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사의 오늘 풀 해시는 네가_뭐라도_되는줄_알았나봐_라는_말을_들은_자캐 > 진상 손님의 룰 위반에 경고를 줬다가 대답으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흠, 술이 꽤 되신 모양인데. 손님.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라고 하지 않았던가? 밖으로 모시겠습니다. 매니저, 거기 문 좀 열어줄래?" (이어지는 순간이동(물리))
> 전투 상황에서, 자신을 수세에 몰아넣은 상대에게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래. 좋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나한테 그런 말을 쉽게 뱉을 수 있을 정도의 계획은 잘 짜왔네." "그런데 지금껏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친구들이 지금 다 어딨는지 알아?" "곧 알게 될 거야."
> 에만에게 들었다 "......" "......" "......" "이제 와서, 나를 그런 말로 쫓아내려고?"
자캐가_괴로움_없이_죽는_약을_받았다 "지금은 필요없는데." "......아니, 이리 줘. 혹시 어딘가 써먹을 곳이 생길지도 모르지. 걔 손이 닿지 않을 곳에 잘 보관해둬야겠네."
자캐가_의외로_못하거나_싫어하는_것 "의외로 못하는 것..." "어..." "패션감각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네." "좀 차려입고 싶은 기분이 들면 다니엘레나, 다른 옷 잘 입는 친구한테 도움을 청하기 일쑤야."
당신은 뺨에서 이제 머리를 쓰다듬는다. 손길은 조심스럽고 조금 서툴지만, 이 투박할지도 모르는 손길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당신이 부드럽게 대해주는 사람이 적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온기도, 진짜 모습도.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보였을 텐데,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오로지 나뿐이라니! 그 사실이 정말 큰 행운으로 다가왔다. 미카엘은 당신의 쓰다듬는 손길을 한껏 만끽한 뒤에야 당신에게 입술을 얹었다 뗐다. 당신이 홀린 듯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것이 꼭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카엘이라는 인물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니 조금 수줍은 모습이 됐다. 당신의 파란 눈동자를 잠깐 마주하다, 미카엘은 도망치듯 침대로 향했다.
"우왓.."
도망친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당신이 덥석 상반신을 끌어안자 몸의 균형은 쉽게 무너졌고, 미카엘은 푹신한 침대에 등과 뒤통수를 내어주게 됐다. 그것뿐일까? 당신이 혀로 뺨의 궤적을 훑듯 핥을 때 미카엘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한 번에 여러 일이 일어나니 머리가 상황을 받아들이기에 잠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나쁘지 않은 두뇌는 열심히 일을 했고, 실마리를 찾아 금세 적응했다. 당신의 허리춤에 시선이 닿을 적 좌우로 살랑인 꼬리 덕분이다. 당신은 꼭 커다란 강아지처럼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정말이지.."
미카엘은 팔을 뻗어 당신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눈을 감는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당신은 내게 궁금한 것이 아주 많지만 인내심을 갖기로 한 것 같다. 미카엘은 마주 눈을 감을까 고민했다. 당신의 허리춤으로 계속 시선이 가는 것이 여간 곤란하기 때문이다. 금색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이 신기한 것도 있지만, 자꾸 보다 보니 귀엽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분명 아까 볼 때는 커다란 늑대였는데, 지금은 당신이 품에 있는 귀엽고 커다란 갯과 동물 같다. 미카엘은 여러 번 고민했다. 참아야 할까? 아니면 당신도 모르는 작은 비밀로 남겨야 할까? 모르겠다. 대신 아주 작은 힌트를 주기로 했다. 당신의 목덜미를 안던 조그마한 손이 어느새 등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꼬물꼬물 당신과 시선을 맞추듯 몸을 침대 가운데로 슬슬 올렸다.
"나는.. 비밀이 아주 많아.. 그래도.. 이제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얘기하자. 그렇지만.. 이건 얘기해 줄까 해.."
미카엘의 웃음은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의뭉스러웠다. 긴 속눈썹 밑으로 선명하게, 마치 속까지 단단하게 얼어붙은 얼음이 박힌 눈동자 때문이기도 하다. 끝이 살포시 올라간 눈매가 호선을 긋더니 다리를 살짝 올려 당신의 허리춤을 살짝 감아내듯 안았다. 이대로 당신이 몸을 일으킨다면 매달리듯 안긴 모습이 될 것이다. 당신의 꼬리가 발끝에 채이는 감각이 간지러웠다. 이쯤 되면 당신도 허리쪽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눈치챘겠지? 미카엘은 눈을 감고 사랑스럽게 속삭이다, 결국 말 끝에서 웃음을 퐁퐁 흘려냈다.
>>287 용왕님 심정에 공감하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앨리스는 자존감도 높고 성격도 방방 뜨는 타입이고.. 그래서인지 로로랑 만나면 이게 미카엘일리가 없어! 가 될 것 같은 느낌이야..
에만: 그래도.. 돼..? 에만: (바스스)
이렇게 요리에 당근을 잘게 다져넣게 되고.. 김에만씨 먹다가 나중에 당근 들어간 거 알고 쿠데타 당한 마피아 보스처럼 억하심정으로 로로 쳐다보지 않을까..?
마지막 해시.........(깊은 침묵) 직접 검색하면 알게 되는 금단이지만 에만주는 입을 다물겠어.. 우우..👀👀 (로로주 침 닦아줌) 로로 잠옷 스타일도 알려줘! >:0
우에엥 로로 멋있고 스윗해 ;0; 나 복 받았어 ;0;!!! 김에만씨 이제 로로한테 못 나댄다... 라고 했지만? 놀랍게도 해시에서 김에만이 나대고 말았네.. 물리 순간이동에 포스까지 쩔어주는데 마지막에 숨 잠깐 멈췄어.. 로로야 아니야.. 아니야 김에만 빨리 머리 박고 사죄해라..
앗 약... 김에만씨 손에 닿지 않는 곳.. = 팔 안닿는 곳이면 본인도 귀찮고 지쳐서(이것만은 이전 어장처럼 글러먹었음) 팔 한 번 뻗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소파로 꽁기꽁기 가버릴 걸...🤔 로로 앨리스 빨리 만나야해.. 그래야 옷도 이것저것 입어보...(교복 슬쩍 숨김)👀
페로사: 어... 내 잠옷? 🤔 페로사: 잠옷이면 뭐 편해야지. 레깅스에 민소매 티 정도려나. 페로사: 겨울이 되면 조금 바뀌긴 해. 엄청 큰 후드집업 같은 걸 덧입는다던가... 페로사: ...... 페로사: 네글리제나 나이트가운 같은 건....... 글쎄......... ...
(이제 당근을 악의적으로 넣을 생각을 하는 건 페로사주고 페로사는 별 의식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 다시 말해 당근이 들어가는 혹은 당근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페로사가 여기는 요리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당근을 넣는다는 뜻입니다)
페로사: (품 안에 느껴지는 빼쪽하게 여윈 에만의 갈비뼈를 만져보고 안쓰러운 표정을 지음...)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줘야겠네. 자기. (쫍)
페로사는 근육질 몸매이고 다부지게 발달한 자신의 몸에 건강적 측면으로서의 자신감은 갖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시스젠더라 본인의 몸에 여성적 매력은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런 페미닌한 의류를 스스로 입기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네... 그러니 에만이 직접 강요해줘. 전신 홍당무가 된 채로 몸을 배배 꼬면서도 네글리제 입어주는 페로사를 볼 수 있으니까. (자기 캐릭터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아악 로로주 안돼!!!!!!!!!(오열) 흐아악 로로 너무 귀여워.. 앙큼해.. 사랑스러워.. (김에만 목줄 꽉 잡는데 이미 끊어져있음)(털썩)
(쪽!) 응응, 잘까요? >:3 로로주 많이 피곤하겠다. 오늘도 같이 있어줘서 즐거웠구, 나도 행복했어! 로로주 아픈 것도 어서 나았으면 좋겠고.. 수면패턴.. ㅋㅋㅋㅋ 우리 열심히 자보자...🤔 다시 12시~1시 수면.. 가능하겠지? 힘내보자구.. 앞으로의 일상도 무난하고 평온하게 보내길 바라. 좋은 꿈 꾸고, 늘 좋아해. 잘 자요!😘😘😘
융단같은 구름 위로 저녁놀이 아름답길래 다리도 나은 김에 장보러 나갔는데, 나가서 절반쯤 갔더니 갑자기 하늘에 와르르쾅쾅 벼락이 치면서 장대비가 와르르 쏟아져내리더라고...... 물론 장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거짓말같이 멎어 있더라........ (파르르) 에만주도 오늘 고생했어. (쓰담담)
생각해보면, 당신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당신과 그녀는 서로에게 흔적을 조금씩조금씩 남겨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것이 오늘 하루에, 이 변덕스런 아열대성 호우가 내리는 날씨 속에 어떤 벽을 와르르 허물어버린 것만 같다. 빗물에 젖어버린 서로에게 흔적들이 더욱 선명히 남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녀가 누군가를 쓰다듬는 손길의 궤적은 당신의 모양으로 새겨질 것이고, 당신은 그녀의 앞에서 자신이 스스로 죽였다 공언하고 버렸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그것이 좋았다. 서로의 가장 비밀스런 모습을, 그녀는 지금 당신이 보여주는 모습이 당신의 시작이자 근원과도 같은 모습이라는 것을 정확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여전히 당신의 한 부분이며 마찬가지의 애정을 건네어주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의 다리가 뻗어 그녀의 허리를 휘감자, 숨겨두었다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었던 꼬리에 느껴지는 감촉에 그녀의 눈이 땡그랗게 떠지는 게 보인다. "─누구 앞에서 이런 실수 한 적 없었는데." 하고 그녀는 아직 습기가 채 떠나지 않은 머리를 멋적게 긁는다. 그녀 스스로는 평소에 저지른 적 없던 실수를 저지른 스스로의 칠칠맞은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머리 좋은 당신은 그 행동에서 그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당신뿐이며, 이런 모습이 될 정도로 마음을 푹 놓아버린 것도 당신의 앞이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고, 이렇게 표현할 정도로까지 안락한 행복감을 당신에게서 느끼고 있다는 의미. 그렇게 받아들여도 된다. 누구도 확대해석이라고 딴지를 걸 일은 없을 것이다. 전부 사실이니까.
거기에, 그녀의 대답은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정말 귀여워, 하는 당신의 웃음 섞인 말에, "그래?" 하고 반문하더니 그녀의 귀가 툭 튀어올라가 털로 뒤덮여 삼각형으로 높이 솟은 늑대 귀 모양이 되는 게 아닌가. 그게 쫑긋거렸다. "귀여워? 이런 거 좋아해, 자기?" 그래. 당신의 앞에서 굳이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했겠지. 당신은 이미 이것보다 더한 모습도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페로사는 팔을 옮겨 당신의 머리를 팔뚝으로 받쳐주며, 다른 팔로는 당신의 어깨를 좀더 가까이 끌어안는다. 좀더 따뜻하고 나른해졌다.
그럼에도 선선히 가라앉는 이 공기가, 아열대 폭우의 습한 대기를 최대한 쾌적하게 조정하기 위해 지금도 소리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에어컨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러나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당신 역시도 자신을 개의치 않았으니까. 그러니 영영 얼어버린다 하여도 좋으니, 너는 내게 안겨오라.
당신을 부드럽게 그러안은 채로, 페로사는 입을 뗐다. "오늘은, 아까 빗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물론 꺼내어놓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질문이었지만, 중요한 질문이기도 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딘가 어긋났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런 관계를 지속해도 되는 걸까? 한때 걱정했으나 이미 당신이 깊게 새겨진 뒤였다. 이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당신의 친절함, 온기, 다정한 말들, 아마 달콤한 연애 감정이 이런 것이지 않을까? 미카엘의 무시무시한 가시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당신이 미카엘을 한 조각이라 생각해도, 미카엘은 개의치 않고 당신의 애정을 받을 것이다. 지금처럼 당신의 꼬리가 발끝에 채일 적엔 작게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당신의 눈이 동그랗게 뜨일 때는 결국 소리를 높여 웃듯이. 이제 누구라도 당신의 애정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어떤 역할이라도.
"몰랐던 거야..?"
미카엘은 말 수가 적고 용인 발음 특유의 단단한 발음 구성이 뒷받침된 사람이다. 정적인 분위기가 날 수도 있겠지만, 한 마디를 뱉을 때마다 사랑스러움이 충분히 묻어난다. 발성은 나긋나긋하며 악센트가 어딘가로 튀는 버릇이 없이 리듬감이 있다. 문장의 끝으로 갈수록 목소리는 한숨을 흘리듯 흩어진다. 동화책을 읽는다면 가장 잘 어울릴 어조가 복슬복슬한 깃털을 한 아름 안은 것처럼 당신에게 향했다. 미카엘은 눈을 반달처럼 포개 접었다. 당신은 지금 안락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미카엘 자신에게서! 분명 누군가의 앞에서 실수할 수 없을 삶을 살았을 텐데,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니. 그 사실이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당신에게 큰 신뢰를 얻었음을 실감했다. "응." 우물처럼 깊게 팬 보조개를 동반한 대답을 뒤로, 당신의 귀가 툭 튀어 올라가더니 복슬복슬한 삼각형이 된다. 영락없는 늑대의 것이다. 미카엘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아주 귀여워.. 응..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귀엽다고 하면 되겠네.."
귀여운 것을 그렇게 많이 못 보고 살았지만, 일단 세간에서 귀엽다 평가되는 것은 어느 정도 본 것도 있다 보니(여기서 미카엘은 앨리스가 염불처럼 외던 나는 귀여워! 를 잠시 외면하기로 했다.) 괜찮지 않을까? 미카엘의 시야가 조금 높아진다. 당신이 머리를 받쳐주기 때문이다. 어깨를 좀 더 가까이 끌어안자 마주 보듯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이내 몸도 돌리고 만다. 당신을 마주하며 손을 뻗는다. 누운 당신의 뒤통수에 손을 비집는다. 눌린 뒤통수, 뺨, 머리를 한 손에 가득 담고 쓰다듬는 것은 서툴기 그지없지만, 따뜻하고 나른한 체온에 걸맞은 애정 표현이었다.
"으응..? 아니야, 페로사라서.. 좋아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 귀와 꼬리를 드러내도 미카엘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게서 돋아난 귀고, 당신에게서 돋아난 꼬리였다. 당신 그 자체이자 일부인데 미카엘이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손은 어느새 쫑긋거리는 귀도 한 번 만지작댄다. 나머지 손가락으로 귀를 받치고, 엄지로 서툴게 쓸어본다. 보드라운 감촉이 생경하다. 따스하고 편안하다. 그럼에도 싸늘하다. 편안한 상황에 도사리는 것은 앞으로의 불안감에 대한 싸늘함도 있겠지만 다른 요인도 한몫을 한다. 바로 미카엘에게 늘 함께 하는 냉기다.
..아주 오래전부터 타고난 것이다. 대체 왜 그런 것을 타고났는지는 모른다. 물어봐도 아빠는 늘 시선을 피했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했던 냉기는 어느 순간부터 몸을 얼리기 시작했다. 발가락 끝부터 시작된 냉기는 혈관을 타고 올라왔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마침내 미카엘은 그 냉기에 적응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냉기가 이미 온몸을 감싸 얼려버린 것도 모르고. 그렇지만 이렇게 보드랍고 따뜻한 당신의 품에 있다면, 꽁꽁 얼어버리게 된 미카엘도 천천히 녹을 것이다. 언제라도 따뜻한 당신과 언제라도 차가운 자신. 마치 운명과도 같은 일이다. 미카엘은 당신을 떠날 수가 없다. 언제나 생각하는 일이고 방금 전에도 울면서 떠나지 않겠다 매달렸을 때 실토했던 것이지만, 당신을 싫어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지금도 당신이 부드럽게 그러안으며 건넨 질문에 미카엘이 답을 회피할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당신이 자신에게 큰 신뢰를 얻었다고 보여줬는데, 미카엘이 입을 떼지 않을 이유는 없다. 미카엘은 잠시 눈을 내리 깐다. 그리고 입술을 오물거렸다. 무언가 얘기하기 전의 버릇이었다. 말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까 봐, 미리 속으로 되씹는 것이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당신에게 얘기하기엔 부끄러운 이야기인 탓도 있다.
"……나는 지하의 사람이라고 말했지..? 그러니까.. 지하에서는..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드러내면, 바로 짓밟고 올라서려는 사람들이 꼬이게 돼.."
미카엘은 당신의 품에 파고들었다. 사랑스러운 어조는 잠시 가라앉았지만, 당신의 품에 있는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나는 비가 오는 날마다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평소에는 다른 역할이 버티는데, 이번에는 장마가 길었어.. 맡을 역할도 더는 없었지.. 내가 나왔을 때는 주변은 이미 포위된 뒤였어.. 무서운 나머지.. 그 애가 나와버렸고. 그 애는.. 봐주는 법이 없어서.. 지하 밖까지 쫓아갔던 거야. 후환을 남기면 안 된다면서."
미카엘은 이후 입을 다물었다. 할 만큼 이야기도 했지만, 당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도 있었다. 유리처럼 도륵 굴러가며 시선을 피하는 그 눈동자가 증거다.
에구구, 그랬구나.. 컨디션 엉망이면 푹 쉬자. 요즘들어 푹 쉬자만 반복하고 있는 것 같지만 로로주는 휴식이 필요하다구! ;-; 텐션이 낮아도 로로주가 같이 있어준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하니 걱정 말아요.(뽀담뽀담)(포옥 안아줌) 사아실 위염 가볍게 앓고 있어서 백탕이지만...😔 집에 마라유도 있으니까..너무 밍밍하면 반 스푼만 넣어야지..🤔(이런 발상)
조금씩 어긋날 수밖에 없다. 많은 것이 어긋나 있지 않은가. 당신도, 이 여인도, 이 도시도, 이 세상도. 아직 당신의 인격구조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마저 않은 그녀임에도, 당신의 어떤 모습이라 하여도 기꺼이 품에 안아주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처럼. 애초에 어긋나지 않은 무언가를 바라기에는 피차 늦어버릴 대로 늦어버린 길 잃은 이들이지 않던가. 그녀도, 당신도. 이렇게 어긋난 가운데서도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주고 이렇게 선명하게 보조개를 패인 웃음을 짓는 것으로 애정이라 할 만한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당신이 곱게 꺼내어놓은 이야기에 페로사는 눈웃음을 지었다.
"누가 그렇게 예쁘게 말하래." 씨익 웃으며 페로사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어오는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부볐다. 역시나 조금 어색한 동작이다. 어릴 적 이제는 얼굴도 기억에서 흐릿한 부모님의 손길 정도에나 닿아봤을까, 그 외에는 그 누구의 손길도 허락하지 않은 머리다- 이건 그녀의 키가 상당한 장신인 탓도 있었지만. 자연스레 머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그것도 더욱이 달갑고 행복한 반응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좋다. 그녀에게 있어 이런 달갑다거나 행복하다거나 하는 감정을 당신의 색으로 채워넣을 수 있을 테니까. 그녀가 당신에게 무의식적으로 계속 그러하고 있는 것처럼. 문득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서투른 애정이나마 있는 대로 쏟아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어설퍼도 좋다. 이 결핍을 해갈하고 싶었다.
그러나 일단은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기에, 그녀는 일단 지금은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디밀며 당신이 조심스레 꺼내어놓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당신이 꺼내어놓은 그 이야기가 치안이 잘 확립되어 있는 동북아의 대도시나 목가적인 농어촌 같은 곳 한가운데에서 꺼내졌더라면 허황한 술주정이나 약에 취한 헛소리로 여겨질 여지가 있었겠지만, 여기는 세상의 모든 범죄와 환락이 광기로 뒤범벅된 광기의 도시다. 당신이 그림자 속의 중역이라는 것까지는 어렴풋하게 눈치채고 있었으며, 당신의 인격이 한 방향으로만 발휘되지 않고, 역할이라는 이름 하에 여러 방향으로 발휘되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사소한 단서들. 말투의 차이, 눈 깜빡이는 타이밍, 걸어갈 때의 자세, 팔을 움직일 때의 버릇... 같은 육체인데도 다른 사람인 것처럼. 당신이 스스로에게 정의한 그 다면적인 면모를 어떻게 대하는 게 적절한지는 아직 감을 잘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에는, 페로사 그녀 자신도 이상한 사람이었고, 이 도시가 이상했다. "이봐. 비가 올 때면 나를 찾아와. 아니면 내 집에라도 숨어." 그녀의 푸르른 눈은 도륵 굴러가는 당신의 눈동자를 쫓았다.
지금까지 했던 고민이 모두 쓸모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미카엘은 지금까지 복잡하고 난해하던 고민이 한순간에 단순하고 명료해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의 따뜻한 품과 손에 닿는 어색하지만 사랑스러운 동작이 이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있던 거리감을 일거에 해소시켰다. 매일을 이렇게 있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이 보이고, 당신이 일을 마치고 오면 늦은 식사를 하고, 오늘 있던 일을 나누다 서로의 품 안에서 따스하게 잠들고 싶다. 당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렇지만 서로에게 너무 많은 장벽이 남아있다. 당신에게는 미카엘이 끊어내도록 손을 뻗을 목줄이 있고, 미카엘에게는 당신이 손을 뻗어 구원해야 할 지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머리를 쥐어짜며 어떻게 해야 할지 방안을 찾아 헤매겠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느니, 당신에게 더 집중하고 싶다. 당신의 머릿결, 뺨의 온기, 엄지를 스치는 속눈썹……. 스칠 때마다 당신의 어색한 반응은 미세하지만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익숙해질지 아는 것 같이 손에 감겨온다. 그 여운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예쁘게 말하다니.. 나는 사실만 얘기했는데.."
미카엘은 수줍게 답하며 말갛게 웃어버렸다. 미소를 한가득 담아낸 얼굴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얼음 같은 두 눈동자에 자그맣고 소중한 행복은 확실히 깃들어있다. 당신이 행복한 반응이 어색하다면 익숙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동시에, 당신의 애정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한 아름 받아내고 넘쳐흐른다 해도. 고작 며칠이지만 미카엘은 깊게 소망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 생겼다.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깊게 소망하고 바라던 일이다. 미카엘이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그 모든 행동과 생각이 종합되고 고심한 결과는 당신에게 신뢰를 드러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천천히 시작된다. 당신이 귀를 기울여준 이후 미카엘은 시선을 피해버렸지만, 이 정도만 해도 아주 훌륭한 시작인 것 같다.
미카엘의 이야기는 적어도 당신이 보기엔 헛소리가 아님을 증명했다. 당신의 날카로운 감각은 미카엘의 사랑스러운 어조는 에만의 경계심, 윈터의 머뭇거리거나, 헤로인의 톡 쏘는 말투가 다른 것을 눈치챘다. 에만이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에 강박을 보였다면 윈터는 당신의 집에서 받은 잔을 가운데에 맞추지 않는 것도 쉽게 눈치챘으며, 지금 얘기하고 있는 미카엘의 목소리에 거짓을 숨기는 모습 같은 것도 보지 못했다. 같은 육체임에도 전혀 다른 사람과 같은 모습이었고, 연기라기엔 그 선을 아득히 넘어버린 존재.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는 몰라도, 미카엘은 적어도 당신처럼 불가사의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그래도.. 돼..?"
미카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신과 시선을 마주쳤다. 푸른 눈동자를 잠깐 멍하니 쳐다본 미카엘의 표정은 놀란 사람 같다. 자그맣게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고, 속눈썹이 높이 뜨인 눈동자는 피함이 없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깨달았는 듯, 고개를 천천히 숙이며 당신의 품에 파고들듯 몸을 꼼지락댔다. 폭, 하고 움직여 당신의 가슴팍에 고개를 기댔을 뿐인데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어메니티 제품의 냄새가 은은하게 공기를 탔다.
"그게, 그러니까.. 고마워.. 정말 기뻐.. 페로사가 있다면.. 나는 무섭지 않을 거야.."
미카엘이 품 속에서 웃어 보인다. 눈을 빼꼼 드러내고 말갛게 웃는 모습은 당신의 집에서 온기를 받은 윈터와도 같았지만, 유달리 더 사랑스럽다. 윈터 또한 이 도시의 순수함을 조금이나마 갖고 있다면, 미카엘은 그런 것 하나 없는 바깥의 것을 빼닮은 눈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