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는 날아가는 루온을 낚아채려고 했으나. 애초에 루온을 구하는것을 전제로 노리고 있던 디스포들의 행동이 더 빨랐다. 기본 속도는 수호가 훨씬 위였음에도 함정처럼 공중에 있던 투명화했던 디스포들이 모습을 드러내 수호를 순식간에 베었다. 날개가 잘리고 두개의 낫이 수호를 꿰뚫었다. 순식간의 피해량과 날개의 손상에 그대로 추락한 수호는 지상에서 변화가 풀렸으나. 다행히도 날개가 잘린건 상처로 취급되진 않았고 낫에 찔린 상처만이 몸 크기가 돌아온 비율에 맞게 축소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관통된건 마찬가지기에 위험한건 매한가지다.
탕탕. 그 사이에 로드의 총성이 울렸으나 더럽게도 디스포들은 낫을 이용해 공격을 최대한 막아내며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통솔된 움직임. 거기에 완벽한 기습처럼 결계에서 나온 로드의 배후에서 나타난 낫은 그대로 로드의 심장을 꿰뚫었다. 쌍극이 있기에 죽지는 않더라도 무시할만한 피해량은 아니었다.
테온도 로드와 맞춰 움직였으나. 진동파로 이동하던 테온에게 맞춰 갑자기 앞에서 나타난 디스포의 낫의 등부분이 그대로 테온을 날려버렸다. 자신의 속도가 오히려 데미지가 되어 얼굴을 제대로 얻어맞은듯 어질거리기까지 하다. 그나마 충각이 디스포 한마리를 쓰러트리긴 했으나 상황이 끔찍한건 변함이 없어보인다.
시우는 툴을 최대한 뻗어내 쓰러진 이들과 현우를 치료했으나. 잠깐 꽂은걸로 나을 피해는 아니었고 그 사이를 놓칠 디스포들이 아니었다. 치료에 할애된 블러디 툴을 노리고 남은 블러디툴을 잘라내며 나타난 디스포들은 그대로 시우를 깊게 베어버리고 말았다. 치료중이던 플레임벨의 사람들을 노리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인걸까? 그와 동시에 붉은 가시가 터졌으나. 터프하게도 흡수까지 당한 디스포들은 오히려 시우를 향해 논개를 각오하고 낫을 휘둘렀다. 이건 자신의 방어에 집중하면 치료중인 플레임벨의 인원들이 죽을지도 모르겠다.
현우는 어느정도 치료를 받고 준족을 사용했고, 플러싱이 그 주변을 지키듯 섰지만. 아무래도 아까부터 혹사한 반동일까. 몸의 움직임도 느려져 있는데 디스포의 공격에 플러싱마저 파괴되고 말았다. 오히려 여기까지 버틴거에 칭찬해줘야하지 않을까. 만약 거기에 맞춰 카운터 모드를 썼다면 이어지는 공격을 피할 수 있었을테고. 그렇지 않다면 공격에 맞고 날아갔을것이다.
어쨌거나 루온이 보일 정도로 접근하는데 성공했다면. 글쎄 놀랍게도. 움직이면 죽이겠다마냥 루온의 목에 낫을 대고있는 디스포가 보이겠지. 이거 정말 디스포가 맞긴 할까?
딸깍.
세개의 코인중 하나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 린
소녀의 손이 린의 팔에 닿기전에 린은 소녀를 집어 던지는데 성공했고. 푹신한 쿠션에 떨어진 소녀는 한번 튕기고 데굴데굴 굴렀다. 그럼에도 딱히 피해를 입은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일어나는게 느려보인다.
"문제, 문제,"
그러나 소녀가 일어나기도 전에 린은 엄청난 불길함을 예감했다. 일단 첫번째로. 피를 너무 흘렸다.
손이 닿기 전에 던져버리는 데 성공했다. 뭔가 타격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모습은 점점 이 상황이 꿈이 아닌가 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점점 흐릿해지는 의식이 그게 아니라는 걸 말해 주고 있었지만... 더군다나 이건..확실히 끝장내겠다고 말하는 듯한 느낌의 일그러짐.
"하?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면 여기서 죽여버리는 검까?"
자유로워진 손으로 옷의 자락을 찢어내 상처 부위를 꾹 눌러보지만 그다지 지혈이 효과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지금의 일그러짐을 피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별 수 없나. 그녀는 자신의 본능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런 얘기가 있었던가. 죽기 직전에 가서 초인적으로 힘을 내거나 속도를 낸다고. 생존본능은 그 이름대로 그녀를 살려보낼 수 있을까?
저거, 정말로 디스포인가요? 의문이 듭니다. 툴을 끄집어 내고 곧장 달려오는 녀석들을 향해 피를 방사합니다. 그리고, 혈액경화를 사용합니다. 아마 분명, 넓게 뿌린 피는 그대로 굳어 방패가 되어주겠죠. 자기 방어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른 플레임벨 사람들을 위주로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장을 뚫는 감각에 쿨럭하고 피를 뱉어냈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숨을 쉴 수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숨을 마실 때마다 공기가 통하면 안 될 곳에 통하는 느낌이었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개변을 이용해서 리벤지를 이용하기 전으로 돌아갔다. 이렇게면 심장이 멀쩡한 상태일까.
"부리더!"
루온을 붙잡고 있는 디스포를 떼낼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현우랑 대치 중인 디스포를 보며 이를 악 물었다. 일단 나타난 디스포에게 다시 리벤지를 이용하여 망치로 내려쳤다. 조금이라도 디스포 무리를 없애는 게 도움이 될 태니까.
시우는 넓게 방어했으나. 그만큼 허점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플레임벨 사람들은 지킬 수 있었으나. 몇개의 낫이 방어를 뚫고 시우를 두번이나 베고 지나갔다. 자기 자신도 치유가 가능하니 즉사를 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이대로면 지치는게 먼저일것이다. 아무리 디스포에게서 흡수하더라도 피로감이나 정신, 스테미너가 무한히 샘솟는건 아니니 말이다.
특히나 테온은 피해도 컸고 소모도 컸다. 자가치유도 없는 상태로 너무 격한 움직임이 많았다. 주변에 진동을 터트리나 몸이 지나치게 무겁다. 공격을 피할틈도 없이 앞에서 진동을 뚫고 나타난 죽기 직전의 디스포의 낫에 복부가 꿰뚫린다. 이건 조금, 위험할지도.
심장을 꿰뚫린 로드는 공격전으로 개변을 사용했고. 어느새 로드는 아까의 상처가 사라져 있는채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사고가 따라가지 않아 당황하던 디스포를 그대로 개변으로 인해 다시 충전된 리벤지의 힘이 담긴 망치로 디스포를 으깨버렸다.
"안돼.. 그만."
그럼에도 디스포는 15마리 가량 남아있었다. 아니, 사실. 투명화한 녀석들이라 어디서 더 추가됐을지도 모르겠지. 소모할대로 소모한 일행의 모습에 루온이 입을 열었다. 이대로면 최악의 경우 전멸이고. 못해도 반은 죽을게 뻔했다. 마치 세상이 당신들을 골탕먹이는것마냥. 모든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특수능력이 달려있는 디스포에, 디스포치고도 많은 숫자. 거기에 통솔된 움직임과 영악한 전술까지.
하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루온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이 고통이라 할지라도. 다음 순간 비록 다 회복된건 아니었지만 플러싱이 다시 나타나 루온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옆에서 나타난 디스포 두마리가 각각 하나씩 플러싱을 꿰뚫어 당겨버렸고. 돌진하고 있던 현우보다도 빠르게 낫이 루온을 찌르는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러나 수호의 일점해방이 디스포의 머리를 날려버렸고. 간신히 루온이 공격당하는것만은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그 무방비한 모습에, 수호의 배후에서 나타난 디스포가 수호의 등을 베었고.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현우에게는. 다섯마리의 디스포가 나타나 카운터 모드로도 다 막아낼 수 없을 난격을 날렸다.
제발..
작은 목소리와 함께,
피가 튀고.
모든것을 지워버리는 폭발이 일어났다. 최근에 꽤 많이 봤던 폭발. 처음 봤을때보다도 광범위하고 강력한 폭발이 순식간에 남아있는 디스포의 반을 재로 만들었다.
특히 모두를 공격하고 있던 가장 가까운 디스포가 중점적으로 터져나갔고. 지근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일행들은 폭발에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다.
. .
세개의 코인 중 하나가. 완전히 깨져 방안에서 흩어진다.
- 린
말 그대로 죽음이 보였다. 이 공격을 맞으면 아까 떨어져나간 팔처럼 심장이 뜯겨서 죽어버리겠지. 마치 개미가 일을 하는것마냥. 매우 당연한 사실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 한다던가. 일그러짐이 풀리며, 그 반동으로 공간이 튕겨져나가 린의 심장부근을 도려내려 했으나. 어떠한 '개념'에 의해 그것은 무효로 돌아갔다. 분명히 물리력이 발동했음에도 그것은 린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마치 무적 치트라도 쓴것마냥 말이다.
"???"
그리고 그것을 의아하다는듯 ㅡ 표정따위 없는 달걀귀신이지만 ㅡ 바라보던 소녀의 형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 도,"
그러나 말은 이어지지 못한채 그 형태는 무너져버렸다. 다만 공격은 막았으나 출혈이 사라진것은 아니었기에 시간이 오래 남진 않은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제 린의 시야에 남은것은 뒤쪽의 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