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온은 두곳을 가리켰다. 한쪽은 직진하는 방향. 한쪽은 왼쪽으로 가야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다른 이들의 의견까진 듣지 않았으므로 자신이 움직이지는 않은 후방의 위치를 유지했다. 잘못 하면 죽으니까.
"디스포는 생명체랑은 좀 다르지만.. 확인할 수 있어요. 시체는 무리지만.."
아마 생명이 없는것들은 그냥 하나로 퉁치는 모양이다. 로드의 말에 답한 루온은 현우를 바라봤다.
"휘말리는거면 다행이고, 잘못하면 만만하게 보이고 공격당할지도 몰라요."
위험천만한 세상이구만. 한편 그 사이에 자신에게 블러디 툴이 꼽히자 주사기 생각이 났는지 안색이 나빠졌던 루온이었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리고 린이 돌무더기를 슬쩍 들어올리고 있을즈음, 잔해 사이로 작은 디스포가 튀어나와 린의 주변을 맴돌았다. 로직 봄이 키우고(?) 있는 그 녀석 맞다. 깔려있던건 아닌거 같고 어느새 몰래 따라온 모양인지 삑삑 거리고 있다.
선택지는 몇가지있다. 직진, 왼쪽, 아니면 사람이 많은쪽, 그것도 아니면 디스포가 많은쪽도 있겠지.
적당히 의견을 조율하다보니 왼쪽으로 결정난거 같았다. 루온은 탐지 범위를 왼쪽으로 조금 더 넓혔고. 가능하면 사람을 마주치지 않는 루트를 일행에게 안내했다. 그래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고. 딱 한번 플레임벨에게 부탁을 받은 중위쯤 되는 클랜의 멤버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딱히 서로에게 볼일도 없었으므로 넘어가고 10분정도 더 걸었을까. 루온은 갑자기 앞쪽에 디스포 반응이 다량으로 보인다며 멈춰섰다.
"분명히 아까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단순히 많이 있는게 아닌, 일정 거리가 가까워졌을때 보인 모양. 그리고 때마침 그 사이에 사람의 반응이 셋 포착됐다고 합니다. 이건 또.. 너무 잘 짜여진 상황이 아닐지.
"어쩌죠..?"
- 린
다만 그건 왼쪽의 이야기였고. 린은 당당하게도 혼자 직진을 선택했다. 그것을 말릴수는 없었으므로 정말로 따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그래도 루온의 통신이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정도의 의사소통은 가능할것이다.
직진을 하자 꽤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사냥중이라서 린에게 신경을 쓰지는 못한거 같았다.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상하기 짝이 없는 바닥에 떡하니 박혀있는 문을 찾을 수 있었다. 구식 문마냥 손잡이로 여는 철문인데. 바닥에 박혀있으므로 당겨서 열어야할거 같다. 열린다면 말이다.
어쩌다 보니 일행과 떨어져서 솔로로 돌아다니게 된 그녀, 통신은 가능한데다 여기저기서 사냥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고립도 아니다. 그렇담 그다지 걱정할 거 없을지도? 자신은 걱정할 필요 없고, 당연히 루온을 포함해서 다수가 간 왼쪽도 그다지 걱정할 필요 없으니 이번 의뢰는 걱정할 점 하나 없는 의뢰인거 같다! 라는 생각인지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오."
감이 있어서 온 건 아닌데 여기에 문 같은 게 있네. 열어보시지~ 라는 느낌으로 땅에 박혀 있는 문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문 손잡이를 붙잡고 힘껏 잡아당겨 본다.
현우가 제일 먼저 달려들었다. 루온이 말한 좌표상의 위치로 가자 쓰러져있는 플레임벨의 주요멤버 3명이 눈에 띄인다. 그러나 의식을 잃고 중상정도의 상처를 입긴 했으나 주변에 디스포라곤 보이지 않는다. 루온의 Os가 오작동을 한걸까?
뒤이어 로드와 테온이 도착했을 시점이었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앞이었던 현우의 뒤쪽으로 거대한 낫 같은게 갑작스레 나타나 현우를 노렸다. 다만 그것은 현우가 미리 꺼내놨던 손에 의해 다소 여유있게 막혀서 피해는 따로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디스포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거대한 사마귀의 형상을 한 디스포. 물론 사마귀의 모습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이 디스포가 카멜레온 마냥 투명해졌다가 나타났다는것이지. 순간이동 같은것은 아니었다. 그 형상은 천천히 허공에서 드러났으니까 말이다.
곧바로 로드와 테온쪽으로도 다수의 디스포가 나타났다. 크기는 하나 하나가 코끼리만한데 그 수는 10마리는 되어보인다. 어느샌가 포위당해 버렸기에 무혈로 도망치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대체 뭘까, 디스포란 놈들이 사람을 미끼로 두고 다른 사람을 유인하기라도 한걸까?
"..... 저희도 가는게 낫지 않을까요?"
한편 루온은, 다른 이들이 먼저 나가고 이제 시야에도 보이지 않게되자 시우에게 그렇게 말했다. 본인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으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을 돕는게 낫지 않겠냐는듯하다.
- 린
문을 열자 무거워보이는 철문의 모습과 다르게 문은 꽤 가볍게. 그리고 매끄럽게 열렸다. 누가 손질이라도 하고 있는거마냥 말이다. 다만 문을 열자 계단이라도 나와야할거 같은 구조와 다르게. 갑자기 양쪽 문이 다 열리면서 그대로 린을 삼켜버렸다. 무슨 뜻이냐면 원래의 문의 공간보다도 더 크게 바닥이 꺼져버리면서 그대로 일직선 추락한것이다. 무슨 함정마냥.
다만 누군가 오기를 기다린것마냥 착지하는 부분에 쿠션이 있어서 다치지는 않았고. 고개를 들자마자 보인것은 빛나는 인간이었다. 사람의 형태는 띄고 있으나 빛나고 있어서 성별이나 얼굴 같은건 알 수 없지만.
어째서인지 린은 그것이 이상한 공간에서 마지막에 당신들의 앞에 나타났던 빛나는 인간이라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묘하게 적대적인 느낌을 품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린을 공격하려는듯 다가오고 있었지만 말이다.
분명 보이지 않았는데 나타난 디스포를 보며 놀란 것도 잠시 사방을 감싸는 디스포에 한숨을 쉬었다. 함정일 거 같기는 했는데. 사람이 쳐뒀을 거라고 생각했지 디스포가 쳐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디스포가 원래 이렇게 지능이 높았던 생물인가. 우연인지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얼른 데려가야 후유증이 없을테니 생각을 그만두고 총과 망치를 꺼내들었다.
"사마귀가 카멜레온인 건 신기하긴 하네요."
실없는 소리를 하며 사마귀형 디스포를 바라보다 테온의 걱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테온 씨랑 현우 씨도 조심하세요. 사람의 목숨은 보통 한개니까."
나름 농담이라고 한 말이었다. 테온이 충각을 날리는 걸 확인하고 테온이 날린 쪽에 있는 디스포에 총을 몇번 쏘고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실력에 아주 자신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근본적으로 비전투인원입니다. ..사실 요즘에는 이렇게 말하면 왠지 양심이 아파옵니다만. 다소, 걱정스러운 낯으로 루온씨를 바라봤습니다만, 사실 저도 이제 보이지 않는 그들이 신경쓰입니다. 아무런 연락도 없고, 오지도 않는 걸 보면 곤란한 상태겠죠. 저는 아주 살짝, 루온시에게 피를 주입한 뒤에 혈속을 발동시킵니다.
"그러면.. 안전하게 가볼까요."
겉옷을 좀 더 벗고 툴을 여러개 꺼내둡니다. 필요하다면 이 도구의 끝에서는 안개도, 가시도 튀어나오겠죠. 저는 루온씨와 함께 조심스럽게, 동료들이 떠난 곳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