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씀입니다. 헌터는 실력으로 말하고, 아군의 뒤통수에 칼을 꽂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실력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니까요."
좋고 싫음이 옳고 그름은 아니고, 헌터는 믿을 만한 실력을 가진 동료를 믿는다. 그것이 헌터의 신조였고, 헌터가 가져야 할 생각이었다. 헌터 자체가 의념 각성자의 '세계를 지키는 최전선의 수호자'라는 일면이 아닌, '의념 능력으로 겸사겸사 세상도 구하고 돈도 버는 업자'의 일면이 강했으니. 인성은 의뢰를 나갔더니 수틀리면 내 뒤통수를 찌르는 악질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하면 되었고, 그 다음은 실력이 모든 것이었다.
"사실 그렇기에, 다들 저에 대한 경계과 의심을 숨기지 않지만, 그것이 저를 배제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것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더 이상 그리할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 세상은 어떤 신을 믿건, 아니면 믿지 않건 어떠한 제재도 없었다. 신을 믿지 않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곳들이 있었지만, 그곳들은 게이트가 열리면서 열린 수많은 혼란 끝에 박살났고, 의념 이후 문명이 간신히 재건되었을 때에도 그 느낌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열망자... 같은 위험 종교는 아니고, 어떤 종교의 간택을 받은 모양이었다.
"물론, 제가 말하는 신을 믿지 않는다는... 신을 믿고, 신의 교리를 따르고, 신의 은총을 구하고, 여차하면 신을 위한 순교도 불사하지는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신의 실존 여부라면 당연히 믿지요. 다만, 무슨 신을 믿어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나쁜 사람이라 판단하면 아주 끔찍하게 태워죽이는 놈을 좋다고 받아줄 종교도 몇 없을 것 같고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기분 나쁜 것에 대해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음. 사실, 기분 나쁜건 둘째고, 재밌어서 그렇습니다. 그게 재밌어서요. 영화는 시시하고,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남는 건 하나뿐이잖습니까." //11 짧아서 죄송합니다 도게자
포장하나는 기깔나게 잘하는 토고였다. "오, 같은 소속이었나? 내는 몰랐다. 사람이 하도 많아가 외우는 것도 일이다. 일." 토고는 그의 이름을 듣고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사람이 많다. 는 건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가 음료수에 대해 말하자 음료수를 한번 흘깃 쳐다봤다. 라벨이 없네. 쓰레기통에 있나 싶어 의자에서 일어나 쓰레기통으로 걸어가 한 번 쳐다봤다. 거기에는
"내도 모르는 사람이 내 이름 아는 거 기분 나쁘지 않나? 내는 기분 나빠가... 좀 그릏다."
토고는 이제 자신 먹을만큼 먹었는지 손을 닦고는 유리를 내려 입을 가렸다. 특별반이 가지는 유명세는 이해할수있지만 그 유명세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거에 사기친 전적이 있는 토고였기에 더욱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사기쳐야 하는데 너도 나도 알면 사기를 못치니까. 지금은 사기에서 손을 뗀 토고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이런 부분에서는 옛날로 돌아간 토고였다.
라임은 학교에 오랜만에 나왔냐는 물음에 서투르게 둘러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월 작전 이후로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의뢰를 다녀왔다기엔 너무나 개인적인 일이라서, 그간 있었던 일을 무어라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라임은, 기다란 토끼 귀가 사라진 옆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알렌을 돌아보며 입을 떼었습니다. 평범하게 안부를 묻는 일상적인 대화가 그리웠던 건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게 느껴졌던 건지 알렌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다는 약간의 호기심이 마음에 씨를 내렸습니다.
"너는? 입학하기 전엔 어떻게 지냈어? 학교는 다닐만해?"
학교를 다닌다기엔 수업도 나노머신으로 듣고, 이런저런 의뢰를 다니면서 학교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긴 했지만요. 돌이켜보면, 라임은 잠시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았을 뿐이지, 학교를 아주 떠났던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이렇게까지 학교를 어색해할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막막한 숙제 하나를 해결한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