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판이 갈렸군요! 질문 답변부터 가보겠습니다! situplay>1596516562>987 1. 아미카의 볼이야 당연히 부드럽고 말랑말랑하지만..아마 째려보며 눈에서 전기가 나올 것 같네요! 2. 키가 큰편은 아니라 조금 작고 귀여운 모습이에요! 학교에선 손을 베고 잘때도 제법 있다보니 좀 빨간색일때가 많고요. 3. 무시하다가 정 안되면 프로레슬링에서 배운 반칙 기술들을 쓸 것 같네요..! 눈찌르기나 급소공격?
오로라 씨, 라고 불러도 되냐는 코로리의 물음에 요조라의 어깨 움찔했지만, 대답은 거절도 사양도 아닌 완만한 허용이었다. 직접 지은 별명 같지만 나쁜 의도는 없어보이고, 코로리도 이자요이 남매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 대답하는게 무난해보였다. 아직은 흔쾌히 수락하는게 익숙치 않은 탓이다. 그런 반응은 방으로 가는 길에 했던 혼잣말에 톡 하고 튀듯 돌아온 말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유령이 하얗다는 의미로 들렸는지, 스스로를 박쥐가 아닐까! 하고 말하는 코로리를 보며 요조라는 아무 말도 않았다. 힐끔, 보고 지나갈 뿐이었지만, 사실 속으론 코로리는 박쥐보단 슈가글라이더지, 같은 생각을 해서 입꼬리가 보일듯 말듯 올라가고 내려갔다. 아주 잠깐, 눈 깜짝할 사이였다.
코로리를 방에 남겨두고 부엌으로 내려온 요조라는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뭐 가져가지, 오늘 날이 제법 후덥지근 했으니까 시원한게 좋겠는데, 그럼 밀크티 미리 내려놓은 걸 가져갈까, 아니야, 그건 너무 취향적이라 좀 그래, 게다가 코로리가 우유 안 받는 체질이면 어떡해, 어 그런데 코세이가 신인데 코로리는 인간일까? 쌍둥이니까 둘 다 신 아닐까,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어라? 어? 혼자 생각의 멧돌 뱅뱅 돌리다가 뇌에 과부하 올 거 같아서 관두고, 무난한 에이드로 하자! 라는 결론을 내린다. 마침 여름맞이라고 마히루가 청을 이것저것 담가놨다. 요조라는 그 중에서 청포도와 레몬을 꺼내와 달콤상큼한 비율로 컵에 담고 얼음 넣고 사이다 시원하게 부어서 에이드 두잔 뚝딱 만들었다. 이것만 가져가면 심심할까봐 마침 냉장고에 있던 왕슈크림도 몇개 꺼낸다. 이러면 아쉬울거 없겠지! 스스로 손님 대접할 준비를 했다는거에 잠깐 뿌듯해하고, 에이드의 얼음이 너무 녹기 전에 가지고 방으로 올라갔더란다.
요조라가 돌아와서 보니 코로리는 얌전히 방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방 안은 아까와 다를게 없다. 뭐 건드리지 말라거나, 그런 말은 안 했지만, 그래도 그런 티가 안 나니 정말 앉아만 있었나보다. 분명 이것저것 구경하고 건드려보고, 그럴 거 같은 인상인데,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은 어쩐지 코로리 같지 않달까. 아니지, 어쩌면 그러고 싶은 걸 꾹 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은근슬쩍 거리감의 허들이 낮아진다. 조금은 더 가까워져도 괜찮을지도, 하고 말이다.
"아, 그래요...? 어, 음, 고맙습니다...?"
음료들을 내려놓는데 그 A/S란게 끝났다고 코로리가 말해온다. 앗 맞다, 그거 하러 온 거였지, 그새 깜빡한 용건에 요조라는 눈을 깜빡이다가 좀 어정쩡하지만 감사인사를 했다. 뭔지 잘 몰라도, 뭔가를 해준거 같긴 하니까, 그러니 고맙다고 하고 자리에 앉아 에이드를 쪼르륵 마신다. 코로리도 컵을 가져다 마시길래 입에 맞나, 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사탕은 레몬이야, 그러길래, 요조라 눈 벌써 몇번째인지 모를 의문형이 되어버린다.
"레몬 사탕... 맛있긴 하죠...? 아, 드릴까요...?"
아직 코로리의 말뜻을 이해 못 한 요조라는 그 말이 사탕 먹고 싶단 의미인 줄 알고 몸을 돌려 책상 서랍에 손을 뻗는다. 그 안에는 시판되는 과자며 초콜릿이며 간식거리 그득한데, 그 중에서도 호시즈키당 문양이 붙은 작은 유리병 꺼낸다. 꾹 눌러 담는 식의 유리병 안엔 노랑주홍 구슬, 아니 사탕들 들어있다. 요조라는 병의 뚜껑 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권했다.
"노랑은 레몬이고, 주홍은 오렌지, 에요..."
그렇게 말하고 요조라는 에이드의 빨대를 문다. 쪼로록- 연초록 음료 몇모금 마시고, 한 팔 테이블에 올리고 그 손에 턱 괸다. 자연히 코로리 마주 지긋이 바라보는 자세로, 일자로 다물려있던 요조라의 입에서 말 나온다.
"이자요이... 코로리 씨는... 이쪽, 인가요, 저쪽, 인가요...?"
묻는 어조 평온하고 보는 시선 담담하니, 긴장감이라곤 1도 없지만, 물음의 의도는 명확했다. 되물을 필요 전혀 없게끔 말이다.
우미노카리 기간 동안에는 워터파크가 3일간 무료로 개방된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워터파크가 무료로 개방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지만 일반적인 워터파크 직원들에게는 마치 그 날이 온다… 정도의 소름끼치는 이벤트일지도 모른다.
일단 관리적인 면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는 점이나,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입장하는 것에 의해 규칙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어기는 경우가 많다거나, 그러다보니 사건 사고들도 많이 일어나는 기간이기 때문이었다.
렌은 파트타임으로 시간을 내어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피부에 와닿지 않았으나ㅡ왜냐하면 그 날 일을 하는 스케줄을 잡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일을 할 생각도 없었다ㅡ 정기적으로 계속 일을 하는 형들의 경우엔 피할 수도 없고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하지만 그 날 근무를 하게 된 것은 갑자기 그 날 근무하기로 했던 직원 중 한 명이 갑작스런 장염ㅡ여름에는 정말 조심해야한다ㅡ으로 쓰러져 갑자기 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렌이 난데없이 전화를 받았고, 거절하기 어려워 잠시 근무를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널널한 오전 타임으로 배정받아 높은 사다리 의자 위에 앉아 파도풀 내부의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을 했다. 모자를 쓴다고 해도 여름은 덥고 습하고 땀이 뚝뚝 떨어지는 일이긴 했다. 그러던 중 교대 시간이 가까워졌을 쯤이었던가, 렌은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아키라 선배다.’
렌은 연습 공간에서 이리저리 연습을 하고 있는 아키라의 모습을 눈으로 좇다가 이내 교대자가 오자 높은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일을 하는 듯 사람들 사이를 슬근슬근 돌아 아키라의 눈에 띄지 않게 아키라의 뒤로 접근했다. 그리곤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아키라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시미즈 씨, 이러시면 조금 곤란한데요….”
아키라가 고개를 돌리면 안전요원의 옷을 입고 있는 이가 있을 것이었다. 붉은 모자의 붉은 반팔티, 그리고 검정 바지를 입고 워터파크 직원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이. 목에는 호루라기가 걸려있다. 하지만 입꼬리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것을 아키라는 눈치 챘을까.
렌은 장난이었다는 듯 모자를 벗으며 작게 웃으며 말했을 것이었다.
“너무 열심히 해서 1등 하시면 곤란해요.”
장난을 치고선 많이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까 조금 아키라를 살피긴 했지만서도. 어쨌든 반가워서 그러는 것은 맞앗다.
이러면 조금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들리자 아키라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무슨 규칙 위반이라도 했단 말인가? 자신은 정당하게 여기에 들어왔고, 연습을 하고 있었고 물건을 망가뜨린 적은 없었으며 물 속에서 실례를 범하는 행위도 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지금 혼자 있었기에 여성들을 훔쳐보거나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는 들어봐야겠다 싶어서 아키라는 가만히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렌의 모습이었다. 물론 직원 복장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것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야 여름이 되면 그가 여기서 일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아키라도 알고 있었으니까.
"후후. 세이 씨는 1등을 노리고 계시는건가요? 제가 1등을 하면 곤란하다니. 그렇게 말하면 더더욱 노력해서 1등을 노려보고 싶어지는데."
물론 그렇다고 필사적이 될 생각은 없었다. 딱히 1등을 한들, 하지 않는다고 한들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없었으니까. 아무튼 몸에 묻어있는 물기를 마저 가볍게 털어낸 후에 그는 가만히 주변을 바라보다가 렌을 바라보면서 고생이 많다는 듯, 팔짱을 끼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 씨도 고생이 많네요. 이 시기에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모이기 마련이니. 워타파크에 손해가 생기지 않도록, 나름대로 집에서도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충당하긴 힘들테고. 아. 그러고 보니 호타루마츠리에선 잘 봤어요. 뭐가 그리 바쁜지 바로 나가신 것 같지만..."
물론 누구랑 왔는지도 확인하긴 했지만 굳이 아키라는 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조금 뜻밖의 조합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럼 어떠랴. 그건 자신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애초에 서로가 서로의 인간관계가 있는만큼 설사 알고 있는 사이였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선 굳이 지목하지 않으며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호타루마츠리는 잘 즐기셨나요? 이번엔 첫 날의 등불이 유난히 밝고 아름답게 들어왔다고는 하는데 전 동굴에 있어서 보질 못했거든요."
솔직히 당황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상대는 학생회장님. 이렇게 시시한 장난에 당해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뭐어…. 가만히 보는 것보다는 참여하는 편이지만, 1등을 노린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구요. 사실 ‘뭇 여성들의 시선을 다 받으시면 곤란해요’라는 말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야 제 눈에 보이는 시미즈 아키라라는 사람은 잘생긴데다가 어른스럽고 학생들의 모범인 학생회장인데다가 시미즈 가문의 도련님이지 않은가. 렌은 자연히 학생회장님이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키라가 자신에게 고생이 많다고 칭찬하던 것에 쑥쓰러워 뺨을 긁적이는데 이후 이어지는 말에 어색하게 손을 내렸다. 눈을 조금 데구르르 굴리다가 아키라에게 작게 말했다.
“…보셨어요? 그 때는 좀 일이 있어서… 그래도 샘은 두 번째 날에도 보러 가고 세 번째 날에도 보러 갔었어요. 매번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고요.”
렌은 아키라가 자신과 같이 있었던 사람ㅡ코로리 씨, 참고로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ㅡ을 봤을까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져서 목덜미를 매만졌다. 하지만 이어진 그 말은 사실이었다. 두 번째 날에는 토와를 만났었고 세 번째 날에는 혼자서 꽤 오래 샘가에서 샘을 바라봤었다. 맑고 깨끗하고 신비롭고, 그리고 그냥 좋았기 때문이었다.
“네. 덕분에 정말 재미있었어요. 등불…. 둘째날에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여러 이유들로 무리였겠죠? 역시 아키라 선배 바쁠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정말 바쁘셨던 모양이네요…. 그래도 내년도 있고요….”
렌이 조금 눈썹을 늘어뜨리며 어설프게 위로의 말을 건네었으나 아키라에게 닿았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