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당연한 것이겠지만 워터파크는 단순히 연습을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물놀이를 하기 위한, 정확히는 제대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한 피서 공간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아키라는 이번에는 연습과는 상관없이, 트랭크스 수영복을 입고 워터파크에 찾아왔다. 아직은 무료 개장이긴 하지만 그 손해는 모두 자신의 집에서 어느정도 매꿔주고 있으니 양심 찔리는 것 없이 태연하게 들어온 그는 방금 저 위의 미끄럼틀을 타고 밑으로 내려온 상태였다.
"역시 시원하고 좋네!"
내려오면서 물을 제대로 맞는 구간이 있어서인지, 아키라는 그야말로 온 몸이 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제대로 여름의 더위를 이겨낸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싱긋 웃었다. 허나 계속 여기에 앉아있다간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키라는 일단 천천히 움직였고 이내 낯익은 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토와 씨. 여기서 다 보네요. 놀러왔나요? 아니면 우미노카리 연습?"
이 시기에 워터파크에 놀러올만한 용건이라면 사실 이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털어내며 그를 바라봤다.
머엉..한 표정의 토와입니다. 우미노카리라는 행사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걸 연습한다 같은 건 익숙하지 않다고요. 그러니까 옷차림도 재질이 얇고 시원한 남방에 집업 래시가드에 바지조차 긴바지에(젖어도 되는 재질이지만) 발만 맨발이지... 다만 안경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서인지 맨눈이기는 합니다.
"반가워요 시미즈 씨." 아키라가 말을 걸자 조금 놀란 듯이 눈을 깜박거리다가 인사를 건네려 합니다.
"우미노카리 연습에 가장.. 가깝죠?" 라는 말을 하면서 물과는 낯선 듯이 워터파크의 수면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려보는 토와입니다. 물에 들어가서 자체가 낯설고 그런 느낌인 듯합니다. 그렇지만 그냥 배팅을 하기는.. 조금 심심해보이긴 해서 그런 걸까?
역시 이 시기에는 우미노카리를 연습하러 오는 이들이 많구나 싶어 아키라는 절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자신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그 역시 자신의 라이벌. 즉 경쟁상대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모르는 이들보다 아는 이들과 경쟁하는 쪽이 조금 더 재밌지 않은가. 물론 그런 생각이 그다지 표정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그래도 조금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팔짱을 끼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물론 저는 참가할 생각이에요. 이런 대회. 즉 축제때 빠지는 것은 조금 그렇잖아요? 무엇보다 2학기가 되면 본격적으로 저도 입시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고..."
그렇다면 사실상 지금이 마지막 시기 아닐까. 적어도 고등학생으로서는. 그렇다면 적어도 큰 추억 하나를 남겨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마음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물론 이렇다고 해도 아마 가을에 하는 마츠리에는 또 슬쩍 참가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건 그때의 이야기. 지금부터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연습을 하려고 한다면 저기에 있는 파도풀 보이죠? 거기에 가면 따로 공간이 마련되어있으니 거기서 연습하면 될 거예요. 사실상 거의 실전에 가깝게 할 수 있거든요. 파도도 치고... 물론 물고기가 아니라 장난감을 잡는 느낌이지만 그것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테고요."
의외로 잡기 힘들기도 하고, 미끌미끌거려서 잡으면 훅 빠져나가기도 한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면 저쪽으로 가서 해보라는 듯, 그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애초에 옛 전통을 살리는 것이기도 하고, 옛날에는 그런 장비들이 없었으니까요. 그땐 정말로 물 속으로 들어가 맨 손으로 물고기를 잡았다고 하거든요."
차라리 소쿠리라도 주어지는 것은 엄청난 배려라면 배려가 아닐까하고 아키라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장비가 주어지면 누구나 다 좋은 성적이 나올테니, 경기를 하는 것도 조금 힘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적어도 오리발이라도 주어지면 조금은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구경을 해보겠냐는 말에 아키라는 잠시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은 학생회 멤버들이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즐기러 온거니 딱히 구경을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라는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구경을 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고 상대의 실력을 미리 화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그렇다면 좋은 기회니까 구경해보도록 할게요. 토와 씨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전, 자신이 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앞장서듯 파도풀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만약 파도풀장에 도착했으면 장난감 10개가 가라앉아있는, 본 풀장 안이지만 따로 벽을 세워서 만든 작은 공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연습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물이 싫거나 익숙하지 않은게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물에 많이 들어가보세요. 여기는 물로 유명한 곳, 가미즈미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물로 유명한 곳인데 물에 한 번도 안 들어간다면 그건 그것대로 가미즈미 마을 그 자체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아키라는 괜히 장난스럽게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아무튼 토와가 열심히 장난감을 주워서 잡으려고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은 조금 서투른 느낌. 딱 처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보이는 모습을 보였고 그가 마침내 시간이 지나서 나오자 그는 소쿠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3개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에요. 의외로 잡기 힘들어서 많이 한 사람도 하나도 못 잡을 수도 있거든요. 그럼 저도 한 번..."
이왕 이렇게 봤으니 자신도 한 번 정도 다시 복습할겸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아키라는 살며시 풀장 안, 정확히는 연습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후, 빠르게 물 속으로 들어갔고 거기에 빠져있는 장난감들을 손으로 잡아 소쿠리로 집어넣으려고 했다. 때로는 미끄러지고, 때로는 잡기도 하지만 꺼내자마자 바로 스르륵 미끄러졌을테고. 역시 아키라에게도 마냥 쉬운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허나 마지막. 즉, 제한시간이 끝날때까지 그는 정말로 열심히 장난감을 소쿠리 안에 집어넣으려고 했을 것이다.
이어 시간이 지나자 그는 물 밖으로 나왔고 소쿠리 안을 확인했다. 꽤 집중했기에 그도 얼마나 안에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