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25074> [HL/현대/연애/1:1/스위티버스] Rough composition #1 :: 110

◆JtmLZx5CgU

2022-05-29 17:59:34 - 2022-08-12 18:51:08

0 ◆JtmLZx5CgU (vnesbNFmUs)

2022-05-29 (내일 월요일) 17:59:34

예술가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핵심적이다.
그것은 식욕일 수는 있어도 탐욕은 아니다.

─로런스 칼카그노

* Sweetyverse 세계관에 기반한 1:1 스레입니다. 참조링크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521066

104 연오 - 여리 (giYw3v6xGg)

2022-07-10 (내일 월요일) 00:36:08

그래서 '지금 올라가서 준비해두자'는 박 과장의 제안은 여리에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오가는 사람이 적은 사무실이면 사람 눈에 덜 띌 걱정을 해도 될 테고, 여기보다는 써커가 적을 테니까. 이 로비는 고개를 들어 슥 둘러보기만 해도 써커로 보이는 사람이 못해도 여섯-일곱씩은 눈에 띄었다.

"아, 그러시구나!"

박 과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말수 많고 말솜씨 좋은 사람한테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화제를 던졌을 때 나오는 당연한 반응으로, 이후 박 과장은 저번 앨범에서 어떤 곡이 가장 좋았냐느니, 여리가 언급한 곡을 두고 찐팬들만의 작은 원픽이라며 극성을 부린다던가, 그것 말고도 나는 몇 집의 어떤 곡이 좋았는데 여리 씨는 어땠느냐 등등 평범한 팬끼리의 회화가 마구 쏟아졌다. 그래도 덕분에, 반쯤 빈 컵을 들고 ("아, 그거 부실에 올라가서 탕비실 트레이에 올려두면 직원이 수거하러 오니까 걱정 마세요.")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길에 다른 주변 환경에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에만 집중한 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안개꽃 다발에서 착안하여 이름을 지은 미스트블룸은 18세에서부터 26세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걸그룹으로, 동화적인 컨셉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타이틀곡은 명랑하고 청량한 것이었지만, 앨범 수록곡들에는 잔잔한 힐링곡의 비중이 더 높았다. 여리 역시도 알고 있겠지만, 여리를 아티스트로 기용하기로 한 것도 아마 그런 그룹의 색채와 여리의 아트스타일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이리라.

엘리베이터가 4층에 멈추는 건 금방이었다. 디자인제작부입니다, 하는 안내음성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하얀 복도가 보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예술디자인과 1실이었고, 그 뒤로 2실과 3실에, 그 뒤로 마케팅디자인과 몇 실, 영상미디어제작과 몇 실, 의상제작과 몇 실 등의 현판이 붙어있었다. 박 과장은 자연스럽게 예술디자인과 1실의 문을 열고는 여리에게 손짓했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밖의 하얗게 정돈된 복도와는 정반대로 디자인 사무실과 화방을 반쯤 뒤섞어놓은 듯한 혼란한 공간이 나왔다. 시안들이 어지럽게 나붙여져 있는 벽들과 반쯤 칠해지다 만 캔버스, 화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작업대, 각자의 책상 혹은 작업대에서 자신의 작업물을 붙잡고 고심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몇 명인가 들어앉아 있었다. 화구 냄새와 잉크 냄새가 희미하게 감도는 그 곳은 왜인지 꽤 친숙한 분위기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입구에는 트레이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 이런저런 찻잔이며 커피잔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실래요? 자료만 좀 챙겨갖고 나올게요. 아니면 조금 둘러보셔도 좋아요. 너무 큰 소리는 내지 마시구요."

박 과장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105 연오주 (giYw3v6xGg)

2022-07-10 (내일 월요일) 00:36:40

답레 텀이 이게 맞나.. 일단 답레가 합의한 것치고도 이상할 정도로 늦어져서 사죄 말씀 먼저 드립니다... ;-;

106 여리 - 연오 (QQwv2982Vs)

2022-07-11 (모두 수고..) 13:12:35

여리가 보기에 박과장은 꽤나 친근한 인상을 주어서 맘이 놓였다. 게다가 이런저런 말수가 많은 편이라 여리에게는 더더욱 편하고 좋은 상대였다. 여리는 최선을 다해서 박과장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대답을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여리 또한 미스터블룸의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박과장의 대화가 어렵지 않았다. 집 밖을 나와서 다른 누군가와 이런 소소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한 게 얼마만인지 못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박과장은 모르겠지만 여리는 이런 박과장에게 내적친밀감을 잔뜩 쌓아가고 있었다.

그 덕에 낯선 4층에 발을 내미는 것도 나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긴장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익숙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낯선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박과장에 자신보고 기다리라는 말에 여리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조금 철렁하기도 했다.

이내 박과장이 사라지고 여리는 입구 구석에서 통행에 방해되지 않을 곳에 멀뚱멀뚱 서서 그 안을 눈으로만 구경했다.

디지털 작업대들도 여럿 있었지만 캔버스와 화구들이 늘어져 있는 공간은 여리에게는 친숙한 냄새로 다가왔다. 자신도 소소하게나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곤 했으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제 작은 방에는 공간상의 한계로 들일 수 없는 커다란 캔버스들이나 엄청난 양의 물감들이라던가 작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라거나.

물론 저것들은 개인 작업물이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여리는 이러한 물감 등에 대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바로 시킨다고 해서 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대학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이렇게 디지털 예술가로서만 사라가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일단 자신은 재택근무를 할 것이고 이런 저런 미팅이 있을 때만 회사에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와 있는 아티스트들을 보니 그건 제 착각이고 자신도 이곳으로 출근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107 여리주 (QQwv2982Vs)

2022-07-11 (모두 수고..) 13:13:21

괜찮아~ 현생 살다보면 늦어질 수도 있고 글이 잘 안 써질 수도 있고 그런 것이니까!

108 여리주 (8cMrPDBawk)

2022-07-15 (불탄다..!) 18:03:08

갱신 ><

109 여리주 (DbFkCDtO8I)

2022-07-24 (내일 월요일) 10:54:42

갱신해둘게~

110 여리주 (xVuzqN9YvI)

2022-08-12 (불탄다..!) 18:51:08

한달 동안 기다렸는데 오지 않는 걸 보니 연오주 현생이 많이 바쁜가 보다 ;ㅅ; 더이상 기다리지 않을게. 지금까지 고마웠고 앞으로 모든 일 잘 풀리길 바랄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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