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라..." 그렇다면 현대에는 믿음에서 기인하는 신은 나타나기 힘들어진 것일까요. 라고 말하면서 흔들거리면서 나아가는 종이배를 바라봅니다. 질문을 듣고는 느리게 손을 흔들흔들거려 배웅하듯 종이배에서 시선을 뗍니다.
"글쎄요... 믿고 싶지는 않은데 실존을 증명받아버려서 말이지요." 다른 가능성이 전부 부정되어서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남았지만 그 가능성이 정말 그렇지만. 믿을 수 밖에 없네요. 라는 말을 하면서 이마를 짚고는 하아. 하는 한숨을 살짝 쉽니다. 그럼 사이카와씨는 신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그 가능성 쪽은 어디에서 나왔더라.. 셜록 홈즈였나..." 에르퀼 푸아로였나. 아니면 뭐였던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적어도 나는 그간 심지가 굳지 못했다. 하면 하는 거고, 못하면 못하는 식의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이런 생활 양상은 내가 항시 진지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나 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들은 그러지 않나, 나는 감히 추측해왔다. 오래 산 자들, 특히 신들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을 기반이 있지 않나. 나는 네 제안에 다리를 굽혀 그 옆에 앉았다. 오밤중에 빛나는 작은 화면에 집중하는 사람이 이제는 둘이다.
"아하. 열심히 살아야겠네.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나는 아는 척 말을 뱉었지만 사실 아는 바가 몇 없다. 일본에는 워낙 신이 많아서 제각기 믿는 신도 여럿, 존재하는 신도 여럿이라 전부 안면 있는 것도 무리일 뿐더러, 그동안 폐쇄적으로 살았던 나는 더더욱 알 수 있는 바가 없다. 이름으로 유추하는 수준에서 끝이 났는데, 아무래도 하늘의 뜻을 대신하는 일을 해오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너는 하늘을 대리하여 인간에게 뜻을 알리는 뭐 그런 신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아무튼 상대도 나에게 정보를 주었으니 나도 나의 정보를 몇 뿌릴까 싶다.
"난 서쪽에서 왔어. 카와우미다이자."
신을 칭하는 것보다는 요괴를 칭하는 것에 가깝지만 나는 이 이름에 유감이 없다. 믿음에 비롯되어 태어났고, 그 믿음을 먹고 살아가니 나는 신이 맞고, 또 대사라는 호칭은 나의 골격이 되었으니 사실상 전부 맞는 말이다. 틀린 추측이 후에 맞게 되었다면, 그것은 더이상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나는 너의 그 인자한 표정이 어째서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 알량한 표정이 목에 턱 박힌 사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한 번 삼킨 것은 꿀꺽 삼켜야지 토하지는 못하는 게 뱀의 생태인지라 나는 말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수가 있었을 뿐이야. 다시 내놔봐. 이번에는 진짜 잘 할 수 있으니까."
그리 말하며 나는 빼앗듯 너의 핸드폰을 손에 잡았다. 과연 네가 순순히 허락해줄지는... 잘 모르겠다.
>>775 매운맛은 가급적 보고싶지 않네요 ... 성격상 매운맛 트리거를 당길만한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요~ 일상적으로 크게 변화는 없겠지만 좀 더 자주 연락을 하게 되고 많이 보고싶어한다? 아마 학교에선 못볼 것 같고 학교 끝나면 코세이는 아르바이트하러 가니까 보기 힘들잖아요!
>>791 즉각적으로요. 다만 그렇다고 해도 초초초초 네이머 고위신들에는 비할 수가 없겠지만요. 그래도 절대적인 지위와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랍니다. 그런데 보통은.. 그렇게 된다고 해도 인간과의 사랑에 빠져있는 신들은 그냥 자신이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사는 것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에요.
>>784 매운맛 나올만한 트리거가 아마 없을테니 안심하라구~ 음 그럼 라인 횟수 늘어나고 보는 건 방과후 잠깐이려나~ 가끔 시간 맞으면 코세이 알바하는 카페까지 요조라가 따라갈지도 몰라? 고 앞까지 같이 갔다가 요조라는 집에 가구 코세이는 알바가구 하는거지~ 아 코세이 알바하는 카페도 한번 가줘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들딸 쌍둥이... 좋은데? (요조라 : 흐엣치!)
칭찬 받아줬어! 입꼬리 붙잡았다! 예쁘다며 아가씨 같다 칭찬한 것에 고맙다며 감사인사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한 코로리라서, 방글방글 웃어버릴 거 같아 안간힘을 썼다. 웃을락 말락 꾹 눌린 입꼬리 생김새가 조금 우습지만, 칭찬 받아줬다고 들떠서 훅 다가가버릴까봐 조심했다. 부담스러워하는 짓은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참 드물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도 없이 노다니듯 타인을 대할 때도 그러고는 했으니까! 앞서 봄날에 있었던 책방에서의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 쌍둥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니까 못나게 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양귀비는 양귀비니까 못난 양귀비라고 할 거야! 이건 양보 못 해. 아무리 쌍둥이라고 해도 잠의 신에게서 업을 뺏을 수는 없었다!
"응, 꿈 거미!"
안간힘 쓴 거 다 부질없다! 방글방글 환하게까지는 아니어도, 미소 지으니 입꼬리 붙잡은게 의미없어졌다. 이유는 맞춰진 시선을 피하지 않아서였다. 이렇게나 우물쭈물 어색한 분위기 낭낭한데 눈 맞춰지면 당연히 피하겠구나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번처럼 거리를 좁히지는 않았다. 입꼬리는 놓쳤어도 발은 잘 붙들고 있나보다.
'나… 혹시 꿈 속이야?'
꿈 속도 아닌데, 나 사라졌어ー. 코로리는 꿈 속에 다닐 때 모습을 숨기도 다닌다. 꿈을 꾸는 사람이 자신을 찾지 못하게 보호색을 씌울 때도 있었고, 아예 드러내지 않기도 했고 어떤 방법으로든 숨어다녔다. 그러니 꿈 속에서는 코로리가 없는 듯 느껴지는게 옳았는데, 여기서는 아니지 않나 싶다. 내 얘긴데ー! 나 여기 있어두 되는데! 제 의사는 어디로 사라졌느냐 이것이다. 남매의 대화에 합죽이가 돼 있던 코로리는 긴 한숨소리가 신경쓰였다. 집으로 데려가고 싶지 않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데려가겠다는 것만 같았다. 그 생각이 맞단 것처럼 요조라가 다시금 짧게 한숨 쉬었다. 코로리는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입을 열었다.
"작은 호시즈키 씨, 나ー"
여기 있어두 괜찮아!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쏙 들어간다. 별 다른 이유 없다, 요조라가 제 어깨를 감싸고 가게 밖까지 이끌었기 때문이다! 악수도 겨우 했던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양귀비 향이 물씬나는데, 웬일로 코로리는 세이한테 자랑할래ー! 다른 생각했다. 그리고 말하다 만 것은 마무리해야겠다 싶어서 하려던 말을 바꿔버린다.
"구름 밟았으려나."
그러면 좋겠다! 갑자기 웬 구름인가 하면, 별은 구름 뒤에 있으니 하는 말장난이었다. 구름 밟고 올라서면 별과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무슨 별이느냐고 하면, 호시즈키에서 호시만 보고서 치는 말장난이었다. 둘이 아는 별이 하나 더 있어서 그렇지.
>>809 알면 조금 서운해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어쩔 수 없는거니까 티는 안내고 ... 주말마다 만나려고 할 수는 있겠네요! 일주일에 한번은 꼭 데이트를 하겠다는 의지랄까요~ 걱정하는 요조라 모습 보고싶기도 하네요!! 오빠랑 같이 오면 또 서비스 낭낭하게 챙겨줄꺼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