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20066> [1:1/백합/일상] Magnetic Attraction - 1 :: 88

◆1BjhqmbJws

2022-05-24 12:52:55 - 2022-08-20 12:12:08

0 ◆1BjhqmbJws (V52QI0W9sI)

2022-05-24 (FIRE!) 12:52:55

It's this simple law, which every writer knows, of taking two opposites and putting them in a room together.

// Trey Parker

>>1 윤 빈
>>2 유여울

1 윤 빈 ◆1BjhqmbJws (V52QI0W9sI)

2022-05-24 (FIRE!) 12:56:13

이름: 윤 빈

성별: XX

나이: 17
학년: 고등학교 1학년

외모: 1.74m/58kg.
멀리서 힐끗 보기에도 꽤 튼튼해 보이는 골격을 지녔으며 피부는 허여멀겋다. 쨍하지는 않으나 옅은 금색의 머리카락은 개털처럼 푸석푸석했으며 그 길이는 등의 중반까지는 덮을 성싶다. 앞머리는 눈을 찌르고도 남을 만큼 길었으나 자르러 가기 귀찮다는 것을 이유로 늘 눈만 찔리지 않게끔 양옆으로 넘긴다. 머리카락은 뿌리까지 샛노랗지만, 눈썹과 홍채는 평범한 검은색이라 자연이 아닌 탈색과 염색으로 이루어진 머리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푸석거리는 머리카락 너머로 듬성듬성 비치는 귀에는 피어싱 여러 개가 있으며 입가에는 늘 비뚜름한 미소가 자리 잡아, 길 가다가 시선을 한 번쯤 빼앗을 법한, 수수함과는 거리가 먼 외모이다. 심지어는 교복도 제대로 안 챙겨 입어서, 사복의 비율이 50% 가까이 차지할 때도 있으며 있어야 할 것이 사라져 있을 때도 잦다. 이를테면 가디건이라든지 넥타이라든지. 사복은 의외로 수수한 편에 속하지만 제 몸매와 얼굴에 어울리게 스타일링 하는 법을 알고 있다.
눈이 크지 않고 눈매가 날카로운 편이라 화려한 외모에 더해져 사나운 인상을 준다. 거의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진 않으나, 본인 기준, 이마 왼쪽에 어릴 적에 넘어져 생긴 작고 흐릿한 흉터가 하나 있다.

【捏咔】进行一个xp的捏2.0 by 千临

https://www.neka.cc/composer/11174
*눈에 빛이 없어서 그런가 좀 어두워 보이는데 실제론 이미지보다 한층 밝은 느낌으로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 눈썹도 이미지랑 다르게 서술한 대로 검은색!

성격: 교칙이고 나발이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지독한 마이페이스. 본인 스스로는 자신의 이러한 성격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포장하나, 선생님들 사이에선 이미 장난 치기 좋아하는 골칫덩어리로 유명하다. 능청스러움과 활발함을 겸비하여 교내 곳곳을 제 마음대로 들쑤시고 다닌다. 그러나 다행히도 상도덕은 있는지 수업을 방해한다던가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등의 도를 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그저 등교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어슬렁거리며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 교실 뒤편의 제 자리에서 잠을 퍼질러 자다 쉬는 시간이 되면 교내를 활보할 뿐이다. 선생님들 사이에선 다루기 힘든 문제아에 불과하지만 의외로 성격이 나쁜 편은 아닌지 그녀의 주위엔 늘 사람들이 모여있다. 수업 태도는 빵점이라 학업에 도움은 안 되겠지만 '곁에 두면 재밌는 활발하고 유쾌한 친구'쯤의 위치인 듯.

기타:
- 의외로 칠 줄 안다.
- 공부는 못 한다. 애초에 수업 시간에 집중하질 않으니 당연한 얘기다. 숙제도 해 갈 때보다 안 해 갈 때가 많다. 시험을 칠 때면 첫 10분 정도는 문제를 풀려고 노력해보다 도저히 안 되겠다며 한 숫자로 찍고 자는 게 기본 루틴. 참고로 늘 1번으로 찍는다.
- 그나마 좀 성적이 봐줄 만하다 싶은 과목은 체육과 영어가 유일하다. 영어를 괜찮게 하는 이유는 미드를 좋아해서이며 발음도 은근히 괜찮은 편.
- 교내 곳곳 그녀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보니 "~카더라" 하는 소문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러한 소문의 약 40% 정도의 근원지가 그녀 본인이라는 게 흠.
- 타인의 신경을 살살 긁어가며 놀려먹는 괴랄한 취미가 있다. 일전에 전교 1등 친구에게 "그래서 태양도 행성이지?"라는 소리를 해서 뒷목을 부여잡게 만든 전적이 있다. 참고로 태양이 행성이 아님을 알고는 있다. 그저 어이없음에 말문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재밌어서 한 번 해봤다고...
- 작고 귀여운 걸 좋아한다. 인형, 동물, 사람, 등등... 그래서인지 안 어울리게 책가방에 자그마한 검은색 고양이 인형을 걸고 다닌다.
- 가벼운 근시가 있다. 이 때문에 안경이 있긴 하나, 어차피 칠판을 보지도 않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어 안경은 집구석 어딘가에서 먼지 아래 쌓여있다.
- 많이들 '윤빈'을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윤이 성 씨고 빈이 이름이다.

2 ◆I3patrHmtc (QUZrHXqXIY)

2022-05-24 (FIRE!) 18:55:15


이름 : 유여울

성별 : 여성

나이 : 17세 / 고등학교 1학년

외모 : https://www.neka.cc/composer/10916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천부적 재능이며, 인생의 모토였다. 눈초리는 길게 내린 앞머리로 가리고, 눈빛은 까만 안경테 뒤에 숨기고, 눈동자는 애써 도망다니기에, 이 교실에서 여울의 얼굴과 아주 가까이서 보아야만 맑은 연갈색 기가 돈다는 걸 눈치챌 수 있는 두 눈을 낯익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로지 작은 체구 ─ 153cm에 달하는 그 쬐만한 키 ─ 야말로, 검은 생머리를 망토처럼 드리운 채 발소리도 없이 다니는 여울을 다른 학생들이 기억하는 방법이다. 거꾸로 말해서, 어쩌다 앞머리를 빗어 올리고 안경을 벗은 모습을 본다면 잊기 힘들 정도로 귀여운 얼굴이라는 거지만. 동그란 두 뺨이나, 속눈썹 같은 건.
이목을 끄는 일하고는 파장이 전혀 맞질 않아서 화장이나 장신구 등 꾸미기를 거의 하지 않는데, 가장 전력으로 힘내서 꾸며 본답시고 할 때 떠올리는 유일한 헤어 스타일링이 세갈래 땋기니까 말 다 했다. 공부할 때나 집중력이 필요할 때는 올림머리를 하고 나타나서 다른 사람들을 짐짓 놀래킬 때가 있다. 물론 이런 쬐끄만하고 친구 없는 변두리 여학생 의 목덜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그렇겠지만 말이다. 그야 그런 이가 어디 있겠어?
(※ 이미지의 앞머리 길이는⋯⋯ 썰물일 때가 저 정도?)

성격 :
조용한가? 애매하다. 누구랑 대화하는 일이 적을 뿐이지, 말소리가 조용한지는 확인해 본 사람이 적다. 반 친구들과 사이가 나쁜가? 애매하다. 어울린 적이 없는 만큼 누구랑 싸운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착하고 공부 잘 하는 애'라는 무난한 평판 속에 파도에는 무관심한 섬처럼 홀로 우뚝 서서, 따돌림과는 거리가 멀지만 유쾌한 인싸 라이프와는 더더욱 거리가 먼 조용한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아이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런 녀석들 특징: 누군가 무작정 밝은 녀석이 불쑥 다가와서 팔만 잡고 이끌어도 무한정 휘둘린다는 거. 평소 관심을 많이 받지 않는 타입이니까, 관심을 많이 주는 타입에게는 되려 약점을 잡히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내향적이고 유약한 편인 여울을 바라보고 계실 부모님께는 다행스럽게도, 불의를 참지 못하고 걱정되는 사람은 가만 놔두지 못하는 심지 올곧은 면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모두의 무관심으로 조성된 평화 속에서 자칫 '나대는' 일 없이 고고히 부유하고 있다.

기타 :
° 칠 줄 모른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대한민국의 실질적 의무교육 기관에 해당하는 피아노미술영어학원을 거쳤기 때문에 피아노는 기본기만큼 칠 줄 안다!

° 성적은 가끔씩 컨디션 좋은 날에 최상위권을 노리는 상위권, 그러나 스스로 똑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타입. 고득점을 유지하는 비결은 머리가 좋아서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하고 친구가 적어서 공부에 몰두할 수 있으니까⋯⋯ 이다. 노력파인 게지.

° 선생님들에게는 학생회나 학급위원, 선도부 등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지만, '그냥 성적 좀 잘 나온 것 뿐인데요⋯⋯'라면서 늘 고사한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의 요구에는 투정을 부릴지언정 고분고분 따른다.

° 어지간해선 교칙 어기는 일을 안 하려고 하다 보니, 늘 교복 차림이다. 추위를 좀 많이 타서 겨울이 되면 외투가 남들의 곱절은 두꺼워지지만. 키에 대한 미련은 없다는 듯이 하고 다니면서도, 사복 차림일 때 보면 아직도 성장의 희망을 놓지 않았는지 조금 옷을 커다랗게 입는 편이다.

° 불량학생은 바로잡아야지! 물론 내 책임은 아니고! 친구 없는 삶이 마냥 행복하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반에 서식하는 공부안해슈퍼인싸 그룹과 얽히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참 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대로 반의 아싸그룹과는 아주 미묘한 동질감이 있지만 취미를 그다지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접점이 없다.

° 부모님은 모두 키가 작다. 즉 양쪽 유전이라 희망이 없다! 심지어 친가, 외가를 막론하고 조부모님들도 모두 작다. 격세유전으로도 희망이 없다! 이런 가족 사이에서 살아와서인가, 키 큰 또래들에게 묘한 동경심이⋯⋯ 있을지도 모른다.

3 빈주 (HznvtfErKk)

2022-05-24 (FIRE!) 22:03:01

헉 여울이 시트 귀엽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 여울주!

4 여울주 (lbkOZsJFvo)

2022-05-25 (水) 20:53:53

본스레 안착 🤭 잘 부탁해~!!

5 빈주 (TOyfBSmzjE)

2022-05-25 (水) 22:38:14

응응 잘 부탁해~~
엄 필요한 건 다 조율이 됐었지?! 따로 조율이 필요하거나 한 부분은 더 없는 거겠지? 🤔

6 여울주 (283L.zkISw)

2022-05-26 (거의 끝나감) 20:07:44

그렇지? 물론 앞으로 이야기하면서 논의할 부분이 더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느긋하게 가자😌
빈이랑 여울의 첫 접점이 어떤 사건일지가 궁금해지는데 어떻게 가는 게 좋을까? 말을 섞기 이전에도 둘은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을까?

7 빈주 (LmiLmb.SZM)

2022-05-26 (거의 끝나감) 23:29:37

>>6 일단 시트만 보면 여울이는 존재감이 크지는 않은 것 같아서, 그래서 아마 아 저런 애가 있구나, 하고 알고는 있어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 느낌이지 싶어~ 음 아무래도 접점이 필요하긴 하겠네! 일단은 고1 학기초라는 설정인건가? 그렇다면 빈이가 그냥 평소 하던대로 여기저기 얼굴 들이밀고 다니다가 여울이한테도 말을 걸었다든가 할 수도 있을테고, 아니면 같이 주번을 맡게된다든가? 🤔 ...는 주번 요즘에도 있지? (흐릿)

8 여울주 (zoqdz1xwEk)

2022-05-27 (불탄다..!) 19:50:46

>>7 빈이 같은 미녀가 갑자기 말 걸면 이 친구 심장마비 올지도. 좋아 좋아. ㅋㅋㅋㅋ 주번! 잔심부름 때문에 단 둘이 찰떡같이 붙어 다녀야 하는 로맨틱한 이벤트! 인데.... 요즘도.... 있... 없...? (아득)

청소당번은 있을랑가? 이름도 유씨, 윤씨니까 출석번호가 붙어 있을 가능성이 있겠네! 언젠간 써먹을 수 있겠다.

9 빈주 (ypIeRFf4w2)

2022-05-28 (파란날) 09:14:08

>>8 으앗 우리 여울이 심장마비 오면 안된다! 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성씨가 상당히 비슷하구나! 물론 유, 윤씨 아니어도 대우주의 의지(?)를 받아 둘을 주번으로 붙여버린다는 것도 있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러게... 있겠지...? 🤔 뭐 없어졌다 해도 쓰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상관없겠지!
음 그럼 일단 첫 접점은 무난하게 학기초에 빈이가 말 거는 상황으로 가볍게 가볼까? 서로 얼굴이랑 이름 정도를 알게 되는 라이트한 느낌으로?

10 여울주 (V8SJomzOEA)

2022-05-28 (파란날) 17:24:25


>>9 맞아 이런 조합이라면 우주적인 의지가 개입해서라도 착 달라붙게 되어 있어. 좀 찾아 보니까 요즘은 주번 없는 학교도 꽤 된다는데.... 음.... 로봇청소기 사육위원은 있겠지 뭐!! 사이버펑크 시대인데!! (??)

좋아! 학기 초라면 여울이가 바짝 쫄아 있을 때니까 팍팍 건드려 달라구!! ㅋㅋㅋ🤣

11 빈주 (W0NHt.rUvM)

2022-05-29 (내일 월요일) 14:54:45

로봇청소기...? 예...? 실화야...? 요새는 학교에 봇 청소기가 있다고...? 원래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 끝나고 바닥 쓰는 거 아니었어...? (안 믿김)
아무튼 그럼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중에 빈이가 말 거는 설정으로 첫 일상 돌려보자! 선레는 내가 써오는 게 낫겠지? 여울이가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보통 뭐 하고 지내는지 알려주면 빈이가 여울이한테 말 거는 상황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서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보통 뭐하고 지내려나...!

12 빈주 (W0NHt.rUvM)

2022-05-29 (내일 월요일) 14:55:23

봇 -> 로봇

13 여울주 (YwKRC.4O/2)

2022-05-29 (내일 월요일) 17:49:26

방심하면 안 돼. 로봇 학생이 독박 청소당번 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요즘 학교는 사이버펑크니까.

여울은 친구 그룹에 끼어들기를 절찬리에 실패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거나, 이전 시간의 교과서를 들춰보고 있거나... 점심시간이라면 팔을 베개 삼아서 잠깐 쪽잠을 자기도 해! 사실은 공부를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교실에서 공부를 하기에는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물론 거기에는 누군가가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아주 쬐끔 없지 않지는 않지 않지 않을까.
교실 밖에서는 뭐, 하루종일 얌전히 앉아 있었기에 복도 구석에서 느닷없이 몸풀기를 한다거나, 아직 고등학교가 낯선 공간이니까 뒤뜰이라든지 공터라든지 여기저기 홀로 구경 다니고, 매점에서 군것질하는 애들을 바라보면서 천원이 아까워 꾹 참으며 지나가거나 정도겠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제일 무미건조한 학교생활은 이 정도....?

사실 빈주가 마음대로 생각해서 써도 돼(속닥)

14 빈 - 여울 (mP0GksrR2k)

2022-05-30 (모두 수고..) 14:42:33

늘 그렇듯이 학기 초, 쉬는 시간의 교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조용할 틈이 없었다. 같은 중학교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과 부대끼는 이들도 있었고, 남은 학교생활을 순탄히 하기 위해 부단히도 친구를 만들려 애쓰는 이들도 있었다. 번외로, 이곳저곳 되는대로 말을 걸고 다니며 인맥을 한없이 넓혀 가는 이도 있었으니, 그게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눈으로 교실 내를 두리번거리는 중인 금발 머리의 양아치 되시겠다.

같은 반 학생 몇이 말을 걸어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도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심심한 마음에 다른 반으로 장소를 옮길까 싶어 엇차-하는 효과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가려다 그만 한 학생의 책상에 옆구리를 부딪친다. 다행히 세게 부딪히지는 않았는지 옆구리에는 통증이 아닌 무언가 부딪혔다는 둔탁한 감각만이 남았지만, 책상은 덜커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아, 미안."

책상의 주인을 살피며 사과를 건넸다. 다소 작은 체구에 앞머리가 길게 늘어져 안경 너머로 눈을 맞추기 어려워 보이는, 소동물을 연상시키는 수수한 여학생. 저와는 정반대의 모습. 우리 반에 이런 학생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일순 스쳐 지나간다. 기억 한구석에 흐릿하게 자리잡은 학생인 걸 보니 여태껏 이 학생과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던 듯하다.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책상의 주인을 살피던 빈의 얼굴에 미소가 걸린다. 얘 이름이-분명 들었었는데 뭐더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남은 쉬는시간 동안은 얘랑 놀아야겠다-하는 상대방의 의사가 일절 반영되지 않은 생각을 하며 몸을 비스듬히 숙여 상대와 눈을 맞추려 한다.

"그러고보니까 우리 같은 반인데 인사도 아직이지?"

시비 거는 건가? 아니다. 그렇다면 꼽을 주는 건가? 놀랍게도 이 또한 아니다.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키 큰 양아치-처럼 보이는-는 제 실수로 몸을 어딘가에 들이박아 놓고서 상대에게 시비를 걸 만큼 인성이 파탄 나 있지는 않았다. 제 딴에는 최대한 무해한 미소와 말투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자기 객관화가 다소 부족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상대로선 귀에 피어싱을 주렁주렁 매단 금발 양아치가 대뜸 가만히 잘 있는 자신의 책상에 옆구리를 들이받더니 인사를 건네는 것이니.

// >>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봇 학생의 독박 청소라니 그건... 신고감이군. (?)
쉬는 시간 도중에 실수로 책상에 부딪힌걸 계기로 인사하게 되는 상황으로 한 번 써와봤어! 여기저기 시비 걸고 다니는 성격 나쁜 양아치로 오해 받기 쉬운 느낌을 한 번 살려보고 싶었는데 그런 느낌이 드는지나 여울이 입장에선 어떻게 보이는지를 잘 모르겠네. 😂😂

15 여울 - 빈 (6rSuDS8SFA)

2022-05-30 (모두 수고..) 20:57:47

여울의 세상은 조도(照度)가 5% 정도 낮다. 상복의 베일처럼 앞머리를 눈 앞에 드리우고 그림자 속에 숨어 사니까. 그러니 밤중에는 반딧불이 횃불같이 보이는 것처럼, 작은 금빛이 다가오기만 해도 화들짝 놀랄 만큼 그 세상은 밝아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을 견디지 못해서 국도의 하이빔을 마주한 고라니같이 얼어붙고 마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처럼.

"아⋯⋯? 으?"

흔들리는 책상과 함께 환해진 세상이 낯설어서 소심한 여학생은 말을 절었다. 생각이 폭주한다. 왜냐하면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는 것이 익숙해서, 남과의 대화나 사회 생활 같은 것을 체스의 수싸움처럼 겨루는 습관이 들었으니까. 왜지? 부딪힌 이유는 무엇이지? '실수로 부딪혔구나'에서 생각이 멎지 않는다. 보통 아웃사이더들은 이러한 법이다.

따지고 보면 그간 이 작은 은둔자가 살아온 환경은 고독이었지 괴롭힘은 아니었다. 무인도 같은 무관심 속에서 여울의 삶은 고요하고 심지어는 고고했다. 그런데 그 균형이 지금 깨지려 한다. 만약 이, 굉음과 진동을 동반한 충격적인 조우가⋯⋯ 내 책상으로 날아든 이 금발의 요정이 시사하는 바가 '괴롭힐 대상 발견!'이라면? 고등학교 생활이 벌써 끝장난 건가?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튀어나간 말이 있었다.

"괜찮아? 부딪힌 데 안 아파⋯⋯?!"

순수한 걱정. 그리고 그 뒤에서야 밀물처럼 쏟아지는 우려. 그 다음 돌아올 대답이 따귀이거나 주먹이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 속에 앞머리 뒤에 숨은 눈동자가 바쁘게 이리로 저리로 돌아가는데, 그런데⋯⋯ 정작 다가오는 건 얼굴이네. 몸을 숙여 다가오는 금발을 보고 잔뜩 쫄아서는, 혹시나 숨이 닿을까 봐 이익, 하고 제 입을 꾹 다물어 눌렀다.

그러고는, 여전히 숨이 닿을까 봐 들숨으로 속삭거리듯 말하면서─

"아⋯⋯ 어, 으, 응⋯⋯ 안녕⋯⋯."

입학 전날 밤 연습했던 인삿말으로는 '안녕, 내 이름은 유여울이야.'까지 나왔어야 하지만 한 번도 쓸 일이 없었기에 거기까지는 말이 닿지 못했다. 시선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귀로 향했다. 무겁지 않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지금 이 대화가 (비유적 의미라기보다도 진짜 문자 그대로) 숨이 막히기에, '뚫을 때 아팠겠지' 같은 상념으로 도피하면서 말이다.

16 여울주 (6rSuDS8SFA)

2022-05-30 (모두 수고..) 21:00:00

>>14 아주 좋은걸🤣 답레는 여울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를 의도했어!!

17 빈 - 여울 (nX2eQ77Tlc)

2022-05-31 (FIRE!) 11:52:22

흔들리는 책상이 내는 소리가 일순 주위에 서 있던 학생들의 시선을 가로챘다. 물론 크게 난 소리도 아니거니와 대부분은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렸다가 수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시선을 거두고 다시금 제 친구들과 떠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책상의 주인은 갑작스러운 충돌에 꽤 놀란 눈치였다. 어째 얼어붙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소동물 같아 보인다는 첫인상에 딱 어울리는 반응이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상대에겐 실례이니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어쨌건. 이 책상의 주인은 다소 유약해 보이긴 했으나 심성은 고운 모양이었다. 책상이 흔들리기는 했으나 세게 부딪힌 건 아니었는데 이리 우려 섞인 말을 해주는 것을 보면. 빈은 장난기가 섞여 나오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채, 조금 전 책상에 부딪혔던 제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린다.

"내장이 파열된 거 같긴 한데 괜찮아."
"이건 전치 5주일까."

그리고 날려주는 따봉.
물론 내장이 파열된 것 같다는 건 터무니 없는 농담이다. 달려오는 승용차에 치인 것도 아니고, 교실 내부를 걸어 다니다 책상에 박은 정도로 내장이 파열될 만큼 약한 몸은 아니다. 농담을 날리고 보니 길거리에서 어깨빵을 시전해놓고 어깨가 부러진 것 같으니 치료비를 내놓으라며 공갈·협박을 하는 양아치 같아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일순 들었으나, 한 번 흘린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ESC를 눌러 했던 말을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은 현실에 없었기에, 농담임을 강조하기 위해 옆구리를 팡팡 소리가 나도록 두드려 볼 뿐이었다.

책상의 주인은 속삭이는 듯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왔다. 교실이 다소 시끄럽긴 했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 역시 인사를 건넨다.

"응 안녕. 난 윤 빈이야. 아, 성이 윤 씨고 이름이 빈. 외자 이름이야."
"너는?"

윤과 빈 사이에 악센트를 넣어 빈이 이름임을 강조했다. 빈은 이미 몇십 번이고 반복해야 했던 전형적인 인사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며 자연스럽게 앞자리의 의자를 끌어온다. 드르륵-의자 다리가 바닥에 끌린다. 이 자리가 누구 자리더라. 이 자리의 주인은 지금 부재중인 듯 했으니 아무래도 괜찮겠지 싶었다. 빈은 의자 위에 거꾸로 돌아앉은 자세로 엉덩이를 붙였다. 의자의 등받이는 이 작은 학생의 책상에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 있었고, 빈은 그런 의자 등받이에 제 팔을 올린채 눈앞의 학생과 눈을 맞추려 한다. 아주 자리를 잡고 쉬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 모양새다.

18 빈주 (nX2eQ77Tlc)

2022-05-31 (FIRE!) 11:53:44

>>16 부딪힌 이유는 무엇일지 고민하는 여울이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외로(?) 정말 아무 생각 없었다는 걸 알게 되면 놀라려나. :3

19 여울 - 빈 (76/797asEk)

2022-06-01 (水) 20:47:20

어처구니 없는 농담이 돌아오니까 조금은 안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놀란 가슴이 가라앉는 일은 없다. 대화의 주도권은 둘 사이에 떡하니 놓인 버저처럼 배치되어 있었고, 여울은 차마 손을 뻗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저 이 피어싱을 꽂은 아가씨가 말을 쥐고 흔들면 거기에 갈대 끄트머리처럼 휘둘릴 준비만 한 채로 얼떨떨하게 침묵하고 있었을 뿐이다. 정말로 인상을 찌푸리며 보험금을 요구했다면 벌벌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꺼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통성명을 듣고 아주 잠깐은 '윤 무슨 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치며 봤던 학생 명렬표에 외자 이름이 있었던 것이나, 결과적으로는 스스로가 외자 이름이라 소개하는 것을 듣고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나는⋯⋯ 유여울. 유, 여, 울. 여행 할 때 여, 울산의 울⋯⋯."

온통 반모음 /j/와 모음으로만 되어 있고, 유일하게 하나 있는 자음조차도 맨 끄트머리의 유음 하나인 이름. ㅠㅕㅜ⋯⋯ㄹ. 혹여나 흘러가듯 이야기하면 마치 한 글자인 것처럼 들릴까 봐 한 차례 더 또박또박 말한다. 그러고서도 부연을 덧붙이려다가, 명찰을 보여주는 것이 빠르겠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옆머리를 걷고 가슴께를 살짝 내밀어 이름표에 쓰인 이름 석 자를 내보여 주었다.

그러는 동안 앞자리에 앉아 눈을 마주쳐 오는 빈의 시선을 차마 피하지도 못해서, 이리저리 도망치려던 눈동자는 결국 안경테와 앞머리에 살며시 숨은 채로 빈의 시선과 마주했다. 눈을 깔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지금 눈을 마주치면 화낼지도 몰라'라는 기우.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우선 친구를 늘려야지! 눈을 똑바로 보고 또박또박 부드럽게 말하는 대화법으로 인싸의 제왕이 될 거야!' 입학 이전, 끝까지 생각해 내기도 전에 폐기했었던 계획의 잔해가 별안간 떠올라서 팔자에 없는 용기를 내 버린 거다.

또 다시 침묵 속에서, 이제는 눈을 돌리지도 못해서 머릿속은 '속눈썹이 길다, 예쁘다. 반짝이는 머리카락도 예쁘다.' 같은 상념으로 가득 차는데, 단단히 자리를 잡는 빈을 보고 어색한 침묵을 끌고 가기보다는 뭐라도 말해야겠다는 위기감에 입을 어물어물거리다 결국 말을 뱉었다. 무난한 대화의 화제를 떠올리기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절망적인 사람이니만큼, 주제는 자연스럽게 전치 5주 판정이 나온 그것으로.

"그⋯⋯ 내장은 괜찮아? 아, 아니! 아니! 허벅─, 아니, 그, 허리! ⋯⋯는 괜찮아?"

⋯⋯ 내장이라니? 허벅지라니!? 시즌 1호 뱉고 나서 후회한 한 마디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20 여울주 (76/797asEk)

2022-06-01 (水) 20:51:36

빈이 상냥해 멋져...🤭 거리감 없는 인싸 이거 좋은 의미로 반칙인데요! ㅋㅋㅋㅋㅋ 별 생각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아마?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한 3분동안 내쉬지 않을지(?)

21 빈 - 여울 (jYOrGfEUbQ)

2022-06-02 (거의 끝나감) 12:53:40

빈이 제 이름을 소개할 때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것처럼 여울 역시 그러했다. 유여울. 빠르게 말하면 잘못 발음하기 쉬울 법한 이름이어서 그랬을까. 빈은 여울의 가슴께에 달린 이름표에 시선을 두곤 외우려는 듯이 "유여울." 하고 작게 소리 내 이름을 불러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빈의 눈에 제 이름을 소개하는 여울은 마치 긴장, 혹은 불편해하는 듯이 보였다. 뜬금없이 말을 건 탓일까.

"유여울. 여울이. 이름 귀엽다."

빈이 의자를 끌어다 착석하는 동안 여울은 눈을 이리저리 피하다 결국엔 그대로 맞춰왔다. 빈 역시 구태여 시선을 피하진 않았기 때문에 잠시간 시선에 맞은 채 머물렀을 것이다. 눈을 마주쳤음에도 앞머리와 안경알 너머에 있는 눈동자는 그 색을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어째 인상이 흐릿한 느낌이 드는 학생이었다. 작은 체구 하며, 길게 내린 앞머리 하며, 크지 않은 목소리까지. 앞머리 좀 자르고 안경 벗기면 귀여울 것 같은데-하는 쓰잘머리 없는 생각을 하니 무심결에 여울의 앞머리와 안경에 시선이 간다.

"뭐?"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듯한 어조로 일순 벙찐 표정을 짓는다. 설마 아까 내장 파열이라는 농담을 쳐서 그런 걸까. 당황해서 말을 버벅대면서도 끝내 허리는 괜찮냐고 물어오는 모습이 상당히 재밌었다. 심지어 아까 부딪힌 건 허리가 아니고 옆구리였으니 세 번이나 잘못 말한 셈이 된다. 잠시 벙찐 표정을 짓고 있던 빈이 결국 소리 내 웃음을 터트린다. 반 아이들이 전부 돌아볼 만큼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주위에 있었던 학생들이라면 확실하게 들었을 정도의 볼륨이다. 물론 반 전체가 대화와 웃음소리로 가득했으니 그다지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빈은 잠깐을 대답 대신 웃기만 하더니 겨우 진정하곤 웃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긴다.

빈은 여울을 놀리는 듯한 말투로 "내장이랑 허벅지랑 허리 셋 다 괜찮아."하고 대답하곤 푸슬 웃으며 그제서야 제대로 된 답변을 내어준다.

"애초에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니었고."

빈은 손을 내저어 괜찮음을 표현했다. 말 중간중간 끼어서 새어 나오던 웃음까지 완전히 사그라들자 얼굴에는 그저 즐거운 듯한 미소가 걸린다.

"너 좀 재밌다."

빈은 앞으로 심심하면 얘랑 놀아야지-하는 상대의 의사가 단 0.1%도 반영되어 있지 않은 계획을 세워둔다.

// System: 유여울의 평화로운 학교 생활이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

22 빈주 (jYOrGfEUbQ)

2022-06-02 (거의 끝나감) 12:55:06

아니 여울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귀엽잖아 세상쓰... ㅠㅠㅠㅠㅠㅠ(빈이랑 같이 현웃터진 뒷사람) 아 이게 시즌 1호라니 앞으로 2호, 3호도 더 있는 걸까. (기대) 그리고 3분 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3 여울 - 빈 (NubAWnrVME)

2022-06-03 (불탄다..!) 20:51:37

이름이 귀엽다는 말에, 차마 고맙다고 할 용기는 나지 않아서 그저 얕게 끄덕이고 말았다.

외자 이름이라는 건 다른 사람에 비해 외우기가 2배 쉬운 이름이라는 뜻이지. 수많은 친구들의 이름을 단번에 외우고 다니는 인싸들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천리 길을 가진 못해도 한 걸음이라면─. 그래, 빈. 여울은 적어도 빈이라는 한 글자만큼은 똑바로 머리에 아로새겼다. 그게 무슨 의미를 지닌 일인지도 잘 모르는 채로.

곧잘 있지 않은가. 흑백 줄무늬 셔츠를 입고 복면을 쓴 도둑이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진 채로 붉은 벽돌 담장에 몰려 서치라이트 세례를 받는 장면. 자기 얼굴에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명확히 느낀 여울의 심정도 그 도둑과 얼추 비슷했을 것이다. 너무 눈부신 사람이다. 너무 눈부시니까 이런 음지에까지 비쳐들 만한 유일한 빛이라는 것이다. 넘쳐흐르는 관심에 그런 감상을 떠올리고 있을 때쯤, 햇살이 거세게 반짝하듯이 터져나오는 웃음에 놀라서 여울은 움츠렸다.

"익!?"

몰려드는 주변 시선. 커다란 파라솔로 시선이 들지 않는 그늘에 자기를 숨기고, 겸사겸사 자기 앞에 앉은 이 녀석까지도 덮어서 숨겨 주고 싶은 순간. 하지만 빈은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모래사장이 파도에 꿈쩍없는 것처럼. "그럼, 다행⋯⋯." 안 되겠다. 역시 소설책으로 배운 의사소통은 실생활에서 써먹을 게 못 된다. 우물쭈물대며 물러서는 눈빛과 꼼지락대는 손가락으로 여울은 한없이 수축한다.

내장, 허벅지, 허리 모두 괜찮다니⋯⋯ 이건 마치 특수부위 맛집에서 사장님의 추천을 받을 때 들을 수 있을 법한 대사인데.

"나─ 나? 재밌다니, 그럴⋯⋯ 리가. 하하. 말이 헛나왔네."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웃긴 흐름이기는 해서, 안경 뒤에 숨은 눈초리가 조금 휘어져서, 아주 약간은, 빙긋 웃는 초승달 모양을 닮은 꼴로 되었지만 그뿐이었다.

24 여울주 (NubAWnrVME)

2022-06-03 (불탄다..!) 20:55:14


즐겁다...! 웃는다....! 마음에 봄바람 분다! 글에서 빈이의 예쁨이 묻어 나오는 게 참 신기해😳 터져나온 웃음이 미소로 변하는 것도 고귀하다..

25 빈주 (IBYMg8c4kM)

2022-06-04 (파란날) 13:34:36

여울주의 답레에서는 여울이 심리가 너무 잘 느껴져서 좋아. 여울이 넘 커엽...
아 그리고 조금 억지...일지도 모르겠지만 돌리다 보니 서로 통성명 정도만 주고받은 시점에서 쉬는 시간이 끝나가는 탓에 각자 자리로 돌아가야 하고, 그 덕에 미묘한 여운 같은 게 남는 분위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생각해? 다음엔 제대로 대화해봐야지-하는 느낌을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간단하게 돌리자곤했지만 벌써 끊기엔 너무 이르려나. 😅 짧게 끝내고 다른 일상으로 넘어가도 좋고 아니면 더 이어가도 물론 좋으니까 편하게 얘기해줘!

26 여울주 (teQWU7PYNU)

2022-06-04 (파란날) 14:41:50

그러게, 쉬는시간은 짧으니 이쯤에서 끝내는 게 맞을 거 같은데?! (똑같은 이야기 할 타이밍 재고 있었던 사람) 아싸여울에게는 이것 이상의 회화가 아직 무리이기도 할 것이고. 😌 사실 이정도의 짧은 대화만 해도 그날 하루종일 심호흡 후하후하 해야 하는 정도일 테니까... 딩동댕동 해서 자리로 돌아갔다고 해도 상관 없을 것 같아!

27 빈 - 여울 (IBYMg8c4kM)

2022-06-04 (파란날) 16:03:14

웃음을 터트린 빈에게로 쏠리는 시선은 결코 많다고 할 순 없었으나, 체육 시간에 나무 그림자 아래 숨어드는 학생들처럼 그림자 아래 숨어있는 여울의 입장에선 어찌 보일지 또 모르는 노릇이었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일부 빈을 보았다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다. 이 금발 머리의 여학생이 반 학생들의 이목을 끄는 일은 꽤 자주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머리카락 색이며 피어싱하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눈에는 상당히 띄겠지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여울의 눈꼬리가 안경 너머로 휘는 것이 보였다. 앞머리만 어떻게 해도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지금만으로도 어딘지 소동물을 연상시키는 게 충분히 귀엽기는 하다만, 힘들이지 않고도 지금보다 귀엽게 꾸밀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포텐셜! 기껏 타고난 재능을 썩히는 중인 사람을 바라보는 소속가 대표가 된 심정으로 더 친해지면 앞머리부터 까보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 그리고 안경도.

"아니 솔직히 방금 너도 좀 재밌지 않았어?"

빈은 씩 웃는 얼굴로 그러니까 웃은 거 아니야? 라고 말하듯이 여울을 바라본다. 대답을 바란다기엔, 이미 본인 스스로 결론을 내린 듯했지만.

무어라 더 말을 할까, 타이밍을 재고 있던 도중, 학생들의 수다 소리를 잠재울 만한 크기의 소리가 교실 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쉬는 시간이 알렸음을 끝내는 소리에 학생들은 저마다 한두 마디씩 툴툴거리거나 하던 이야기를 급하게 끝맺으며 하나둘씩 자리로 돌아간다. 빈 역시 혀를 차며 별수 없다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쉬는 시간 끝났네."
"즐거웠어. 다음에 또 얘기하자."

빈은 여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넨 뒤 교실 뒤편의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남은 수업 시간은 자느라 통째로 날려버렸다는 것은 여담이다.

28 빈주 (IBYMg8c4kM)

2022-06-04 (파란날) 16:04:20

생각이 맞아서 다행이다...! 하루종일 심호흡 후하후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빈이가 마구 들이대서 여울이의 대화 가능 시간을 차츰 늘려가야겠어.
그럼 이번 일상은 이걸로 마무리 하자! 막레로 받으면 될 것 같아. 수고했어 여울주!

29 여울 - 빈 (vsiRPdoT.Q)

2022-06-05 (내일 월요일) 20:35:16

"아, 으, 흐헤헤⋯⋯ 그러네, 응."

새어나가는 웃음소리를 황급히 입을 닫아 틀어막았다. 재밌다기보다는 쪽팔림에 의한 웃음이지만 뭐 다를 게 있겠나. 그런데 마침 종소리가 흘러나와서, 애써 표정을 관리하려던 노력은 그다지 의미없는 일로 돌아가고 말았다. 홱 돌아서 가 버리는 요정. 자리에 남은 여울은 눈을 몇 번 꿈뻑거린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선생이 문간으로부터 앞쪽 교탁을 향해 미끄러져 들어온다.

궁지에 몰린 생쥐는, 고양이가 자신에게 빛보다 빠른 속도로 관심을 꺼 버리고 나면 어떻게 될까. 한참을 굳어 있을까, 곧바로 도망칠까? 요즘 아이인 여울은 모른다. 단 하나 확실한 건 그 생쥐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머릿속에서 고양이의 그 눈빛을 지워 버릴 수 없다는 것뿐이다. 어느 의미로 새겨져 있든⋯⋯.

'즐거웠어.' 라고, 빈은 말했다.

순도 100% 긴장과 당황으로 이루어진 심장박동이 터질 듯이 울려 왔다. 미처 꺼내 놓지 못한 교과서를 황급히 찾아 꺼낸다. 교과서라는 건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책이어서, 오늘 공부할 내용을 몇 줄로 요약해 놓아 알 수 있다. 평소대로였다면 그 '학습목표'를 읽었겠지만 오늘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길에서 주운 의문의 열쇠를 내려놓지 못하고 한참 문지르며 골몰하는 일처럼, '즐거웠어'라는 한 마디의 의미를 생각해 내느라고 머릿속에는 남은 자리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 으아. 뭐야⋯⋯. 뭐야. 어떻게 되는 거야, 내 학교 생활⋯⋯."

머리를 벅벅 헝클어뜨리고서도, 새파랗게 어린 여울은 모른다. 단하나 확실한 건 다음에 또 얘기할 거라는 사실뿐이다. 왜냐하면, 빈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30 여울주 (vsiRPdoT.Q)

2022-06-05 (내일 월요일) 20:37:33

막레~!! 😚~🎵 수고했어 빈주!! 그렇게 바로 여울은 심호흡 후하후하를 시작하고(,,,)

31 빈주 (MkGprGDWZU)

2022-06-06 (모두 수고..) 10:59: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여울이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일상 즐거웠어 여울주!
조금 쉬었다 돌리는 게 될 것 같긴 하지만 미리 고민을 좀 해보자면 다음 일상은 어떤 상황이 좋으려나... 🤔 뭔가 자연스러운 접점이 생기면 좋을텐데.

32 여울주 (YTsEFqIw12)

2022-06-07 (FIRE!) 19:06:00

나도 즐거웠어 빈주!! ☺ㅋㅋㅋ 앞서 이야기 나왔던 것만 보자면 주번으로 묶임, 의외로 가까운 데 삶, 여울이 빈이를 챙겨줘야 하는 상황에 놓임 등등....? 학생회 같은 데 몸담고 있지는 않지만 쌤들의 준공식 셔틀로 부려먹힌다는 설정이니 빈이를 신경써야 할 일이 생길 수 있겠지? 아니면 빈이 먼저 뭐 하려고 다가온다는 경우인데 어떤 게 있을까!?

33 빈주 (sn0Z7XBLd2)

2022-06-08 (水) 11:10:11

주번으로 묶는 건 조금 더 이후여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으아닛 준공식 셔틀이라니 여울아!!!! ㅠㅠ (절규)
어음 음 숙제 걷는 건 반장이 하던가? 주번? 🤔 빈이가 또 다시 다가가는 경우는 매점에서 만난다던가 빈이가 그날따라 어째 일찍 나와서 (?) 등굣길에 마주친다든가 여울주 말처럼 사는 곳이 가까워서 나중에 보니 하굣길이 겹친다든가 하는 전개가 떠오르긴 하네! 뒤뜰이나 공터에 나온 여울이가 낮잠 자러 온 (글러먹음) 빈이랑 마주친다던가... 음 일단 아직은 친밀한 관계는 아니다보니 우연으로 마주친다음 빈이가 어! 하고 자연스럽게 말 거는 전개가 대부분일 것 같긴 하네!

34 여울주 (K2rId0jxsA)

2022-06-09 (거의 끝나감) 19:26:12

숙제 걷는 건 반장이 교탁에 심드렁하게 기대서 '빨리 좀 내라 임마들아-' 하고 공책 모으던 기억이 나네...☺ 그러게 보통 우연히 맞닥뜨리는 전개이고, 그게 학교 밖이냐 안이냐 혹은 등하굣길이냐 하는 차이겠구나! 둘 성격 상 생활패턴이 거의 안 겹칠 것 같기는 한데 자연스럽게 만나는 경우는 역시 빈주 말대로 낮잠 중인 빈이랑 맞닥뜨리거나 등등일까...?

35 빈주 (t9fGow2p/w)

2022-06-10 (불탄다..!) 09:56:36

그게 자연스럽지 싶긴 하네! 뒷뜰이나 운동장 구석 벤치 같은데서 낮잠 자거나 옥상에서 광합성(?) 중인 빈이랑 마주친다던가, 아니면 양호실에 올 일이 있으면 거기서 꾀병으로 농땡이 피우는 중인 빈이를 만날 수도 있을테지만 여울이가 수업 도중에 양호실 갈 만한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 여울이가 체육시간에 그늘진 구석에 숨어있는 편이라면 그럴때 뭐하느냐고 말 걸어볼수도 있겠고? 뭐 대부분은 이런 느낌이려나! 조금 더 친해진 이후라면 우연히 마주치지 않더라도 빈이가 먼저 가서 살갑게 말을 걸때도 있겠지만!

36 여울주 (kumMmprOCw)

2022-06-11 (파란날) 01:31:50

광합성이라니 bean🌱인거냐구....ㅋㅋㅋㅋㅋ(너무 귀엽다) 그러고 보니 빈여울이 어떤 관계로 흘러갈지를 생각해 보고 정하는 것도 좋겠네. 여울 쪽에서 살짝 호달달 겁내는 관계 / 내가 챙겨줘야되지 으이구! 하는 관계 / 좋은 녀석일지도.... 하는 관계 모두 가능성이 있으니까! 확실히 아싸여울은 체육 시간에 벤치히팅을 할 게 뻔하긴 한데, 빈이는 체육 좋아하는 편이라니 어떻게든 '당신은 도덕책' 하는 순간이 올 것 같은데? 아니면 조금 말을 트고 나서 '넌 왜 체육 안 해?' '넌 왜 안 지쳐...?' 하는 대화가 오고 가거나.
아무튼 농땡이/광합성/낮잠 중인 빈이랑 마주치는 전개 좋다! 근데 빈이는 잘 때 다가가면 깨는 편인가?!

37 빈주 (qRZSnrp9RI)

2022-06-11 (파란날) 09:47:44

Bea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사실 빈이의 빈 자는 콩이었던 것... (헛소리) 여울이는 역시 체육시간엔 벤치에서 쉬는 타입이구나! ㅋㅋㅋㅋㅋ 빈이라면 아마 산책 나온 강아지마냥 신나게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다가 중간에 쉬거나 물 마시면서 여울이에게 말을 걸 수도 있겠다... 싶긴 했는데 이건 확실히 여울주 말대로 조금 더 말을 튼 이후에나 가능한 시츄일 것 같긴 하네! 넌 왜 안 지쳐 ㅋㅋㅋㅋㅋ 빈이는 사실 광합성으로 얻은 에너지로 움직인대. (?)
관계성은 이것저것 섞어보면 좋을지도? 살짝 겁냄 -> 은근 괜찮은 애일지도...? -> 으이구 내가 챙겨줄게! 라든지? (마음대로 비빔밥화)
가까이 다가가는 정도로는 안 깨지 싶은데 만약 낮잠 자던 중에 만난다면 그게 문제기는 하네. 자고 있는 빈이를 여울이가 흔들어 깨울 것 같지도 않고... 뭐 실수로 주변에 있던 음료수캔을 걷어차서 큰 소리가 났다! 하는 클리셰적인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38 여울주 (JK4dDcXY8k)

2022-06-12 (내일 월요일) 01:01:50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양광발전이냐구ㅋㅋㅋㅋ 맞다 맞어 우리 빈이가 꽃을 좀 닮긴 했어...🌸 그럼 아직은 살짝 경계하는 정도일 테니까 빈주 말대로 실수로 낮잠 중인 걸 깨워 버려서 그야말로 내적 대환장파티에 돌입하는 전개가 좋을까! 사실 현 상태에서도 빈이 정도 되는 사람이면 인싸 아싸 가리지 않고 말을 걸고 다닐 것 같지만(산책 나온 강아지라니 커엽다), 여울이와 대화가 두 마디 이상 지속될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뫄뫄고 옥상은 개방되어 있는 건가? 찾아 보니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는 보통 잠겨 있거나, 학생들이 은밀하게 담배 피러 드나들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옥상정원을 조성하거나 그 옥상정원이 방치되어 황무지가 되거나.... 라고 하는데 (덜덜덜덜) 어떤 설정으로 가야 하지? 수 틀리면...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일본풍 한국'으로 설정해야 하는 건가....

오늘의 잡념: 한참 뒤에 관계가 훨씬 발전되고 나면, 자는 얼굴을 한참 구경하고 그런 시츄에이션도 나올까 싶은....?!

39 빈주 (mVsij6fKzI)

2022-06-12 (내일 월요일) 10:58:35

자연 친환경적(?). 아니 그게 그렇게 되냐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빈이보단 여울이가 꽃이 아닐까 싶은데...?! 내적 대환장 파티라니 실수로 깨워놓고 안절부절 못하는 여울이가 생각나서 너무 귀엽다 :3 그치 사실 말 거는 부분이야 문제가 안 된다지만 대화 찔끔 나누고 끝나는 것보단 나중에 조금 더 친해진 이후에 그늘 아래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 창작물적 허용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현실적인 한국 고등학교로 치면 빈이는 아마 생기부부터 개판 나서 대학 문턱도 못 밟아보지 싶고... 뭐 대한민국의 고등학교로 간다 쳐도 빈이라면 스리슬쩍 드나들법도 하지만 여울이가 출입이 제한된 장소를 돌아다니려나를 잘 모르겠어서. 🤔 그나마 평화로워 보이는 설정은 잠겨 있으나 몇몇 학생들이 문을 따버림 or 방치된 옥상정원이려나?

자는 얼굴 한참 구경이라니 뭐야 그거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그러다 깨서 눈 뜨면 눈 마주쳐버리고 그런 거냐구.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 빈아...!

40 여울주 (9r/XXGdAIA)

2022-06-14 (FIRE!) 01:14:45

인간관계 왕초보인 여울이 사람을 피할 곳을 찾다 찾다가 도무지 화장실은 안 되겠어서 찾아간 곳이 옥상.... 일 수는 있겠네! 그런데 거기서 끝판왕을 마주치고...🤯
어느 쪽이든 현실성을 추구하자면 판도라의 상자마냥 옥상이 열리는 순간 사실상 담배를 재배하는 수준이 될 테니까, 적당히 펜스 같은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휴게공간으로 설정하는 게 무난하겠지만 그렇게 가면 비밀공간이라는 느낌이 퇴색될까 봐 고민이네. 빈이가 옥상에서 낮잠을 청하는 이유도 아마 사람이 안 와서가 아닐까 싶어서. 절충해서 옥상 화단을 관리하(라고 떠넘겨받)는 학생만 쌤들에게 키를 받아서 합법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인데 일부 학생들에게는 뚫려 버린 (그리고 얼마 되지 않으니 정원 관리 담당도 쉬쉬하며 지나가는) 공간... 정도가 되나....? 혹시 더 괜찮은 아이디어 있어? 🤔

41 빈주 (bDHBCGkGqo)

2022-06-14 (FIRE!) 12:19:01

담배를 재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음 여울주 아이디어 괜찮은 거 같다! 적당히 비밀기지스러운 느낌도 나면서 양아치들 소굴도 아니고. 왠지 빈이는 쌤들한테 키 넘겨 받은 학생과 알고 있을 가능성이 97%... 그 학생 살살 구슬려서 키 넘겨 받아서 올라온 적이 있을 수도 있겠네. 아무튼 그러면 대충 빈이가 점심시간에 사람 없는 옥상에 슬쩍 와서 낮잠 자던 중에 여울이가 사람 피할 곳을 찾다가 옥상으로 오고, 의도치 않게 실수로 빈이를 깨우는 상황이 되려나! 왠지 잠에서 깬 빈이가 어 너, 하면서 말 걸었다가 여울이가 동공지진 일으키는 시츄가 보이는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레는 아무래도 내가 써오는 게 자연스러우려나?

42 여울주 (ybSM2k7gCM)

2022-06-15 (水) 21:06:30

기실 100%라 봐야지 ㅋㅋㅋㅋ 빈주가 얘기한 시츄에이션 좋을 것 같아! 나중에는 눈치 안 보고 빈이 만나려고 일부러 정원 관리 담당을 자처하고, 이게 화근이 되어서 교내정치계에 입문하여 나중에는 반장으로 등극.... 굉장한 장르를 발굴한 거 같은데 우리. 사실 누가 써 와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빈주가 써 준다면 나야 땡큐소머치지! 🤣

43 빈주 (yqBlpweRD.)

2022-06-16 (거의 끝나감) 11:20:21

정원 관리 담당을 자처하는 여울이라니 뭐야 이거 진짜 엄청나잖아...?!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어. (?) 아무튼 좋아 그럼 선레는 내가 써올게! 요새 쪼끔 정신이 없어서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긴 한데 늦어도 내일 밤까지는 써올테니 느긋하게 기다려줘!

44 빈주 (juKWj6tApM)

2022-06-17 (불탄다..!) 16:11:01

아니 날렸... 날렸어... (머리박) 조금만 더 기다려줘 미안... 😂 (바스라짐)

45 빈 - 여울 (xcs7oC13LE)

2022-06-18 (파란날) 11:08:31

빈이 다니는 학교 옥상은 여느 학교들이 그렇듯, 일반 학생들의 출입이 엄금되어있다. 출입을 허락받은 것은 옥상에 놓인 화단을 관리하는 소수의 학생들뿐.
... 이라는 것이 대외적인 규칙 되겠으나, 실상은 인맥을 통해, 혹은 사람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등등, 자신만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옥상에 드나드는 학생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빈의 경우는 그중 전자의 경우로, 화단 관리를 떠맡게 되어 열쇠를 지닌 친구를 살살 꼬드겨서 비교적 자유롭게 옥상에 드나들고 있다.

머리카락은 교내에서 보기 힘든 샛노란 색에 귀에는 피어싱이 주렁주렁. 선생님들 눈을 피해 옥상에 담배를 피우러 간다고 해도 납득이 갈만한 인상이지만 이래 봬도 빈은 간접흡연 경험조차 극히 적은-있다고 해봐야 버스 정류장 등에서 경험한 게 전부인-건강한 폐를 자랑한다. 그런 빈이 옥상에 올라와 하는 일이라곤 k-드라마에서처럼 학교폭력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옥상 한켠에 놓인 벤치에 팔자 좋게 드러누워 좋은 자리를 잡은 고양이처럼 평화롭게 잠에 빠져드는 것뿐이다.

학교에 가지고 온 책가방에는 글씨는 거의 적히지 않았건만 이래저래 험하게 다뤄진 티가 나는 교과서 몇 개를 쑤셔넣는다. 기왕이면 등을 대고 자면 편하겠지만, 일반적인 벤치는 키 174cm의 여고생을 세로로 온전히 받아줄 만큼 기다랗지 않다. 햇볕도 강하기에 별수 없이 몸을 옆으로 돌려 몸을 살짝 만다. 덩치 때문인지 인상 때문인지, 몸을 둥글게 만 고양이라기보다는 호랑이 내지는 사자 등의 고양이'과 동물'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 흠이다.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라는 듯, 빈은 자연스럽게 손수 제작(?)한 베개에 머리를 댄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른 주기로 숨을 작게 내쉬기 시작한다. 별다른 일이 있지 않은 이상에야 아마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해야 잠에서 깨어나, 겨우 잠을 쫓아낸 뒤에 수업이 시작한 뒤 15분 뒤쯤에야 교실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46 여울주 (7jyLjE0PQ2)

2022-06-18 (파란날) 20:30:05

아이고 날렸었다니.... ㅜㅜㅜ (토닥토닥) 나도 요새 정신이 없다 보니 서로 시간에 구애 안 받고 천천히 진행하면 되지! 내일까지 답레 써 올게!

47 여울 - 빈 (6rUWiCSy9U)

2022-06-19 (내일 월요일) 16:43:12

투명인간처럼 사는 것은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모두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반투명한 존재로 살 수 있지만 자기가 애써 시선을 피하려고 하는 순간 눈밖에 나기 때문이다. 방치와 도망 사이의 애매한 선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운 법. 무려 1시간이나 되는 점심시간 내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을 텐데, 괜스레 교실에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여울은 진정한 의미로 혼자가 될 수 있는 곳을 찾아헤맸다.

그러나 화장실은⋯⋯ 아니,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 있어 봤자 정말로 긴급한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일만 되겠지. 양호실에서 꾀병을 부리는 성격도 아니고. 뭔가 죄 짓는 것 같으니까. 층수가 높아질 수록 1학년 교실과는 다른 냄새가 나고 뭐랄까 사뭇 조용해지는 탓에, 더 높이 더 높이 층계참을 한 칸씩 오르다가 마침내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달했다.

옥상 문 앞의 층계참. 여기는 충분히 조용하다. 그러나 서 있기에는 대단히 뻘쭘한 공간이고, 아래서 웅성웅성 복도를 울리는 말소리나 지나다니는 사람이 드물게나마 있어서 그곳에서도 여울은 구석으로 스스로의 몸을 꾹 눌러 붙였다. 이대로 한⋯⋯ 30분 좀 넘게 버티면 될까. 뻣뻣하게 선 채로. 안도와 답답함이 섞인 한숨을 쉬면서, 가만히 팔을 떨구고 있기에도 어색해서 문고리를 잡아 보기나 하고──.

─짤깍.
"⋯⋯ 어라?"

왜, 열려 있는 거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면서,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지기 전에 냉큼 발을 뺐어야 한다고 여울은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 하지만⋯⋯ 바람 때문인지, 스토퍼가 낡아서인지, 생각보다 훨씬 가볍게도 여울의 작은 체중으로도 활짝 떠밀려 버리는 문 때문에, 여울은 문고리에 딸려가듯이 옥상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토끼 대신에 화려한 금발을 한 요염한 암사자가⋯⋯ 암사자?

빈이었다. 유일하게 통성명을 한 상대니까 잊지는 않았다. 참⋯⋯ 햇빛을 쬐면서 잘도 둥글게 말려 있구나. 아무쪼록 깨지만 않았다면 좋으련만.

큼지막한 호랑이, 아니⋯⋯ 빈 덕분에 여기는 출입 제한 구역이라는 사실조차 상기하지 못하는 채로, 되는 대로 몸이 낼 수 있는 모든 소음을 죽이는 데만 모든 집중을 쏟아붓는다. 왜, 왜, 쟤, 쟤가 여기에? 책가방은 머리 괴는 용도로 들고 다니는 것인가? 갑자기 깨어나서 깨무는 건 아니겠지? 그런, '호랑이 굴에 물려가면 정신을 차릴 수 있을 리 없잖아'라는 통찰을 명백히 증명하는 듯한 의식의 흐름 끝에, 최대한 살금살금 뒤돌아 빠져나가려던 여울의 눈에 밟힌 것은 아쉽게도 빈 깡통이었다.

텅, 딸그랑, 하고 비어 있는 복숭아 음료 캔이 미처 신경쓰지 못한 발끝에 채여 큰 소리를 냈다. 문에 부딪치고 벽에 두어 번 튕긴 다음에 바닥에 통통 튀며, 상상 가능한 최악의 루트로 낼 수 있는 소리를 전부 냈다. 꼼짝없이 잡아먹히는구나 하고, 체념한 채로 문을 닫고는 쭈뼛 굳은 채로 서서 혹시나 깨지 않았는가 하고 벤치 위의 빈을 살폈다.

48 빈-여울 (eQGPLBETaQ)

2022-06-20 (모두 수고..) 16:37:59

텅 딸그랑 데구르르 통통.
평소라면 종이 울리기 전까진 조용했을 옥상에 요란한 소리가 울린다. 깊이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면 모를까, 잠든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여울에게는-불행하게도 방금의 소리는 빈의 정신을 꿈속세계로부터 끄집어 내기에는 충분했다. 빈 깡통이 이곳저곳에 부딪히며 찌그러지는 소리에 맞춰 빈의 눈썹이 움찔거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감겨 있던 눈이 반쯤 떠진다.

반은 뜨고 나머지 반은 감긴 눈은 잠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 몇 번인가 깜빡이더니 이내 완전히 떠진다. 여전히 졸음이 짙게 묻어나오는 눈동자는 다행인지 아직은 여울에게로 향하지 않았다.
뭐지, 잠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종이 울렸나... 자다 깨서 희뿌연 머릿속에서 어떻게든 더듬거리며 생각을 정리하다 햇빛을 정통으로 받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뜬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뜨며 햇빛에 적응하길 몇 번인가 반복하자 어느새 졸음이 조금은 달아나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킨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늘어지게 하품까지 하던 빈은 평소만큼 몸이 찌뿌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운동장에서 수다를 떨거나 게임을 하며 하하 호호 청춘을 즐기는, 종이 울렸다면 급하게 끊겼어야 할 학생들의 목소리도 끊기지 않고 들려온다. 그렇다면 방금 저를 깨운 소리는 학교의 종소리는 아니라는 건데... 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옥상의 문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밝다 못해 눈부신 날씨와 대조되게 어두운 채도의 자그마한 학생. 아는 얼굴이다.

"아..."

잠든 지 오래 지나지 않아서인지 다행스럽게도 목소리가 쩍쩍 갈라져서 나오진 않는다. 그저 살짝 잠겨 본인이 피곤함을 강렬하게 어필하고 있을 뿐. 주위를 둘러보던 빈의 시선이 바닥에 나뒹구는 복숭아 음료 캔으로 향한다. 잠에서 이제 막 깨어서인지 방금의 소리와 복숭아 음료 캔의 연관성이 매끄럽게 떠오르진 않는다. 그러니까 쟤가-여울이. 유여울. 멍한 머릿속 데이터박스를 뒤져 어떻게든 상대의 이름을 떠올린 빈은 손을 들어 천천히 좌우로 두어 번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여울이 안녕."
"너도 낮잠 자러 왔어?"

설마 그랬을라고... 일반학생에게 출입금지 처분을 받은 옥상에 팔자 좋게 낮잠이나 자러 드나드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빈은 베개로 사용했던 책가방을 팔로 끌어다 제 허벅지 바로 옆으로 붙이며, "앉을래?" 라는 물음과 함께 급격하게 널찍하게 남아버린 벤치의 빈자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린다.

49 빈주 (eQGPLBETaQ)

2022-06-20 (모두 수고..) 16:39:23

으윽 분명 거의 다 썼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래그래 서로 천천히 주고 받자! 여울주도 텀 신경쓰지 말고 아무때나 편할때 줘도 된다구 :3

50 여울 - 빈 (pwqI9oGKsU)

2022-06-21 (FIRE!) 20:38:39

눈을 떴다. 망했다.

분명 느긋하게 빈이 일어나고 하품하는 동안 도망칠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치타 같아 보이는 존재가 저러고 있으면 냅다 뒤돌아 뛴대도 언젠간 붙잡혀 버릴 것 같아서, '도망치지 않는다'라는 더 나쁜 선택지를 고르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만약 튀었으면 누군지 전교를 샅샅이 뒤진 끝에 찾아내서 뼈와 살을 분리해 버렸겠지, 같은 자기합리화로 위안을 삼아 보는 여울이었으나⋯⋯.

"어? 으, 응─? 아, 빈아, 안녕⋯⋯. 엑?"

내뱉은 말들은 문장이라기보다는 마멋이 내는 울음소리에 가까웠다. 위기 상황에는 두뇌가 풀가동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이럴 때 뇌정지가 오는 걸까. 뒤늦게 반쯤 뒤돌아 문고리를 드밀어 보지만, 어째선지 잠긴 양 열리지 않았다. 들어올 때 밀어서 열린 문은 나갈 때는 도로 당겨야 열린다는 상식마저 떠올릴 수 없을 만큼 급박했던 거다.

"낮잠⋯⋯ 아니, 그게⋯⋯. 아니, 바, 바람 좀 쐬러 나왔어."

낮잠이 계획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면 천만에 그럴 리가 없지!!

빈의 손짓에 고개는 힘껏 도리질쳤지만 발은 어쩔 수 없이 그리로 끌려갔다. 잠을 깨 나지막한 목소리라서 화난 것과 구분하기 어려웠을까. 사람과 대화한 횟수 자체가 적으니 더욱 어려웠겠지. 삥을 뜯긴 적은 없지만 언제라도 삥 뜯길 준비는 되어 있는 아가씨 유여울. 과연 생애 첫 갈취는 얼마가 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빈 곁에 가까이 다가가서 차마 앉지는 못한 채 뻘쭘하게 서 있기만 한다. 옥상의 고요함이 이럴 때는 주위를 둘러싼 군중 같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아니 옥상인가. 졸음 묻은 눈초리가, 접때 갑작스레 책상 앞으로 찾아와서 까르르 웃던 때하고는 사뭇 달라 보였다. 저번과는 패턴이 다르다. 즉 긴장할 수밖에 없다.

"⋯⋯ 빈이, 너는⋯⋯ 뭐 해?"

차라리 자기도 배짱 넘치는 인싸라서 여기서 미꾸라지처럼 대화를 술술 비틀고 꼬아 슬쩍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러나 여울에게 그건 무리다. 비틀고 꼴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귀 앞으로 길게 내려온 옆머리와, 갈 곳 잃은 채 차렷 자세의 주변을 떠도는 운동화 신은 발끝뿐이다. 뻘쭘하게 선 채 머리카락을 비틀고 다리를 꼰다. '얌전히 안 있어?'라고 혼쭐나면 그만둘 생각으로.

51 빈 - 여울 (M/UQigLdiQ)

2022-06-22 (水) 17:05:05

여울의 대답은 제대로 된 말이라기보다는 웅얼거림... 내지는 무언가의 울음소리와도 닮아 있었다. 잠이 덜 깼기도 하고 그 정도야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좋다 싶었지만, 여울이 뒤를 돌아 문을 미는 모습을 보았을 땐 쟤 뭐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겨야 하는 문을 밈으로써 본인이 훌륭한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걸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서도.

"아, 오늘 확실히 날은 좋지."
"어-... 근데 내가 놀라게 한 건가?"

바람은 그닥 안 부는 것 같지만 먼지 날리는 교실에 마냥 처박혀 있기에는 아까운 날씨였다. 찌푸린 눈으로 머리 위에서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힐끔대며 바라보았다가 쨍하니 아픈 감각이 눈 안쪽을 찔러대는 탓에 고개를 내린다.
빈이 멋쩍은 웃음과 함께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왠지 놀랐어야 할 쪽은 이쪽인 것 같지만서도, 어째 여울의 행동이 갑작스럽게 난 큰소리에 깜짝 놀란 소동물의 것과도 닮아있다. 지난번에도 그닥 여유가 있어 보이진 않긴 했지만 오늘은 어째 지난번보다 당황한 듯 보이는데. 뭔가 괴상한 자세로 잠들어있었다거나 그랬어서 놀래키기라도 했던걸까. 아니면 단순히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던 걸까.

"나야 낮잠 자러 올라왔지. 이런 날씨에 교실에만 있긴 아깝잖아?"

빈이 기지개를 켜며 태평한 미소를 짓는다. 입시경쟁과 과열된 교육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태평함이다.
그보다 얘는 왜 계속 서 있는 걸까. 서 있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가? 옆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음에도 근처에 서서 머리카락을 비트는 모습에 빈은 고개를 갸울었다. 앉겠느냐고 물어본 걸 못 들었나-싶어 큼큼,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에 다시 한번, 제 옆자리를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으로 두드린다.

"다리 안 아파? 너도 앉아. 누가 보면 내가 너 괴롭히는 줄 알겠다."

지금 모양새가 왠지 성격 나쁜 양아치가 소심한 모범생 한명을 앞에 세워두고 갈구는 상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나른하지만, 지난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미소와 함께 다시금 동석을 권하며 "괜찮아 안 잡아먹어~" 따위의 농담을 던진다.

52 여울주 (Je26wney9A)

2022-06-22 (水) 20:49:35

맞아맞아 슬로라이프로 가자~ 아, 동석 권하는 빈이 상냥해서 설렌다 크하학🤣

일이 생겨서 답레는 금요일 쯤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야 할 것 같아.... 나무삼! 날씨가 진짜 미치게 더운데 건강 조심해 빈주!! 그리고 폭우 온다는데 폭우에도 건강 조심하구... (?)

53 빈주 (KIF.vdf1RE)

2022-06-23 (거의 끝나감) 14:26:10

그 권유 때문에 여울이는 더 긴장하는 거 아니야? 😂
답레는 금요일보다 더 늦어도 상관 없으니까 일 느긋하게 마무리 하고 천천히 줘~ 여울주도 날 더운만큼 건강 잘 챙기고 일도 잘 풀리길 바랄게!

54 여울 - 빈 (MeMSoszDYI)

2022-06-24 (불탄다..!) 20:52:17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도 아니고, 이런 곳까지 찾아들어서 낮잠을 청할 정도면 상당히 대단한 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의 햇빛 머금은 금발이 결을 따라 반짝 빛나고 있어서, 여울은 가만히 긴장해 침을 삼키고 애써 그쪽을 바라보았다.

(이런 날씨에는 방콕을 안 하는 게 안타깝다고는 생각하지만,) "날씨, 좋기는 하다⋯⋯." 이건 하늘보다도 반짝이는 머리칼을 보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여기 들어와도 되는 곳이야? 열려 있길래⋯⋯ 들어오긴 했는데⋯⋯."

주변에 서 있는 사람이 또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쪽 눈치를 보면서 서 있을 수라도 있었겠지만, 옥상에는 단 둘뿐이다. 무엇보다, 괜찮은 쉼터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고 다리가 꽤 아픈 것도 사실이었고. 끝내 손사래를 쳐서 거절하겠다는 의지를 짓눌러 멈춰 두고, 여울은 자포자기하기로 했다.

"아냐, 아냐⋯⋯. 그냥⋯⋯ 깨워 버렸나 해서."

결국 고개를 푹 떨구며 자백 아닌 자백을 하고서는, 마지못해 빈이 방금까지 누워 있던 자리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안 잡아먹는다는데 설마 잡아먹을까. 그래도 호랑이인데⋯⋯ 아, 사람이지.

햇빛에 데워진 건지, 아니면 빈이 불어넣어 놓은 온기인지, 하여간 뜨끈뜨끈한 벤치에 앉아 잠깐을 입을 어물대며 침묵했지만, 그 침묵 사이에도 빈에게 잡아먹히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 것을 보고 '다행히 얘한테 적의는 없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거나 한다. 의외로 쫄아 있는 것은 자기뿐인 게 아닌가 하는 그런 가정 말이다. 물론 그걸 사실이라고 입증하기에는 아직 멀지만. 아직 멀지만!

"원래도 여기서⋯⋯ 자?"

스스로 만들어내는 고요가 너무나 부담스러워서, 말 없는 여울이지만 무언가 할 말을 애써 지어냈다. 빈 앞에만 서면, 저번에도 그렇고, 왠지 이렇다.

55 빈 - 여울 (uqXFOnP5KE)

2022-06-25 (파란날) 13:52:15

"응? 당연히 안되지. 교칙 위반인데?"

빈은 장난기가 그득 서린 미소를 씨익 지어 보인다. 설마 모르고 올라왔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하긴, 저처럼 교칙을 대놓고 어길 타입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애초에 옥상에 올라오는 게 '교칙' 위반인지 까지는 모르겠다. 평상시에 올라가지 못하게끔 잠겨있긴 한데, 무수히 많은 교칙 중 '옥상에 올라가지 마시오'가 기재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관심 없기도 했고. 교칙이고 나발이고 그런 건 빈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하게 된 지 오래였다. 교칙인지는 모르겠지만 겁이나 줘볼까 싶어 "들키면 선생님한테 엄청 혼날걸~" 하면서 뻔뻔스럽게 말을 붙인다.

"뭐, 소리 듣고 깬 건 맞는데 그 대신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나랑 놀아주면 깨워버린 건 그걸로 퉁쳐줄게."

이제는 거의 가신 나른함이 살짝 묻어나오는 웃음을 실실 흘리며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내지는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눈으로 여울을 바라본다. 애초에 퉁쳐주고 말고 할 정도로 중대 사항인가 싶지만, 어차피 깨버린 김에 잘됐다 싶었을 뿐이었다. 다시 자버려도 되긴 하지만 눈앞에 재밌는 애(?)도 앉아있겠다, 그냥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놀아달라고 하지 뭐. 말을 던져놓고 보니 디오니소스의 '흥이 깨졌으니 책임져.'라는 대사가 떠올랐다. 얘도 이거 알려나.

"음-가끔 피곤하면? 여긴 사람 잘 안 올라오니까."

어제는 게임을 하다 새벽 2시 49분쯤에야 겨우 시계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도 누워서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탐방하며 시간을 흘려보낸 것은 덤이다. 그러니 피곤하지 않을 턱이 있나.

"여울이 넌 여기 처음 올라와 봐?"

들어와도 되는 곳인지조차 몰랐던 걸 보면 처음인 것 같기도 한데, 열려있는지도 모르면서 어쩌다 여길 올라올 생각을 했을까.

56 여울 - 빈 (7ePgTb8oPU)

2022-06-26 (내일 월요일) 18:42:49

"위반이지?! 역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도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같이 있어 주기를 협상 조건으로 내거는 이 애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벤치에 편히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장땡이라는 건 모르는 바가 아니다. 들키는 경우의 위험을 추호도 부담하고 싶지 않아서 이런 현장으로부터 늘 도망치는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그저 빈이 여울 자신까지도 세상의 눈에게 들키지 않게끔 숨겨 주는 존재이기를 바랄 뿐.

"⋯⋯ 알았어.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야⋯⋯. 종 치고 안 들어가면 혼나는 건 똑같잖아."

한숨을 뺨에 가둬 부풀리고 입술 틈으로 천천히 불어내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서 커튼처럼 흔들리는 앞머리 너머로 빈의 얼굴을 살폈다. 뭐가 좋다고 이리 웃는담.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 가지 수확을 밝히자면, 방금 빈이 한 말로, 여기가 여울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사람 안 오는 장소'라는 건 분명해졌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떡하니 빈이 앉아, 아니 누워 있다면 무슨 소용이겠냐만.

"피곤하면 계속 자도 되는데⋯⋯. 어, 응? 그야 처음이지. 나도 열릴 줄은 몰랐어." 그리고 그 안에 빈이 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고. "근데 어떻게 열고 들어온 거야? 원래부터 안 잠가 놓나⋯⋯?"

57 빈 - 여울 (OvpFyXtnbw)

2022-06-27 (모두 수고..) 15:55:58

기대한 것만큼의 반응을 보여주는 여울 덕에 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교칙 그깟 게 뭐라고 저리 호들갑일까. 원래 학교생활 하면서 담 한두 번쯤은 넘어주고 하는 것 아니던가-하는, 평범한 학생이라면 동의하지 않을만한 생각을 태연하게, 물 위로 흘려보내듯이 머릿속으로 흘려본다.

"그래그래, 오래는 안 붙잡아둘게."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같은 반이니만큼 아마 여울 역시 어렴풋하게나마 알지도 모르겠다. 종종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끝난 지 20여 분이나 지난 후에 유유히 교실로 들어와 선생님께 꾸중을 듣는 것으로 교실을 한번 떠들썩하게 만들어 버리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학생이 바로 눈앞의 이 불량 학생이라는 것을.
빈은 여울이 뺨을 부풀리는 모습을 보며 볼주머니에 먹을 것을 한가득 채워둔 햄스터 같다는 감상평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여기 원래 화단 관리하는 학생들한테는 선생님이 열쇠 주거든. 그래서 걔네한테 빌렸지."

빈은 교복 치마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작고 낡은 열쇠 하나를 집어 들어 여울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인다. 뭐 그거 말고도 머리핀으로 문을 따서 침입을 시도한다든가 하는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학생들이 종종 있긴 하지만, 열쇠를 빌릴 수 있다면야 그보다 편한 방법은 따로 없다.

"근데 너도 이제 공범이니까 비밀 지키는 거다? 또 이상한 짓거리 하다 들키면 나 이번엔 진짜 반성문 각이라."

옥상에 수시로 들락거린 것은 고사하고 교칙을 어긴 게 한두 번이 아닌가 보다. 하긴 화려한 외모만 봐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기야 하겠다만. 그럼에도 말하지 말아 달라며 여울에게 쩔쩔맨다든가 숨기려 하기보다는 도리어 뻔뻔한 표정과 당당한 말투로 여울을 공범으로 만들어버린다.

58 여울주 (.Yx7DM3sCU)

2022-06-28 (FIRE!) 19:30:54

'또'라면 상습범이라 이거군....! 이제 완전히 덫에 걸려든 느낌인걸 ㅋㅋㅋㅋ

어제 새벽부터 위장이 급히 안 좋아져서 병원엘 다녀왔는데... 컨디션이 범상치 않아... 여울주는 좀 회복하고 와야 할 것 같아...🥺(종잇장 체력)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이어 둘 테니 기다려 줘!

59 빈주 (4DT6t1VFLs)

2022-06-29 (水) 12:52:47

빈이는... 지각, 숙제 미제출, 무단 조퇴, 출입금지 장소 출입 등등의 어지간한 일에 있어서는 상습범일걸... 😂
아니 그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지금 답레가 문제가 아니지! 답레 신경 쓰지 말고 건강 회복에 신경쓰자 여울주! 컨디션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푹 쉬길 바래 여울주!

60 여울주 (k8V84QXoZA)

2022-07-02 (파란날) 15:23:59

여울주 네모네모 멈뭄미같이 부활!!! 곧 답레 써올게 😝!!!!!

61 빈주 (NwKTCXpMEQ)

2022-07-03 (내일 월요일) 12:09:11

넴모넴모 빔! (?)
부활했다니 다행이다! 이제 몸은 좀 괜찮은거야? 넘 무리하지 말고 답레는 천천히!

62 여울 - 빈 (RNt94aNevY)

2022-07-03 (내일 월요일) 20:56:09

"아, 화단⋯⋯."

그러고 보니 옥상에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는 플라스틱 제 화분과 명색만 내걸고 있는 화초, 그리고 여기저기 떨어진 흙에서 조금 웃자란 잡초를 보아하니 여기는⋯⋯ 옥상 정원 같은 걸 가꾸고 있는 모양이다. 꽃과 함께 학생도 기르고 있다는 게 특이한 점일까.

학생이 수업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난입'한다는 희귀한 광경을 몇 번씩이나 보여준 마당이니 그 위명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다만 여울이 한 가지 안심하고 있는 점은 이런 반짝반짝 윤이 나고 세상 어디에 갖다놔도 살아낼 것 같은 아이가, 자기처럼 재미없는 인간한테 10분 넘게 관심을 가질 리는 없다는 것이었다. 조만간 빈은 여울을 붙잡아두고 있다가 풀어줄 것이고, 여울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교실에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물론 여울에게는 방심하고 있는 점도 있었다. 세상 일이 생각처럼 풀리는 경우는 잘 없다는 사실.

"그게 저 열쇠⋯⋯?"

생각보다 옥상 보안이 훨씬 허술한 모양이다. 그런데 여울은 그보다도⋯⋯ 화단 관리하는 학생들에게 '빌렸다'는 게 설마 '(물리적으로) 빌렸다'는 뜻은 아니길 간절히 빌었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기를, '난 절대로 화단 관리 위원은 되지 말아야지.' 했다.

"공범? 으, 그냥 방관자⋯⋯ 라고 해 주라⋯⋯?!" 그렇게 말은 했지만, "⋯⋯ 아, 그래도 공범이 아니진 않네⋯⋯. 나도 제멋대로 여기 들어온 거니까⋯⋯. 그─ 그러니까, 빈이 너도 오늘 있었던 건 잊어 줘, 꼭이다? 나도 비밀 지킬 테니까!"

세상에, 공범이라면 이 애랑 동등한 입장인 거잖아⋯⋯. 이 반짝거리는 애랑⋯⋯. 자기가 교칙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나, 교칙 위반의 여제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다는 것보다도 여울은 그 사실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듯했다. 김밥 먹으러 가는데, 고급 파인 다이닝을 먹으려는 사람이랑 같은 줄에 서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여울은 이렇게 덧붙인다. 어떻게든 '맞먹으려 든다'는 인상만큼은 피하려고.

"⋯⋯ 혹, 호, 혹시, 대가가⋯⋯ 있으면 말하고⋯⋯."

청소년기의 지갑 사정은 눈물나게 얄팍하지만 입막음비(달리 표현하자면 '삥')으로 세종대왕님 몇 명쯤 희생 못 할 건 없으니까.

63 빈주 (AvsjA0dltw)

2022-07-04 (모두 수고..) 14:57:13

대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삥은 (아마도) 안 뜯는다...! (?)
갱신하고 가며... 정신이 없어서 답레는 조금 늦을 것 같아! ㅠ 늦어도 내일밤까진 답레 올릴게!

64 빈 - 여울 (aYpX5UukJs)

2022-07-05 (FIRE!) 14:13:29

사실 말이 좋아 화단 관리 위원이지, 실제로 정성 들여 화단을 관리하는 학생은 여태껏 보기가 드물었다.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여서인지 교사들도 이러한 부실 관리에 관해서는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게 일상이었고. 물론, 관리가 부실한 만큼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인원이 적다 보니 빈으로선 오히려 잘된 일인 것이다.

여울에게 옥상 열쇠를 보여주던 빈은 "나중에 제대로 돌려만 주면 괜찮아."하는 태평한 말과 함께 열쇠를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조심성 없이 대충 아무렇게나 주머니 속으로 구겨 넣는 모습이 언제 잃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듯싶었다.

"그치? 우린 이제 한배를 탄 거나 다름없어."
"에이, 나 입 무거워 너무 걱정하지 마."

제멋대로 여울을 배에 태우며 빈은 태평한 웃음을 흘린다. 입이 무겁다며 검지와 엄지를 맞닿게 붙인 채 입술에 자크를 채우는 시늉을 해 보이지만, 도리어 그런 행동이 신뢰도를 팍팍 떨어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뭐, 행실은 가벼워 보이나 어쨌거나 빈이 오늘의 일을 발설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어긴 교칙의 가짓수만 다섯 손가락이 넘어가는 학생이 옥상에 드나든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 말 없이 넘어갈 교사가 있을 리 만무하다. 큰일로 번지지야 않겠으나 꾸지람 + 반성문 콤보는 기왕이면 피하고 싶었으니.

"응? 대가?"

저게 대체 무슨 말인고.
빈은 평소엔 잘 굴리지 않는 머리를 열심히 굴려 여울의 말뜻을 해석하려 노력했다. 그러니까... 비밀에 대한 대가를 말하는 걸까. 빈은 고개를 갸울였다. 애초에 오늘의 일이 새어나가서 좋을 게 없는 건 여울이나 빈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대가를 받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얘기에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그런 거 필요 없어~' 하고 넘어가면 빈이 아니다. 대신에 빈은 '잘 걸렸다 요놈' 하는 음흉(?)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긴 척, 너스레를 떨어본다.

"음 그러게~ 대가는 뭐가 좋을까~ 고민 좀 해볼까?"

65 여울주 (ro/k/ZlybQ)

2022-07-06 (水) 20:27:39

그래도 여울, 삥은 피해서 가는구나 ㅋㅋㅋㅋㅋㅋ🤣

바쁘고 더워 죽는 한 주야...! 일상 배경은 봄철이겠지만 이럴 때 빈&여울처럼 옥상에서 햇빛 쬐고 있으면 크레이지 걸즈겠지...? 여울주도 7월 들어 상판에 집중할 시간이 조금 빠듯해져서 갱신이 늘어지고 있는데.. 흐흐 고비가 멀지 않았어. 내일 저녁까지 답레 써 올게!

66 빈주 (ycm0SqtaNs)

2022-07-07 (거의 끝나감) 14:32:31

삥까지 뜯으면 그건 (유사)양아치가 아니라 찐양아치가 되어버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이즈 걸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날씨면... 그렇지 않을까...? 🤔 일단 당장 나만해도 실내에 한번 발 들이면 다신 안 나가려고 악을 쓰는걸. (흐릿) 상판보단 당연히 현생이 우선이니까 시간이 빠듯해졌다면 천천히, 느긋하게 오기야!

67 여울주 (hfcTIOeeAs)

2022-07-07 (거의 끝나감) 20:49:47

그, , , 그럼 리얼리 미안 , , 오늘 더위 먹어서 주말에.... 오는 걸로.....😭

68 빈주 (2DEQLILi/E)

2022-07-08 (불탄다..!) 14:05:03

아고 확실히 날이 덥긴 했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라구!

69 여울 - 빈 (yA6ldjwLzY)

2022-07-09 (파란날) 20:39:06

"아⋯⋯." 여울은 눈 앞에서 흔들리는 열쇠를 마치 핵폭탄 발사 버튼이라도 보는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바라보았다.

한 배라 이거지⋯⋯. 한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퍽 재밌는 일이기는 한데 말이다. 깃털보다 가벼워 보이는 이 애가 실수로라도 이런 일을 발설하지 않으리라는 장담은 여울 본인도 전혀 안 했지만, 어찌됐든 옥상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걸 숨겨야 한다는 데 두 사람의 이해관계는 일치했다. 여울은 자기보신을 위해서라도 이 일을 불문에 부칠 것이고, 빈은⋯⋯ 아마⋯⋯ 아마도⋯⋯ 친구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다 선생님한테 딱 걸리는 게 아닌 이상⋯⋯ 아니 잠깐⋯⋯. 그런데 어쩌다가 우리는 '서로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 거지.

고개를 힘껏 도리도리!

아지랑이가 몰고 온 몽롱함을 떨쳐냈다. '정신 차려야지. 여기는 호랑이 굴.' 여울은 일단 쉬는 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기보다는 윤빈을 감시할 이유가 하나 생겼다는 걸로 해 두기로 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이제부터 진행할 입막음비에 관한 협상.

"그, 너, 너무 비싼 건 안 될 수도 있지만⋯⋯ 응?"

생각해 보면 오늘 옥상에 올라온 걸 비밀로 하려면 이런 은밀한 거래가 오고 갔다는 사실도 모두 그림자 속에 묻혀야만 할 테고, 그럼, 아차, 협상의 절대적 우위는 빈에게 가 있는 것 아닌가? 제네시스를 뽑아 달라면 뽑아 줘야 하는 거야? 몇 개월치 용돈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늘로 흩뿌려질까? 여울은 애써 웃고 있었지만 어느 모로 보나 울상이었다.

"⋯⋯ 아, 아니다⋯⋯ 그,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해⋯⋯."

70 빈주 (lq6D7plzvU)

2022-07-10 (내일 월요일) 15:39:58

답레는 내일까지...! ㅠ

71 빈 - 여울 (qm94Z5oSjg)

2022-07-11 (모두 수고..) 13:28:38

눈앞의 상대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며 킬킬거리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켰다면 성격 나쁜 양아치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빈으로서는 이 정도 일로 안절부절못한다는 게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본인의 기준과 일반적인 학생들의 기준이 판이함으로 이 부분은 덮고 넘어가기로 했다. 애초에 상대가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기에 본인이 이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을 수 있는 것이기도 했고.

빈은 팔짱을 낀 채 고민에 잠긴 시늉(?)을 해 보인다. 말이야 기세등등하게 엄청난 것을 요구할 것처럼 해놨지만, 막상 여울이 저자세로 나오니 딱히 요구할만한 것도 없어 난감하기 짝이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애초에 실제로 대가를 원한 것은 아니었고, 원래라면 여울이 '잠깐, 근데 이게 새어나가면 너라고 좋은 거 없잖아!' 식으로 나온다면 금세 꼬리 내리는 시늉을 할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상황이 이리되니 갑자기 됐다고 하기에도 뭔가 심심하고... 하는 마음으로 고민하다 보니 울상이 된 여울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이건 어느 각도에서 보나 질 나쁜 양아치 하나가 평범한 학생 한 명 붙잡아두고 괴롭히는 꼴이다.

"어어, 아니 울진 말고?"

목소리에서 약간의 당혹감-내지는 황당함이 묻어나온다. 제아무리 마이페이스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빈이라지만 저 때문에 동갑내기 학생 한 명이 울어버리면 그건 좀 난감하다. 설마 저렇게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는데. 조금의 당혹감 너머로 '얘 좀 신기하네' 하는 감상평이 자리를 잡는다.

"뭐-다음에 매점에서 먹을 거 사는걸로?"
"아, 마실 건 내가 살게."

사실상 들어오면 안 되는 곳에 들어온 건 빈이 먼저였고, 여울은 초범에 빈은 상습범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날의 일이 새어나갔을 때 불리한 것은 여울이 아닌 빈이었다. 거기다 일반적으로는 음료보다 먹거리가 가격이 더 나가기 때문에 이 제안은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여울에게 손해인 거래였지만, 이 양아치는 대놓고 삥을 뜯진 않을지언정 그런 세세한 부분을 배려해줄 만큼 심성이 곱진 않았던 모양이다.

72 여울 - 빈 (Cxz6smZtWs)

2022-07-13 (水) 20:59:46

공교롭게도 여울의 심정은 정반대였다. 다행히 제네시스가 아니라 먹을 것 정도라니!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뜯길 의향이 있었다. 물론, 이 무시무시한 호랑이굴에서 살아 나가서 평화롭고 고요하며 고고한 학교 생활을 계속 영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조건이 붙는다면 말이다⋯⋯.

여울은 대답 대신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한편으로 막상 이러한 상황을 당하자, 여울의 머릿속 의회에서는 새로운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아니─ 머릿속 여론을 따져보면 비례대표 의석조차 얻지 못한 신생 군소정당이지만, 분명히 그들은 생겨나서 머릿속 의사당의 문을 똑똑 두드리고 있었다. 사실은 윤빈이 좋은 녀석인 것 아니냐 하는 것. 친해지고싶당 당원들의 시위는 머릿속 뉴스에도 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쟁의였지만 머릿속 의원들 사이에는 처음으로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물론 수업시간에 맨날 늦고, 늦는데다 자기까지 하며, 수시로 옥상에 출입하는 이런 학생이 착할 리가 없습니다.' 주위눈치많이본당의 의원 유여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측한 결과로 보건대, 잘만 하면 친해져서 원만한 관계를──.'
'친해지다니요! 윤빈과 친해진다는 건 학생으로서 타락 아니면 착취당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당인 절대절대모범생당 의원 유여울의 발언이었다. '주위에 대한 경계를 더욱 강화해 오늘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다들 진정하세요!' 머릿속 국회의장이 법봉을 두드리며 외쳤다.

회기가 한 차례 지나고 ─ 현실에서는 10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 머릿속 의회는 폐정했다. 그와 동시에 여울은 자기가 어색하게 침묵하고 있었단 걸 의식했다.

"아─ 알았어! 언제가 좋니?"

내뱉듯 말하자마자 벤치 주변에 앉아 있던 새 몇 마리가 놀라 날아갔다. 얼떨떨하게 바라보다가, 날갯짓 소리가 자기 말소리를 덮어 버리기라도 했을까봐 누차 말했다.

"언제가 좋니? 아⋯⋯ 그⋯⋯ 편할 때 불러내도 되기는 하는데⋯⋯ 그냥⋯⋯. 혹시 시간대가 언제인가⋯⋯ 를."

73 빈 - 여울 (ra6mb6u9vs)

2022-07-15 (불탄다..!) 13:19:08

빈의 제안에 여울은 수초 가량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음... 마음에 안 들었나, 싶던 찰나, 푸드덕거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와 함께 대답이 돌아온다. 빈은 무의식중에 날아가는 새 무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시선 안에 정통으로 들어온 햇빛에 눈 안쪽에 쨍한 통증을 느끼며 급히 눈을 질끈 감는다. 어휴 눈 아파.

"언제? 음 아무 때나 상관없는데."

언제, 라는 약속이 빈에게는 꽤 생소하게 느껴졌다. 심심하면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가서 수다를 떨고, 집에 있다가도 심심하면 대충 당장 시간 맞는 아무나 불러냈고, 구태여 언제, 어디서, 누구와 등을 약속으로 잡아두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빈의 이런 성향을 알기 때문인지 빈의 친구들도 그녀와 사전에 약속을 잡아두기보다 '우리 지금 어디서 놀고 있는데 너도 나올래?' 식의 제안을 더 많이 받았었고.

"그냥 나 심심할 때?"

그 말인즉슨, 그게 당장 내일 점심이 될 수도 있고, 일주일 뒤 방과 후일 수도 있다. 계획을 차근히 세워두기보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편인 빈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다소-심각하게-부족할 때가 더러 있었다.

"아, 수업 참여에는 지장 안 가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봐줬다.' 하는 어투로 아주 당연한 소리를 씨불인다. 다만 본인은 수업에 늦거나 심지어 쨀 때도 종종 있으니 저게 본인 나름대로 상대의 성향을 배려해준답시고 배려해서 나온 말이라는 게 어처구니없는 부분이다.

// 머릿속 의사당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4 여울주 (R6a0AqyZIU)

2022-07-18 (모두 수고..) 20:36:55

기분파 빈이에게 끌려나가는 미래가 너무 눈에 선하다 ㅋㅋㅋㅋㅋ
답레는 이번주 중으로 들고 올게! 에어컨을 틀었으면 이불을 잘 덮고 자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어서 콜록콜록...😷 코로나도 음성인데 기온보다 체온이 더 높은 기분이네!?

75 빈주 (BH5CdLqznU)

2022-07-19 (FIRE!) 16:08:31

헉 감기 걸렸나 보구나 ;3 몸이 좋지 않다면 푹 쉬어야지! 답레 신경쓰지 말고 약 잘 챙겨먹고 푹 쉬어 여울주! 한시라도 빨리 열도 내리고 나아졌으면 좋겠다!

76 여울주 (6nNBv2jG7Q)

2022-07-26 (FIRE!) 11:25:06

🤯 며칠을 잔 거지?!?!?! 답레 써 올게!!!

77 빈주 (pPbduaFjBw)

2022-07-27 (水) 16:44:48

헉 이제 몸은 좀 괜찮아? 답레는 천천히 줘도 돼

78 여울 - 빈 (xDVvJoQpJ2)

2022-07-29 (불탄다..!) 20:42:56

생각해 보면, 옥상 문 잘못 연 죄로 소중한 '혼자만의 조용하게 구겨져 있는 시간'을 채여 가게 생겼으니 무척이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거기까지 머리가 돌아가기에는 날씨가 너무 나른하고 긴장이 많은 성격인 것이 화근이라⋯⋯ 적어도 아직까지 유지 중인 모범생 타이틀을 유지할 수는 있도록 협조해 준다는 배려 아닌 배려에, '그거 참 고마운걸요' 이렇게 여기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큰일인 건지 다행인 건지.

⋯⋯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 혹은 아무리 생각을 건너뛰어도 ─ 이건 좀 억울하다. 그러나 뾰루퉁한 걸 얼굴에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무척 억울한 걸 숨기기 위해서라도 다른 얘기를 꺼내야 했다.

"그런데⋯⋯. 너⋯⋯." 여울은 입을 우물우물대다가 애써 말했다. "⋯⋯ 친구들 많지 않아? 반에도 그렇고, 어, 다른 반에도 그렇고⋯⋯. 그런데 심심할 때가 있어⋯⋯?"

솔직히 인정하자, 이 질문은⋯⋯ 일말이나마 진심과 호기심이 담긴 그런 물음이다. 자기처럼 음침하고 재미없는 녀석이 그대의 심심풀이가 되어 줄 수는 있겠냐는 물음. 어쩌면 이 상황이 평생을 통틀어서 없었던 종류의 사건이라 지나치게 쫄아 있을 뿐이고, 어쩌면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치자마자 빈은 자신에게 흥미를 잃고 다시 교실의 중심에서 빛나는 미러볼 위치로 돌아가 졸업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빈의 의중이 궁금한 이유는 무얼까? 여울도 여울의 마음을 모른다. 정답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만 머릿속 한가운데에 조용히 떠오른다. '설마 외로워서?'

'외로워서? 그럴 리가. 절대 그럴 리가! 「호랑이 나으리, 저는 맛 없어요. 제발 잡아먹지 마세요」 하고 비는 거지⋯⋯.'

"내 말은⋯⋯." 머릿속의 목소리와 싸우느라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말 몇 마디를 덧붙일 뻔했지만, 여울은 여기서는 침묵하는 편이 현명하겠다고 생각했다. "으음, 그냥⋯⋯ 그게 궁금해서."

79 여울주 (xDVvJoQpJ2)

2022-07-29 (불탄다..!) 20:43:42

대박 펑크 났어... 미안!!!! 가뜩이나 에어컨도 고장인데 열이 나서 거의 갓난아기처럼 잤네 😭

80 빈주 (G8np.BOloM)

2022-07-30 (파란날) 13:48:57

헉 아니야 아팠으면 당연히 어쩔 수 없는 거지! 몸 먼저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신경쓰지 마!
뭣보다 나도 살짝 바빠서 답레가 좀 늦어질 예정이라... ㅠ 늦어도 내일까진 답레 올릴게!
여튼 이제 몸은 괜찮았으면 좋겠다!

81 빈주 (GZ8rYVYMMg)

2022-07-31 (내일 월요일) 13:54:56

으악 답레는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려줘...! 요새 답레를 쓰려고 각을 잡으면 뭔가 일이 자꾸 생겨버려서...! ㅠㅠ

82 빈 - 여울 (rk8/tnWRhY)

2022-08-02 (FIRE!) 14:02:56

뻔뻔한 빈의 제안에 여울은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럽게 호기심을 표출한다. 충분히 가질법한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은 틈만 나면 제 반이건 남의 반이건, 심지어는 다른 학년 층에까지 뻔질나게 돌아다닌다. 심심하다는 명목하에 선생님들을 찾아 교무실에 얼굴을 비추는 경우도 있었다. 심심하기는커녕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은 계속해서 색다른 걸 찾게 되기 마련 아니던가. 여러 사람과 모여 왁자지껄하게 노는 것도 즐겁지만, 가끔은 조용하게 보내고 싶은 날도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가듯 쏘다니는 편이어서인지 어느 친구 무리에도 완연한 소속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껏 그러한 기분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지만, 간혹 이리저리 떠돌다 보면 따분하다던가 심심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였다.

"뭐 친구 자체는 많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딱히 엄청나게 친한 친구가 있는 건 아니어서? 가끔은 심심해."

딱히 부정할 것도 아니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만 한 트럭이니 여울의 입장에선 굳이 여울와 놀기 위해 치대는 게 이해는 안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난 반전이 깃든 서스펜스 영화 마냥 남에게 말 못할 숨겨진 이유가 숨겨져 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부터가 생각보단 몸이 먼저 움직이는 타입인지라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그냥', '그러고 싶어서' 등등이 끝일 정도로 허무하다. 그런데도 굳이 이유를 추가로 찾아내서 붙여보자면...

"근데 그보다는 너 반응이 재밌어."

... 명백하게 찐친이 없어서 가끔은 심심하든지 하는 것보다는 이쪽의 이유가 더 진심인 것 같다...

83 여울 - 빈 (Rhow08P1ac)

2022-08-05 (불탄다..!) 20:16:03

빈의 의미심장한 친구론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여울이었지만 고개는 끄덕이고 있었다. 애초에 친구가 있어 본 적 없었으니까. 글쎄, 저 정도로 무지막지한 사람이라면 심심함의 역치가 굉장히 낮아질 수도 있을 테니. 애써 이해해 보려 했는데, 그보다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타입의 사람이다'라고 납득하는 것이 더 빨랐다.

"심심하기도 하구나⋯⋯. 아니, 심심해서 친구들을 그만큼 늘린 걸까⋯⋯?"

아무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가장 정반대에 해당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이렇게 점심시간에 같은 벤치에 앉아 환담을 나누는 사건도 일어날 수 있지.

어찌됐든 여울이, 빈의 행동 동기가 '그냥'이라는 걸 알아차릴 때까지는 조금 걸릴 것 같았다. 다만 언젠가는 분명 알아차릴 것었이다. '빈 선'에 몇 분 동안이나, 그것도 두 차례나 피폭당한 여울이라면 도대체 저 아이의 관심사는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관심이 생기고 말 테니까.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는지──아니, 아니지! 관심을 있는지 진지하게 궁리해 보기도 할 것이고⋯⋯.

"응?" 그런데 그 비결이 예상외의 것이라 나름대로 난처해진다. "나⋯⋯ 나 재밌어? 내가?! 내, 내가!!?"

여울에게는 살면서 처음 들어 본 말이다. 그러나 그건 애초에 무슨 말이든지 마찬가지다. 대화 자체를 안 하고 사니까, 살면서 아직 들어 보지 못한 말이 태산이기 마련. 무엇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보이는 반응이 빈이 보기에는⋯⋯ 재미있는 것도 아마 사실일 테니까.

"난⋯⋯ 모, 몰라. 재미없다고 다들 그럴 텐데. 아니, 직접 그렇게 들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재미있는 걸로 따지면 친구 많고 말 잘하는 네가 훨씬⋯⋯? 아, 아닌가? ⋯⋯⋯⋯⋯⋯ 반응이 재밌다는 게 뭐지⋯⋯!?"

얼굴을 싸매고 고뇌하는 동안 시간은 흐른다.

84 여울주 (Rhow08P1ac)

2022-08-05 (불탄다..!) 20:18:05

말끔히 나았어!!! 역시 타이레놀은 만병통치약이 맞는 게 아닌가 아무튼 그런 기분.

그것과는 별개로 평일에는 더위 때문에 푹~푹 늘어지다 보니 괜찮은 답레 쓰기가 점점 더뎌지네... 😅 보양식 먹고 힘내서 더 열심히 쓰기로 했어. 보양식이래봤자 비빔국수지만... 빈주도 답레 천천히 줘도 괜찮아~!!

85 빈주 (.OwpNUjD/I)

2022-08-08 (모두 수고..) 14:16:39

앗 다 나았다니 다행이다! 날도 더운데 고생했겠네 ㅠㅠ
그리고 더울땐 푹푹 늘어지는 거 인정... ㅠㅠ 응응 답레는 서로 몸 챙겨가면서 천천히 주고 받자! 나도 답레 다 쓰기까지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서...!

86 빈 - 여울 (0aLqoNzC6g)

2022-08-10 (水) 11:31:12

"으음... 그럴 수도...?"
"사실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심심해서 친구들을 그만큼 늘린 걸까? 하는 여울의 물음에 빈은 애매한 제스쳐와 말투로 대답했다. 심심해서 이리저리 말을 걸고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늘었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심심하니 쟤랑 친구가 되어야겠다, 는 뉘앙스의 생각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그러니까, 목적이 친구를 만들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달까. 음, 이것도 결국엔 심심해서 친구를 늘린 게 맞다 봐야 할까. 목적이 좀 다르긴 하지만 결국 시작점과 목적지가 같기에 같은 거라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는 고민에 잠겨있던 빈은 여울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싸매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곤 대뜸 웃음을 터트린다. 소심하거나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들이야 주변에 차고 넘치도록 많다. 특히나 한창 예민한, 사춘기를 거쳐 가는 시기의 아이 중에는 그런 경우가 더욱 쉽게 보이고. 그렇지만 여울의 반응은 단순히 낯을 가린다던가 소심한 이들이 보이는 반응과는 조금 결이 다르달까.

"응, 지금 같은 반응이 딱 재밌어."

혼란스러운 여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저렇게까지 당황하지 않아도 잡아먹진 않는데... 라고 여울에게 사자와 비슷한 위험 요소로 판단 된 빈이 생각했다.

그렇게 여울의 반응을 보며 실실 웃고 있자니 익숙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예비종이다. 운동장에서 시끌시끌하게 모여 놀던 학생들이 하나둘 아쉬워하면서도 교내로 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개중에는 개의치 않고 계속하던 놀이를 하는 듯한 학생들의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빈은 엇차-하는 의성어와 함께 벤치에서 일어서선 교복 치마를 손으로 탁탁! 털어낸다.

"오늘은 제시간에 들어가겠네~ 가자."

앞의 말은 혼잣말에 가까웠다. 예비종이 울린다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성격은 아니지만, 오늘은 약속한 게 있으니 지키긴 해야겠지. 더 곤란하게 했다간 울음을 터트릴지도 모른다. 빈은 턱으로 옥상 문 쪽을 가리킨 뒤 설렁설렁, 느긋한 걸음을 옮긴다.

// 슬슬 막레각 잡으면 될 것 같아! 이 답레를 막레로 받아도 좋고!

87 여울주 (BbF2bMW2tQ)

2022-08-17 (水) 20:46:19

수고했어~~~😆 광복절 연휴를 힘겹게 보냈네.... 완전 방전이야.... 시간 되면 내 쪽에서 막레 써 올게!

88 빈주 (XmXTbW46sI)

2022-08-20 (파란날) 12:12:08

응응 수고했어 여울주! 아이고 연휴 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충전 잘 하고 막레는 시간 될 때 천천히 들고 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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