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새어나간다는 말은 이리저리 흘러가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일까. 잡히지 않는 꿈 대신 제 손가락을 쥐고 토도독 손장난을 친다. 렌은 영문을 모른다. 렌의 심술에 영문을 모르는 것은 코로리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반쯤 장난이었던 말에 코로리는 심각한 모양이었다. 그야 렌에게 있어서 꿈은 지나가는 것이었고 심한 악몽으로 괴로워한 적도 불면증으로 고생해본 적도 없었기에 든 생각이었을지도 몰랐다. 코로리가 시든 꽃처럼 추욱 쳐지자 렌의 마음도 은근히 약해진다.
“그럼…. 엄청 힘든 꿈 꾸고 있을 때에만으로 해요. 그야…. 나도 코로리 씨 물에 빠져있으면 싫다고 해도 구하러 갈 것 같으니까.”
렌은 뺨을 긁적였다. 아, 그런 건가? 악몽에 빠져 있는 것과 물에 빠져 있는 것은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코로리 씨는 꿈속 구조대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애매모호하다.
“여러 하객들에게 축하도 받고요?”
렌은 조금 웃었다.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거나 전통 혼례를 치르는 것들을 생각하면 이런 혼인 의식은 간략한 느낌이긴 했다. 아무래도 신과 인간의 약속은 널리널리 퍼지면 안 되니까 개인적인 느낌이고 인간들의 결혼은 둘 만의 약속으론 깨지기 쉬우니 많은 증인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비뚤은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아, 네.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 너머에 반딧불이가 있다고 하잖아요.”
렌은 코로리가 먼저 가자고 할 것 같았는데, 꺼려하는 건가? 하고 잠시 살핀다. 별다른 기색이 없다면 아마 동굴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길 것이었다.
"에... 제가 직접 님의 인생이 불행해지게 만든 건 아닙니다? 저한테 따지셔도 전 당신 인생 망할 거라는 소식 '전해주는' 역이고? 저한테 빌어도 저는 못 바꿔주거든요... 뭐 그래도 목숨은 붙어 있잖습니까... 살아는 있으니까 그나마 복되지 않나요? 그러니까 그 남은 행운이라도 붙잡고 버티든지요🤔"
>>36 렌뭉치 강와지냐고~~!!!!! 너무너무 귀엽다..... 주변에 물고기 있는 것도 렌다워...~
아까의 이야기냐는 말에 요조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아까 그렇게 말한 이후로 신경 안 쓰고 싶었지만, 외면은 오히려 가시가 되어 그 부분을 콕콕 건드린다. 그러면서 하나둘, 자신이 보았던 것과 들은 것, 느낀 것들을 그것에 엮어 어느새 크기를 한가득 부풀려, 기어코 다시 꺼내게 만든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물음표에서 물음표로 이어지는 코세이의 얘기를 그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적막한 숲길 속 간간히 들려오는 사람들과 축제의 소리는 멀고, 바로 옆 목소리는 선명하다. 요조라는 조용히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둠 속에 더 검은 눈은 차분하고 떨림 하나 없다. 짤막한 얘기가 지나고, 마주 잡은 코세이의 손에 힘이 들어가도, 요조라는 말이 없었다. 별이 잘 보일거란 말에 한번씩 위를 올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길에도 끝은 있어서, 갈수록 슬슬 반딧불이 줄고 어둠도 밝아진다. 길 끝에는 석상이 있는 신사가 있어, 들르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그 근처에 가까워지자 요조라는 걸음을 틀어 신사 쪽으로 향한다. 소원이라도 빌려고 그러나, 싶겠지만 요조라는 그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싶었던 듯, 신사 앞이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 섰다. 고개를 들면 나무들 사이로 동그랗게 하늘이 보이고 그 안 가득 반짝이는 별들이 비추는 자리다. 잠시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던 요조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건... 누군가와, 새로이, 혹은 다시, 만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흘러가는 시간이, 있으면, 다가오는 시간도, 있는, 법이니까요..."
올곧게 하늘을 향한 요조라의 눈엔 별들이 가득 담긴다. 이름 그대로 밤하늘 같은 눈이다. 별을 담아야만 완성되는 그런 눈이었다.
"신이든, 인간이든, 만남과, 헤어짐이, 같다면... 그걸, 두려워하는 이도, 있을 수, 있죠... 누구라도, 겁쟁이가, 될 거에요... 그렇지만... 그걸, 이유로... 자신의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포기한다면... 아니,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찰나의 순간, 일지언정... 한 계절, 한 시기, 뿐이라도... 그 마음은, 기분은, 소중하니까..."
요조라는 숨을 을이키며 고개를 내렸다. 잠시나마 밤하늘이 되었던 눈은 다시 캄캄한 검은 눈으로 돌아와 힐끔, 코세이를 본다. 그리고 어깨를 살짝 으쓱이곤 그렇게 말했다.
"뭐, 어떻게, 할지는,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 그냥 그렇다고요, 제 생각은..."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는 모습이 어딘가 멋쩍은 듯 하다. 안 어울리는 소리를 했네, 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요조라는 더 말하지 않고 반딧불 석상을 보거나 하늘을 다시 보거나 하는 둥 괜히 딴청을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