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사람에게 사탕을 받아오라. 축제의 마지막 날, 그 마지막 이벤트의 내용은 이러했다. 이 문구를 보자마자 미나의 피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원하는 사람에게 사탕을 받아오라고? 안광없이 탁한 눈동자가 갈 곳을 잃은 듯 허공만을 응시했다.
그녀는 집에 돌아와 15년 전 에단과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사탕을 받고 싶은 사람은 당신 뿐인데, 지금 당신은 어디에도 없잖아. 이미 옛적에 매말라버린 눈물이 다시 흐르려는건지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미나는 왼손을 들어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굉장히 쓸쓸해보였다.
그러다 미나는 무슨 마음을 먹은건지 자리에서 일어나 클랜의 본거지로 향했다. 매우 우울한 상태였지만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0 내일이 불안하기에, 오늘에 열중하는 도시의 축제도 결국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달콤한 장식은 끝내고, 곧 다시 오븐에 들어가게 되겠죠. 서글픈 일입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흰 가운의 옷자락이 펄럭거립니다. 사람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대체로, 바라든 바라지 않든, 주는 입장이었기에 이런 건 새삼스럽습니다.
고민을 했습니다. 누구에게 받아야 할까?
알케스? 루온? 다른 클랜원이나.. 거기까지 흐르던 사고가 멈춥니다. 그 말고 제게 사탕을 줄 사람이 있을까요. 글쎄요. 번호를 교환한 건 이벤트가 주는 열기에 영향을 받았던 것입니다. 자주 가는 가게가 있습니다만, 대화를 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과거의 인연도 이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무작정 걷기 시작하다가 누군가와 마주쳤습니다. 기묘하게 익숙한 사람입니다.
"..저, 안녕하세요."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넵니다. 무언가, 천천히 말을 고릅니다.
"축제도 끝이 나는 것 같네요. 즐겁게 즐기셨나요? 그러면 좋겠어요. 그런데, 마지막 이벤트.. 때문에 그런데요." "사탕, 주실래요?"
>>0 벌써 축제의 마지막 날이 됐다, 시간 참 빠르지. 왜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걸까, 왜 그렇게 느끼게끔 만들어진 걸까나. 고통은 그렇게 길게 흐르면서.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웃었다. 그래도 치열하기 그지 없는 삶에 잠시 동안의 휴식이 되어준 즐거운 축제였으니 후회는 없으...려나? 거리가 가득 찬 전뇌도시의 모습은 꽤 낯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구나 싶었다. 모두가 가장 무방비한 시간, 그런 시간을 틈타 공격이 시작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금만큼은 마지막 날이라는 이유로 솟아나는 감정이 그런 걱정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 같다.
"사탕이라~"
마지막 날의 이벤트는 사탕 받아오기, 원하는 사람이라... 뭐랄까 추상적인 문구인 만큼 여러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문구에 그녀는 눈을 또륵, 하고 굴렸다. 그러고 보니 할로윈이라는 게 있었더랬지, 그런 기분이라도 내라는 의미일까 어떤 걸까. 그런 생각을 해 봤자 답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누구에게 가서 사탕을 받아오냐는 건데... 뭔가 무난하게 떠오르는 이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떠올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탕이 어디서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또...뭔가 한 사람에게만 사탕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 꼭 인기투표 하는 거 같지 않을까. 이런 건 결국 주고 받는 게 최고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 있으려나? 축제의 마지막 날이니까, 내일부터 원래대로 돌아갈 걸 생각하며 원래의 생활 패턴을 회복하려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원래 생활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지만.
"~♪"
휘파람 소리가 퍼진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누구였으려나. 듣기를 바랐던 사람은 있다. 그리고 휘파람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아챘으리라 생각한다. 그녀는 저만치서 발견한 인영을 향해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인영은 선명해졌고, 마침내 그녀의 앞에는 렌이 서 있었다. 의아해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녀 역시 사탕을 받을 사람을 찾아 돌아다녔으려나~
>>0 늘 생각하지만 사회성과 사교성은 전혀 다르다는 건, 자신을 볼때마다 느끼는 사실이다. 즉 지금 류구 렌은 이성의 번호를 땄던 날보다는 아니였지만 꽤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는 상태였다.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곤란하네-"
원하는 사람에게 사탕을 받아오라는 이벤트에 렌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혼잣말을 웅얼거린다. 이벤트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두말할 것 없이 부모님이었고 자신의 부모님이라면 딸의 부탁에 거리낌없이 사탕을 한가득 안겨주실 게 분명했지만 일단 최후의 선택지로 보류하기로 했다. 그 뒤에 떠오르는 건, 친구들. 그리고..
"....아!"
돌고 돌아서 도달한 결론은 역시 로직 봄 사람들이었다. 대신 이야기를 해본 사람이 적다는 게 문제였지만. 차라리 일방적으로 건네주는거라면 전혀 문제가 없을텐데. 사회성이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벤트라고- 렌은 터벅터벅 걸음을 걷다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