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스승님의 행동을 관찰했다. 눈에 비친 모습은 그저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곰방대에 담뱃잎을 집어넣고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이는 모습.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알수있었다. 토고는 망했다. 어느 책의 첫문장처럼 아주 망했다. 토고는 마음 같아서는 머리를 찍고 싶었다 우에에엥 스승님아 내 도와도가!! 하면서 울고 싶었다. 그럴수 없어서 더 큰 문제였지만.
"하하하. 그리 거창한 건 아닙니다. 이채준 님도 아시다싶히... 특별반은 영월 사건에서 큰 활약을 했습니다."
토고는 그 일을 겪진 않았지만 이야기는 들었다. 하이 네임과 싸웠다던가 영웅이 올수있도록 도왔다던가. 민간인을 구출했다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를 말이다. 토고는 자신의 긴장을 숨기기 위해 웃었다. 그리고는 씁쓸하다는 듯 표정을 바꾸었다.
"특별반은 명성을 얻었지만, 그 명성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얻을 수 있는 명성이지요. 북해 길드와 구름 마탑, 혈십자까지..." "그래서 특별반은 그들에게 입은 은혜를 갚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북해 길드에 소속된 이들을 위하여 장비를 선물하고자 합니다." "양산형이라도 좋습니다. 최대한 많은 양의 장비를 구입하고 싶습니다." "50만GP. 이걸로 가능하겠습니까?"
>>537 준혁의 말은 들은 두 사람의 반응은 미묘합니다. 나네카는 모자를 끌어당기고, 살짝 삐진 듯 의자에 기대고 있고 인홍연은 한쪽 다리를 꼰 채로 준혁의 말에 피식 웃습니다.
" 못 할 약속은 안 하는 게 낫지. 그 말이 가져올 결과가 어떻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을 듣는 것보단 차라리 말도 안 되게 치사한 조건을 거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
인홍연은 마치 준혁을 가르치듯 차근차근 이야기합니다. 아까의 까칠한 태도는 그대로였지만, 지금은 같은 길드장들간의 대화라기보다는 후계자를 가르치는 듯한 모습입니다.
" 아마 나였다면 '두 쪽에서 내는 의뢰에 대해선 일정 조건 이하에선 움직여주겠다.'고 걸었을 거다. 그 정도면 특별반에도 큰 문제가 없기도 하겠고, 북해 길드가 직접 움직이겠다는 말도 없었으니 네가 특별반을 움직일 계기도 되겠지. 이와 같이 어느정도 주어를 숨기고 상대를 떠보는 것도 중요하다. 나 참. 내 후계자도 아닌 녀석을 내가 가르칠 날이 올 줄이야. "
그는 귀찮다는 듯 주머니를 뒤지다가 준혁에게 무언가를 던집니다. 포도당.. 캔디네요.
" 머리 핑핑 돌아갈텐데. 그거라도 먹어가면서 들어라. 애초에 이 자리를 네 아빠가 마련한 이유는 우리 둘을 설득하라니 뭐니 그런 이유가 아니라. 우리한테 네 둘 얼굴도장을 찍어줄 심산. 뭐 그랬겠지. 후계자 교육에선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만 아직 네겐 독기는 부족해. 그러니까. "
그는 손으로 나네카를 가르키며 말합니다.
" 저 여우한테 휘말릴 뻔 한 거지. " " 치이이... 아쉽네요오.. 북해 길드에 빚을 지울 생각이었는데에... "
순간 준혁은 목이 싸늘한 느낌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구름 마탑의 마탑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요구하기보단 자신들의 손해를 언급하고, 할 말은 없냐는 식으로 준혁의 죄책감과 감정에 호소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만약 준혁이 조금만 방심했다면 여러 이권을 받아내려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막아준 게.. 인홍연일 테고요.
" 내가 네 아빠한테 도움 받은 것만 아니었으면.. 이런 짓을 하지도 않았을텐데. "
대체 무슨 도움을 받아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고민하고 있을 때.
" 네 아빠가 내 여동생이 망념화에 빠졌을 때 직접 나서줬다. 내 여동생을 의념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그 물건들을 모두 갈무리해서 내게 넘겨줬지. 가족의 빚을 졌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단 한 번은 네 아빨 돕겠다 했지. 그 빚은 이번까지 쳐서 모두 갚았다 생각한다. "
그는 의자에 기대어 앉으면서 나네카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 너도 그만하지? 솔직히 말해서, 구름 마탑에서 사용한 시약 중에 북해 길드에서 제공한 것도 적지 않은 걸로 아는데? " " 헤헤.. 들켰네요오~ "
조사가 부족했다고, 준혁의 머릿속에 생각이 스칩니다.
" 이처럼 상대를 알아내기 이전에, 우리가 상대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에 대해서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기 마련이다. 그러지 않으면 어느정도를 차감하고 답을 구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곤 하거든. "
찻잔이 비워지고, 인홍연은 잔을 내려두며 준혁을 바라봅니다.
" 네 아빠에게 진 빚은 이만하면 난 다 갚았다 생각한다. 영월 건에 대해선 우리들은 더이상 요구할 게 없다. 애초에 길드장 독단으로 한 일도 아니고 덕분에 우리도 여러 이권을 약속받기도 했으니. 그 이권을 구름 마탑에 조금 떼어주는 걸로 합의보도록 하지. " " 네에~ 그런 조건이라며언.. "
나네카는 아쉽지만 만족한다는 듯 고갤 끄덕입니다.
" 나 이외에 다른 길드장들이 이리 무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런 시대에서 길드를 유지해온 대형 길드의 길드장들은 강하지 않더라도 속에 뱀이 득실거리는 놈년들 뿐이니까 말이야. 나나 네 아빠도 마찬가지고, 당장 저 헤실거리는 년만 보더라도 잘 모르는 네 등 쳐먹겠다고 아주 각오하고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이민하고 일어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