직접 더 중요한 부분을 맡는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사를 가려면 또 돈을 조금 더 모아야 할 거고, 사실 매달 나가는 집세도 어마어마해서 영 손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여리는 결국 수락의 메일을 보내고 날짜와 일정을 상의했다. 그리고 오늘 여리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집 밖으로 나가기로 한 것이었다. 옷은 간단하게 흰색에 프릴이 작게 달린 블라우스에 따뜻한 색감의 연한 갈색의 롱치마를 입었다. 회사에 제출할 서류들과 포트폴리오를 소퍼백에 넣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만의 외출인가. 여리는 바깥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청심환은 따로 먹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몇 번 먹고 했었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기만 할 뿐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심신을 안정하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하며 천천히 이동했다. 사실 너무 걱정되어서 택시를 타고 회사 가까이에 내리기는 했다.

하지만 차가 너무 막혀서 다른 골목에서 내려 걸어 이동한다는 게 그만, 그 주변에서 쇼킹 테러를 당해버린 것이 아닌가. 갑작스럽게 눈 앞에서 터지는 무언가에 깜짝 놀란 여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귀와 꼬리를 펑, 드러내고 말았다. 꼬리야 긴 치마 속에 가려졌다고 하더라도 귀는 가릴 것이 없어 양 손으로 귀를 최대한 눌러 가린 채 그곳을 뛰쳐나와 인적이 드믄 곳을 향해 뛰었다.

“앗…! 아으….”

하지만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여리는 누군가와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가방은 떨어져 내용물이 튀어나왔다. 포트폴리오 그림들과 인적사항 같은 서류들이었다. 여리는 쇼킹 테러로 가뜩이나 팔딱거리는 심장을 안고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 …!”

그리고 제가 부딪힌 상대를 보자, 쩡 하고 얼어버리고 말았다. 한 눈에 봐도 위험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 사람은 써커야. 라고. 물론 첫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차마 너무 당황해서 프라임의 리더이자 OD 엔터테이먼트의 백연오라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 마음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본다면 알겠지만서도, 지금은 무리였다.

14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3:02

일단은 봄이려나, 하는 마음으로 선레 써왔는데 구구절절하게 이것저것 배경사항을 적다보니 너무 길어졌네() 너무 부담갖지 말고 이어줘. 내가 일상 길이가 들쭉날쭉한 편이라 ㅋㅋㅋㅋㅋㅋㅋ.....

15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3:32

연오는... 20대 이후로 자신에게는 계절도 색깔도 의미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계절에 따라 감정의 영향을 받거나 하는 건 없네요. 여름의 장마에도 겨울의 폭설에도 여전히 이 세상은 사막같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연오라...

그렇지만 당연히 기후의 영향은 받으니, 계절의 영향이라고 하면 옷가지가 달라지는 정도네요. 제 의견으로는 봄이나 여름즈음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16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3:52

빨라! 여리주 빨라아아아!!

17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5:01

>>9 연오랑 세오녀에서 따온 거려나? 이름 유래 티미를 얻었다...!(빵빠레)(냠냠)

18 연오주 (R07n7Yv1jE)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6:20

아. 좀 다정한 캐로 낼걸... (그렇게 연오주는 첫 선레를 받아보자마자 후회물을 찍고 마는데.)

답레를 바로 써드리고는 싶지만, 지금 가족의 식사를 준비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느긋하게 기다려주시겠어요?

19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7:36

연오.... 따뜻따뜻 보듬보듬 안아주고 싶네 ;ㅁ; 여리가 계절의 색감을 찾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봄으로 써왔는데 잘 써왔군(끄덕) 옷차림 말고는 계절적 배경을 묘사하지는 않았지만서도...!

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부담줄 생각은 없으니 부디 연오주는 편하게 써줘(보담보담)

20 여리주 (zLx5G6Jr4I)

2022-05-29 (내일 월요일) 19:09:13

연오주 첫 선레부터 후회하면 어떡해 ㅋㅋㅋㅋㅋ 나는 충분히 연오가 마음에 드니 후회하지 않아도 좋다구! 여리를 이렇게 저렇게 나쁜 말 해도 오케이니까~

식사 천천히 하고 찬찬히 써줘~ 느긋하게 있을테니까 말이야~

21 연오 - 여리 (XSQc6wGSuQ)

2022-05-30 (모두 수고..) 01:14:16

남아 있는 종말의 나날들 중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연오는 두 눈을 뜨고, 불이 꺼진 전등만이 휑하니 걸려 있는 새하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알람이 울리기까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항상 이 시간이 되면 눈이 떠지곤 했다. 잠에서 깰 때면 그는 항상 그랬다. 바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몇 분인가 정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마지못해 잠이 든 어젯밤에서부터 마지못해 눈을 뜬 오늘 아침까지의 시간 동안, 심장마비라도 일어나던가 창문을 깨고 닌자라도 들어와서 자신을 베던가 해서 죽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죽는 팔자좋은 일 따위는 없었다는 사실을, 또다시 얼간이들의 바다에 몸을 던져야 하는 하루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그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오래도 필요없다. 몇 분이면 된다. 그는 이 끔찍한 사실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연오는 손을 뻗어서 핸드폰을 쥐고는 화면을 켜 보았다. 주루룩 떠 있는 오늘의 스케줄 알림, 업무상 연락들, 알람 예고... 문득 핸드폰을 있는 대로 내동댕이쳐서 부숴버릴까 싶었다. 물론 이런 충동 역시도 익숙하기에 연오는 그 대신 애꿎은 이빨을 꾹 깨물며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알람을 끄고, 알림들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업무 연락들은 출근하고 나서 확인하는 게 맞는 거다. 스스로의 견해에 따르면 연오는 워커홀릭 따위가 아니니까.

내키지 않는 발을 억지로 내밀어 하얀 마룻바닥 위에 놓인 실내화에 발을 꿰고, 어정쩡한 복층 원룸의 계단을 난간을 잡고 느릿느릿 내려간다. 무기력하게 발을 움직여 욕실로 향한 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스킨을 조금 바른 뒤 에센스를 발라서 머리를 대강 정리한다. 아침밥은... 오늘은 입맛이 없는 것으로 보아, 먹지 않아도 될 성싶다. 연오는 자신의 입맛에 어디까지나 충실하였다.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몸이 ‘식량’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했고, 구미가 당기면 그제서야 몸이 식량을 원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 ‘식량’이라는 것에 진절머리를 내는 연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가볍게 잠옷을 벗어던지고, 스타일러 문을 열어서는 바지와 셔츠를 꺼내 차려입고 손목에 커프스 단추를 채운다. 슬슬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올해의 2분기도 어느 샌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는 계절어를 잘 쓰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기피하기보다는, 그냥 아예 계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사실 계절이 그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가 없기도 했다. 그 날 이후로, 연오의 세상은 멸망 중이다.

따라서 계절이 그에게 갖는 의미는 기온의 변화와 그에 따른 복식의 변화. 그 정도였다. 계절별로 따라오는 중대한 변화는 제철 먹거리의 변화 정도가 있겠으나, 그는 일반적인 사람의 양식은 필요로 하지 않는 이른바 “써커”였고 그래서 그런 것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아, 제기랄, 또다시 거기에 생각이 닿았다... 연오는 빠르게 사고의 방향을 돌렸다. 오늘 날씨면 슬슬 여름용 외투를 꺼내도- 아니다. 아직 아침 날씨가 퍽 쌀쌀하다. 그래서 연오는 탁한 베이지색의 봄 날씨용 재킷을 꺼내 어깨에 걸쳤다.

아까 말했듯 스스로의 견해에 따르면 연오는 워커홀릭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구두에 발을 끼우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오늘의 스케줄을 복기해보고 있었다. 공연 계획 검토. 앨범 발매 검토. 음악 디렉팅. 새로이 데뷔하는 그룹의 작곡... 신발을 신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가용에 몸을 싣고 출근길에 올랐다. 생활패턴을 꽤 일찍 활동하는 방향으로 잡아두었기에, 그는 신도시에서부터 수도까지의 그 흉칙한 교통체증을 겪지 않고 OD 사옥으로까지 무난히 출근할 수 있었다.




오전 근무시간은 참 느리게도 흘러간다. 공연 계획 검토의 마지막으로, 계획되어 있던 공연장으로 직접 차를 몰고 나가 현장 최종답사까지 마쳤다. 조명기구, 관객석 배치, 음향장비 테스트, 무대 백룸, 구급시설과 소화시설, 전기설비, 스테이지 바닥재의 상태까지 점검을 마쳤다. 콘서트라는 것이 흥을 마음껏 분출하면서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궁정 음악회만큼 편안하면서도 격식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그의 강력한 요구가 전부는 아니지만 충분히 관철된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마지못해서나마 고개를 끄덕이고 현장을 나설 수 있었다. 사람이란 충분에 너무도 쉽게 안주하는 동물이라, 오늘 자신이 고개를 끄덕인 이 상태가 이 공연장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태라는 것을 알 것이다. 공연장 관계자들도 당연히 충분에 너무도 쉽게 안주하는 그저그런 족속일 테니까. 거의 다들 그랬다.

광인들의 세상에 정상인이 있다면 그 사람이 광인이고, 멍청이들의 세상에 똑똑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멍청이다.

연오는 다시금 차를 몰았다. 다음 업무는 아마 “미스트블룸”의 신앨범 발매 검토일 것이다. 색채가 뚜렷하고 강렬한 편인 OD엔터의 그룹들 중에서 드물게도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감성을 내세우는 걸그룹이었다. 미술제작팀으로부터 추천받은 작가의 작품을 받아서 검토해보고 디렉팅을 해주기로 했었던가. 돌아가는 길에 잠깐,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한 잔 사가기로 했다. 영양소는 ‘식량’으로 공급받는다지만, 그런 영양소를 제외하고 나면 카페인은 써커에게도 예외없이 현대인이라면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었다. 커피숍 근처의 갓길에 차를 대고, 연오는 차에서 내린 뒤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 더블샷 한 잔을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한창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가 컵으로 쪼르륵 떨어지고 있을 때, 카페 안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들을 수 있는 아우성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아, 이번엔 또 어느 머저리가. 하고 그는 입속으로 조용히 욕지거리를 했다. 사람이 많은 번화가로 출퇴근을 하다 보면 며칠에 한 번씩은 마주치는 불쾌한 일이었다. 이런 일에는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채근의 의사가 담긴 눈빛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리잔에서 테이크아웃 컵으로 커피를 옮겨담는 손길이 조금 더 빨라졌다. 연오는 카드를 내밀어 계산을 마치고, 카드와 커피를 받아챙긴 뒤 조금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카페에서 나섰다. 그리고 주변에 시선을 두지 않고, 자신의 차를 향해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그의 몸에 뭔가 쾅 하고 부딪히는 게 있었다.

때마침 해를 등지고 있었기에, 여리가 연오를 올려다보는 순간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여리의 온 몸에 그늘을 드리우기 충분한 너비의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압도적 장신과, 그의 셔츠와 재킷에 된통 엎질러진 커피, 그리고 이쪽을 분명한 짜증을 담고 바라봐오는 검붉은 눈길은 아주 잘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잠깐 주변을 살폈다. 아직도 아우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저편 어딘가와, 경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그리고 여리의 머리 위에 툭툭 튀어나와 있는 늑대 귀까지.

그는 혀를 차고 그 자리를 뜨는 대신에 다른 선택을 했다. 외투를 벗어서 물기를 빠르게 탁탁 털고는, 그것을 여리의 머리 위에 툭 덮어씌워 준 것이다. 커피 냄새와 함께 가죽 냄새와 나무 냄새, 피톤치드 냄새... 그가 쓰는 향수 특유의 숲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오는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리모콘을 눌렀다. 저만치 서 있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럭셔리 세단에서 삑삑거리면서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건 쓰잘데없는 동정이나 알량한 배려심 따위가 아니다. 그저 내가 그 작자들보다 더 나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저기 타계시죠.”

하면서 그는 허리를 숙여 여리가 떨어뜨린 이런저런 서류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서류를 주워담는데,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화풍의 그림들이 담긴 포트폴리오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이름이 적힌 인적사항 서류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마 연오는 시선을 여리와 맞추고 물어보았을 것이다.

“한여리 씨?”

여리가 아직 차에 타지 않았다면 여리를 마주보면서, 여리가 차에 탔다면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와 서류를 여리에게 건네주면서.

22 연오주 (XSQc6wGSuQ)

2022-05-30 (모두 수고..) 01:14:53

늦은 새벽에 답레를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글을 붙잡고 끙끙대다 보니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네요😥

23 여리주 (oKpMwgN.gg)

2022-05-30 (모두 수고..) 08:23:57

아침 갱신이야....? 연오 무슨일이야....? 나 설레 죽어?
여리 그 상황에서 어리버리하게 있을 것 같고. 이제부터 여리 별명은 어리버리다.....
윽 출근하기 싫다리.... 오늘 회식도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고 답레는 오늘 늦은 시간이나 내일쯤 가져올 것 같네 >.0

24 여리주 (oKpMwgN.gg)

2022-05-30 (모두 수고..) 08:51:42

아참 연오가 써커라는 건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려나? 어느정도로 공개되어있는지 궁금하다~

25 연오주 (nLgS4Aok6U)

2022-05-30 (모두 수고..) 09:07:44

좋은 아침이네요, 여리주. 텀은 아무리 길어도 상관없으니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꺼라위키의 본인 문서의 기타 항목에 "본인은 공식석상에서 언급을 매우 기피하지만, 명백한 써커이다." 라고 쓰여 있는 정도에요.

26 여리주 (oKpMwgN.gg)

2022-05-30 (모두 수고..) 09:35:27

그 정도면 거의 다 알려진 수준이네~~ 역시 유명인의 삶이란...! 연오주도 월요일 아침 힘내라구~~

27 여리 - 연오 (PNNocI/C3A)

2022-05-30 (모두 수고..) 15:51:16

주저앉은 여리의 눈 앞에 제일 먼저 보였던 것은 역광으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엄청나게 커다란 사람이었을 것이었다. 중요한 건 제가 부딪혀서 그 사람이 옷에 커피를 쏟았다는 것이었고.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그 사람이 자켓을 벗는 것이 보였다. 어, 어떡해. 화났나 봐. 하고 생각하며 눈을 꼭 감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제 위로 덮어지는 따뜻한 무언가였다.

순간 빛이 훅 차단되면서 느껴지는 여러 냄새들에, 그리고 숲내음에 여리는 폭 감싸여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눈을 뜨니 아무래도 방금 그 사람이 재킷을 벗어 덮어준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아, 자신을 숨겨주려나보다 하는 생각이 뒤를 이었다. 좋은 냄새가 나는 겉옷으로 귀를 가리며 여리는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렸다. 남자는 차에 타라고 했으나 여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괘,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여리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놀래서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차에 타라는 것을 거부한 건 어쩔 수 없는 과민한 걱정 때문이었다. 앞의 남자는 써커인 것 같았고, 지금 자신은 귀가 나와있는 상태이니 분명 달달한 페로몬의 향기가 날 터였다. 제 자신이나 플레인들은 못 맡겠지만서도... 지금이 밖이라서 다행이지 아마 차 안같은 좁은 공간에 들어가거나 하면 더 심하게 느껴질 것이 분명했고, 그건 써커에게 더더욱 유리한 상황이 되곤 했다. 페로몬을 풍기는 스위티를 써커가 건들이게 되면 그건 곧 유혹을 한 스위티의 과실이 되어버리곤 했으니.

그러니 스스로 얼른 진정해서 귀와 꼬리를 숨기는 수밖에 없었으나.... 넘어지느라 흩어진 제 서류를 건네주며 제 이름을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 여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정면으로 보게 된 남자가 누구인지 그제야 알아채버려서 더 놀라고 말았다.

'백연오야.... 프라임의.... 그리고 OD.... 어떡해....'

여리의 머리 속은 어쩔 수 없이 하얗게 변했다. 아주 오랜만에 밖에 나온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긴장하고 무서웠는데 쇼킹 테러를 당한 데다가 스위티라는 것을 회사 관계자에게 들켰으니 이제 소문이 나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이 남자가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회사 주변이었으니 누군가가 봤을지도 몰랐다.

"죄,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여리는 서류를 받아 품에 안고 떨어진 가방을 주워들고 가까스로 일어나 이내 가까운 골목길로 도망치듯 달음박질 쳤다.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으나 위태롭고 다급해보였을 것이었다.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 혼자서 마음을 진정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리가 경황이 없어 연오의 재킷 까지도 들고 도망쳤다는 점이랄까.


/어차피 다시 회사로 가게 될 거고 재킷도 들고가버렸으니 이대로 놓아줘도 오케이고 따라가도 오케이이니 편하게 이어줘!

일하면서 틈틈히 적었는데 다행인 것은 오늘 회식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다~~!! 오예! 그런데 초과근무를 할 것 같고....(흐릿)

28 여리주 (vfyKhyJTXE)

2022-05-30 (모두 수고..) 20:03:31

회식 취소에 초과근무까지 하고 집에 돌아와서 갱신! (데굴데굴)

29 연오주 (Y3Zgu5KQAQ)

2022-05-30 (모두 수고..) 21:35:34

오히려 제가 늦었네요. @@ 좋은 저녁이에요 여리주. (부채질)

30 여리주 (vfyKhyJTXE)

2022-05-30 (모두 수고..) 22:40:31

(시원)(맞부채질)
연오주는 별일 없었어? 하루 수고했어~~(데구르르) 좋은 밤이야 ><

31 연오주 (Y3Zgu5KQAQ)

2022-05-30 (모두 수고..) 22:56:10

(선풍기 틀어드림) 평범한 평소의 저녁이었네요...... (비실비실)

32 여리주 (vfyKhyJTXE)

2022-05-30 (모두 수고..) 23:18:35

(시원ㅡ)(선풍기 바람 같이 맞자고 회전 모드) 평범히 힘든 하루였는 모양이구나...(토닥토닥) 배깔고 누워있으면 조금 더 나아질 거라구?(퇴근하고 한참동안 누워있었던 사람...)

33 연오 - 여리 (Y3Zgu5KQAQ)

2022-05-30 (모두 수고..) 23:59:34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원액 그대로의 에스프레소. 심지어 뜨거운 것. 다행히 거의 대부분이 외투에 엎질러져서 그가 뜨거워서 펄쩍 뛰거나 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다시금 고개를 들어 마주치니 거기에 있는 것은 한때 눈여겨보던 뮤지션, 거기다가 지금은 오늘 실무회의를 갖기로 한 거래처의 높으신 분. 한 줄로 요약하자면, 거래처 클라이언트의 옷에 커피를 거하게 엎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 뒤로 따라붙는 제안도 여리에게 난처했으면 난처했지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은 아니었다. 연오의 딴에는 지금 이 사태를 수습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장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피난처(자동차 뒷좌석)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이대로 가장 빠른 경로로 OD 엔터테인먼트로 이동하는 이상적인 제안이었지만, 두 사람의 태생적인 특별한 차이점이 그 제안을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만들었다. 물론 연오 역시도 거부당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여리가 자신이 누구인지까지는 알아볼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단 자신이 써커라는 사실은 알아챌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자신이 써커라는 사실을 최대한 기피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누군가가 써커인지 플레인인지 스위티인지를 따지는 것을 참 좋아했고 거기에는 백연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인 앞에서 언급하지 말라는 연오 본인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누구도 그의 앞에서는 대놓고 그것을 물어보는 실례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결국 자신이 써커라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불문의 사실이었다. 이미 써커와 플레인, 스위티로 이루어지는 이 기묘한 사회에서는 그 생물학적 계급이 한 사람을 정의하는 데에 학력, 성별, 신장, 외모만큼이나 기본적인 판단의 척도로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상대방이 써커인지 아닌지 분간하는 것이 본인의 신변에 직결되는 스위티라면 더더욱 그 판단력이 예민할 테니. 여리가 스위티라는 사실은 방금 연오도 알게 됐고.

"괜찮습니다. 저는..."

그렇지만 저렇게 횡하니 도망가버리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연오는 쓰게 혀를 찼다. 일반적으로 스위티가 면식 없는 써커를 만났을 때는 머릿속으로 가장 최악의 상황부터 그려본다는 사실 정도는 그도 알고 있었는데, 너무 성급했다. 자신이 속한 이 써커라는 족속이 어떤 족속인지는 그도 아주 잘 아니까. 아무리 그가 스스로 나는 그들과 달라, 하고 스스로를 변호한다고 해도 일면식 없는 스위티가 보기에는 다 똑같은 써커다.

그렇지만 그건 스위티들 사정이고, 다른 써커들 사정이지. 나는 인간 백연오다.

하고 그는 또 속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연오는 에스프레소 방울이 몇 방울 튀어 갈색 얼룩이 점점이 남은 와이셔츠 자락을 한번 내려다본 다음에, 여리가 후다닥 달아난 골목으로 걸음을 서둘러 여리를 따라갔다. 신변이 노출되어 당황한 상태에서 번화가의 음침한 골목으로 들어가는 게 결코 현명한 생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오는 여리를 멈춰세우려 했다.

"한여리 씨, 잠깐 기다려 주세요.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왠지 주인공을 추격하는 악당의 전형적인 멘트가 된 기분을 연오도 없잖이 느꼈지만,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다. 여리가 멈춰선다면, 연오는 주머니에서 명함부터 한 장 꺼내어들 것이다.

"...먼저 제 인사부터 드려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건네어주는 것으로, 자신은 당신을 스위티로 대하는 게 아니라 업무 관계자로 대하겠다는 선을 그어주려 시도할 것이다.

"오늘 OD 엔터테인먼트에서 앨범 커버 제작과 관련된 실무 회의를 갖기로 하셨지요. OD엔터 콘텐츠 제작본부 부장인 백연오입니다."

34 연오주 (7vahldq5PE)

2022-05-31 (FIRE!) 00:01:08

앗... 저도 누워있었던 참이에요... (같이 바람쐬기) 이게 맞나 이게 맞나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었네요. 어찌어찌 12시 넘어가기 전에는 가져왔네요... 88

35 여리 - 연오 (cFAakYbA1s)

2022-05-31 (FIRE!) 00:47:08

골목으로 숨어 숨을 고르는데 뒤에서 들리는 연오의 목소리는 여리가 움찔 놀라며 뒤돌아보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리는 다행히 도망가지 못했고ㅡ높으신 분을 두고 두 번 도망치는 것은 차마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직장 상사라고 생각하니…ㅡ 그 스스로를 소개하는 이야기까지 멀찍이서 끝까지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눈은 경계심을 담고 있었고, 자신을 그나마 방어할 수 있는 덮을 무언가로 최대한 귀와 몸을 폭 가리고 있었다. 그 방어의 수단이 지금 눈 앞에 있는 남자의 것이라는 게 아이러니했지만.

“…갑자기 도망쳐서 죄송해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는 눈치 채셨다시피 한여리이고…. 일러스트레이터이고요…. 읏…. 죄송하지만 조금만 뒤돌아 계셔 주실 수 있나요…? 이 상태로는 조금 곤란해서요….”

커다란 자켓으로 몸을 감싸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민망한 것도 있었고, 저 커다란 덩치와 맹수같은 눈동자가 심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가라앉히기에는 조금 무서운 것도 있었다. 차마 명함을 건네는 것도 받지 못하고 가지고 온 자신의 명함ㅡ명함이 있었으나 누구에게 준 적이 거의 없었다ㅡ도 주지 못한 채 부탁을 할 뿐이었다.

연오가 순순히 뒤돌아준다면 제자리에서 숨을 고르며 평화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쉬고 따사로운 햇볕을 상상하고 예쁜 물결을 상상하다보면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그리고 아주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내이면 이내 툭 튀어나왔던 귀와 꼬리가 사라질 것이었다. 물론 연오가 뒤돌지 않았으면 슬금슬금 모퉁이 쪽으로 뒷걸음질 쳐 숨어 진정하려고 노력했겠지만.

귀와 꼬리가 사라졌다면 여리는 숨을 포옥 내쉬며 제 머리와 몸을 가렸던 자켓을 벗어 손에 들고 조심히 연오에게 다가갔을 것이었다. 그리곤 이제 되었다는 듯 “저기…”하며 연오를 부르고는 그에게 덮어주었던 자켓을 건네었을 것이었다. 이제 여리에게서 풀풀 나는 단 페로몬 냄새는 나지 않겠지만 그 페로몬이 잔뜩 묻은 자켓에서는 단내가 날지도 몰랐다. 옷에 코를 대고 맡거나 그 옷을 입었을 때야 알 정도로 옅은 냄새였겠지만. 어쨌든 그 사실은 써커가 아닌 여리는 전혀 모르는 것이었고 알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

“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옷은 제가 세탁해서 돌려드릴까요?”

아차 싶었다는 듯 여리가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다시 돌려준다면 바로 세탁소에 맡겼다가 돌려줄 것이었지만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미 자켓은 연오의 손에 넘어갔을 터였다. 여리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연오에게 주었을 것이었다.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한여리라고 합니다. 혹시 몰라서 일찍 나와서 회의에 늦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첫 날부터 이런 소동이 일어난다거나 스위티라는 것을 들킬 거라곤 생각 못했지만요. 회의에는 참석하고 싶은데 스위티라서 어렵다고 생각하시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리는 제 소개를 하고, 연오가 명함을 준다면 받았을 터였다. 하지만 말은 점점 끝으로 갈수록 울적해졌고 힘이 없어졌다. 스위티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이나 이력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는데,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상황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36 여리주 (cFAakYbA1s)

2022-05-31 (FIRE!) 00:48:55

금방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자야 할 시간..... 으윽......
연오주도 푹 쉬구. 나도 답레를 쓰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오래 걸리지만 재밌기도 하고 그렇네~!

37 여리주 (YrJps8n1so)

2022-05-31 (FIRE!) 09:45:45

아침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힘내~ ( •̀ᄇ• ́)ﻭ✧

38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10:46:28

으으... 일하기 싫다(회사임). 연오주는 휴일 푹 쉬고 있어?

39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19:23:22

갱신이 늦었네요... oO 여리주도 오늘 회사 갔다오셨구나. 전혀 못 쉬었어요. 이제 쉬게요...

40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19:27:17

아주 소름돋게도 오늘 회사를 벗어날 수 없어 ㅋㅋㅋㅋ.... 당직이라 내일 아침에야 퇴근할 수 있거든( ..)

에고 연오주 오늘 힘든 하루 보냈나보네(토닥토닥) 침대에 누워서 푹 쉬라구~!

41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19:57:33

선거날에 당직이라니 그 무슨 악덕...? 그만한 보상은(휴식일 보장이라거나 수당이라거나) 있겠죠...? (파들)
네, 느긋하게 누워서 답레를 쓰게요... 음.. 지금 생각해보면 여리를 보내주는 게 나았으려나.. oO

42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20:05:19

일단.... 내일은 쉬어() 수당도 나오고...? 후후.... 교대 근무란 그런 것이다... 그래도 아침부터 출근한터라 피곤해서 농땡이 중이야~ 태업이다~ 루팡이다~ 아하하....

답레는 늘 말했듯 천천히 줘~ 빨리 줘도 내가 답레를 금방 못줄것같기도하고! 글쎄...? 쫓아와서 자켓을 덮어 쓰고 있는 여리의 귀여운 모습을 보았으니 이득이 아닐까 싶고...?(대체) 어느 쪽이었든 그리 큰 차이는 없지 않았을까 싶어. 아마도?

43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0:14:27

그건 확실히 이득이 맞죠. Uu (끄덕) 느긋하게 쓰고 있어요.
적어도 휴식은 보장해준다니 다행이네요...

44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21:29:37

휴식 보장.... 다행이야 응응. 내일 저녁에는 야구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연오는 스포츠 같은 것 좋아하는지 궁금해졌어. 연오 만능 스포츠맨일 것 같음(끄덕)

45 연오 - 여리 (fIHc7kFPSc)

2022-06-01 (水) 21:47:07

연오는 여리의 요청을 순순히 들어 뒤로 돌아섰다. 공감은 불가능했다- 그는 열세에 몰려본 적은 있을지언정 위압당해본 적은 없고, 스위티였던 적도 없었던, 날 때부터 써커로, 강자로, 갑으로 태어나고 자란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온 가족들 앞에서 너는 이제부터 내 자식이 아니라고 노성일갈하는 아비의 앞에서도 나도 당신 같은 인간을 아비로 둔 것이 인생 최악의 오점이라고 고개를 꼿꼿하게 들었다. 일고여덟 명이 웅성웅성 모여든 조촐한 뮤직 바의 스테이지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나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노라고 기타줄을 내리쳤다. 인생 최악의 시기에서도 지금에서도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속이 얼마나 썩어들어가 있건 그는 드높은 흰 탑 같은 인간이었다. 그래서 바람 따라 움츠러드는 이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렇게 움직이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이해는 가능했다. 이렇게 움직이면 이렇게 반응하는 이도 있고 저렇게 반응하는 이도 있다. 써커를 마주치면, 한번 물어주십사 선망하는 이도 있고 물지 말아달라고 두려움에 떠는 이도 있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대한 반응도 이렇게 반응하고 저렇게 반응하는 이도 있기 마련이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건네어진 여리의 요청에 연우가 반응하는 방식은 그 요청을 따라주는 것이었다. 자신을 따라온 낯선 맹수에게 잠깐만 자신을 외면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짐작 정도는 가능했으니까. 강자와 약자로 사람의 반응을 나누는 것이 같은 인간끼리 먹이사슬 서열을 나누는 것 같아서 연오 본인도 탐탁치 않았고 애초에 그것이 그가 본인이 써커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원래 현실이라는 것이 다 탐탁찮은 일들뿐이지 않은가. 나는 다른 써커들과 다르다, 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도덕적 캐릭터 따위는 초면의 사람에게 한 푼어치도 의미가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았다.

여리가 어느 정도 진정하고 자켓을 돌려줄 때가 되어서야 연오는 여리가 건네는 자켓을 받아들었다. 그 와중에 움찔하고 반응하려는 자신의 코가 혐오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레 그 재킷을 받아안았다.

“별말씀을요.”

뒤따르는 여리의 말에 연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울 재킷에 뜨거운 물이 퍼부어진 거라, 아마 이 재킷은 이미 글러먹지 않았을까. 전문 관리점에 가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리라. 그렇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는다. ‘이거 100% 양모인데 어쩔 거냐고’ 하는 갑질을 협업하는 상대에게 부리는 것은 현명한 행동도 아니고 그의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에 오늘 저녁에는 테일러 샵에 들러야겠다는 정도의 생각만을 하면서, 연오는 아무런 미동도 없는 얼굴로 여리가 건네는 명함을 받아들고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런 이유로 협업 제의를 취소할 생각은 없습니다. 회의에는 일정대로 참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힘없어지는 여리의 목소리에 비해, 전혀 톤에 변화가 없는 일직선이고 간결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괜히 위로하거나 안심시키려고 다정하게 구는 목소리도 아니고, 그게 뭐 이상한 일이냐고 과장되게 반문하는 목소리도 아니고, 아무 이상도 없다는 듯한 평이한 목소리.

46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1:49:48

연오는 생각보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타입이에요. 평소에는 건강 관리 수준의 헬스 PT 정도만 받고, 스포츠는 거래처 상대를 접대할 때 골프나 요트세일링 같은 레저스포츠를 좀 하는 정도. 다만 어디까지나 취미 레벨이지만 권투를 꽤 오래 해오고 있다네요.

47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22:06:32

오 새로운 사실...! 생각보다 스포츠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없는 모양이구나. 운동신경은 좋을 것 같은데 이것도 적폐...? 와... 골프랑 요트... 엄청 럭셔리해...! 소시민 여리 나중에 재벌 체험 할 수 있는 건가~ 권투 오래했구나..! 뭔가 이유가 있었으려나?

48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2:28:21

얘는 시간날 때 밖에서 멋지게 스포츠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약 먹은 베토벤마냥 집에서 머리 쥐어뜯으며 오선지 흩날리는 애라서요... 운동신경은, 네, 그럭저럭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그냥 그렇다고 설정만 해둔 단계지만, 좋은 생각이 나면 뭔가 설정이 붙을지도요 Uu

49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2:34:53

아니 근데... 여리가 너무 쪼그매하고 소중해서...... 다정한 캐릭터 낼걸... (시즌 n회 후회물)
지금은 애가 대리석같지만 이런 연오를 조금만 견뎌주세요 88

50 여리주 (fLWjuoEtg6)

2022-06-01 (水) 22:46:03

앗ㅋㅋㅋㅋㅋㅋ 무슨 스타일인지 알것 같다...! 왠지 개인작업실에 콕 박혀서 안 나올 것 같기도 하구. 집에는 잠만 자러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집에서도 작업을 하는 편이려나~ 아직은 캐릭터들 설정을 붙여가는 단계이니 말이지~ 좋은 생각이 나면 나도 알려줫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오주의 후회물이냐궄ㅋㅋㅋ 나는 이대로도 좋으니까~ 대리석 조각품 같은 연오 소중하다구~~

51 연오주 (fIHc7kFPSc)

2022-06-01 (水) 22:55:16

가족이 연오의 장래희망을 받아주고, 연오와 가족 사이에 균열이 없었다면 권위있는 오케스트라 악단의 지휘자가 되어있는 연오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회사에 작업실이 있는데, 퇴근시간 지났는데 연오가 회사에 남아있으면 인사만 하고 지나가라는 불문율이 있지요... 언젠가 회사로 찾아온 여리랑 눈 마주치면 주름진 미간 펴지는 모먼트도 보고싶고 그러네요. 여리주도 좋은 생각 나시면 나눠주세요!

52 연오주 (c3lYxct9tI)

2022-06-02 (거의 끝나감) 00:04:57

아무래도 저는 곧 자러 가게 될 것 같아요 3.3 혹시나 답레나 무언가를 남기셨는데 제가 반응이 없다면 잠들었다고 생각해주세요..

53 여리주 (l6VUA7Lkb6)

2022-06-02 (거의 끝나감) 07:24:02

오케스트라 악단 지휘자도 너무 멋있었을 것 같아 8ㅁ8 지금의 연오도 너무 멋있지만! 퇴근 시간 때까지 남아 있는 건 아주 작업이 안 풀린다는 느낌이려나? 그런데 여리랑 마주치면 미간 펴진다니 그렇게 되려면 역시 더 친해지고 호감 단계여야 할텐데~ 언제가 될지~~

연오주 잘 잤으려나~? 어제 나도 일하다가 바로 잠들어버렸지 뭐야 ㅋㅋㅋㅋ... 곧 퇴근 시간 얼미 안 남았다....

밖에 쇼킹 테러로 인한 소란은 가라앉았으려나?
.dice 1 2. = 2
1. 조용해짐
2. 아직도 떠들썩함

54 여리 - 연오 (l6VUA7Lkb6)

2022-06-02 (거의 끝나감) 08:12:37

여리는 연오가 뒤로 돌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정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나쁜 써커들도 많지만 착한 써커들도 많을지도 모른다. 물론 여리가 접하는 세상 속이나 뉴스 속에서는 나쁜 써커들, 스위티를 착취하는 써커들의 이야기가 잔뜩이었지만 말이다. 아니면 이미 버디가 있어서 자신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여리 또한 학창시절에 써커를 본 적이 많았고, 그들은 배가고프지 않았음에도 자신을 괴롭히려고 했었지만.... 역시 열명 중에 한 명이라는 써커와 백명 중에 한 명인 스위티는 다른 느낌인 걸까. 특히 스위티는 그 정체를 숨기는 경우가 매우 많으니 살면서 스위티를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긴 했지만...

"그러면 세탁비라거나... 도와주신 보답이라도 하고 싶은데...."

여리는 괜찮다는 그 말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연오를 올려다봤다. 아마 본부장님이면 돈도 많이 벌겠고 비싼 옷도 입고 다닐텐데 자신같은 이에게는 상상도 못할 금액을 제시해서 독박 씌울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커피도 쏟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도와준 보답을 하고 싶었다.

"아, 감사합니다."

여리의 표정이 화악 밝아졌다. 스위티라고 받아주지 않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엔터테이먼트 회사인 데다가 대기업이니 내부에 써커도 많을텐데, 스위티가 들락거리면 회사 내의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싫어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다행이었다. 용기 내서 왔는데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나면 너무 속상했을 것 같았다.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여리는 깍듯하게 인사하고 이제 회사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골목길에서 큰 길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밖은 여전히 시끌시끌했다. 쇼킹 테러로 놀란 사람이 자신 만이 아닌 것 같았고 또 피해자를 찾고 있는 것 같기도 했으며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 여전히 소란스러운 모습이다. 여리는 어쩔 수 없이 빙 둘러서 회사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아슬아슬할지 몰라도 늦지는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일부러 일찍 나온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물론 이런 상황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여리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55 여리주 (l6VUA7Lkb6)

2022-06-02 (거의 끝나감) 08:13:52

흠..... 회사 주변에 있었던 일이라 회사 사람들이 쇼킹 테러에 대해 많이들 알게 되었을까?
.dice 1 2. = 2
1. 에이 몰라몰라
2. 회사 주변에서 쇼킹 테러 있었대(수근수근)

56 여리주 (l6VUA7Lkb6)

2022-06-02 (거의 끝나감) 08:16:30

그 쇼킹 테러를 당한 사람에 대해 소문이 났을까?
.dice 1 2. = 2
1. 그걸 어떻게 알아
2. 회색의 긴 머리를 가진 여자래

57 여리주 (l6VUA7Lkb6)

2022-06-02 (거의 끝나감) 08:17:45

다갓.... 여리한테 왜그래......
그럼 여리가 회사에 갔을 때 다들 여리가 피해자 인걸 알아보게 될까?
.dice 1 2. = 1
1. 에이 그건 에바쎄바
2. 의심스럽게 생각하면서 소문나버림

58 여리주 (l6VUA7Lkb6)

2022-06-02 (거의 끝나감) 08:19:41

다갓 은근 여리한테 가혹한 느낌인데...? 물론 여리는 안들키게 조심하겠지만 회사 내에서도 이런 저런 사유로 놀라는 일 많이 만들어버릴 예정인...(나쁜 오너)

59 여리주 (l6VUA7Lkb6)

2022-06-02 (거의 끝나감) 23:45:52

이제 집에 들어왔다~ 갱신해둘게!

60 연오주 (nNRr8w0iuo)

2022-06-03 (불탄다..!) 14:07:02

자꾸 기절잠하면 안되는데... 3_3 금요일이네요. 갱신해두고 갈게요. 오늘 하루도 잘 보내구 오시기 바라요. 답레는 저녁에 써둘게요..!

61 연오주 (nNRr8w0iuo)

2022-06-03 (불탄다..!) 14:07:31

그보다 이걸 또 다이스를 굴리시다니 여리주 캐릭터에 가차없으신 편이구나... 😨

62 여리주 (Fzw0QeK6Xc)

2022-06-03 (불탄다..!) 14:38:34

일이 너무 고되면 기절잠 할 수밖에 없지~ 에구구 고생했어. 연오주도 오늘 하루 힘내고 답레는 천천히 줘~!
다이스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여리는 왠지 굴릴 때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대체) 원래 고난이 성장을 만드는 법...()

63 여리주 (Fzw0QeK6Xc)

2022-06-03 (불탄다..!) 18:18:53

후... 퇴근했다...! 신남의 갱신...!(춤추기)

64 여리주 (hF6WeVZiIo)

2022-06-04 (파란날) 23:01:11

아고고... 힘들다아... 갱신해 두고 갈게 >.0

65 연오 - 여리 (MCdoLay3hI)

2022-06-05 (내일 월요일) 00:44:54

머피의 법칙 혹은 선택적 기억, 혹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했던가- 몇몇 자기중심적인 써커들의 배려심 결여된 행동으로 인해 써커들에게 씌워진 가해자의 낙인... 그런 말을 운운하기에는 연오는 써커라는 작자들을 너무도 잘 알았다. 소수의 '외향적이며 적극적인' 써커들이 문제라면 그들을 문제아 취급하는 풍조가 형성되었을 것이며, 써커에게 피해를 입은 플레인이나 스위티의 손을 들어주는 이런저런 제도가 신설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써커들은 세상의 주축이라는 자신의 특권을 거리낌없이 남용했고, 타인의 삶을 약탈하고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행위들을 써커의 미덕으로 흠숭하고 있었으며, 법은 그런 풍조를 정당화하고 써커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당장 좀전에 저 대로에서 소란을 피운 머저리도 기껏해봐야 경찰에 연행되어서는 특수처리된 체액을 먹고 있다가 긴급호출을 받고 달려온 버디를 깨물고 나서 적당한 훈방조치를 받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연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회 최고위층에 올라섰거나 그런 부모를 둔 영 앤 리치로 대표되는 젊은 써커들 사이에선 버디로 두고 있는 스위티가 몇인가로 내부적인 서열이 결정되는 풍조가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것은 연오가 스스로가 써커라는 사실을 혐오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어쩌면, 그래, 그는 써커계의 채식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야, 하고 선을 그으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자기위안을 삼는다는 점도 똑같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공공연히 입밖에 내지 않고, 시위를 하거나 다른 써커들을 규탄하지 않고, 조용히 초식동물과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일까. 아아, 그럼에도 품 안에 받아든 옷에서 달콤한 향을 느끼는 이 코는 어찌나 가증스러운지...

그렇다고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욕심낼 생각은 없다. 인간관계라는 건 귀찮기 짝이 없으니까. 그것은 창작과 영감에 방해만 될 뿐이다. 버디를 두었다가 버디가 상상 이상으로 귀찮거나 상성이 맞지 않는 사람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얽혀오거나, 반대로 자신이 필요할 때 오지 않고 이 써커 저 써커를 전전하면서 즐기고 다니거나 하는 일은 사절이다. 자신이 버디를 두게 된다면, 아마도 자신은 버디에게 마치 일정한 궤도로 지구를 공전하는 달과 같은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거리감을 요구할 테고(물론 이것은 연오의 생각이다, 막상 정말로 버디를 두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필요 이상의 피로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누군가와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게 된다면 그에 상응할 책임을 기꺼이 질 생각은 있었으나, 그것을 올바르게 질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은 없었다. 좋은 일은 지금껏 모두 자신을 참 쉽고 예절바르게 외면해가지 않던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래서 도와주신 보답이라고 하고 싶은데- 하는 여리의 말을, 연오는 쉽고 예절바른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여지껏 세상이 자신에게 그러했듯이.

"정말로, 괜찮습니다."

하고는 덧붙인다.

"회의에 참석해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다 여리가 골목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동태를 살피는 것을 보고, 연오는 마찬가지로 골목길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본다. 이제사 겨우 경찰들이 도착해, 헝거 사건을 일으킨 써커로 보이는 사람을 진정시키려고 어떻게든 체액 노즐을 입에 물리려 푸닥거리를 벌이고 있는 게 보였다. 이 대로를 그대로 가로질러 간다는 건 무리고, 역시 회사로 가려면 다른 길로 빙 돌아서 가야 할 성싶다. 연오의 차는 반대쪽 방향에 있는 대로변에 대어져 있었다.

"정 곤란하시면, 회사까지 같이 이동하시죠."

연오는 다시 한 번 조심스레 제안을 건넸다. 써커와 스위티라는 관계는 단순한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뿐만이 아니었다. 한편으로 써커는 다른 써커들의 손에서 플레인 혹은 스위티를 지켜줄 수 있는 입지 또한 갖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써커인 이상 이 제안이 모순이고 위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연오는 말을 꺼냈다.

66 연오주 (MCdoLay3hI)

2022-06-05 (내일 월요일) 00:45:21

염치없이 너무 늦었습니다... 88 답레 올려두겠습니다.

67 여리 - 연오 (cLE0a5Qtw6)

2022-06-05 (내일 월요일) 12:33:06

괜찮다는 상대에게 여러번 권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호의는 호의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했고 여리는 그런 연오의 호의를 기억했다가 언젠가 자신이 무언가를 보답할 수 있을 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마음의 빚을 졌다고 볼 수 있겠다. 원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었으나 이번 프로젝트에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다.

모니터 너머로만 본 적이 있던 백연오도 가까이에서 보니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티비에서 본 뮤지션들에게 가차없는 모습은 본래 방송이라는 것이 그렇듯 과장된 것일지도 모른다. 프라임의 음악을 좋아했고 이후의 OD 엔터의 음악을 좋아하고 있는 여리에게는 연오가 대단해 보였다. 키가 크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멋있고 잘생겼다. 역시 써커들은 다 그런 걸까?

어쨌든 사람들이 몰려있고 경찰들이 와 있는 현재의 상황은 여리에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단순한 쇼킹테러인 줄만 알았는데, 헝거상태의 써커에게 강제로 공격당할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던 모양이었다. 여리는 혹시나 생길 뻔했던 상황을 상상하며 몸을 떨었지만 다행히 자신은 무사했다는 것으로 본인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던 중, 연오가 또다시 제안을 해왔다. 아마 차로 태워다준다는 의미 같았다. 여리는 잠시 고민했다. 빙 둘러 간다고 해도 또 저런 곳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싶고, 피해자를 찾고 있는 경찰관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꼼짝없이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또 연오와 함께 차를 타고 가면 회사 내에서 주목을 받게 될텐데....

"...그럼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여리가 선택한 것은 회사의 소문 보다는 현재의 안위였다. 지금은 귀가 드러난 상태도 아니니 페로몬 때문에 곤란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었으니 말이다.

여리는 연오에게 꾸벅 인사하고 연오를 바라봤을 것이었다. 연오가 차로 안내를 한다면 주변을 살피며 졸레졸레 따라가 그 차의 조수석에 탔을 터였다. 작게 실례하겠습니다, 하는 말을 잇는 것도 잊지 않았다.

68 여리주 (cLE0a5Qtw6)

2022-06-05 (내일 월요일) 12:34:46

아냐...! 답레는 천천히 줘도 정말 괜찮으니까...! 편하게 달라구~ 좀 늦어져도 오케이야! 미안해하면 나도 미안해진다구? 연휴 잘 보내고 있어?

69 연오주 (/0Osy1teo2)

2022-06-05 (내일 월요일) 13:57:14

네, 연휴는 잘 보내고 있네요.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게 날 것 같아요. 여리주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70 여리주 (cLE0a5Qtw6)

2022-06-05 (내일 월요일) 15:14:47

나는 오늘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ㅎ.... 오늘 넉넉하게 연휴 잘 보내고 있다니 다행인걸? 내 몫까지 열심히 쉬어달라구...!

71 여리주 (cOtXaK/P6Q)

2022-06-06 (모두 수고..) 13:23:23

갱신해둘게~ 연오주도 느긋한 연휴 보내~

72 연오 - 여리 (PyZYTIVwj6)

2022-06-07 (FIRE!) 20:51:31

호의라는 말이 연오의 태도에 사용하기 적합한 표현인지는, 연오 본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은혜를 입었다는 말을 연오에게 한다면, 연오는 아마 그저 오늘 자신의 일정이 어그러지는 게 싫었을 뿐이라고 말할 테니까. 완전히 거짓말도 아닌 것이, 연오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본인의 스케줄이 틀어지는 것이었고, 스위티라는 사람들은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과는 상관없이 남들보다 더 큰 돌발변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비단 이런 쇼킹 테러 상황이 아니더라도 써커의 접근 때문에 스위티의 생활이 방해받는 케이스는 아주 다양하고 많았으며, 더군다나 이런 테러 상황은 연오가 꺼려하는 돌발변수의 발생에 가장 가까운 상황이었다. 협업하기로 한 아티스트가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회의를 미루거나 하는 일 자체는 소소했지만, 그는 그런 소소한 일들이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 본인을 덮쳐오는 경험을 꽤 많이 해보았기에 그런 것을 꺼려했다. 한 치 오차 없는 철두철미한 업무 스타일도 그런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그래, 변명거리는 많았다.

여리는 연오와 초면이었고, 그나마도 수뢰인과 의뢰자 관계. 연오에 대해 그렇게 많은 것을 알 수는 없다. 연오가 매체에서 보여준 이런저런 모습들이 연오의 모든 모습은 아닐 테고, 연오가 여리의 아트워크와 포트폴리오로 만나본 모습이 당연히 여리의 모든 모습은 아닐 테니까. 멋있고 키 큰 모습 뒤에 연오가 무엇을 감추어놓고 있을지는 모를 노릇이다. 여리가 부스스한 모습 뒤로 무엇을 갖고 있는지 연오가 모르듯이.

어찌되었건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고, 이 상황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위에서 길게 말했듯, 협업자의 안위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연오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여리가 고민 끝에나마 제안을 수락하자, 연오의 미간이 조금 펴졌다. 오늘 회의를 갖기로 한 인원들을 조금 조정해야겠다고 연오는 생각했다.

"이리로."

여리와 함께 차로 다가간 연오는 리모콘을 눌렀다. 찰칵 하고 작은 소리와 함께 비상등이 한 번 깜빡이며 차 문이 열렸다.

"별말씀을요."

여리가 조수석에 타서 문을 닫는 것을 확인하고 연오는 운전석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못쓰게 된 외투는 뒷좌석에 던져둔 뒤에 말없이 시동을 걸었다. OD 엔터테인먼트 사옥까지 가는 길 동안, 여리가 뭐라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차내에는 침묵이 감돌았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어색한 침묵이라고 정의하겠지만 연오는 이런 침묵을 싫어하지 않았다. 으리으리하면서도 위엄있는 빌딩의 주차장으로 차는 소리없이 굴러들어갔고, 이내 임원진 전용 주차구역에 멈추어설 것이다.

73 연오주 (PyZYTIVwj6)

2022-06-07 (FIRE!) 20:52:24

답레로 갱신합니다... (골골) 연휴 동안 내내 자리에 누워서 꼼짝도 못하고 앓아누워 있다가, 이제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네요... 뭐라 아프다고 말씀이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88

74 여리주 (53ybknFEw2)

2022-06-08 (水) 19:18:15

엣... 연오주 연휴동안 무슨 일이야...! 아고 ;ㅅ; 지금은 좀 괜찮은가 모르겠네 88 아플 땐 정신 없으니까 하루 이틀 자리 비운 것 정도는 괜찮아. 편하게 와줘.
나도 오늘 답레는 어려울 수도 있고 내일 가져올 수도 있고 그렇다...!

75 연오주 (EBdCzhRRwE)

2022-06-08 (水) 21:26:05

뭘 잘못 먹었나 곽란이 와서, 모처럼의 연휴인데 거의 인사불성 상태였네요... 다 낫고 나니 평일이 찾아왔어요. 서럽다... 여리주도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텀 느슨하게 느릿느릿 돌려도 좋으니까요. 여리 귀엽다...

76 여리주 (yAf1W/FAmY)

2022-06-09 (거의 끝나감) 14:29:07

에고고 여름이라 먹을 것 조심해야겠더라고 나도 며칠전에 배가 너무 아파서 죽을 뻔했지 뭐야 ㅋㅋㅋ... 평일 조금만 더 힘내면 또 주말이니까! 서로 힘내자구~ 연오도 너무 멋있구 ;ㅅ; (앓는중)

77 여리 - 연오 (5sa4YZtU.Y)

2022-06-10 (불탄다..!) 14:56:11

연오의 안내를 받아 보게된 차는 정말 고급스러운 느낌의—아주 비싸 보였다— 세단이었다. 편안한 승차감을 줄 것 같은 내부에 여리는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안전벨트를 맨 뒤에 차량 내부를 티나지 않게 구경하는데 연오도 바로 운전석 쪽으로 탑승했다.

운전석에 탑승하는 연오를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같은 시트에 앉는 것인데도 자신은 넉넉한 느낌이었다면 연오는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불편하다기보다는 몸집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 느낌이었다. 서 있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큰 사람이구나 하고 작은 사람의 입장에서 실감하는 느낌일까.

부드럽게 차가 출발하는 동안 여리는 딱히 연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까.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유로 변변찮은 친구 하나 제대로 가지지 못한 채 가족들과만 이야기하며 지낸 것이 긴 탓이었다. 가족 외부인의 사람과 친밀한 대화 같은 것 해본적이 없었고 일을 하기위해 클라이언트들도 메일이나 메신저로 소통을 했었다. 가끔 전화를 한다고 해서 업무적인 것 외에 따로 이야기를 할 일이 없었으니까.

여리는 낯선 짐승의 굴 속에 어쩌다 들어와 있는 소동물처럼 약한 긴장감을 가지고 눈만 데구르르 굴렸다. 그러다 차량이 빌딩의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주차를 할 때 쯤에야 연오에게 말을 걸었다.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제가 방문은 처음이라, 담당자 분이 나와서 안내를 해주신다고 하셨었거든요.”

이제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안내를 받아 올라가겠다, 라는 조심스러운 의미의 말이었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푸르고 작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소심하게 매만지며 이어 이야기를 했다.

“그… 저 스위티라는 건 비밀로 하고 있어서... 담당자 분께는 낯을 많이 가려서 회의나 인원은 최소한으로 해달라고 말씀은 드렸었거든요. 최대한 안 들키게끔 노력할텐데 제가 좀 잘 놀라는 편이라... 폐를 안 끼치게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그 말인 즉슨 매번 학교 생활을 하고 전학을 가고 할 때마다 스위티라는 것을 들켰던 이전 경험들에 의한 선 사과였다. 물론 여리는 늘 스위티라는 것을 들키지 않게 노력하지만 늘 일이라는 것이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번에 오랜만의 외출에서 바로 스위티라는 것을 드러내버린 것처럼.

어쨌든 회의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담당자를 만나서 짧게 미팅도 하고 주의 사항도 듣고 간단한 회의 이후에 계약서를 마저 작성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었기 때문에 일단 담당자를 만나기는 해야 했다. 어쨌든 낯선 환경과 새로운 일 때문에 여리는 여전히 긴장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78 여리주 (5sa4YZtU.Y)

2022-06-10 (불탄다..!) 14:57:21

이상하게.... 주절주절 쓰다보면 글이 이상하게 길어져버려.... ㅋㅋㅋㅋㅋㅋ 왜지....? 연오주는 글길이는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이어줘~ 좋은 금요일 오후야

79 연오주 (rGCcnYtHlc)

2022-06-10 (불탄다..!) 16:11:04

아, 그거 뭔지 알죠... 분량의 저주라고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런데 헛된 문장은 없고 여리가 소중해보일 뿐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Uu 답레는 귀가해서 저녁쯤에 이어드릴게요.

80 여리주 (5sa4YZtU.Y)

2022-06-10 (불탄다..!) 16:30:04

예쁘게 말해줘서 고마워 >< 답레는 천천히 줘~
여리가 연오 차 타는 모습 쓰면서 궁금한 게 생겼는데 연오 차... 나름 생각해보면 검정색 선팅이 진한 외제차 일 것 같고 이런저런 신기한 기능들 잔뜩 들어가있고 오디오 튜닝이 되어있을 것 같은 적폐해석을 해버리고 말았다...

81 연오주 (VLl0eoMGzY)

2022-06-11 (파란날) 01:25:30

연오의 출퇴근+출장용 차량(=현재 일상에서 나온 차량)은 이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차창은 검게 선팅돼있을 테지만 차체는 펄이 좀 섞인 하얀색이나 밝은 회색으로, 확실히 고급이지만 창백한 유령 마차 같은 느낌이겠네요. 벤틀리 번호판은 사회 고위층 써커들을 위한 특전으로 거의 일주일마다 한 번씩 바꾼다고 해요. 의외로 뭔가 신기한 옵션으로 떡칠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네요.
이외에도 현장답사 및 일상생활 때 쓰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성비 좋은 국산 세단 한 대와, 공식석상에 얼굴 비출 때 타는 더 비싼 물건이 있대요.

82 여리주 (XgR/pUUK0s)

2022-06-11 (파란날) 15:58:06

멋있잖아....!!!(감탄) 사진이랑 색깔 묘사를 보니 확실히 어떤 느낌인지 감이 잡힌다~ 고급스럽지만 창백한 유령 마차같은 느낌이라니. 번호판이 일주일마다 바뀐다니 신기하네~! 생각보다 차에 많은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닌 모양이구나...! 역시 연오는 음악에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차 세 대라니 멋있구~~! 역시 성공한 직장인이구나 하는 것이 확 와닿는다. 멋져~

83 연오 - 여리 (hARxhUudO2)

2022-06-12 (내일 월요일) 20:10:31

여리가 받은 느낌이 아주 정확하게도, 연오가 안내해 준 세단의 좌석은 물리적으로는 대단히 편안했다. 자동차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자동차들을 언급할 때 승차감이라는 단어가 이따금 나오는 것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데, 이 차의 조수석에 앉아보면 승차감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언급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편안하고 푹신했다. 옅은 가죽 향기가 났다. 그 외에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마치 새로 뽑은 자동차처럼. 아마 소유주-연오가 관리를 꽤 철저히 하는 모양이었다. 보통 자동차에 타면 들리는 엔진 소리와 달리, 들릴락말락하는 부드럽게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세단은 S시의 도로로 비단을 타고 미끄러지듯 달려나간다.

그러나 물리적 편안함과 심리적 편안함은 별개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연오 때문이다. 그는 여리가 자동차에 잘 탔는지 한번 흘끔 살폈을 뿐, 그 외에는 여리에게 딱히 눈길을 주지 않고 말없이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풀고 액셀러레이터를 밟고는...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운전을 하는 와중에 잠깐 어디로 전화를 걸어서, 몇 마디 지시사항을 내렸을 뿐이다.

"오전의 미스트블룸 앨범 재킷 제작 회의, 다나 말고 희아가 내려오라고 해. 담당자가 누구였지? 박 과장? 그러면 됐어. 회의는 정해둔 시각에 시작할 거니까 준비해 두고."

맹수와 한 우리에 갇힌 것 같다. 흘끔 곁눈질해 보면 여전히 전혀 변함없는 무표정이다. 침묵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불편한 소란보다야 어색한 침묵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소통과 대화에 친화적이지 못한 것은 연오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니, 마찬가지였다. 물론 침묵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거나,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하는 수준까지는 결코 아니었지만, 연오는 말이 길어질수록 오해가 깊어진다는 본인의 철칙에 어디까지나 충실했다. 그가 마음을 터놓은 사람은 모두 그를 떠나갔기 때문이었다. 가족은 애초에 마음을 열지 않았으니 언급할 가치 없고, 한때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한때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이제 이 세상에서 그가 마음을 터주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OD 엔터테인먼트 사내에서도 연오는 별종으로 유명했다. 절대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사적인 접근도 냉정하게 쳐낸다. 그 흔한 버디- 어지간한 써커라면 두 명 이상을 들이는 일도 허다한 버디 하나 두지 않는다. 심리 상담 정도는 받아주지만, 사적으로 친근해지고자 이야기를 꺼내면 형식적인 답변을 하고 더 이상 화제를 이어가지 않는 것으로 벽을 친다. 꿈을 공유하는 동료. 사업 파트너.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감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한 사나이. 그의 마지막 소원은 잘 이루어졌고, 그는 이제 가뿐한 마음으로 마음껏 외로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가 말 한 마디 거는 것마저 질색하고 거부하는 수준은 아니다. 시동을 끄던 연오는, 여리가 조심스럽게 꺼내는 말에 여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없다. 억양에는 고저차가 없다.

"이해합니다. 회의 인원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그리고 연오는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여리가 따라 내리자, 그는 주차장 한켠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는 다시 여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뭐라고 입을 떼려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여리를 보고 입을 다물고는 잠깐 생각하다 하려던 말을 바꿨다.

"로비까지 같이 가 드리겠습니다. 로비에서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하시죠."

가자는 듯이, 그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눈짓을 던졌다.

84 연오주 (hARxhUudO2)

2022-06-12 (내일 월요일) 20:14:10

좋은 주말 저녁 보내고 계신가요? 네, 아무래도 써커라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그런 느낌인 것 같기에... 이런 리치 캐릭터를 굴리는 게 익숙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보려구요.

다나 대신 희아가 왔니?
.dice 1 2. = 2
1= 아니
2= 응

85 여리주 (a5NDTaKQqc)

2022-06-13 (모두 수고..) 22:57:56

주말에는 푹 쉬었는데 오늘은 일하느라 바쁘다 ;ㅅ; 답레는 내일 이어올게~!
나도 귀엽고 수줍은 스위티 캐릭터를 최선을 다해서 굴려볼게~ 의도치않게 오피스물이 되어가는데 너무 두근두근한걸? >< 일하는 중이라는게 한이다 큽.... ;ㅅ; 연오주 월요일 잘 보냈으려나 모르겠네~ 한주도 힘내자~!

86 여리 - 연오 (WRBzA.23h.)

2022-06-14 (FIRE!) 16:25:30

여리는 연오가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음, 엿들었다기보다는 소음이 거의 없어 조용한 차량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알아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외에는 아무런 이야기없이 정적이 흐르다 사내 임원주차장에 들어서야 말의 물꼬가 트인 것은—그것도 업무적인 이야기였으나— 어찌보면 두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몰랐다. 여리와 연오는 매우 다른 사람이었고 다른 세계에 있었으니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두 사람이 실은 매우 닮았다는 것을 두 사람은 아마 한동안은 계속 모를 것이었다. 그건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외로움일 터였다.

“…네, 감사합니다.”

여리는 연오의 이해한다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으나, 정말로 연오가 그 말을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안심하라는 말도 여리에게 피상적으로 와 닿을 뿐이었다. 뭐, 일단 연오의 인상이나 표정, 억양 등에도 그런 낌새가 거의 없어 보였으니 의례적으로 하는 말처럼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의례적인 말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여리의 생각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자신이 정말 이 회사에 오게 되었구나 하는 것이 확 느껴졌다. 주차장일 뿐이지만 회사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조차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맞는 사회 생활의 시작이었다. 긴장이 안 될 수가 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연오의 제안에 여리는 눈을 깜빡이며 연오를 올려다보다 이내 다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친절한 걸까? 조금 아리쏭해 지는 느낌이기는 했다. 본부장님이 같이 가자는데 거절할 수 있는 직원은 없지 않을까. 여리도 그정도의 사회생활은 눈치껏 할 줄 알았다. 생각보다 백연오라는 남자는 꽤나 친절한 사람일지도 모른다—착각이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두 사람이 타도 널찍한 공간에서 잠시 기다리면 머지않아 확 트인 로비가 나올 것이었다. 밝고 깨끗한 느낌의 로비는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니만큼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리저리 바쁜 사원들이 왔다갔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간에서 여리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연오 덕분에 약속 시간에 늦는 일은 없었다.

87 연오주 (ZHOkMKbEBs)

2022-06-14 (FIRE!) 21:08:48

아무래도 배경이 회사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 여리주도 한 주 시작 잘 보내셨나요? 여리주도 이번 한 주 힘내기로 해요.

88 여리주 (N1EEZWLoa2)

2022-06-15 (水) 22:22:42

회사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 연오주도 이번주 무리하지 말고 힘내기야~!

89 연오 - 여리 (nFbQIYMDAI)

2022-06-16 (거의 끝나감) 23:14:43

이해합니다, 하는 그 말이 그렇게나 무기질적으로 무뚝뚝하게 들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것은 감정적인 공감을 동반하는 관념적이고 깊이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러니까 이런 점이 곤란하겠다- 하는, 1+1은 2라는 것만큼이나 명료하면서도 얕은 지식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1 더하기 1은 2다. 사람이 많은 자리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회의에 쓸데없이 사람이 많은 게 꺼려진다. (비록 여리에게는 본인이 스위티라는 사실을 들킬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연오 역시도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사람을 최대한 덜 만나고 싶다는 것도 이해된다, 더군다나 여리에게는 앞서 말을 꺼냈던 이유 또한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것은 공감이나 동질감 같은 고급스러운 표현보다는, 이해라는 단순명료한 표현이 그나마 어울린다. 협업 아티스트의 신상에 불리한 일이 생기면 곤란하다, 같은 얇은 핑계나 대고 있으니 이해라는 표현도 어폐가 있겠다만.

애초에,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의 상냥함이나 친절함 따위는 다 그 따위로 얇을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부딪혀봤자 그만큼 더 큰 상처만 입을 뿐이라는 것을 연오는 꽤 일찍 배웠다. 그러니 이제 현실로 돌아가자. 어쨌건 현재의 연오가 바라는 것은 그저 여리가 참석하는 앨범아트 디렉팅 회의가 별탈없이 잘 마무리되는 것뿐이다. 앞서 말했듯 그는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지는 것을 상당히 싫어했다. 얼마나 철저히 대비했건, 얼마나 어그러질 가능성이 낮건 간에 상관없이.

거대한 홀로 이루어진 로비는 군데군데 고전적 포인트를 준 모던한 양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들이 타고 1층으로 올라온 엘리베이터 위에는 OD 엔터테인먼트의 로고가 대문짝만한 부조로 새겨져 있었다. 밝고 깨끗했으며, 활기찬 조명과 아낌없이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 덕에 회사의 로비는 한 점 그늘지거나 음침한 구석 없이 환했다. 로비 한켠에는 제법 커다란 카페까지 하나 들어서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단호한 무표정도 햇살 속에서는 환해 보였다. 얼마 안 가서 수더분한 인상의, 어쩌면 여리와 나잇대가 비슷해 보이는 여자가, 아무리 봐도 써커는 아닐 법한 사람이 얼굴에 영업용 미소를 걸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저 사람이 박 과장일까. "안녕하세요, 부장님." 그는 연오에게 꾸벅 목례를 해보인 뒤에 여리에게 "아, 작가님. 오셨네요." 하고 붙임성있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웬일로 본부장님이랑 같이?"
"우연히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연오는 무덤덤하게, 여리와의 연결고리를 딱 잘라냈다. 그리고 여리를 보며,

"상세사항은 박 과장에게 전달받으세요. 박 과장, 작가님께 전달사항 전해드리세요. 먼저 올라가 있을 테니까."

하는 말만을 남기곤 총총히 멀어져가는 것이다.

"우선 잠깐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하실까요? 뭔가 드실래요?"

명함과 함께(그리고 여리가 요청했다면, 마실 것 한 잔까지) 건네어진 전달 사항은 별 것 없었다. 여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받는 것에 불과했다. 미스트블룸이라는 걸그룹의 앨범 아트를 담당하게 되었으며, 규격은 어떻고, 원하는 아트 스타일은 이런 것이고... (피터 래빗을 위시한 동화풍, 파스텔톤, 핸드드로잉 느낌의 그런 것들) 본 회의에서 미스트블룸의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신곡을 청취하게 되므로, 비밀 엄수 서약서에 서명해야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비밀 엄수 서약서라 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은행 서류와 마찬가지로 빈 공간에 여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A4지 한 장에 불과했다. 서약 조항들도 은행 약관과 다를 게 없는, 다시 말해 어떤 방식으로든 오늘 회의에서 듣게 될 신곡을 유출하지만 않는다면 별로 신경쓸 필요없는 그런 조항들이었다.

여리가 일찍 온 덕에 그러고도 시간이 조금 남았다. 설명이 다 끝나고 침묵이 내려앉으려 하자, 박 과장은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이 근처에서 쇼킹 테러가 있었는데, 작가님은 오는 길 별탈 없으셨어요?"

90 연오주 (nFbQIYMDAI)

2022-06-16 (거의 끝나감) 23:16:57

무리하지 않고 싶은데 그렇게 되질 않네요 。・゚゚*(y.y)*゚゚・。 여리주도 이번 한 주 무난히 보내고 계시면 좋을 텐데요.

91 여리 - 연오 (IBCoKDzLWc)

2022-06-19 (내일 월요일) 20:42:58

모던 양식의 깔끔한 로비에서 여리의 모습은 막 상경한 시골 소녀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담당자는 수더분한 인상이 인상적인 여자였다. 영업용 미소와 붙임성 있는 목소리는 잘 어울렸고, 전화로 몇 번 이야기했던 바로 그 목소리였기에 여리는 다행스럽게도 조금 긴장이 풀렸다.

게다가 박과장이 연오에게 인사를 하고 같이 있게 된 연유를 묻는 물음에도 연오가 아무런 표정의 흔들림 없이 하얀 거짓말을 해주는 것을 보고 여리는 속으로 안도를 했다. 상세한 말은 담당자에게 들으라는 연오의 말에 여리는 “네, 감사합니다.”하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멀어져가는 연오의 커다란 뒷모습을 쳐다봤다가 여리는 박과장의 말에 조금 뒤늦게 대답했다.

“아, 네. 마실 거는…. 실례가 안 된다면 캐모마일 티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박과장에게 명함을 받고 따뜻한 캐모마일 티를 한 잔 마시면서 들은 이야기는 여러 내용을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이미 메일로 다 안내를 받아 숙지하고 있는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는 비밀 엄수 서약서에도 망설이지 않고 슥슥 서명을 했다. 사실 여리의 주변에는 음악과는 다들 관계없는 인생을 살고 있고 여리 또한 취미적인 영역 외의 음악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그러던 중 쇼킹 테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박과장의 말에 여리는 깜짝 놀랄 뻔 했다. 여리에게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깜짝 놀라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박과장이 이전에도 그래도 몇 번은 목소리를 들은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점과 방금까지 대화를 하면서 어느정도 친숙함을 느끼고 있었던 점—거기에 박과장의 영업 능력 또한 한 몫을 했다—, 따뜻한 캐모마일 티를 마시면서 몸이 릴렉스 된 상태였다는 점 덕분이었다. 만약 이 삼박자가 맞지 않았다면 꽤나 놀랐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여리는 그 말에 자연스럽게 넘어가고자 자그마하게 대답했다.

“네에…. 오는 길에 조금 어수선하기는 하더라고요. 저는 별 일 없었어요.”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다. 쇼킹 테러를 당한 당사자이긴 했으나 다행히 회사에 지각한다거나 경찰에 연루된다거나 뭐 여러 사정에 휘말리지는 않았으니 별 일 없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

이어지는 별 다른 질문이 없다면 이번에는 여리가 박과장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을 것이었다.

“으음… 혹시 회의에 들어갈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던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던가 그런 게 있을까요? 제가 의뢰만 받아봤지 실제 회의에 참석한 적은 처음이라서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상상하니 다시금 조금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92 여리주 (IBCoKDzLWc)

2022-06-19 (내일 월요일) 20:43:58

일하는게 왜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라 ㅋㅋㅋ큐ㅠㅠㅠㅠ..... 연오주도 한 주 고생했고 또 내일부터 월요일 시작이네 후후.... 서로 힘내자구~~!!!!

93 여리주 (N9KnppxN.s)

2022-06-22 (水) 19:32:50

스레 갱신해 둘게~! 무더운 여름 더위 조심하기야!

94 연오주 (AO9lSsBtiw)

2022-06-23 (거의 끝나감) 23:59:29

여리주도 여름 날씨 습하고 무더운데 비맞으시는 일 없이 지내고 계시길 바라요. 으윽, 혐생...... 갱신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95 연오 - 여리 (AO9lSsBtiw)

2022-06-23 (거의 끝나감) 23:59:42

"오, 있나 물어볼게요..."

하고 멀어진 박 과장은 잠시 뒤 자신이 마실 커피와 캐모마일 티를 들고 돌아왔다. 여리 몫의 캐모마일 찻잔이 얹힌 티 코스터의 모퉁이에는 여리의 것임직한 각설탕이 한 봉 올려져 있었다. 덕분에 회의에 앞서 듣는 사전 설명이 조금 더 둥그스름한 것이 되었다. 비밀 엄수 서약이라는 것도 호칭만 삼엄한 것일 뿐이고, 그것을 위반할 이유도 생각도 없는 여리에게는 그저 도롯가에 세워져 있는 교통 표지판이나 마찬가지 일상적인 물건이었다. 잘 생각해보면 이 OD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은 늑대 소굴이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캐모마일 티와 상투적인 내용을 짚어주는 사전설명, 그리고 로비와 카페에 비쳐드는 따스한 햇살들은 그 사실마저도 잠시 옅어지게 했다.

박 과장이 아까 OD 엔터 내에서도 오전의 화제거리가 되었던 쇼킹 테러를 언급한 것이 여리에게는 새로운 경종을 울려주는 일이었을 것이나, 다행히도 상황이 맞아 아무 변도 당하지 않고 그 상황을 무사히 빠져나왔으니 그 경종도 그렇게 크게 울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새삼 주변을 돌아보면 여기가 OD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는 점 정도일까.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면 음악을 취미 정도로만 알고 있는 여리라 해도, K국 국민이면 모를 리가 없는 셀럽이나,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곁눈으로 본 뉴스나 기사 따위에서 보았던 사람이 최소한 두엇은 있을 것이다. 열 명 중에 한 명 정도인 늑대가 여기서는 다섯 명 중에 한 명 꼴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도. 다행히 그들 중에 여리에게 주의를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아아, 사고랑은 별 연관 없으셨나 보구나... 다행이네요."

박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연오가 여리와 같이 회사에 왔다는 사실을 감춘 것을 그렇구나 하고 곧이들은 것은 상급자의 발언이니 그렇다 할 수 있지만, 여리가 둘러대는 말도 자기 디테일을 덧붙여 납득하는 것을 보니 귀가 얇은 편인 모양. 그만큼, 대하기에는 편한 사람이다.

"본부장님이 참석하신 회의는 오히려 일반적인 회의보다 편하게 참석하셔도 돼요. 회의에 참석한 인원들의 발언이 제약되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이시라. 오히려 회의에 참석해서 말이 너무 없으면 지명해서 의견을 물어보실 정도니까요."

아, 어쩌면 이건 조금 여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다.

"음, 슬슬 시간이 다가오네요. 지금 올라가서 준비하면 될 것 같은데... 혹시 지금까지 미스트블룸의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없으시면 가는 동안 한 곡 들려드릴게요. 오늘 회의에 사용할 신곡이 아니라 예전에 발매된 노래긴 한데."

96 여리주 (FRalBRNccQ)

2022-06-25 (파란날) 08:52:52

갱신할게! 연오주도 비 맞을 일 없이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구~
요즘 현생이 혐생이라 답레는 좀 더 늦어질 것 같은데 흑흑 ;ㅅ;
나도 갱신이 늦어져서 미안해애 ㅋㅋ큐ㅠㅠㅠ

97 연오주 (hpYMXt.fX6)

2022-06-25 (파란날) 13:49:37

본격적인 여름 앞두고 한창 바쁠 시기죠.. 현생 무사히 넘기시길 빌어요. 갱신이 늦어지는 점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깊이 공감하기에 미안해하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88 연오와 여리의 이야기에 갖고 있는 기대에 비해 시간을 잘 내어드리지 못해서, 송구한 마음에 진단이라도 조금 가져왔어요.

백연오 TMI 주세요! 우리 백연오...
무서운 이야기는 잘 듣나요?
잘 듣는다고 해야 할까요, 무서워하는 기색도 없고 무서운 이야기도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하기에 그 철저한 미의식이 발동해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품평을 하는 일도 없잖아 있네요.
책은 좋아하나요?
싫어하지는 않지만, 깊이있는 취미로도 두지 않는 편입니다. 작곡을 위해서 자료나 참고로 혹은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책이든 무섭게 탐독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책 그 자체를 좋아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만들 재료를 광적으로 채집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좋아하는 꽃은 있나요?
원예에는 취미가 없어서, 꽃의 종류도 잘 모르는 데다가 잘라서 꺾어온 것이라면(예컨대 꽃다발) 쉬이 시들어버리니 그렇게 좋아하지 않죠. 그러니 어떤 꽃을 딱 집어서 나는 이 꽃을 좋아한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꽃이 없습니다. 물론 그 말은 연오에게 새로이 좋아할 수 있을 만한 꽃을 마음에 담게 해 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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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오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_얜_이런_점_때문에_언젠가_사단날_상
아, 사단... 언젠가 난다기보단 실시간으로 나고 있는 중이죠. 자타공인 잘난 사람이기에 한껏 드높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독불장군처럼 살아가게 만드는 독불장군 같은 자존심과, 그에 반해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볼 때는 남의 체액을 빨아먹고 연명해가는(자기 표현에 따르자면 '벌레같은') 인생이라던가 인간관계에서 반복되어 온 실패의 기억이라던가 바닥까지 박살난 자존감이 빚어내는 모순된 간극이 연오의 속에서부터 거대한 균열을 만들고 있어요. 실패의 기억에서 비롯된 인간혐오는 양념.
누군가가 그걸 치료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거에요. 꺼림칙해서 문제지.
자캐의_수영실력
일단 물에 빠졌을 때 스스로 몸 가누고 수면에 부상해서 적당히 헤엄쳐나올 정도는 됩니다. 수상 레저를 취미로 두다 보니 수영 교습도 어느 정도 받았다네요.
자캐들의_운전_매너
당연히, 교통법규나 운전매너 같은 것은 아주 철저히 준수하는 편입니다. 본인의 자의식이라거나 자존감과는 별개로, 타인에게 이유없이 민폐를 끼치는 것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고자 하는 연오의 자기애의 마지막 조각에 어긋나는 행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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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여리주 (JKZaz6Cqiw)

2022-06-29 (水) 15:54:06

연오 진단 너무 잘 봤어 ;ㅁ; 연오는 역시 음악에 몰두해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구나~ 뭐든 음악의 소재로 만들어버릴 것 같아 ㅋㅋㅋ 실시간으로 사단이 나고 있다니~ 아직까지는 잘 느껴지진 않지만 말이야.
연오는 수영을 할 줄 아는 편이구나. 여리는 물에서 뜨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물에 빠지면 그대로 꼬르륵 해버리고 말거야 ㅋㅋ큐ㅠㅠ 연오 운전 매너있는 편 너무 멋있다~

흑흑 얼른 답레와 함께 돌아와야하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네 88 아마 답레는 오늘 내일로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 기다리게 해서 면목이 없네 잉잉

99 여리 - 연오 (/tsv9Z.0/U)

2022-06-30 (거의 끝나감) 00:20:31

여리는 박과장이 제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가는 것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놀라지 않아 정체를 들키는 일은 없었으나 살짝 몸에 긴장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그것이야 주변만 둘러보아디 써커들로 추정듸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인터넷 기사를 즐겨보는 ㅡ그것도 써커와 스위티에 대한 기사들을 주로 보는ㅡ 사람인지라 유명인들 중에 써커는 꽤나 꿰고 있는 여리로서 써커로 보이는 이들이 눈에 드믄드믄 걸리자 조금 걱정이 더 심화되기 시작되었다.

'여기서 들키기라도 하면 페로몬 때문에 뼈도 못추리는 것 아닐까...'

어쨌든 위기를 넘긴 여리는 박과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많이 안 하면 발언을 시킨다고 하니 여리는 적절한 타이밍에 꼭 발언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갑자기 지목당해서 놀라는 것보다는 그 전에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었다.

"아, 미스터블룸 노래는 다 들어봤어요. 원래 OD 엔터 노래들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번에 맡게 된 일도 있으니 여기 오기 전에 수록곡들도 다 들어봤었거든요."

여리가 부끄럽다는 듯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리고 마지막 앨범의 수록곡 중에 한 곡ㅡ따뜻한 느낌의 팬들에게 헌정하는 노래, 대중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팬들은 좋아하는 노래ㅡ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100 연오주 (BEXUtbp0o6)

2022-06-30 (거의 끝나감) 14:55:26

잘 느껴지지 않을 만도 한 것이 여리주께서 베르테르형 캐릭터를 좋아하실지 아닐지 몰라서, 돌리면서 표현의 농담을 조절하고 있는 단계라 그렇게 느끼실지도 몰라요.
꽃 관련 주제에서 꽃다발을 언급한 것은 연오가 꽃다발을 받아볼 기회가 많았었기에 그렇게 쓴 것이기도 해요. 연오의 경험에서 생긴 성향이죠. 지금까지 선물받은 꽃다발들 중에는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네요.
기간은 상관없어요. 애초에 천천히 돌리기로 합의했고... 제가 텀을 두고 뭐라 할 처지가 아닌데다가 😭 여리주께서 이렇게 찾아와주시는 것만도 기쁘니까요. 연오 측의 답레는 오늘내일 중으로 쓸게요.

101 여리주 (zz4g6.cgks)

2022-07-01 (불탄다..!) 00:04:56

베르테르형 캐릭터...! 개인적인 취향으로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해~ 일단 이런 느낌의 캐릭터는 단체스레보다 일대일에서 더 깊게 느낄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 아직 첫 일상이니 서로 탐색하는 느낌이 없지않다고 생각해~ 혹시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꼭 이야기해줘~

역시 인기인이라 꽃다발을 받을 일이 많았겠구나! 나아아아중에 언젠가 여리가 연오에게 꽃다발을 줄 일이 있으려나~ 그 꽃다발이 연오의 마음에 들 수 있을 것인가..!(두둥) 여리는 아무래도 꽃다발을 받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만약 언젠가 받을 일이 생긴다면 엄청 놀라고 뭉클하고 그런 느낌이라 귀가 퐁 생길지도 모르겠네

나도 연오주가 스레에 찾아와줘서 기쁜걸? 답레는 천천히 느긋하게 줘도 오케이야~! 오늘은 별일 없었는지 모르겠네~ 장마라 그런가 엄청 습해. 물속을 걷는 기분이야 후으

102 여리주 (xdz5pvY.Oc)

2022-07-04 (모두 수고..) 06:28:17

한여리 TMI 주세요! 우리 한여리...
목소리 톤이 높나요 낮나요?
>> 여리 목소리 톤은 엄청 높지도 않고 엄청 낮지도 않고 평균적인 여성 목소리에서 살짝 높은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절대 용납 못하는 것이 있나요?
>> 으음.... 절대 용납 못하는 거라.... 절대, 라고 붙일 만한 것은 아직 없을지도? 인간의 행동들은 다 어느정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용납 못한다 정도는 아닐 것 같고...?

날씨에 따라 기분이 변하나요?
>> 그렇게 날씨를 타는 편은 아닌 것 같아. 보통 집에 있는 일이 많아서 그렇게 엄청난 날씨 변화를 맞이하고 그런 것도 없는 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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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리의 오늘 풀 해시는
상태가_안_좋을_때_자캐는
>> 자는 편이려나. 몸을 옹송그리고 이불 푹 쓰고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 자는 편이야. 소동물 같은 기믹이려나~

자캐가_꿈꾸는_미래
>> 아직은 미래를 꿈꾼다기에는 어려울 것 같지. 아무래도 지금도 매번 고난에 현재를 살아가는 것도 막막하고 힘들다는 느낌이려나.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면 어떤 미래를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어~

자캐는_공포영화를_잘본다or못본다
>>ㅋㅋㅋㅋㅋㅋ 여리는 못보는 편. 공포영화 같은 거나 이것저것 겁이 많은 편이라서. 분명 귀랑 꼬리 다 내놓고 페로몬 폴폴 뿌리면서 보지않을까 싶고. 그래서 아마 찾아보지는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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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여리주 (kU5kd8z9Ks)

2022-07-08 (불탄다..!) 11:26:07

갱신해둘게 ><

104 연오 - 여리 (giYw3v6xGg)

2022-07-10 (내일 월요일) 00:36:08

그래서 '지금 올라가서 준비해두자'는 박 과장의 제안은 여리에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오가는 사람이 적은 사무실이면 사람 눈에 덜 띌 걱정을 해도 될 테고, 여기보다는 써커가 적을 테니까. 이 로비는 고개를 들어 슥 둘러보기만 해도 써커로 보이는 사람이 못해도 여섯-일곱씩은 눈에 띄었다.

"아, 그러시구나!"

박 과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말수 많고 말솜씨 좋은 사람한테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화제를 던졌을 때 나오는 당연한 반응으로, 이후 박 과장은 저번 앨범에서 어떤 곡이 가장 좋았냐느니, 여리가 언급한 곡을 두고 찐팬들만의 작은 원픽이라며 극성을 부린다던가, 그것 말고도 나는 몇 집의 어떤 곡이 좋았는데 여리 씨는 어땠느냐 등등 평범한 팬끼리의 회화가 마구 쏟아졌다. 그래도 덕분에, 반쯤 빈 컵을 들고 ("아, 그거 부실에 올라가서 탕비실 트레이에 올려두면 직원이 수거하러 오니까 걱정 마세요.")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길에 다른 주변 환경에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에만 집중한 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안개꽃 다발에서 착안하여 이름을 지은 미스트블룸은 18세에서부터 26세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걸그룹으로, 동화적인 컨셉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타이틀곡은 명랑하고 청량한 것이었지만, 앨범 수록곡들에는 잔잔한 힐링곡의 비중이 더 높았다. 여리 역시도 알고 있겠지만, 여리를 아티스트로 기용하기로 한 것도 아마 그런 그룹의 색채와 여리의 아트스타일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이리라.

엘리베이터가 4층에 멈추는 건 금방이었다. 디자인제작부입니다, 하는 안내음성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하얀 복도가 보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예술디자인과 1실이었고, 그 뒤로 2실과 3실에, 그 뒤로 마케팅디자인과 몇 실, 영상미디어제작과 몇 실, 의상제작과 몇 실 등의 현판이 붙어있었다. 박 과장은 자연스럽게 예술디자인과 1실의 문을 열고는 여리에게 손짓했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밖의 하얗게 정돈된 복도와는 정반대로 디자인 사무실과 화방을 반쯤 뒤섞어놓은 듯한 혼란한 공간이 나왔다. 시안들이 어지럽게 나붙여져 있는 벽들과 반쯤 칠해지다 만 캔버스, 화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작업대, 각자의 책상 혹은 작업대에서 자신의 작업물을 붙잡고 고심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몇 명인가 들어앉아 있었다. 화구 냄새와 잉크 냄새가 희미하게 감도는 그 곳은 왜인지 꽤 친숙한 분위기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입구에는 트레이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 이런저런 찻잔이며 커피잔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실래요? 자료만 좀 챙겨갖고 나올게요. 아니면 조금 둘러보셔도 좋아요. 너무 큰 소리는 내지 마시구요."

박 과장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105 연오주 (giYw3v6xGg)

2022-07-10 (내일 월요일) 00:36:40

답레 텀이 이게 맞나.. 일단 답레가 합의한 것치고도 이상할 정도로 늦어져서 사죄 말씀 먼저 드립니다... ;-;

106 여리 - 연오 (QQwv2982Vs)

2022-07-11 (모두 수고..) 13:12:35

여리가 보기에 박과장은 꽤나 친근한 인상을 주어서 맘이 놓였다. 게다가 이런저런 말수가 많은 편이라 여리에게는 더더욱 편하고 좋은 상대였다. 여리는 최선을 다해서 박과장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대답을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여리 또한 미스터블룸의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박과장의 대화가 어렵지 않았다. 집 밖을 나와서 다른 누군가와 이런 소소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한 게 얼마만인지 못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박과장은 모르겠지만 여리는 이런 박과장에게 내적친밀감을 잔뜩 쌓아가고 있었다.

그 덕에 낯선 4층에 발을 내미는 것도 나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긴장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익숙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낯선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박과장에 자신보고 기다리라는 말에 여리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조금 철렁하기도 했다.

이내 박과장이 사라지고 여리는 입구 구석에서 통행에 방해되지 않을 곳에 멀뚱멀뚱 서서 그 안을 눈으로만 구경했다.

디지털 작업대들도 여럿 있었지만 캔버스와 화구들이 늘어져 있는 공간은 여리에게는 친숙한 냄새로 다가왔다. 자신도 소소하게나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곤 했으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제 작은 방에는 공간상의 한계로 들일 수 없는 커다란 캔버스들이나 엄청난 양의 물감들이라던가 작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라거나.

물론 저것들은 개인 작업물이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여리는 이러한 물감 등에 대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시킨다고 해서 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대학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이렇게 디지털 예술가로서만 사라가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일단 자신은 재택근무를 할 것이고 이런 저런 미팅이 있을 때만 회사에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와 있는 아티스트들을 보니 그건 제 착각이고 자신도 이곳으로 출근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107 여리주 (QQwv2982Vs)

2022-07-11 (모두 수고..) 13:13:21

괜찮아~ 현생 살다보면 늦어질 수도 있고 글이 잘 안 써질 수도 있고 그런 것이니까!

108 여리주 (8cMrPDBawk)

2022-07-15 (불탄다..!) 18:03:08

갱신 ><

109 여리주 (DbFkCDtO8I)

2022-07-24 (내일 월요일) 10:54:42

갱신해둘게~

110 여리주 (xVuzqN9YvI)

2022-08-12 (불탄다..!) 18:51:08

한달 동안 기다렸는데 오지 않는 걸 보니 연오주 현생이 많이 바쁜가 보다 ;ㅅ; 더이상 기다리지 않을게. 지금까지 고마웠고 앞으로 모든 일 잘 풀리길 바랄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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