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묻는건데 세이 씨는 왜 제가 여성들의 시선을 다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스스로 말하기에도 뭐하지만, 그런 경험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을 뿐더러, 아마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요? 솔직히 그렇게 되어도 곤란하지만요."
이전에도 살짝 느낀 거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 것일까. 그는 가만히 그렇게 생각했다. 이 또한 시미즈 가문의 피를 이은 자이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물론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진담은 아니고 그냥 적당한 타테마에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판단을 하나 그 이상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들어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좋은 편이기도 했고.
"봤어요. 같이 온 이도. 하지만 일이라. 뭐, 재밌게 즐겼으면 된거죠. 아.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에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그건 못 본 것 같네요. 확실히 작년에는 개방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올해는 되게 사람이 많이 몰리긴 했었죠."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자신의 앞에서 고백을 했던 2인조. ㅡ물론 그 중 한 명은 아는 이였다.ㅡ 의 경우는 일단 비밀로 하는 것이 좋겠지. 정말 생각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엄청난 것을 본 그때를 떠올리며 아키라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하며 제 뺨을 살살 긁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만나게 되면 축하한다는 말 정도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며.
"등불을 띄우는 것도 꽤 예산이 들어가는 행위니까요. 연속으로 하기에는 아무래도 저희 집안도 조금 힘들거든요. 그리고 첫날에만 하기에 좀 더 의미가 있고 멋진 구경거리이기도 하고요. 후후. 뭐. 안 바빴다면 거짓말이긴 하지만 저는 저대로 다른 이와 둘이서 보면서 즐겼으니 그 부분은 괜찮아요. 내년이라.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내년이 되면 정말 본격적으로 일을 도와야하니까요."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으나 자신과 같이 축제를 본 그 건방진 후배를 떠올리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더더욱. 무엇보다 그를 포함해서 다른 이들도 다 즐겁게 즐긴 것 같았기에 어떻게 기분이 나쁠 수 있을까.
"아. 혹시 이자요이 씨와 친하면 2학기때는 수업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해주시겠어요? 저도 언제까지나 이것으로 잔소리를 할 순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보다는 친하게 지내는 이라면 좀 더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솔직히 말해서 미움받는 모양인지라."
“그야…. 아키라 선배, 멋있고 잘생기고 어른스럽고 책임감도 강하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걸요.”
렌은 오히려 아키라가 그렇게 묻는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역시 겸손하기까지 하다. 렌은 그렇게 생각하곤 혼자 납득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라는 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 이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 렇군요…. 으음, 그러고보면 아키라 선배는 코로리 씨하고 같은 반이시죠?”
괜히 민망했지만 모른는 체 한다. 물론 축제 때 코로리가 아키라를 아는 듯이 행동했을 때 생각이 났던 것이었다. 둘이 같은 반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긴 이전까지는 그 두 사람을 딱히 같이 생각할 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렌은 아키라가 등불에 대한 이야기와 첫날에만 하기에 더 의미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다른 이와 둘이서 즐겼다는 말에 궁금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직접적으로 묻지는 않았으나 이야기해주려나? 하는 기대감 어린 눈으로 아키라를 바라봤을 터였다. 물론 아키라는 대답해주지 않겠지만. 사실 그 때에도 말을 뱅글뱅글 돌려서 답하지 않지 않았던가. 이내 렌의 표정은 아쉬운 표정으로 바뀌었을 터였다.
그나저나 코로리의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미움받는다는 말에는 더 놀란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기까지 했다.
“네…? 코로리 씨하고 아키라 선배하고 친한 줄 알았는데요?”
당시 코로리는 그에 대해 더 물어보는 것을 민망해 하는 것 같아서 더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싫어하지 않는 사이라고 말했었고, 또 만날 때마다 투닥거린다는 건 엄청 친하다는 뜻이 아닌가?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친한 이들에게 서로 친구냐고 물어보면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는 반면 절친한 애들에게 서로 친구냐고 물어보면 “윽, 얘가? 아닌데?”하고 말하며 투닥거리는 것이 아닌가.
/뭔가 처음에 선관 짤 때 아키라랑 친해서 연애상담 해줄 정도라고 했었던 말이 떠오르는데? 좋아좋아~~
"오히려 그렇기에 세이 씨가 말한 쪽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죠. 누군가는 그런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자세한 것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는 일순 조금 쓴 표정을 지었다. 무엇을 떠올렸고 무엇을 살며시 감추는지에 대해서 알 방도는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그 사실에 대해서 굳이 깊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은 것 같았으니. 일순 떠오른 것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누군가의 모습이었을까. 물론 가미즈미 고등학교에는 없는 누군가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같은 반이냐는 물음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는 그는 어째서 '코로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지가 조금 더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둘이서 요비스테라도 하기로 했나? 생각보다 더 친한 모양이네. 그렇게 스스로 납득을 하며 아키라는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짓는 렌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역으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렌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뭔진 모르겠지만 뭔가 기대감을 가진 눈빛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아키라는 더욱 당혹함을 느끼면서 왜 자신을 저리보나 하는 의문밖에는 들지 않았기에 더더욱.
"저기. 세이 씨. 뭔가요? 그 눈빛은? 그렇게 바라보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는데. ...그런데. 네?"
생각도 못한 발언. 친한 줄 알았다는 그 말에 아키라는 역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과 그녀가? 어딜 봐서? 무슨 이유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그는 더더욱 생각을 하다가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은 딱히 그녀를 싫어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반 친구로서 같이 놀면 꽤 재밌는 이가 아닐까?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상대 쪽에서는 어떠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일단 미움받고 있다는 결론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보통 싫어하거나 미움받지 않는데 뜬금없이 보자마자 표정을 찌푸리면서 완전 아수라 남작! 이라고 한다거나 먹던 커피를 뺏어간다거나, 안경을 뺏어가겠다고 한다거나 틀린그림 못 한다고 하진 않을 거라고 보는데. 제 인식이 잘못된 건가요?"
그리고 또 무슨 말들을 자신에게 날렸더라. 손가락을 접으면서 하나하나 떠올리던 그는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면서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뭐, 상관은 없지만요. 아무래도 학생회장으로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이런 이, 저런 이가 생길 수밖에 없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