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머뭇거릴까? 그만큼 상대가 대단한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뭐랄까...착각이었던 게 밝혀져 버렸다! 그 리더라는 사람은 그다지 실력에 자신감이 없었던 모양. 그러니까...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거다. 저 표정은 그런 게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겁에 잔뜩 질린 남자가 드라이의 힘이 가해지는 대로 움직여지는 걸 보자니 좀 안쓰럽다. 너무 안쓰러우니까 그녀는 잠시 고갤 돌려 사장실?같은 방을 한번 스윽 둘러보았다. 대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빼낸 거고, 어떻게 그 정보를 다른 곳에 제공했으려나?
"흐음~ 드라이 선배, 너무 몰아붙이지는 마심다?"
아니 그보다 왜 안 터트리지? 그 밑의 사람들은 펑펑 터트렸으면서 왜 바로 터트리지 않는 걸까, 뭘 알아내려고? 그런 의도라면 지극히 잘못된 심문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온도차가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해야 하나. 성격이 불 같은 건 맞는 것 같은데, 그럼 우리들 앞에서 조용한 편으로 보인 건 뭘까. 그게 평상시라고 하면 뭐 이상할 건 없지만서도. 이미 면식이 있는 것 같은 것도 좀 걸린다. 그녀는 미소를 띈 채 드라이와 남성 쪽으로 다가갔다. 손 대기는 좀 무서운데.
창은 허공을 갈랐고. 그 사이로 테온의 진동파가 남자의 자세를 완전히 무너트렸다. 남자의 시선은 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으나. 이 상황에서 지금 보여준 능력이 전부라면 방어를 할 방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런 반전도 없이, 현우의 주먹이 남자의 머리를 박살냈다.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형상이 바닥에 쓰러진다. 이건 확인하고 말고 할것도 없겠지..
- 주거구 '알로'
누군가는 이름을 물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귀를 막았다. 또 다른 하나는 설표가.. 으음? 그 모습에 여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초점을 잃은 눈은 확실하게 당신들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
냉기가 여자에게로 집중된다. 또 무언갈 하려는건가 싶었지만 그것은 기우로 끝난거 같았다. 여자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그녀 나름의 저항이었을까? 꽤나 우아한 자살방법인듯하다.
- 린
"........."
당장이라도 죽여버릴거처럼 굴던 드라이였지만. 린의 말에 잠시 멈칫하다가는 남자를 의자에 툭하고 던져놓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정말 강가라도 보고온건지 식은땀 범벅이 된 남성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이 녀석 덕분에 명줄 늘어난줄 알아. 그렇다고 네 xxx같은 얼굴을 보고 계속 이야기하고 싶진 않으니까.."
드라이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집어서 던졌다. 아마도 연락처인 모양이다.
"네가 정보를 판 녀석들하고, 그에 관한 정보. 정리해서 내일까지 보내라? 손가락 하나씩 터지고 싶지 않으면.."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던걸까? 하지만 드라이에게 풍겨오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정말 고문하다 죽일 생각이었던게 맞는거 같기도하다. 딱히 린과 친하다거나 오래된 사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소속이라고 편의를 봐준걸까? 아무튼 이 남자가 지금 살아있는건 결과적으로 린 덕분이라고 해도 좋았다.
"가자."
어느새 침착해진 드라이는 린에게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서려했다. 어차피 저 꼴을 봐서 저 남자가 또 무슨짓을 할 수 있을거 같진 않긴하다.
자신, 정확히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는 초점이 없는 눈동자를 렌은 피하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예..?"
로드의 말을 들은 렌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어라? 갑자기 칭찬을? 어? 갑자기? 로드를 보다가 렌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귀가 조금씩 빨개지기 시작했고 곧 펑! 하는 효과음이 나지는 않을까 싶을만큼 온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자, 다급하게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기에 이르렀다.
"어,음-어..."
잠깐만 엄청 부끄럽-, 어쩔 줄 모르는 기분에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냉기가 여자에게로 집중될 때에는, 겨누지 않고 있던 권총을 올려서 자세를 잡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쳤다. 여전히 얼굴은 빨개져 있었다. 여자가 얼어붙었다는 걸 알고는 곧 권총을 다시 내리고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은 기분과 약간 씁쓸한 기분이 겹쳤기 때문인지 로드와 거리를 두기 위해 뒷걸음질 치는 건 덤이었다.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다 눈을 깜빡였다. 우아한 방법으로 죽었지만, 죽은 건 죽은 거다. 시체에 마음을 줄 생각은 없었다. 생각을 나누고 화해할 수 있는 건 상대가 살아있었을 때 뿐이니까. 추운지 몸을 떨더니 가까이 있는 부끄러워하며 거리를 두고 렌을 무시하고 포옥 안았다. 전에 이야기를 한 뒤로 친한 사람이 되었다고 멋대로 판단한 모양이다.
"아, 너무 추워요!"
부러운 얼굴로 수호를 바라보았다. 아마 삐걱거릴 렌을 끌고 슬금슬금 다가가서 설표 상태인 수호를 한 손으로 감싸서 안았다. 아. 따듯해. 그러다 시우를 발견하고 고민했다. 이상태로 이동하기는 힘든데. 직접 와주면? 오묘한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휘유, 성격 한번 화끈하네. 뭔가 OS랑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남자가 목숨을 부지하게 되자 웃는 낯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심문하는 건 아닌가?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으려나 싶은 상황에 그녀는 드라이의 행동을 가만히 볼 뿐이다. 이건 말리지 않았으면 십중팔구 또 눈 앞에서 사람이 재가 됐겠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웃었다.
"알겠슴다~"
어느새 처음에 마주쳤던 그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온 드라이의 말에 그녀는 알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바로는 아니더라도 따라가겠다는 의미였는데, 잘 전달이 됐으려나 모르겠네. 그녀는 그렇게 드라이가 방을 나서는 걸 보다가 남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이 호선을 그린다.
"저기, 좀 괜찮슴까?"
이미 부하라고 해야 하나, 클랜원들은 다 죽어버린 것 같은데, 뭐어... 이 클랜은 이제 박살이 난 거라고 봐도 되려나. 그녀는 웃는 낯으로 남성을 빤히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름이 뭠까?"
심심해서였는지, 아니면 뭔가 얻을 게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는지, 그녀는 남성의 이름을 묻곤 느긋하게 답을 기다린다.