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거점에서 알케스의 어이없다는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알케스가 이상한거야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보통 큰 소리는 잘 안내는편인데.. 무슨 일인가 싶어 알케스의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소파쪽을 본다면 처음보는 여성과 이야기하고 있는 알케스가 보일것이다. 여성쪽은 꽤 심각해보이는 표정이었고 알케스는 적당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것을 듣고 있었다.
대화를 슬쩍 들어보거나 옆에 있던 루온에게 물어본다면. 여성이 플레임 벨이라는 클랜의 멤버라는것을 알 수 있을것이다. 플레임벨. 전뇌도시의 클랜중에서도 상당히 상위권의 클랜으로 유명하기에 알려면 알 수도 있지만, 몰라도 이상할건 없다. 아무튼 그런곳에서 알케스에게 무슨 볼일이냐하면..
"아니 그런걸 우리한테 부탁해도 말이지~"
플레임 벨의 주요멤버 몇이서 2군을 육성시킬 생각으로 조금 멀리 나간 모양인데. 2군만 돌아온 모양이다. 이유는 즉, 갑작스런 이상현상에 의해 2군을 감싸다가 지도역이던 1군 3명이 모두 큰 부상을 입고 2군을 도망보낸 모양. 간단히 말해서 생사가 묘연한 주요멤버의 구원이 목적이었다.
"귀찮은데.." "어떻게든 부탁드릴게요, 사례는 넉넉히 할테니까.."
사례라, 먹을거라도 많이 주려나? 일단 알케스는 썩 내켜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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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클랜들끼린 서로 견제가 심해서 괜히 잘못 말했다가 오히려 공격당할 위험도 있어요."
여성은 테온이 끼어들자 의외로 순순히 설명해줬는데, 오히려 같은 상위권들이기에 호시탐탐 서로의 약점을 노리고 있는거라고 한다. 즉 주요멤버가 셋이나 빠져있다는게 들키면 오히려 본진이 공격당해도 이상하지 않는다는것. 하위중에서도 최하위인 로직봄과 다르게 저 위쪽은 상당히 난리인가보다.
"일단 가능한 중위권 클랜들에겐 다 말해두긴 했지만.. 일단 혹시나하고 이곳에도 온겁니다."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듯. 여성은 알케스를 흘끔 바라봤다.
"일단은 가보겠습니다.."
추후의 선택은 이쪽에 맡기는 모양인지. 여성은 알케스에게 인사를 하곤 거점을 떠났다. 뭐 이것저것 불편한 느낌은 많긴한데.
"뭐어~ 귀찮다. 가고싶은 사람 있으면 가던가."
잠깐 고민하는척을 하던 알케스는 결국 그렇게 말하며 다시 드러누웠다. 갈 생각이 있다면 자세한 설명이나 질문이 있다면 옆의 루온에게 물어보면 될거같다.
자랑스레 말하자니 괜히 부끄럽습니다만, 아마 제 치유 능력은 꽤 강할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처는 피 단 한방울로도 없던 것처럼 되니 말입니다. 1군 분들이 어떤 상태일 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만, 죽지만 않았다면 살릴 수는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상태이상 같은 것에 걸렸다면 비교적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약소클랜이어도 힘들고, 상위클랜이어도 힘들고. 이게 전뇌도시에 현실인가 싶다. 그렇다고는 해도 로직 봄에 들어온 뒤 밥을 굶거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못 받은 적은 없다. 최하위클랜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래도 1군이 2군을 다 보냈다니, 차가운 클랜은 아닌가봐. 여성의 표정을 살피다가 느러눕는 알케스를 보고 자리에 일어나서 루온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 여러분들은 가본적 없겠지만. 비교적 도시와 가까운 4지역을 넘어서 조금 더 가면 유적지가 있어요."
"그쪽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급지역 느낌으로 여기고 있고 나오는 디스포의 위험도도 훨씬 높구요. 아마 그 쪽을 수색하면 될거 같아요."
루온은 이름은 자신도 모른다고 답하고는 조금 더 설명을 이어갔다. 유적지는 말이 유적지는 사실 그냥 폐허랑 똑같은 지형이라고 하나. 그 규모가 상당히 넓다고 한다. 원래 어떤 지역이었는지 알 수 없어서 그저 유적지라고 명명했을뿐이고. 실제로 예전에 유적이 있었다거나 하는건 아닌듯. 주 디스포의 위험도는 80~100. 만만한 지역이 아니니 갈거라면 조심하고 도우미 한명정도는 데리고 가는게 좋을거라고도 말해줬다. 도우미라고 해봤자 자신이나 드라이, 혹은 알케스 정도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시체라도 괜찮겠죠. 일단 저희랑 플레임벨의 사이는 좋은편이지만.. 그래도 저번같은 일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주세요."
플레임 벨은 상위권중에서도 상위를 다투는 클랜이고. 그 클랜의 주요멤버라면 위험도 100이 떼거지로 몰려와도 이길 수 있을거라고. 루온은 설명했다. 그러니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거나 혹은...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는것.
"뭐 이제 저같은 사람의 어드바이스가 통할 레벨이 아니니까요 다들. 부디 조심히 다녀와주세요."
"이번에 디스포가 목적이 아니라 구출이 목적이죠? 최대한 조심해서 다녀올게요. 함정이면.... 뭐, 그때 어떻게든 해볼게요! 리더랑 부리더도 조심하세요."
가볍게 말하며 걱정하는 루온을 안심시키려 했다. 솔직히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호기심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궁금한 게 쌓으면 오히려 답답해서 죽을 수도 있으니까. 빙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전히 누워있는 알케스를 빤히 보다 슬쩍 말을 걸었다.
함정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이번 일은 꽤 괜찮습니다. 위험요소가 크고, 자칫 잘못하면 저희의 목이 달아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만, 이건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아마 이 일, 빚으로 잘 달아두면 후에 좋은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톡, 톡, 입가를 치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사실, 구출 과정에 대한 짐작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디스포가 언제 상식이 통하덥니까.
죽은 게 아니라면 치료는 가능합니다. 불구를 되돌릴 수준은 아닙니다만, 목숨줄은 능히 붙들어둘 수 있습니다. 이건 꽤 큰 빚으로 남길 수도 있겠죠. 저희의 뒷통수가 안전하다는 경우의 일입니다만..
"아, 그렇죠.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좀 만들어 뒀으니까, 좋을 때 드셔주세요. 저희가 돌아와서 먹을 것만 남겨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