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블랙 카드 없이 일반 보안 카드만 소지하고 있었던 나루미는, 지금까지 문서들을 열어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하였습니다, 접근 권한을 갖지 못한 당시의 나루미가, 대관절 어떤 방법으로 기밀 문서를 열람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다행히도 지금은 타인의 것을 빌려서나마 열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권한이 없었기 떄문에 나루미는 그동안 손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는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나루미 역시 다른 이들과 똑같이, 비밀을 열 권한을 얻게 되었으니까요.
과연 그 안에 든 진실이 어떠한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나루미가 서류철을 내려놓자마자, 부장은 곧바로 잽싸게 서류철을 집어들려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제 쪽으로 가져가려 하지 않고, 그대로 책상에 내려놓으려 하였지요.
같이 보겠냐는 나루미의 물음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즈노미야는 천천히 말을 꺼내려 들었습니다.
“……Well, well…… 이번에는 굳이 내가 번역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어디 그래, 한번 열어보자고. “
그리고는 곧바로 서류철을 펼쳐보여, 안에 들은 문서르 드러내려 하였지요.
“이 판도라의 상자에,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지 말이야……..! “
[ 2004년, 누군가의 기록 ] 을 열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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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일반 정보》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 모스크바 연구소가 막 건립되고 있을 무렵……세계 각지에서 탐사 과정이 진행되던 시기에, 당시 우리 연구원들은 탐사 도중 한 문서를 발견하였다. 각기 석판과 일반 종이 문서로 나뉘어 기록된 문서였다.
당시만 해도 우리 과학자들은 그 문서를 중요한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같은 시기 북극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나 역시 중요하다 보지 않고 있었다. 한낱 종교쟁이들이 써놓은 글을 누가 중요하게 여기겠는가? 그저 고대의 언어로 적혀있는 글, 고대의 유물일 뿐이었거늘.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우리 연구원들 뿐이었고, 상층부ー위원회ー들은 그렇지 여기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얼마 안 있어 위원회로부터 소집명령이 떨어졌다.
사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탐사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리 직원들은 곧바로 사해로 향했고, 현지 고고학자들과 함께 탐사 및 상세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였다. 해독 과정을 진행하던 도중 우리 연구원들은 놀라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연구원들이 찾은 문서는 바로…
사도가 올 것을 예측한 예언서였다.
《비공개 정보》
흔히 세간에는
[ 사해문서 ]라 불리는 예언서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부터 계속해서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찾은 문서는 90년에 발견한 것으로, 사해 지역의 어느 한 동굴에서 발견한 것이다.
문서의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인 것으로, 우리 연구원들이 해독한 내용은 차마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두 개의 창으로 보이는 그림, 두 개의 씨앗으로 보이는 문양. 이해하기 어려운 고대의 술식, 주술 의식으로 보이는 기이한 문양과 수많은 고고학자의 힘으로도 해독하지 못한 미지의 암호….
세간에는 구약 성서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발표하였으나, 문서에 적힌 내용은 우리 인류로써는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건 성서의 내용 따위를 담고 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 문서가 세간에 알려진 대로 [ 성경 ] 이 맞다면 누구를 위한 성경이란 것인가?
문서에는 그것만이 담겨있지 않았다. 문서에는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서 안에는
천사들이 지상에 하나둘씩 강림하는 모습, 땅에서,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모습, 그중 일부는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으며, 모두가 약속했던 것처럼 하나의 위치로 모이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가장 선봉에 서 있는 거대한 사도, 비록 두텁고 넓게 검은 칠이 되어있어 그 형상이 누군지 알기 어려웠으나, 문서를 본 이들 모두 그들이 누구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고대의 문자로 되어 있어 현대 고고학의 힘으로도 완벽히 해독하긴 힘들었으나, 문서에 그려진 천사들의 모습 뒤에는 하나같이 구체적인 어떠한 시기들이 적혀 있었다.
사해문서는 사도의 출현 시기를 예언한 예언서였던 것이다.
그리고 문서에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져있었는데……
《최고 기밀 정보》
[ 서기 201?년 ?월 ?일, 약속된 아이들이 이 땅에 돌아오리라. ]
[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다시 깨어나,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리라. ]
[ 거짓된 주인을 무로 돌리고 다시 이땅에 우뚝 서, 영원한 번영을 맞으리라. ]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아담의 자손인 사도들이며,
우리 인류는 릴리스에게서 비롯된 릴림Lilim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하얀 빛의 거대한 무언가가 이 땅에 내려앉는 모습, 붉은 구체가 가슴 중앙에 박힌 새하얀 모습의 천사가 하얀 구체와 함께 추락하는 모습. 이어서 또다른 검은 구체가 이 땅에 내려와 부딪하며 추락하는 모습, 그리고 뒤이어 또다른 가면을 쓴 천사가 피를 흘리고 있는 채로 이 땅에 일어서는 모습. 피로 하여금 천사의 주변을 중심으로 바다를 이루는 모습…..
그리고 가려진 무언가와 천사들이 만나는 형상까지.
사해 문서는 사도의 출현 시기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를 절멸시킬 방법을 자세하게 보여주었다.
너무나도 상세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에 문서 해독을 맡게 된 연구팀은, 번역본을 전해주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 위원회는 미쳤어. 진짜로 이걸 실행할 셈이야 ]
……번역본을 전해받고 나서, 우리는 다시는 그 연구팀과 연락이 닿지 못했다.
연락을 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아예 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는 지금 와서 회상해 보아도 확신할 수 없다……
이후 해당 문서에 대한 해석을 가지고 우리 연구팀들 사이에서 크고작은 논쟁이 있어왔으나, 종극에는 두개에서 세 개의 의견 정도로 좁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내가 낸 의견 역시 있었다.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의 수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수없이 많은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우리 인류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줄곧 나와 충돌하며 반대의 의견을 내보이던 유리나는 이제 없다. 총사령관님께서도 이제는 내 의견을 들어주시겠지. 모두가 내 이론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려 하는 동안, 나는 속으로 이런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과연 인류를 위해 하는 일일까?
Ps. 아가, ■■■. 네가 만약에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너도 이 기관에 들어왔단 거겠지. ■■■■■■■■■■■■■■■■■■■■■■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면 이제 웬만한 건 다 알고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이쯤에서 네게 물으마.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면,
너는 주저않고 버리겠느냐. 아니면 미완으로 남기겠느냐?
…
…..
……….
문서를 읽는 내내 미즈노미야 부장은, 여태까지 그가 보여왔던 여유만만한 모습과는 대비되는 낯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나마 웃는 낯으로 문장을 읽고 있었습니다만, 밑으로 내려가면서 그의 안색은 점차 어두워지게 되었습니다. 끝에 가서는 상당히 험악한 눈으로 문서를 내려보고 있었지요.
“…….수고 많았네, 후카미즈 대위. “
과연 그가 이 문서의 내용을 예상한 것인지, 예상하지 않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른손을 부들거리며 간신히 서류철을 닫으려 하고는, 미즈노미야는 천천히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이네……이 문서를, 당시 보고서를 찾는 도중에 같이 찾았다고 했나? “
기동실험 보고서에 적힌 가장 맨 앞장에 있는 내용. 만약에 나루미가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하려 하였다면, 그 보고서의 내용을 누가 기록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같이 따라온 이 글을 누가 적었는지 역시 나루미의 눈치로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었겠지요.
당시 남아있던 최고 책임자, 기술부의 헤드. 전 기술부 부장으로 재직하였던 인물.
미야미즈 모리하.
"후카미즈 대위, "
“이 문서가 정말로, 그 문서에 끼어있던게 맞나? “
미즈노미야 부장은 나루미에게 재차, 방금 물었던 질문을 다시 꺼내려 하였습니다....
마치 지금 본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다시 서류철을 내려다보며,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습니다.
그 주먹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장담컨대 적어도 나루미를 향한 건 아닐겁니다.
그는 분노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떨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 무엇을 향해 떨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