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정확히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는 초점이 없는 눈동자를 렌은 피하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예..?"
로드의 말을 들은 렌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어라? 갑자기 칭찬을? 어? 갑자기? 로드를 보다가 렌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귀가 조금씩 빨개지기 시작했고 곧 펑! 하는 효과음이 나지는 않을까 싶을만큼 온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자, 다급하게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기에 이르렀다.
"어,음-어..."
잠깐만 엄청 부끄럽-, 어쩔 줄 모르는 기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냉기가 여자에게로 집중될 때에는, 겨누지 않고 있던 권총을 올려서 자세를 잡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쳤다. 여전히 얼굴은 빨개져 있었다. 여자가 얼어붙었다는 걸 알고는 곧 권총을 다시 내리고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은 기분과 약간 씁쓸한 기분이 겹쳤기 때문인지 로드와 거리를 두기 위해 뒷걸음질 치는 건 덤이었다.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다 눈을 깜빡였다. 우아한 방법으로 죽었지만, 죽은 건 죽은 거다. 시체에 마음을 줄 생각은 없었다. 생각을 나누고 화해할 수 있는 건 상대가 살아있었을 때 뿐이니까. 추운지 몸을 떨더니 가까이 있는 부끄러워하며 거리를 두고 렌을 무시하고 포옥 안았다. 전에 이야기를 한 뒤로 친한 사람이 되었다고 멋대로 판단한 모양이다.
"아, 너무 추워요!"
부러운 얼굴로 수호를 바라보았다. 아마 삐걱거릴 렌을 끌고 슬금슬금 다가가서 설표 상태인 수호를 한 손으로 감싸서 안았다. 아. 따듯해. 그러다 시우를 발견하고 고민했다. 이상태로 이동하기는 힘든데. 직접 와주면? 오묘한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휘유, 성격 한번 화끈하네. 뭔가 OS랑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남자가 목숨을 부지하게 되자 웃는 낯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심문하는 건 아닌가?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으려나 싶은 상황에 그녀는 드라이의 행동을 가만히 볼 뿐이다. 이건 말리지 않았으면 십중팔구 또 눈 앞에서 사람이 재가 됐겠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웃었다.
"알겠슴다~"
어느새 처음에 마주쳤던 그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온 드라이의 말에 그녀는 알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바로는 아니더라도 따라가겠다는 의미였는데, 잘 전달이 됐으려나 모르겠네. 그녀는 그렇게 드라이가 방을 나서는 걸 보다가 남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이 호선을 그린다.
"저기, 좀 괜찮슴까?"
이미 부하라고 해야 하나, 클랜원들은 다 죽어버린 것 같은데, 뭐어... 이 클랜은 이제 박살이 난 거라고 봐도 되려나. 그녀는 웃는 낯으로 남성을 빤히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름이 뭠까?"
심심해서였는지, 아니면 뭔가 얻을 게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는지, 그녀는 남성의 이름을 묻곤 느긋하게 답을 기다린다.
지직- 어느새 알케스는 1층까지 내려와서는 손을 털고 있었다. 딱히 피같은게 묻어있는거 같지도 않고. 생각 외로 평화롭게 해결하고 온걸지도 모르겠다. 정보를 뜯었다거나 그 정도일까?
"돌아가자구."
- 주거구 '알로'
남자는 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앉아있었다. 대화를 할 멘탈이 아닌듯 하다. 더 기다려봐야 달라질것도 없어보였고 드라이도 가자고 팔을 잡아 끌어서 결국 아래쪽의 일행들과 합류하게 됐다. 상당히 깽판을 치게 되었지만 뭐 말리는 사람도 없고. 알케스도 상관없다고 말할게 뻔했다.
"......."
단체 포옹하고 있는 일행을 보고 드라이가 말문이 막혔던건. 또 다른 이야기.
. .
모두가 귀환하고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조합쪽에선 '세피로'의 모든 클랜원이 하루밤만에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이 퍼져있었다. 그리고 '알로'도 괴멸했다는 소식. 공통적으로 두 클랜이 누구에게 습격받았는지는 알려져있지 않았다는게 특이한듯 하다.
"저 두 클랜은 분명 비호받던 클랜이었지? 보복할까?" "미쳤다고 하겠냐. 그 미친 여자랑 싸우고 싶어하는 놈이 어디있다고." "그럼 이대로 모른척 넘어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