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노카리 기간 동안에는 워터파크가 3일간 무료로 개방된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워터파크가 무료로 개방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지만 일반적인 워터파크 직원들에게는 마치 그 날이 온다… 정도의 소름끼치는 이벤트일지도 모른다.
일단 관리적인 면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는 점이나,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입장하는 것에 의해 규칙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어기는 경우가 많다거나, 그러다보니 사건 사고들도 많이 일어나는 기간이기 때문이었다.
렌은 파트타임으로 시간을 내어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피부에 와닿지 않았으나ㅡ왜냐하면 그 날 일을 하는 스케줄을 잡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일을 할 생각도 없었다ㅡ 정기적으로 계속 일을 하는 형들의 경우엔 피할 수도 없고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하지만 그 날 근무를 하게 된 것은 갑자기 그 날 근무하기로 했던 직원 중 한 명이 갑작스런 장염ㅡ여름에는 정말 조심해야한다ㅡ으로 쓰러져 갑자기 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렌이 난데없이 전화를 받았고, 거절하기 어려워 잠시 근무를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널널한 오전 타임으로 배정받아 높은 사다리 의자 위에 앉아 파도풀 내부의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을 했다. 모자를 쓴다고 해도 여름은 덥고 습하고 땀이 뚝뚝 떨어지는 일이긴 했다. 그러던 중 교대 시간이 가까워졌을 쯤이었던가, 렌은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아키라 선배다.’
렌은 연습 공간에서 이리저리 연습을 하고 있는 아키라의 모습을 눈으로 좇다가 이내 교대자가 오자 높은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일을 하는 듯 사람들 사이를 슬근슬근 돌아 아키라의 눈에 띄지 않게 아키라의 뒤로 접근했다. 그리곤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아키라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시미즈 씨, 이러시면 조금 곤란한데요….”
아키라가 고개를 돌리면 안전요원의 옷을 입고 있는 이가 있을 것이었다. 붉은 모자의 붉은 반팔티, 그리고 검정 바지를 입고 워터파크 직원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이. 목에는 호루라기가 걸려있다. 하지만 입꼬리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것을 아키라는 눈치 챘을까.
렌은 장난이었다는 듯 모자를 벗으며 작게 웃으며 말했을 것이었다.
“너무 열심히 해서 1등 하시면 곤란해요.”
장난을 치고선 많이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까 조금 아키라를 살피긴 했지만서도. 어쨌든 반가워서 그러는 것은 맞앗다.
이러면 조금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들리자 아키라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무슨 규칙 위반이라도 했단 말인가? 자신은 정당하게 여기에 들어왔고, 연습을 하고 있었고 물건을 망가뜨린 적은 없었으며 물 속에서 실례를 범하는 행위도 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지금 혼자 있었기에 여성들을 훔쳐보거나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는 들어봐야겠다 싶어서 아키라는 가만히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렌의 모습이었다. 물론 직원 복장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것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야 여름이 되면 그가 여기서 일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아키라도 알고 있었으니까.
"후후. 세이 씨는 1등을 노리고 계시는건가요? 제가 1등을 하면 곤란하다니. 그렇게 말하면 더더욱 노력해서 1등을 노려보고 싶어지는데."
물론 그렇다고 필사적이 될 생각은 없었다. 딱히 1등을 한들, 하지 않는다고 한들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없었으니까. 아무튼 몸에 묻어있는 물기를 마저 가볍게 털어낸 후에 그는 가만히 주변을 바라보다가 렌을 바라보면서 고생이 많다는 듯, 팔짱을 끼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 씨도 고생이 많네요. 이 시기에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모이기 마련이니. 워타파크에 손해가 생기지 않도록, 나름대로 집에서도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충당하긴 힘들테고. 아. 그러고 보니 호타루마츠리에선 잘 봤어요. 뭐가 그리 바쁜지 바로 나가신 것 같지만..."
물론 누구랑 왔는지도 확인하긴 했지만 굳이 아키라는 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조금 뜻밖의 조합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럼 어떠랴. 그건 자신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애초에 서로가 서로의 인간관계가 있는만큼 설사 알고 있는 사이였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선 굳이 지목하지 않으며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호타루마츠리는 잘 즐기셨나요? 이번엔 첫 날의 등불이 유난히 밝고 아름답게 들어왔다고는 하는데 전 동굴에 있어서 보질 못했거든요."
솔직히 당황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상대는 학생회장님. 이렇게 시시한 장난에 당해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뭐어…. 가만히 보는 것보다는 참여하는 편이지만, 1등을 노린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구요. 사실 ‘뭇 여성들의 시선을 다 받으시면 곤란해요’라는 말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야 제 눈에 보이는 시미즈 아키라라는 사람은 잘생긴데다가 어른스럽고 학생들의 모범인 학생회장인데다가 시미즈 가문의 도련님이지 않은가. 렌은 자연히 학생회장님이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키라가 자신에게 고생이 많다고 칭찬하던 것에 쑥쓰러워 뺨을 긁적이는데 이후 이어지는 말에 어색하게 손을 내렸다. 눈을 조금 데구르르 굴리다가 아키라에게 작게 말했다.
“…보셨어요? 그 때는 좀 일이 있어서… 그래도 샘은 두 번째 날에도 보러 가고 세 번째 날에도 보러 갔었어요. 매번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고요.”
렌은 아키라가 자신과 같이 있었던 사람ㅡ코로리 씨, 참고로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ㅡ을 봤을까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져서 목덜미를 매만졌다. 하지만 이어진 그 말은 사실이었다. 두 번째 날에는 토와를 만났었고 세 번째 날에는 혼자서 꽤 오래 샘가에서 샘을 바라봤었다. 맑고 깨끗하고 신비롭고, 그리고 그냥 좋았기 때문이었다.
“네. 덕분에 정말 재미있었어요. 등불…. 둘째날에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여러 이유들로 무리였겠죠? 역시 아키라 선배 바쁠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정말 바쁘셨던 모양이네요…. 그래도 내년도 있고요….”
렌이 조금 눈썹을 늘어뜨리며 어설프게 위로의 말을 건네었으나 아키라에게 닿았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묻는건데 세이 씨는 왜 제가 여성들의 시선을 다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스스로 말하기에도 뭐하지만, 그런 경험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을 뿐더러, 아마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요? 솔직히 그렇게 되어도 곤란하지만요."
이전에도 살짝 느낀 거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 것일까. 그는 가만히 그렇게 생각했다. 이 또한 시미즈 가문의 피를 이은 자이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물론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진담은 아니고 그냥 적당한 타테마에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판단을 하나 그 이상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들어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좋은 편이기도 했고.
"봤어요. 같이 온 이도. 하지만 일이라. 뭐, 재밌게 즐겼으면 된거죠. 아.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에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그건 못 본 것 같네요. 확실히 작년에는 개방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올해는 되게 사람이 많이 몰리긴 했었죠."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자신의 앞에서 고백을 했던 2인조. ㅡ물론 그 중 한 명은 아는 이였다.ㅡ 의 경우는 일단 비밀로 하는 것이 좋겠지. 정말 생각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엄청난 것을 본 그때를 떠올리며 아키라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하며 제 뺨을 살살 긁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만나게 되면 축하한다는 말 정도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며.
"등불을 띄우는 것도 꽤 예산이 들어가는 행위니까요. 연속으로 하기에는 아무래도 저희 집안도 조금 힘들거든요. 그리고 첫날에만 하기에 좀 더 의미가 있고 멋진 구경거리이기도 하고요. 후후. 뭐. 안 바빴다면 거짓말이긴 하지만 저는 저대로 다른 이와 둘이서 보면서 즐겼으니 그 부분은 괜찮아요. 내년이라.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내년이 되면 정말 본격적으로 일을 도와야하니까요."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으나 자신과 같이 축제를 본 그 건방진 후배를 떠올리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더더욱. 무엇보다 그를 포함해서 다른 이들도 다 즐겁게 즐긴 것 같았기에 어떻게 기분이 나쁠 수 있을까.
"아. 혹시 이자요이 씨와 친하면 2학기때는 수업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해주시겠어요? 저도 언제까지나 이것으로 잔소리를 할 순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보다는 친하게 지내는 이라면 좀 더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솔직히 말해서 미움받는 모양인지라."
“그야…. 아키라 선배, 멋있고 잘생기고 어른스럽고 책임감도 강하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걸요.”
렌은 오히려 아키라가 그렇게 묻는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역시 겸손하기까지 하다. 렌은 그렇게 생각하곤 혼자 납득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라는 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 이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 렇군요…. 으음, 그러고보면 아키라 선배는 코로리 씨하고 같은 반이시죠?”
괜히 민망했지만 모른는 체 한다. 물론 축제 때 코로리가 아키라를 아는 듯이 행동했을 때 생각이 났던 것이었다. 둘이 같은 반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긴 이전까지는 그 두 사람을 딱히 같이 생각할 일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렌은 아키라가 등불에 대한 이야기와 첫날에만 하기에 더 의미가 있다는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다른 이와 둘이서 즐겼다는 말에 궁금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직접적으로 묻지는 않았으나 이야기해주려나? 하는 기대감 어린 눈으로 아키라를 바라봤을 터였다. 물론 아키라는 대답해주지 않겠지만. 사실 그 때에도 말을 뱅글뱅글 돌려서 답하지 않지 않았던가. 이내 렌의 표정은 아쉬운 표정으로 바뀌었을 터였다.
그나저나 코로리의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미움받는다는 말에는 더 놀란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기까지 했다.
“네…? 코로리 씨하고 아키라 선배하고 친한 줄 알았는데요?”
당시 코로리는 그에 대해 더 물어보는 것을 민망해 하는 것 같아서 더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싫어하지 않는 사이라고 말했었고, 또 만날 때마다 투닥거린다는 건 엄청 친하다는 뜻이 아닌가?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친한 이들에게 서로 친구냐고 물어보면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는 반면 절친한 애들에게 서로 친구냐고 물어보면 “윽, 얘가? 아닌데?”하고 말하며 투닥거리는 것이 아닌가.
/뭔가 처음에 선관 짤 때 아키라랑 친해서 연애상담 해줄 정도라고 했었던 말이 떠오르는데? 좋아좋아~~
"오히려 그렇기에 세이 씨가 말한 쪽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죠. 누군가는 그런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자세한 것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는 일순 조금 쓴 표정을 지었다. 무엇을 떠올렸고 무엇을 살며시 감추는지에 대해서 알 방도는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그 사실에 대해서 굳이 깊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은 것 같았으니. 일순 떠오른 것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누군가의 모습이었을까. 물론 가미즈미 고등학교에는 없는 누군가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같은 반이냐는 물음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는 그는 어째서 '코로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지가 조금 더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둘이서 요비스테라도 하기로 했나? 생각보다 더 친한 모양이네. 그렇게 스스로 납득을 하며 아키라는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짓는 렌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키라는 역으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렌의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뭔진 모르겠지만 뭔가 기대감을 가진 눈빛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아키라는 더욱 당혹함을 느끼면서 왜 자신을 저리보나 하는 의문밖에는 들지 않았기에 더더욱.
"저기. 세이 씨. 뭔가요? 그 눈빛은? 그렇게 바라보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는데. ...그런데. 네?"
생각도 못한 발언. 친한 줄 알았다는 그 말에 아키라는 역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과 그녀가? 어딜 봐서? 무슨 이유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그는 더더욱 생각을 하다가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은 딱히 그녀를 싫어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반 친구로서 같이 놀면 꽤 재밌는 이가 아닐까?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상대 쪽에서는 어떠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일단 미움받고 있다는 결론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보통 싫어하거나 미움받지 않는데 뜬금없이 보자마자 표정을 찌푸리면서 완전 아수라 남작! 이라고 한다거나 먹던 커피를 뺏어간다거나, 안경을 뺏어가겠다고 한다거나 틀린그림 못 한다고 하진 않을 거라고 보는데. 제 인식이 잘못된 건가요?"
그리고 또 무슨 말들을 자신에게 날렸더라. 손가락을 접으면서 하나하나 떠올리던 그는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면서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뭐, 상관은 없지만요. 아무래도 학생회장으로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이런 이, 저런 이가 생길 수밖에 없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